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도2252
사기·공갈·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절도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2252, 판결] 【판시사항】 [1]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절취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기의 공소사실과 신용카드 절취 여부와 무관하게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사기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검사 주장의 범죄사실은 그 범죄행위의 내용 내지 태양에서 서로 달라 이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어, 공소장 변경 없이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3] 타인의 명의를 빌려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통장과 도장은 명의인에게 보관시키고 자신은 위 계좌의 현금인출카드를 소지한 채, 명의인을 기망하여 위 예금계좌로 돈을 송금하게 한 경우, 사기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 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2] 절취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기의 공소사실과 신용카드 절취 여부와 무관하게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사기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검사 주장의 범죄사실은 그 범죄행위의 내용 내지 태양에서 서로 달라 이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어, 공소장 변경 없이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3] 타인의 명의를 빌려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통장과 도장은 명의인에게 보관시키고 자신은 위 계좌의 현금인출카드를 소지한 채, 명의인을 기망하여 위 예금계좌로 돈을 송금하게 한 경우, 자신은 통장의 현금인출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언제든지 카드를 이용하여 차명계좌 통장으로부터 금원을 인출할 수 있었고, 명의인을 기망하여 위 통장으로 돈을 송금받은 이상, 이로써 송금받은 돈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게 되어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고, 이후 편취금을 인출하지 않고 있던 중 명의인이 이를 인출하여 갔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성립 후의 사정일 뿐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54조 ,
제298조
[2]
형사소송법 제254조 ,
제298조
[3]
형법 제34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공1999상, 927),
대법원 1999. 11. 9. 선고 99도2530 판결(공1999하, 2545),
대법원 2000. 7. 28. 선고 98도4558 판결(공2000하, 1958),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5358 판결(공2001상, 693),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도970 판결(공2002상, 935),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공2002하, 2004),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1060 판결(공2003하, 1573)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정헌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3. 4. 15. 선고 2002노1241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절도, 절취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검사는, 절취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위 신용카드를 절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위 신용카드 사용 당시 신용카드 가맹점의 담당직원들에게 피고인이 틀림없이 카드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행세하거나 또는 함께 카드를 사용한 위 신용카드의 소유자인 피해자가 카드대금을 지급할 것인 양 행세하여 위 직원들을 기망하였으므로, 신용카드 절취 여부와 무관하게 피고인에 대하여 위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사기를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 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 등 참조), 절취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기의 이 사건 공소사실과 검사 주장의 위 범죄사실은 그 범죄행위의 내용 내지 태양에서 서로 달라 이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어, 공소장 변경 없이 검사 주장과 같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범죄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도 없이 위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5,200만 원 사기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시 사기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사기의 범죄사실 중 피고인이 2002. 3. 7. 피해자로부터 차명계좌 통장으로 1,500만 원을 송금받은 점에 관하여, 피해자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도장과 위 차명계좌 통장을 이용하여 2002. 3. 12. 위 송금된 금원을 인출하였다고 보여지나, 피고인은 위 통장의 현금인출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언제든지 위 카드를 이용하여 위 차명계좌 통장으로부터 금원을 인출할 수 있었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통장으로 1,500만 원을 송금받은 이상, 이로써 피고인은 송금받은 1,500만 원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게 되어 피고인의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고, 이후 피고인이 위 편취금을 인출하지 않고 있던 중 피해자가 이를 인출하여 갔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성립 후의 사정일 뿐 피고인의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에 사기죄의 기수 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그 이유가 없다.
나. 공갈의 점에 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2. 3. 12.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725-5 소재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미리 소지하고 있던 맥가이버칼을 들이대면서 "코스닥에 투자를 해야겠으니 돈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아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면서 이에 불응하면 피해자 및 그녀 아들의 신체 등에 어떠한 위해를 가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1,500만 원을, 그 다음날 1,000만 원을 각 피고인 소유의 차명계좌인 피해자 명의의 예금통장으로 송금받고, 같은 해 3. 19.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르네상스 호텔 커피숍에서 1,000만 원을, 같은 해 3. 22. 같은 장소에서 4,000만 원을 각 교부받아 합계 7,500만 원을 갈취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2002. 2.경 우연히 알게 된 피고인이 자신은 앞으로 연예기획사를 설립할 예정이고 외화 1조 2천억 원을 유치하여 놓았는데, 현재 체류증이 없어 그 돈을 사용할 수가 없으니 돈을 빌려주면 틀림없이 갚겠다고 거짓말하는 것에 속아 피고인에게 금원을 편취당하여 오다 피고인을 의심하게 되어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지하자,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7,500만 원을 갈취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해자의 금원 송금 등이 피고인의 협박에 의한 것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2002. 3. 7. 1,500만 원을, 2002. 3. 12.경 1,500만 원을 위 차명계좌로 송금하였는데(피해자는 그 중 2002. 3. 12. 송금한 1,500만 원은 피고인의 협박에 의하여 갈취당한 금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 1,500만 원의 송금일과 같은 날인 3. 12. 위 차명계좌에서 3,000만 원이 인출되었고, 원심의 판단에 의하면 위 3,000만 원의 인출은 위 차명계좌의 통장과 도장을 소지하고 있던 피해자가 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인바(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금원 인출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협박에 외포당하여 2002. 3. 12. 1,500만 원을 차명계좌로 송금하였다면, 피해자가 송금 후 단시간 내에 그 외포상태에서 벗어날만한 사정이 없는 한 그가 갈취당한 위 금원을 같은 날 다시 인출한다는 것 자체가 경험칙에 비추어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하여 피해자는 갈취당하였다는 위 1,500만 원을 다시 인출하여 간 사정에 관하여 소명을 하는 대신, 자신은 위 금원을 인출한 바가 없고 위 금원 인출이 피고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그 다음날인 3. 13.과 3. 19. 및 3. 22.에도 자신은 계속하여 피고인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금원을 갈취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위 금원 인출이 피고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피해자가 위 금원을 인출하여 간 것이라면, 이와 같은 사정은 위 2002. 3. 12.자 금원 송금이 피고인의 협박에 외포당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서로 양립하기 힘든 것이라 할 것이어서, 위 금원 갈취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을 섣불리 믿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나머지 갈취의 점에 관한 피해자의 주장 또한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제1심법원이 채용한 증거들 중 신빙성이 없어 보이는 피해자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공갈의 점에 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나머지 사기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