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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헌바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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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헌바104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항 위헌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2004년 3월 25일 판결.

【판시사항】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 심판대상조항에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더라도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6항이 ‘체포ㆍ구속’의 방법으로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사후적으로 구제하는 구체적인 절차적 기본권에 관한 입법형성의무를 부과하고 있는지(적극) 3. 헌법 제12조 제6항의 의미 4.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판사로부터 발부 받은 구속영장에 근거한 구속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제도와 피고인에 대한 구속취소제도가 전반적으로 헌법 제12조 제6항의 요구를 충족시키는지 여부(적극) 5. 구속된 피의자가 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다음 검사가 전격기소를 한 경우, 법원으로부터 구속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하여 실질적 심사를 받고자 하는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소극) 6.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근거규정의 전면적 효력 상실을 막기 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그 계속적용을 명한 사례 【결정요지】 1. 청구인이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이후 검사가 같은 날 구속영장의 혐의사실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여 위 구속적부심사가 기각된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은 이미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집행유예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어 위 구속영장의 효력에 근거하여 청구인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은 완전히 소멸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될 수 없어 청구인에게 더 이상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발부받은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 이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심리도중에 심판청구인의 권리보호이익이 사후적으로 소멸될 개연성이 높으므로,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사후적으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청구인의 경우 인신구속에 관한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여부를 헌법재판소로부터 판단받을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예외적 상황을 인정하여 그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2. 헌법 제12조 제6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위 규정은 ‘체포ㆍ구속을 당한 때’라고 하는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 관련하여 헌법적 차원에서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라는 구체적인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입법자의 형성적 법률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법원에서 당사자의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에 대하여 심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입법자가 법률로써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하여야만 권리주체가 실질적으로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헌법의 개별규정에 의한 헌법위임(Verfassungsauftrag)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경우 헌법적 차원에서 독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가 전반적인 법체계를 통하여 관련자에게 그 구체적인 절차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한 1회 이상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영미법상 인신보호영장제도(the Writ of Habeas Corpus)를 연원으로 하여, 체포ㆍ구속적부심사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제12조 제6항에 이른 것이다. 위 연혁적인 배경 등을 바탕으로 하여 현행 헌법 제12조 제6항의 본질적 내용은 당사자가 체포ㆍ구속된 원인관계 등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절차와는 별도로 체포ㆍ구속 자체에 대한 적부 여부를 법원에 심사 청구할 수 있는 절차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는 규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4.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하여는 제214조의2에서 구속적부심사제도를, 피고인에 대하여는 제93조에서 구속취소제도를 두어 당해 구속의 근거인,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판사로부터 발부 받은 구속영장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하여 법원이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만일 그 구속영장 자체에서 명백한 하자 등이 발견되는 경우 법원이 당사자를 즉시 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는 헌법 제12조 제3항 및 형사소송법 제201조의 적용영역에 관하여 그 입법형성의무 중 대부분을 일단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5. 다만, 우리 형사소송법상 구속적부심사의 청구인적격을 피의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청구인이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다음 검사가 법원의 결정이 있기 전에 기소하는 경우(이른바 전격기소), 영장에 근거한 구속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하여 법원이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속된 피의자가 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검사는 그 적부심사절차에서 피구속자와 대립하는 반대 당사자의 지위만을 가지게 됨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독립된 법관으로부터 심사를 받고자 하는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가 반대 당사자의 ‘전격기소’라고 하는 일방적 행위에 의하여 제한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검사가 전격기소를 한 이후 청구인에게 ‘구속취소’라는 후속절차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적지 않은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인 부담을 청구인에게 지워야 할 이유도 없으며, 기소이전단계에서 이미 행사된 적부심사청구권의 당부에 대하여 법원으로부터 실질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여야 하는 합리적인 근거도 없기 때문에, 입법자는 그 한도 내에서 적부심사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대로 구현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6. 헌법의 개별규정에 근거한 헌법위임에 따라서 일정한 형태로 절차적 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하게 되면, 피의자가 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전격기소가 행해진 사안에 대한 권리구제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통상적인 피의자의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행사에 관한 근거규정이 전면적으로 효력을 상실하는 결과가 야기되므로, 입법자에게 다양한 개선입법중 하나를 선택하여 현행제도를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입법자에게 부과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이러한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명한다.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헌법 제12조 제6항에 규정한 체포ㆍ구속적부심사에 관한 권리는 절차적 기본권 특히, 사법절차적 기본권으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입법자에게는 사법절차적 기본권의 형성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 검사의 전격기소라는 일방적 행위로 인하여 피구속자의 절차적 기회가 박탈됨으로써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당해 법원이 적극적인 구속취소 내지 보석제도를 통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편, 검사가 구속적부심사청구권 이후, 법원의 결정 이전에 검사가 기소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모든 경우를 부당한 전격기소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결국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재량의 정도, 불법ㆍ부당한 인신구속을 통제하는 다양한 제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의 정도는 필요한 정도에 해당하는 합리적인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윤○섭

대리인 법무법인 새벽

담당변호사 최 원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02초적39 구속적부심사

【주  문】


1.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규정은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는 2002. 11. 28. 청구인에 대하여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혐의에 대하여 조사한 다음,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위 지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의 규정에 따른 피의자심문을 한 다음, 2002. 11. 29. 청구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나. 그런데, 청구인이 2002. 11. 30. 위 구속영장에 관련하여 사후적인 사정변경으로 구속사유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다음(2002초적39), 검사는 같은 날 청구인에 대한 공소를 제기하였다(2002고단644).

