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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다10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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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금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다10797, 판결] 【판시사항】 [1]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조건의 의미 및 성립 요건 [2] '횡령금 중 일부를 변제하고 선처받기로 한다.'는 각서문구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당해 법률행위를 구성하는 의사표시의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의사표시의 일반원칙에 따라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 즉 조건의사와 그 표시가 필요하며, 조건의사가 있더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시되지 않으면 법률행위의 동기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만으로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甲이 乙에게 丙의 횡령금 중 일부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甲이 丙의 오빠로서 丙이 乙에 대하여 부담하는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채무 중 일부를 대신 변제한다는 취지이고, 그러한 약정을 하는 甲의 내심에는 丙이 처벌받지 않기를 바라는 동기 이외에 丙이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위 약정 자체가 무효라는 조건의사까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는 丙의 선처를 조건으로 한 조건부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각서의 기재 내용과 그 작성 당시의 상황 및 상대방인 乙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약정 자체의 효력이 乙의 정식 고소나 丙의 처벌이라는 사실의 발생만으로 당연히 소멸된다는 의미의 조건이 쌍방의 합의에 따라 위 약정에 붙어 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 각서 중 '변제하고 선처를 받기로 한다.'라는 문구는 甲과 丙이 위 약정을 예정대로 이행하면 丙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乙이 협조한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47조

[2]

