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다2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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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다22912, 판결] 【판시사항】 [1]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손해경감조치의무를 불이행하여 손해가 확대된 경우,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그 손해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의무불이행의 점을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피해자가 손해경감조치의무의 이행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였으나 그것이 시기에 늦었다 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기준 [3] 전기공급중단에 의한 영업방해행위에 대하여 단전조치가 있은 지 3개월만에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정도로 시기에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4] 불법행위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판결요지】 [1] 신의칙 또는 손해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는 그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감경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으며 피해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손해경감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이 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민법 제763조, 제396조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의무불이행의 점을 참작할 수 있고, 한편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경감하는데 적절한 법적 조치가 존재하는 경우 이는 손해경감조치에 해당될 수 있고, 피해자가 그 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든가, 그 결과가 불확실하다거나, 판단을 받기까지 현저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손해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의무불이행의 점을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다. [2] 피해자의 손해경감을 위한 법적 조치가 시기에 늦었다 하여 이를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적 조치의 종류와 성질, 사전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사전의 다른 조치의 이행 여부, 피해자의 법률적 지식 등을 감안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전기공급중단에 의한 영업방해행위에 대하여 단전조치가 있은 지 3개월만에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정도로 시기에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4]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그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96조, 제763조 [2] 민법 제396조, 제763조 [3] 민법 제396조, 제763조 [4] 민법 제75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9. 25. 선고 91다45929 판결(공1992, 2987),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다10714 판결(공1999하, 1508) /[4]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8334 판결(공1992, 2003),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1574 판결(공1997상, 58),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다36159 판결(공1997상, 751),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다38971 판결(공1998하, 2054)


【전문】 【원고,상고인】 【피고,피상고인】 【피고보조참가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03. 4. 3. 선고 2002나257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재산상 손해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손해배상액 제한에 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1993. 6. 1.부터 ○○○○시장 내 1층 110호 16.4㎡(이하 '이 사건 점포'라 한다)를 구분소유하면서 좌판 형태로 수산물 소매업에 종사하여 왔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시장상인들로 구성된 법인으로서 위 시장의 개설자이며, 피고는 1999. 4. 7. 참가인의 대표자인 조합장에 취임한 사실, 원고는 1998. 3. 24. 참가인의 전(前)조합장인 소외 1의 허락을 받아 이 사건 점포에 높이 90㎝의 '이 사건 냉장고'를 설치하였는데, 소외 1은 1998. 4. 24. 소외 2 등 시장상인 25명을 소집하여 개최한 회의에서 그 날 이후 설치하는 냉장고의 높이를 70㎝로 제한하기로 의결하고, 1998. 5. 1. 및 1998. 5. 26. 2번에 걸쳐 원고에게 이 사건 냉장고의 높이를 70㎝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보냈으나, 원고는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는 참가인의 조합장에 취임한 직후인 1999. 5. 3. 및 1999. 5. 20. 2번에 걸쳐 재차 원고에게 같은 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불응하자, 1999. 6. 1. 10:00경 조합원 총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이 사건 점포 및 바로 인접한 소외 3 소유의 점포에 대한 전기공급을 중단한 사실, 원고와 소외 3 이외에 1998. 4. 24.자 회의에 참가하였던 소외 2, 소외 4, 소외 5 등도 높이 70㎝ 이상의 냉장고를 설치하여 영업하고 있었음에도 피고는 그들에 대하여는 전기공급 중단조치를 취하거나 냉장고 높이를 조정하라는 요구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냉장고는 위 회의에서 의결한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소외 2 등 높이 70㎝ 이상의 냉장고를 설치하여 영업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원고에 대해서 전기공급을 중단한 행위는 원고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1999. 8. 23.경 참가인을 상대로 전기공급을 중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원심법원 99카합330호)을 제기하였고, 원심법원의 1999. 10. 7.자 '참가인은 이 사건 점포에서 원고가 영업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기를 차단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가처분결정에 따라 1999. 10. 20.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전기공급이 재개된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로서도 피고의 불법적인 전기공급 중단행위가 있었으면 빠른 시일 내에 가처분신청과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공급이 중단된 지 약 3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참가인에 대하여 영업방해를 배제하기 위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의 이러한 잘못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확대에 기여하였다 하여 이를 30%로 평가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신의칙 또는 손해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는 그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감경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으며 피해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손해경감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이 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민법 제763조, 제396조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의무불이행의 점을 참작할 수 있다 (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다10714 판결 참조). 한편,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경감하는데 적절한 법적 조치가 존재하는 경우 이는 손해경감조치에 해당될 수 있고, 피해자가 그 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든가, 그 결과가 불확실하다거나, 판단을 받기까지 현저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손해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의무불이행의 점을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을 위법한 전기공급 중단조치에 대한 손해경감조치의무로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나, 피해자의 그러한 법적 조치가 시기에 늦었다 하여 이를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적 조치의 종류와 성질, 사전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사전의 다른 조치의 이행 여부, 피해자의 법률적 지식 등을 감안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1999. 6. 1. 전기공급이 중단되자 원고는 피고 및 참가인에게 항의를 하고, 같은 해 6. 8. 전기공급 중단으로 인하여 영업을 방해받았다면서 경찰서에 피고를 고소하여 조사가 진행되었으나 전기공급이 재개되지 아니하자 단전조치가 있은 지 2개월 23일 만인 1999. 8. 23. 참가인을 상대로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고, 원심법원의 1999. 10. 7.자 가처분결정에 따라 1999. 10. 20.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전기공급이 재개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은 시장에서 생선판매업에 종사하는 원고에게는 익숙하지 아니한 법적 조치라 할 것이고, 전기공급이 중단되자 원고는 피고와 참가인을 찾아가 항의를 하고 단전으로 인한 영업방해를 제거할 의도로 경찰서에 피고를 고소하는 등 나름대로 사전의 조치를 취하였으나 그것이 효과가 없자 2개월 23일만인 1999. 8. 23. 원심법원에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게 된 점에 비추어 보면, 단전금지등가처분신청의 제기가 원고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여야 할 정도로 시기에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가처분신청이 시기에 늦었다고 하여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한 원심은 손해경감조치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실인정을 그르치고 손해경감조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그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1574 판결, 1997. 2. 14. 선고 96다36159 판결, 1998. 7. 10. 선고 96다3897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전기공급의 중단으로 인하여 원고에 대한 명예나 신용의 훼손이 있었다거나 달리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하여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자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재산상손해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조무제 유지담(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