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다8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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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금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판시사항】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으로 되기 위하여 채권자의 악의·중과실이 필요한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하고, 한편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741조


【전문】 【원고,상고인】 대한석탄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성흠)

【피고,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1. 8. 선고 2002나16455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하고, 한편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과실만 있으면 채권자의 변제수령으로 인한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피고 1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포함)에 의하면, 소외 1은 판시와 같이 횡령한 돈 5,620만 원을 원고로부터 퇴직금 중간정산금으로 받은 것이라면서 그 보관을 부탁하며 처인 피고 1의 예금계좌로 송금하였으나, 피고 1이 송금 받은 그 날 남편인 소외 1에게 처분 용도를 문의하여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2회에 걸쳐 5,600만 원은 소외 1의 예금계좌로 송금하고, 그 이후 나머지 20만 원은 소외 1에게 교부한 사실을 확정하였으면서도, 부당이득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소외 1이 채무변제조로 위 돈을 송금하였음을 전제로 피고 1이 이를 송금 받음에 있어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소외 1이 횡령한 돈 5,620만 원이 처인 피고 1의 예금계좌로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 1이 위 돈 상당을 이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피고 1이 위 돈을 영득할 의사로 송금 받았다거나 소외 1로부터 이를 증여받는 등으로 위 돈에 관한 처분권을 취득하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피고 1이 남편인 소외 1로부터 퇴직금 중간정산금이라며 그 보관을 의뢰 받고 자신의 계좌로 위 돈을 송금 받았다가 송금 받은 그 날 소외 1에게 처분 용도를 물어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송금된 돈의 대부분을 곧바로 소외 1에게 송금하고 나머지 돈도 그 무렵 소외 1에게 교부하여 주었다는 것인바, 이와 같은 송금 및 반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 1이 위 돈을 자신의 구좌로 송금받았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이익의 귀속자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국, 피고 1의 경우 위 돈을 송금받음에 있어 고의·중과실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이를 판단할 필요 없이 부당이득이 성립되지 아니하므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손미선은 소외 1의 누나, 피고 공문성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서 절친한 친구, 피고 이흥문은 원고의 주거래 금융기관인 농협 여의도지점의 과장으로서 모두 원고에게 거액의 돈을 차용하여 준 자들로서 소외 1이 원고의 출납담당 과장으로서 각종 자금의 출납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소외 1은 주식투자의 실패 등으로 2000. 4.경부터 이미 7차례에 걸쳐 원고의 공금을 횡령하여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송금 이전에 횡령한 금액이 7억 원에 이르고 있었던 사실, 피고들에 대한 각 돈의 송금의뢰인이 소외 1 개인 명의가 아닌 대한석탄공사로 되어 있었고, 송금받는 사람도 피고들 명의가 아닌 상호명이 기재되어 있었는데도 피고들은 이에 대한 별다른 확인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소외 1은 주식투자 실패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있었음에도 부족한 금원을 원고의 공금을 몰래 횡령하는 방법으로 보충하면서 송금 당시를 비롯하여 그 전후로 피고들에게 어려운 경제사정을 계속 숨겨왔고, 피고들은 소외 1로부터 송금받은 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여 달라며 다시 소외 1에게 맡긴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소외 1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만으로 소외 1이 원고의 금원을 횡령한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송금의뢰인 및 송금 받는 자의 명의가 소외 1 및 피고들의 실명이 아니라는 점을 가볍게 생각하고 이를 확인하여 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고들이 위 금원을 송금 받아 취득한 것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중과실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조무제 유지담(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