다. 이에 청구인은 2002. 12. 2. 구속적부심사청구적격을 피의자로 한정한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항이 헌법 제12조 제6항에 위반되고, 그 위헌여부가 위 구속적부심사청구사건에 대한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2002초기4).

라. 한편, 청구인에 대한 형사본안사건을 심리하던 수소법원에서 2002. 12. 6. 청구인에 대한 보석결정을 하여 청구인을 석방한 다음, 위 적부심사청구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에서는 2002. 12. 11. 위 적부심사청구 및 위헌제청신청을 함께 기각하였다.

마. 청구인은 2002. 12. 13.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을 송달받고 2002. 12. 2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및 관련규정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①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호주, 가족이나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관할법원에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② 청구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법원은 제3항의 심문 없이 결정으로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1. 청구권자 아닌 자가 청구하거나 동일한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의 발부에 대하여 재청구한 때

2. 공범 또는 공동피의자의 순차청구가 수사방해의 목적임이 명백한 때

③ 제1항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지체 없이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를 심문하고 수사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하여 그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이를 기각하고,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의 석방을 명하여야 한다.

⑦ 제2항과 제3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항고하지 못한다.

⑧ 검사ㆍ변호인ㆍ청구인은 제3항의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⑪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관은 제3항의 심문ㆍ조사ㆍ결정에 관여하지 못한다. 다만,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관 외에는 심문ㆍ조사ㆍ결정을 할 판사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 제12조 제6항의 경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청구인적격을 제한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그 청구인적격을 피의자로 한정함으로써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현행 형사소송법 소정의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에서 부과한 입법형성의무를 입법자가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이유 및 법원행정처장의 의견요지

체포ㆍ구속에 대한 적부심사제도의 취지는 수사절차상의 신체구속에 대하여 법원이 통제를 가하려는 데 있는 것이고, 현행법상 구속 피고인에 대해서는 법원이 보석절차 등을 통하여 그 석방여부를 심사ㆍ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구속된 피고인에게 적부심사의 청구적격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 및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의 의견요지

대체로 법원의 위헌제청기각결정이유 등과 유사한 논거를 제시하면서, 이 사건 심판청구의 경우 권리보호이익이 없기 때문에 부적법하다는 주장을 부연하고 있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일반원칙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그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어야 하고, 또한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면 검사는 2002. 11. 30. 청구인에 관한 구속영장의 혐의사실에 관련하여 공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수소법원에서는 2002. 12. 6. 보석결정을 통하여 구속된 청구인을 석방한 다음(2002초보114), 2003. 1. 9.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으며(2002고단644),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청구인만이 2003. 1. 15. 항소하였으나 2003. 5. 14. 항소가 기각된 다음(수원지방법원 2003노395), 그 상고기간이 도과하여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 구속영장의 효력에 근거하여 청구인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은 완전히 소멸하였고, 설령 우리 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사후적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청구인에게 더 이상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에 관련된 예외인정

그러나 헌법소원의 본질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 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보장도 겸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에 있어서의 권리보호이익은 일반법원의 소송사건에서처럼 주관적 권리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어 이를 취소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이미 종료한 침해행위가 위헌이었음을 선언할 수 있다(헌재 1995. 5. 25. 91헌마67, 판례집 7-1, 722, 736).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발부받은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서, 이에 관련된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한 우리 재판소의 심리도중에 심판청구인의 권리보호이익이 사후적으로 소멸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만일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사후적으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청구인의 경우 인신구속에 관한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여부를 헌법재판소로부터 판단 받을 기회를 사실상 박탈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 사건 심판청구인에 관하여는 예외적 상황을 인정하여 그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5. 본안 판단

가.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에 관한 헌법적 근거 및 위헌성심사기준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제6항 등의 규정내용

일반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헌법적 근거로 헌법 제12조 제6항 등을 거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헌법규정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 제12조 ①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③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⑥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2) 헌법 제12조 제6항에 관련된 입법형성의무 및 위헌성 심사기준 등

