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다37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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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금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37891, 판결] 【판시사항】 확정된 벌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국가가 사인의 국가에 대한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상계는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같은 종류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가지고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였을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형벌의 일종인 벌금도 일정 금액으로 표시된 추상적 경제가치를 급부목적으로 하는 채권인 점에서는 다른 금전채권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고, 다만 발생의 법적 근거가 공법관계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나 채권 발생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급부의 동종성을 결정하는 데 영향이 없으며, 벌금형이 확정된 이상 벌금채권의 변제기는 도래한 것이므로 달리 이를 금하는 특별한 법률상 근거가 없는 이상 벌금채권은 적어도 상계의 자동채권이 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492조


【전문】 【원고,피상고인】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6. 27. 선고 2003나559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는 1995. 11. 30. 서울지방법원에서 원고의 피용인인 소외인이 1994. 8. 4. 호주산 금괴 28개를 다른 화물 안에 숨겨 수입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등 내용의 관세법위반죄 및 조세범처벌법위반죄로 벌금 28억 원 및 금괴(그 후 금괴가 아니라 금화로 밝혀졌다) 1kg짜리 28개의 몰수형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1996. 9. 23. 확정되고, 그 결과 압수된 위 금화 28개가 1998. 1. 16. 대금 352,081,081원에 공매 처분된 사실, 원고가 위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여 2000. 3. 26. 일부 무죄, 일부 면소, 벌금 8억 7,100만 원(몰수형은 선고되지 아니하였다.)의 제1심 재심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검사가 항소하여 위 벌금형만 합계 11억 1,700만 원으로 변경되었으며, 다시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2002. 7. 12.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받아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 등 판시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법률상 아무런 원인 없이 위 금화 28개를 공매한 가액 352,081,081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원고에게 위 352,081,081원 및 그에 대한 위 재심판결 확정 익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항변, 즉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1억 1,700만 원의 벌금채권이 있으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위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항변에 대하여는, 벌금형은 비록 이를 집행할 때에 민사집행법의 규정이 준용되고 검사의 집행명령에 집행력 있는 집행 권원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고는 있으나, 그 집행절차상 일반 민사채권의 집행과는 달리 여러 가지 특수성(납부명령 및 독촉, 소재수사 및 출국금지 조치, 징수명령 등)이 인정됨은 물론, 자연인에 대하여 부과된 벌금에 관하여는 노역장 유치에 의한 집행도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본질은 형벌의 일종으로서 민사소송절차에 의하여 권리보호를 받는 민사법상의 채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가. 상계는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같은 종류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가지고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였을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형벌의 일종인 벌금도 일정 금액으로 표시된 추상적 경제가치를 급부목적으로 하는 채권인 점에서는 다른 금전채권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고, 다만 발생의 법적 근거가 공법관계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나 채권 발생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급부의 동종성을 결정하는 데 영향이 없으며, 벌금형이 확정된 이상 벌금채권의 변제기는 도래한 것이므로 달리 이를 금하는 특별한 법률상 근거가 없는 이상 벌금채권은 적어도 상계의 자동채권이 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 벌금형에는 일반 민사채권과는 달리 납부명령 및 독촉, 소재수사 및 출국금지 조치, 징수명령 등의 집행절차상 제도들이 갖추어져 있고, 특히 자연인에 대하여 부과된 벌금에 관하여는 노역장 유치에 의한 집행도 가능하나, 위와 같은 제도들은 어느 것이나 확정된 벌금의 징수를 용이하게 하자는 데 그 근본 취지가 있는 것이어서 그러한 제도들의 존재가 벌금채권의 실현을 더욱 확실히 담보하는 상계의 가능성을 배제할 근거로 된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 한다면 소재수사, 출국금지, 노역장 유치 등의 강제적 수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되어 오히려 부당하며, 더구나 이 사건과 같이 벌금 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노역장 유치 등의 방법은 통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은 어느 것이나 벌금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부인할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또한, 벌금형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만을 허용하는 것이 국가를 다른 채권자보다 합리적 이유 없이 우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소송수행자가 제1심 계속 당시인 2002. 11. 22. 원고에 대한 벌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역시 피고 소송수행자인 검사가 원심 변론기일에서 진술된 항소이유서를 통하여 위 상계의 효력을 재차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의 상계 항변을 배척하여 버리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국가의 벌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음이 명백하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