민법 제147조


【전문】 【원고,상고인】 박석훈

【피고,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1. 22. 선고 2002나2036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의 여동생인 제1심 공동피고는 1991. 1.경부터 1995. 2. 17.경까지 원고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서울신문사 일본지사의 경리직원으로 근무하였는데, 1995. 2. 24. 관악경찰서에서 위 지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전화연락을 받고 위 경찰서로 온 오빠인 피고는, 1995. 2. 25. 피해자인 원고와 사이에 약정을 체결하면서, 그 때까지 드러난 제1심 공동피고의 횡령금 15,206,618엔(¥)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의 일부로서 합계 8,000만 원을 변제하기로 하고, 그 가운데 1,000만 원은 제1심 공동피고가, 나머지 7,000만 원은 피고가 예금액 1,400만 원과 퇴직금 5,600만 원으로 각 변제하여 선처를 받기로 하되, 그 중 제1심 공동피고가 변제할 1,000만 원과 피고의 예금액으로 변제할 1,400만 원은 같은 해 3. 11.까지, 피고의 퇴직금으로 변제할 5,600만 원은 같은 해 10. 31.까지 각 지급하고, 같은 해 3. 4. 위 약정을 공증하며, 위 공증이 끝날 때까지 그 담보로 제1심 공동피고의 여권을 원고가 보관하기로 하면서 위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제1심 공동피고에 대한 어떠한 형사처벌도 감수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하여, 이를 각서(갑 제2호증)로 작성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1995. 3. 2. 제1심 공동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의하여 원고에게 담보로 보관한 여권에 대하여 분실신고를 하였음을 우연히 알게 되자,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위배하여 약정금을 변제하지 않고, 제1심 공동피고가 여권을 재발급 받아 일본으로 도주하려 한다고 판단하여 제1심 공동피고를 고소한 사실, 그 후 제1심 공동피고는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되어 1999. 6. 11. 제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2000. 12. 13. 항소심에서 제1심의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어 원고 운영의 신문사 지사의 공금 합계 23,541,985엔(¥)을 횡령한 죄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2001. 3. 23.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위 형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이 사건 약정이 이루어진 경위와 전후 사정,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내용과 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고 원고가 제1심 공동피고에 대하여 고소를 하지 않게 함으로써 제1심 공동피고의 형사처벌을 면하게 하거나 최소한 이 사건 약정에 기한 횡령금의 일부 변제로써 제1심 공동피고의 형사처벌을 감경시키는 것이 이 사건 약정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원고로서도 자력이 없는 제1심 공동피고 대신 오빠인 피고로부터라도 자신의 손해를 일부나마 변제받고 제1심 공동피고에 대하여 선처해 주기로 한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이 사건 약정은 원고의 제1심 공동피고에 대한 선처(형사처벌의 면제 혹은 감경)를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데, 원고는 피고가 약속한 위 변제기일 전인 1995. 3. 2. 제1심 공동피고를 고소함으로써 결국 제1심 공동피고는 업무상횡령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고, 을 제3, 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에 따라 피고가 작성한 각서(갑 제2호증)는 오히려 항소심에서 제1심 공동피고의 업무상횡령죄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되었고, 달리 제1심 공동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의하여 그 처벌이 감경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약정상의 변제기일 이전에 제1심 공동피고를 고소하여 이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가 형사처벌을 면제 혹은 감경받지 못하고 처벌받은 이상 제1심 공동피고의 선처를 조건으로 한 이 사건 약정상의 피고의 위 7,000만 원의 지급의무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당해 법률행위를 구성하는 의사표시의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의사표시의 일반원칙에 따라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 즉 조건의사와 그 표시가 필요하며, 조건의사가 있더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시되지 않으면 법률행위의 동기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만으로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1995. 2. 25. 원고에게 작성하여 준 각서(갑 제2호증)에는 "본인의 여동생 제1심 공동피고의 횡령한 금액(¥15,206,618)을 동생 1,000만 원과 본인의 예금액 1,400만 원과 퇴직금 5,600만 원으로 변제하고 선처를 받기로 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위 돈을 나누어 지급할 각 기한과 공증에 관한 사항 및 위 공증이 끝날 때까지 제1심 공동피고의 여권을 고소인(원고)에게 보관시킨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인 사실, 위 각서가 작성될 당시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의 횡령 액수가 일단 15,206,618엔(¥) 정도인 것으로 알고 제1심 공동피고를 경찰서에 사실상 고소한 상태로서 추가 횡령 액수를 밝히려 하면서도 피고측에서 이 사건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면 정식 고소장의 제출까지는 하지 않으려는 입장이었고, 제1심 공동피고와 그녀의 오빠인 피고도 원고 주장의 횡령사실을 인정하고 위 각서를 작성해 주면서 제1심 공동피고의 여권을 원고에게 맡겼던 사실, 그러나 피고는 그 직후 제1심 공동피고와 함께 집에 돌아와 제1심 공동피고로부터 원고의 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는 변명을 듣고는 이를 그대로 믿은 나머지, 제1심 공동피고에게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것은 잘못이니 탄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겠다."라고 말하면서 제1심 공동피고가 경찰서에서 제대로 말하지 못한 점을 질책하였던 사실, 이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는 피고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약정을 이행할 생각이 전혀 없고 또 오빠인 피고에게 거짓말까지 한 상태에서, 남편이 거주하는 일본으로 도피할 목적으로 원고에게 보관시킨 여권의 분실신고를 곧바로 한 다음 재발급 절차를 밟았고, 이러한 사정을 우연히 알게 된 원고는 1995. 3. 2. 고소장을 제출하여 제1심 공동피고를 정식으로 고소한 다음, 1995. 3. 6. 재발급여권을 찾으러 외무부 여권과에 온 제1심 공동피고를 경찰서에 넘긴 사실, 그 후 제1심 공동피고는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되었지만 그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횡령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였고, 피고도 증인으로 나와 위 각서가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1심 공동피고측에서는 원고를 사기, 폭력행위,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하였던 사실, 그러나 원고는 1997. 4. 30.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제1심 공동피고는 결국 합계 23,541,985엔(¥)을 업무상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이 증명되어 2001. 3. 23.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이 사건 약정은, 피고가 박희경의 오빠로서 박희경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채무 중 일부를 대신 변제한다는 취지이고, 그러한 약정을 하는 피고의 내심에는 박희경가 처벌받지 않기를 바라는 동기 이외에 박희경가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이 사건 약정 자체가 무효라는 조건의사까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 원심의 판단과 같은 조건부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앞서 본 각서의 기재 내용과 그 작성 당시의 상황 및 상대방인 원고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정 자체의 효력이 원고의 정식 고소나 박희경의 처벌이라는 사실의 발생만으로 당연히 소멸된다는 의미의 조건이 쌍방의 합의에 따라 이 사건 약정에 붙어 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 각서 중 "변제하고 선처를 받기로 한다."라는 문구는 피고와 박희경가 이 사건 약정을 예정대로 이행하면 박희경가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원고가 협조한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의 선처를 위하여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할 사실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사건 약정이 정상적으로 이행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피고나 제1심 공동피고는 이 사건 약정을 이행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피해의 일부나마 배상하기는 커녕 이 사건 약정 직후 일방적으로 그 효력을 부정하고, 나아가 횡령 범행 자체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피해자인 원고를 고소하기까지 하였으므로, 그 결과 제1심 공동피고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제1심 공동피고를 정식으로 고소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의 효력에 무슨 변동이 생길 수도 없는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약정이 조건부 법률행위라고 단정하고 그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이 사건 약정의 해석을 그르치고 조건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