(가) 절차적 기본권에 관한 헌법규정

헌법 제12조 제6항의 규정은 위와 같이 ‘누구든지…권리를 가진다.’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헌법이 헌법적 차원에서 일정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입법자가 법률로써 이러한 권리행사의 주체를 임의로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헌법 제12조 소정의 ‘신체의 자유’는 대표적인 자유권적 기본권이지만, 위와 같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같은 조 제6항에 규정된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경우 원칙적으로 국가기관 등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국가의 보호를 요구하는 절차적 기본권(청구권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나) 구체적인 절차적 기본권에 관한 헌법적 보장과 이에 관한 위헌성 심사기준

한편, 헌법 제12조 제6항은 ‘체포ㆍ구속을 당한 때’라고 하는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 관련하여 헌법적 차원에서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라는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이 구체적 적용영역에 대한 입법권의 행사는 직접적으로 헌법적 제약을 받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헌법 제12조 제6항의 경우 비록 구체적 영역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입법자의 형성적 법률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법원에서 당사자의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에 대하여 심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입법자가 법률로써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하여야만 권리주체가 실질적으로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헌법의 개별규정에 의한 헌법위임(Verfassungsauftrag)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경우 헌법적 차원에서 독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가 전반적인 법체계를 통하여 관련자에게 그 구체적인 절차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한 1회 이상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본질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한 절차적 기본권에 관하여는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성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자의금지원칙(恣意禁止原則)이 적용되고, 따라서 현저하게 불합리한 절차법규정이 아닌 이상 이를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아울러 입법자는 그 입법과정에서 법률의 구체적 내용, 명칭 등에 관련하여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나아가 헌법규정의 적용영역에 관련하여 헌법적 요구사항을 상회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 헌법 제12조 제6항의 연혁과 의미

(1) 관련 헌법규정의 제정 및 개정경위 등

우리 헌법상 체포ㆍ구속적부심사제도는 영미법상 인신보호영장제도(the Writ of Habeas Corpus)를 연원으로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미국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그런데 미국식 인신보호영장제도의 경우 그 제도의 일반적 특성을 ‘법률적 차원’에서 수용한 남조선과도정부 법령 제176호(이하, ‘미군정법령 제176호’라고 한다.) 제17조 내지 제18조가 1948. 4. 1. 시행됨으로써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인데, 그 직후인 1948. 7. 17. 제정된 헌법 제9조 제3항은 ‘누구든지 체포, 구금을 받은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그 당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보장된다.’라고 규정하여 체포ㆍ구금에 관한 적부심사제도를 ‘헌법적 차원’의 제도로 격상시켰다.

그 후 1962년 헌법(제3공화국헌법) 제10조 제5항에는 ‘누구든지 체포ㆍ구금을 받은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사인(私人)으로부터 신체의 자유의 불법한 침해를 받은 때에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구제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되었다가 1972년 헌법(제4공화국헌법)에서는 이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었고, 1980년 헌법(제5공화국헌법) 제11조 제5항에 ‘누구든지 체포ㆍ구금을 당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되었다가, 현행 헌법 제12조 제6항에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되었다.

위와 같은 제도의 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헌법제정권자는 1948. 당시 시행중이던 미군정법령 제176호 제17조 내지 제18조에 규정된 미국식 인신보호영장제도를 구체적으로 의식한 상태에서 제헌헌법 제9조 제3항을 규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제헌 헌법 제9조 제3항과 현행 헌법 제12조 제6항의 규정내용 등을 서로 비교하여 볼 때, 헌법개정으로 인하여 제헌 헌법에 규정되었던 ‘적부심사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현행 헌법 제12조 제6항의 의미

위 연혁적인 배경 등을 바탕으로 하여 현행 헌법 제12조 제6항 및 관련 헌법규정에 대하여 체계적인 해석을 하는 경우, 그 본질적 내용 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우리 헌법 제12조에 규정된 ‘신체의 자유’는 수사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기관을 비롯한 다른 국가기관 등에 의하여도 직접 제한될 수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소정의 ‘체포ㆍ구속’ 역시 포괄적인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 모든 형태의 공권력행사기관이 ‘체포’ 또는 ‘구속’의 방법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안에 대하여는 헌법 제12조 제6항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우리 헌법 제27조 제1항, 제101조 제1항, 제103조 등 사법권 행사에 관련된 헌법 규정에 근거하여 공권력행사기관 등이 체포ㆍ구속의 방법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안에 관련하여 그 원인관계의 정당성에 다툼이 있는 경우 법원이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런데 법치국가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위와 같은 원인관계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 구속주체인 국가기관 등이 당사자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반적인 사법적 절차에 따라서 피구속자의 ‘신체의 자유’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우리 헌법제정권자가 헌법 제12조 제6항을 별도로 규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6항은 당사자가 체포ㆍ구속된 원인관계 등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절차와는 별도로 체포ㆍ구속 자체에 대한 적부 여부를 법원에 심사청구할 수 있는 절차(Collateral Review)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는 규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셋째, 우리 헌법의 연혁 등에 비추어 볼 때, 헌법 제12조 제6항에 규정된 ‘적부’는 당해 체포ㆍ구속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결국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서 법원이 당해 체포ㆍ구속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을 심사함과 동시에 만일 이러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이를 이유로 하여 법원이 그 당사자를 석방하도록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법률에 규정되어야만 헌법에서 요구하는 입법형성의무가 제대로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우리 헌법은 이러한 측면에서 모든 유형의 ‘자유박탈의 허용과 계속’에 대하여 판사가 전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피구속자에게 헌법적 차원에서 위와 같은 절차개시권을 보장하지 아니한 독일 기본법과는 구조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넷째, 헌법 제12조 제6항에 입법형식 등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입법자는 미군정법령 제176호 제17조 내지 제18조와 같이 전반적인 영역에 대하여 적용되는 일반법의 형식을 선택할 수도 있고(Civil  Action의 성격을 가진 미국식 인신보호영장제도의 형식을 전반적으로 수용한 일본의 인신보호법 등 참조), 형사소송법과 같은 개별 법률을 통하여 한정적인 영역에만 적용되는 체포ㆍ구속적부심사제도를 규정할 수도 있는데, 위와 같은 개별규정 등이 헌법적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이상 최소한 그 적용영역에 대하여는 입법형성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헌법 제12조 제6항에는 당사자의 ‘법관 대면기회’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모든 당사자(피체포자ㆍ구속자)에게 ‘법관 대면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그 본질적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당해 구속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에 관하여 법원으로부터 심사받을 수 있는 구속취소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93조의 경우도 그 적용영역에 대하여는 헌법 제12조 제6항이 요구하는 최소한도의 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행정처분 등에 의한 체포ㆍ구속의 경우와는 달리 법원의 재판에 근거한 체포ㆍ구속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헌법적 정당성’을 심사할 때에 그 정당성을 추정함이 상당하다. 법원은 헌법 제27조, 제12조 제1항 등에 근거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하면서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고, 헌법 제12조 제3항에 근거하여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체포ㆍ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당사자들의 ‘신체의 자유’가 직접적으로 제한되는 것은 사법권행사의 본질적이고도 핵심적인 내용에 해당하고, 이러한 본질적 특성 때문에 우리 헌법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한 다음(제103조),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단일한 법원조직이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하면서(제101조), 바로 그 법원으로 하여금 헌법 제12조 제6항 소정의 적부심사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우리 헌법의 전체적인 체계 및 제도의 연혁 등에 비추어 볼 때, 체포ㆍ구속이 법원의 재판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당해 재판에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는 등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법원이 적부심사절차에서 그 재판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를 다시 심사하도록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헌법적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고, 그 재판에 관련된 단순위법사항까지 법원이 다시 포괄적인 심사를 하여야 하는 제도를 형성해야 할 의무가 입법자에게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원의 영장에 의하여 체포ㆍ구속이 이루어진 경우 현행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에서 피의자에게는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같은 법 제93조에서 피고인에게는 구속취소청구권을 각 인정하면서 법원으로 하여금 단순위법사항까지 다시 포괄적으로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헌법적 요구를 상회하는 수준의 권리를 당사자에게 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우리 형사소송법의 제정당시 사법제도를 배경으로 한 입법자의 정책적 선택의 결과로 보인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소송법제정자료집 (1990) 참조}.


다. 이 사건 청구에 대한 판단

(1) 청구인의 주장과 이 사건 심사범위 및 기준

청구인은 입법자가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피의자에게만 인정하고 모든 구속 피고인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헌법 제12조 제6항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청구인은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헌법 제12조 제3항 및 형사소송법 제201조 등에 근거하여 법관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에 의하여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는 입법자가 위와 같은 적용영역에 관하여 헌법 제12조 제6항 소정의 입법형성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수소법원이 헌법 제12조 제1항 및 형사소송법 제70조에 근거하여 피고인을 직권 구속한 사안 등에 관련하여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심사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입법자는 헌법 제12조 제6항 소정의 절차적 기본권의 내용과 관련하여 비교적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재판소는 입법자가 정한 법률의 명칭 등과 관계없이 전체적인 법률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근거 및 이에 대한 구제수단

청구인은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법관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에 근거하여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었는데, 그 신체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여 청구인은 피의자의 자격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 등에 근거하여 법원에 대하여 구속적부심사청구를 하거나, 검사의 기소에 의하여 그 신분이 피고인으로 변경된 이후에는 형사소송법 제93조에 터 잡아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으니 구속을 취소하여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구속적부심사제도나 구속취소제도의 경우 당해 구속의 근거인 구속영장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하여 법원이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만일 그 구속영장 자체에서 명백한 하자 등이 발견되는 경우 법원이 당사자를 즉시 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는 청구인에 대한 적용영역에 관하여 그 입법형성의무 중 대부분을 일단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가) 절차상 법적 공백상태의 발생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형성된 현행제도와 관련하여 청구인이 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차적 기회가 불합리하게 박탈된 영역이 존재하는 경우 그 범위 내에서 입법형성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사건의 쟁점은 부분적으로 이러한 법적 공백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구속적부심사 청구인의 적격을 피의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이 사건에서처럼 청구인이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다음 검사가 법원의 결정이 있기 전에 기소하는 경우(서술의 편의상 아래에서 전격기소라고 한다), 위와 같은 영장에 근거한 구속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하여 법원이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적부심사청구권이 이미 행사된 이후에 이루어진 검사의 전격기소와 이러한 권리의 행사 이전에 이루어진 선제적 기소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가 이미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사안에서는 그 청구인에게 당해 절차에서 위 구속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하여 법원으로부터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절차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반면에, 위와 같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피의자에게는 이러한 절차적 지위를 인정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검사의 전격기소가 있는 경우 구속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 결정할 권한이 없는 검사의 일방적인 행위로 인하여 법원으로부터 실질적인 심사를 받고자 하는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가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 법적인 공백상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검사가 청구인에 대하여 전격기소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법원은 여러 가지 다른 사정을 고려하여 청구인의 적부심사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피의자’라는 청구인적격을 ‘존속요건’으로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발생한 것은 아니고, 단지 이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를 회복할 수 있는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가 제한되는 것이다.

(나)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에 대한 제한이 합리적인지 여부

우리 입법자는 헌법 제12조 제6항과 관련하여 관할 법원, 제소기간 등 일정한 절차요건을 설정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절차적 제한규정도 최소한도의 합리성을 구비하여야만 헌법적으로 용인되는 것이다.

검사가 헌법 제12조 제3항에 근거하여 수사단계에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는 구속영장은 ‘명령장’이 아닌 ‘허가장’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구속 피의자에 대한 구속주체는 검사이지만, 이 사건과 같이 구속된 피의자가 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검사는 그 적부심사절차에서 피구속자와 대립하는 반대 당사자의 지위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립적인 절차에서 헌법상 독립된 법관으로부터 심사를 받고자 하는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가 반대 당사자의 ‘전격기소’라고 하는 일방적 행위에 의하여 제한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인정하기 어렵다.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이후 검사의 전격기소가 이루어지면 피고인의 신분으로 구속취소 신청을 할 수는 있으나, 구속취소를 하기 전에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97조 제2항, 제1항에 따라 급속을 요하는 경우 외에는 검사의 의견을 물은 다음에 사실과 증거를 조사하거나 또는 하지 않고 그 허부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절차이므로 그 과정에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 기간만큼 구속 상태가 계속되어 신체의 자유 회복이 더디어지는 것이다. 신체의 자유는 근대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서 모든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자유의 근간 또는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만약 처음부터 헌법적 정당성이 없는 구속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었다면 가능한 빨리 이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 헌법의 기본권보장 취지에 부합한다. 또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검사의 전격기소에 의하여 그에 대한 법원의 결정도 받지 못한 채 다시 구속취소신청을 별도로 제기하여야 한다는 것 자체도 당사자에게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구속이 부당함에도 검사가 일부러 전격기소를 하여 피의자의 석방을 막음으로써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구속을 취소하여 검사의 권한 남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직권으로 구속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검사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사실을 조사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임은 피고인이 구속취소신청을 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으며, 법원이 최대한으로 신속하게 직권을 발동하더라도 메울 수 없는 법적 공백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2항은 법원이 적부심사를 위하여 수사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할 때까지의 기간은 같은 법 제200조의5 제5항 소정의 체포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시한과 같은 법 제202조, 제203조, 제205조 소정의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 및 그 연장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속적부심사청구가 있는 경우 검사가 구속기간의 제한 등을 이유로 신속한 기소를 하여야 할 필요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속기간과는 상관없이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신속한 기소 및 공판진행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것이나, 가령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하면 검사의 기소와 관계없이 법원이 그에 대해 허부결정을 할 수 있게 입법조치를 한다면 검사의 기소권 행사에는 하등의 지장이 없을 것이므로, 신속한 기소를 위해 굳이 구속적부심사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구속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구속이 지속되는 동안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구속적부심사제도는 체포ㆍ구속의 방법을 통하여 당사자의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된 경우 이를 사후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 등을 특히 염두에 두고 볼 때, 현행법상 검사가 전격기소를 한 이후 청구인에게 ‘구속취소’라는 후속절차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단계에서 이미 행사된 적부심사청구권의 당부에 대하여 법원으로부터 실질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청구인의 절차적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여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자는 그 한도 내에서 적부심사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대로 구현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라.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그런데, 헌법의 개별규정에 근거한 헌법위임에 따라서 일정한 형태로 절차적 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우리 재판소가 그 효력을 제거하는 취지의 ‘단순위헌결정’ 등을 선고하게 되면, 이 사건과 같이 피의자가 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전격기소가 행해진 사안에 대한 권리구제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통상적인 피의자의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행사에 관한 근거규정이 전면적으로 효력을 상실하는 결과가 야기되기 때문에, 우리 재판소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판단을 하는 경우 구조적으로 단순위헌결정 등을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 재판소에서는 입법자가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서 수사단계에서 발부된 영장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구속’이라는 적용영역에 관하여 헌법위임에 따른 입법형성을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위에서 적시한 법적 공백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① 전격기소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법원이 당해 적부심사청구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 ② 또는 헌법 제12조 제6항의 전반적인 적용영역에 대한 일반법을 제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개선입법중 하나를 선택하여 현행제도를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입법자에게 부과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이러한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명하는 것이다(헌재 1999. 10. 21. 97헌바26, 판례집 11-2, 383, 417 참조).

6.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지만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이를 계속 적용하도록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7.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하지 아니하므로 다음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합헌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가. 헌법 제12조 제6항의 의의 및 연혁

(1) 우리 헌법 제12조 제6항은 체포ㆍ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불법ㆍ부당한 인신구속으로 인하여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었던 권위주의정권시절의 경험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은 그 이념적인 측면뿐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인신보호를 위한 매우 중요한 사법절차적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다.

(2) 우리 헌법 제12조 제6항의 제정 및 개정 연혁은 이미 다수의견이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1980년 개정헌법에서 현행 헌법으로의 개정과정을 보다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0년 개정헌법은 제11조 제5항에 다시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유신헌법에서 삭제하였던 동 기본권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1980년 개정헌법 규정은 “누구든지 체포ㆍ구금을 당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함으로써 법률에 의한 제한의 가능성을 넓게 인정한 불충분한 것이었다. 1980. 12. 18. 개정ㆍ공포된 형사소송법(법률 제3282호)은 제214조의2에서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규정하면서 그 청구사유를 구속영장의 발부가 법률에 위반한 때와 구속 후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어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없는 때로 제한하였을 뿐 아니라, 검사인지사건과 공안사건 및 법정형이 중한 사건에 대하여는 청구권 자체를 배제하는 제한적인 것이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구속적부심사에 관한 권리를 보다 폭 넓게 보장하기 위하여 1980년 개정헌법에 있었던 구속적부심사청구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문언을 삭제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헌법개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종전과 같은 청구권제한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게만 적부심사의 권리를 인정할 뿐 ‘피고인’에게는 그와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 사법절차적 기본권의 특성과 입법자의 입법재량

체포ㆍ구속적부심사에 관한 권리는 절차적 기본권 특히, 사법절차적 기본권으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다. 사법절차적 기본권은 국가의 사법제도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국가 또는 헌법질서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된 권리이다. 따라서 그 기본권의 실현은 입법자의 구체적인 입법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또한 입법자가 개별 사법절차적 기본권에 관한 구체적인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사법적 권리구제제도 전반의 효율적이며 실질적인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에 입법자에게 이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요청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 헌법 제27조 제1항도 대표적인 사법절차적인 기본권이라고 할 재판청구권을 규정하면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구체적인 재판청구권의 보장내용에 관하여 입법부에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여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1항은 권리구제절차에 관한 구체적 입법형성을 완전히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맡기지는 않는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재판청구권을 형성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완화된 의미에서일지언정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하며 특히, 당해 입법이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일관하여 판시하고 있다(헌재 2001. 2. 22. 2000헌가1, 공보 54, 171, 173 ; 2001. 6. 28. 2000헌바77, 판례집 13-1, 1358, 1372 ; 2002. 10. 31. 2001헌바40, 판례집 14-2, 473, 481-484 등 참조).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헌법 제12조 제6항 위반여부

(1) 헌법 제12조 제6항은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규정하면서 종전 1980년 개정헌법규정상의 법률유보문언을 삭제하였으므로 1980년 개정헌법 당시의 형사소송법규정과 같은 청구권의 제한은 현행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이 입법자의 사법제도의 형성에 의존하는 절차적 기본권인 점에서 그 구체적 입법형성에 입법자의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2조 제6항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의 행사절차를 규정함에 있어서 실효성 있는 권리보호를 제공하고 있는지 여부, 다른 한편으로는 상충하는 법익을 서로 비교형량하여 볼 때, 적정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 등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현행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의 불법ㆍ부당한 인신구속에 대하여 법원이 감시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헌법 제12조 제6항에 기한 이 사건 법률조항도 그와 같은 제도의 하나이다. 이들 각 제도는 긴밀한 상호 연관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입법자가 각 제도에 관한 입법을 마련하면서 그 재량의 한계를 유월하였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들 제도의 전반적인 모습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가)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의 체포와 구속은 긴급체포와 현행범체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판사가 발부한 체포ㆍ구속영장에 의하여 하도록 하고 있으며, 긴급체포와 현행범체포의 경우에도 구속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법 제200조의4 제1항, 제213조의2 참조). 또한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의 발부절차에 있어서 영장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바, 영장실질심사제도란 구속영장의 청구를 받은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여 구속사유를 판단하는 제도이다. 즉, 체포된 피의자의 구속영장청구를 받은 판사는 피의자 등의 신청이 있는 경우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여 구속사유를 판단할 수 있으며(법 제201조의2 제1항), 체포되지 아니한 자의 구속영장의 청구를 받은 판사는 구속의 사유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피의자를 구인하여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같은 조 제3항).

(나) 일단 체포ㆍ구속의 영장이 발부되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기하여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법원에 체포ㆍ구속의 적법여부와 그 필요성을 심사하여 자유를 회복시켜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검사의 기소로 인하여 피의자의 신분이 피고인으로 변경되면 피고인을 구속하는 주체는 종전의 수사기관에서 당해 형사사건의 수소법원으로 이전된다. 그리하여 당해 수소법원은 피고인의 구속사유가 없거나 구속사유가 소멸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 직권으로 피고인의 구속취소를 결정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은 아울러 피고인에게 당해 수소법원에 구속취소의 청구를 할 수 있는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법 제93조). 구속취소의 사유로서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속의 사유가 없는 때’라 함은 구속사유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명된 경우이고, ‘구속사유가 소멸된 때’란 존재한 구속사유가 사후적으로 소멸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인바, 이는 결국 체포ㆍ구속의 적법여부와 그 계속의 필요성을 그 사유로 하는 체포구속적부심사와 동일한 심사기준이라고 할 것이다.

(다) 형사소송법은 또한 수소법원이 보증금의 납부를 조건으로 하여 구속된 피고인을 석방하는 보석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형사소송법 제95조에서는 “법원은 구속된 피고인으로부터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일정한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6조에서는 “법원은 제9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피고인 등의 청구에 의하여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피고인에게 보석신청을 통하여 계속 구금여부에 관한 법원의 심사를 받을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 때 법원은 피고인의 자산정도로 납입하기 불능한 보증금액을 정할 수 없으며, 유가증권 또는 피고인 이외의 자가 제출한 보증금에 갈음함을 허가할 수 있다(법 제98조 제2항 및 제100조 제3항).

(라) 위에서 살펴본 각 제도는 상호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가령 현행 형사소송법은 체포ㆍ구속의 영장이 발부되기 이전의 피의자에게는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는바(법 제214조의2 참조), 이는 체포ㆍ구속영장제도 및 영장실질심사제도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헌법 제12조 제6항의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피고인에게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일단 부여된 구속적부심사청구권행사의 기회를 언제까지 지속시킬 것인가의 문제로서 체포ㆍ구속영장을 받기 이전 단계의 피의자에게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여타 절차적 권리 및 제도의 존재여부, 당해 형사소송절차의 단계에서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불법 또는 부당하게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위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권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하면 피의자는 피고인으로 그 지위가 변경되고, 피고인을 구속하는 주체도 종전의 수사기관에서 당해 형사사건의 수소법원으로 이전되므로 불법한 구속의 위험이 감소된다는 점, 형사소송법은 당해 수소법원이 직권으로 피고인의 구속취소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아울러 피고인에게도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을 주장하며 당해 수소법원에 구속취소의 청구를 할 수 있는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헌법 제12조 제6항 소정의 취지를 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다거나, 불법ㆍ부당한 수사기관의 인신구속에 대하여 실효성 있는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서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이른바 ‘전격기소’의 문제

다수의견은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직후 검사가 당해 피의자를 기소하는 이른바 전격기소로 인하여 법원으로부터 구속적부에 관한 심사를 받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특히 문제가 되며, 바로 이 점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가) 검사의 기소란 그 자체가 피구속자의 구속의 주체를 수사기관에서 법원으로 이전시키는 조치로서 불법ㆍ부당한 구속의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행위이다. 더욱이 검사의 기소 이후 법원은 직권으로 당해사건의 피고인인 피구속자의 구속의 적법여부 및 필요성을 심사하여 직권으로 석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 역시 피고인의 신분에 기하여 법원에 구속취소청구를 할 수 있으며, 법원은 그 구속취소청구의 당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심사ㆍ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된다. 기소 이후 인정되는 보석제도 역시 불필요한 구속을 억제하는 데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검사의 기소행위란 피구속자와 대립하는 반대당사자인 검사의 일방적 행위 가운데에서 피구속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한 특수한 행위라고 할 것이다.

(나)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반대당사자의 일방적 행위로 인하여 피구속자의 절차적 기회가 박탈됨으로써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적법하지 아니한 구속, 더 이상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없는 구속이므로 피구속자가 석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검사가 피구속자의 절차적 기회를 제한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자신의 기소권한을 남용하는 경우가 문제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황은 사건을 담당하게 된 수소법원이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그 경우 당해 법원은 그 구속의 적법여부 및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여부를 판단하여 즉시 구속취소의 권한으로서 이를 통제하여야 할 것이다. 검사가 구속적부심사의 절차수행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소권을 행사하는 경우 역시 검사의 권한남용이라고 할 것인바, 이에 관한 통제 역시 법원의 적극적인 구속취소 내지 보석제도의 활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법원은 그와 같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공권력행사의 부당성을 판단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고 할 것이며, 당해 수소법원은 그와 같은 검사의 공권력남용으로부터 기본권을 수호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입법자가 수소법원에게 구속취소의 권한을 인정한 이유에는 개별적인 사안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검사의 권한남용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피구속자의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을 위임한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한편, 국민이 자력으로 범죄인을 징계하는 것을 막고 법절차를 통하여 사인간의 분쟁을 해결하려는 것은 법치국가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것인바, 국가가 형사실체법 및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여 형벌권과 소추권을 독점함으로써 사인의 복수를 금지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국가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범죄인에 대한 적정하며 신속한 처벌을 보장할 수 있는 형사소송절차를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입법을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에 적합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형사재판절차를 마련하여야 할 임무를 갖고 있으며, 이는 피구속자의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제한하는 정당한 공익이라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검사의 권한남용의 의도를 불문하고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법원의 결정 이전에 기소한 모든 경우를 불합치결정의 근거가 되는 전격기소로 파악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검사가 구속적부심사청구권 이후, 법원의 결정 이전에 검사가 기소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모든 경우를 부당한 전격기소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구속기간의 제한 등으로 인하여 신속하게 기소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피해자의 보호 등 공익의 관점에서 신속한 기소 및 공판진행이 불가결하게 요청되는 경우, 피구속자가 절차지연을 위한 수단으로서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구속적부심사결정 이전의 검사의 기소권행사가 반드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자가 법원의 구속취소 및 피고인의 구속취소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검사의 권한남용의 기소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 이상, 검사의 전격기소 이후에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계속 유지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구속자의 절차적 기본권과 공익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유지되어 있지 않다고 하기는 어렵다.

라. 결국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재량의 정도, 불법ㆍ부당한 인신구속을 통제하는 다양한 제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의 정도는 필요한 정도에 해당하는 합리적인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입법자가 형사소송절차의 각 국면마다 만일의 모든 경우를 대비하여 피의자ㆍ피고인의 절차적 기회보장을 위한 개별적인 구제수단을 마련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고 한다면, 입법자의 절차의 중복ㆍ지연을 방지하여야 할 임무는 소홀히 다루어 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아니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실체적 진실발견과 범죄인에 대한 적정한 형사처벌이라고 하는 형사소송의 다른 한편의 이념이 훼손될 가능성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자가 개별 사법절차적 기본권에 관한 구체적인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당해 기본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개별 제도뿐 아니라 사법적 권리구제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고 입법자의 이와 같은 결정에는 넓은 형성의 여지를 인정하여 줄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입법자가 입법함에 있어서 개별ㆍ구체적인 사법절차의 진행과정에서 빚어지는 제도운용의 잘못된 관행까지 치유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다. 제도의 잘못된 운용은 운용의 개선으로써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즉, 검사의 전격기소, 그리고 전격기소에 대한 법원의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문제라고 하면 내부적인 제도운용의 개선으로써 치유함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잘못된 사법절차 운용의 관행이 굳어져 더 이상 운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결국 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하여 입법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입법적 조치의 필요성은 입법자가 판단할 입법정책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 뿐, 헌법재판소가 개입하여 판단할 법률위헌의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모든 새로운 입법적인 조치는 새로운 잘못된 관행을 낳을 수 있으며 잘못된 운용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만일 잘못된 제도 운용의 관행에 기초하여 그 제도 자체에 대한 위헌성을 인정한다고 하면 모든 새로운 제도 역시 위헌적인 것이 되지 않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사태는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그렇다면 특히 사법절차제도와 같이 다양한 권리와 이해관계, 그리고 제도가 얽혀 있는 영역에 관하여서는 입법개선의 필요성여부와 법률의 위헌여부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실천함에 있어서 어떠한 틈새가 보인다 하여 그 틈새를 이용하여 잘못된 관행이 생겨나고 법률조항에도 있지 아니한 그 잘못된 관행을 이유로 하여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규정한 법률의 위헌여부를 재단한다는 것은 위헌여부의 판단자료를 잘못 택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속하는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형성함에 있어서 기존의 기본권에 관한 사법절차적 제도가 설사 기본권보호를 위하여 완벽한 제도가 못되고 보다 나은 것으로 보이는 다른 제도가 있다 하여도, 기존의 제도가 평등의 원칙 등 헌법상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제도가 아니라면 거기에서 바로 위헌이라는 판단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이를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어 우리는 이에 합헌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주심)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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