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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도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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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환거래법위반·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판시사항】 [1]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인 이른바 통치행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북한측에 사업권의 대가 명목으로 송금한 행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16조에 의한 협력사업자 승인 없이 남북협력사업을 시행한 경우, 같은 법 제27조 제1항 제3호, 제17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의 요건 [5]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이루어진 대북송금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6]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건과 그 입증방법 [7] 금융기관의 직원이 대출을 함에 있어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고의 성립 여부(적극) [8]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중인 기업에 대하여 대규모 여신지원을 한 금융기관이 국책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은행 관련자들에게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를 정당하다고 한 사례 [9]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및 재산상 손해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경제적 관점)

【판결요지】 [1]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떠한 국가행위나 국가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하는 것이고, 다만 국가행위 중에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것이 있고, 그러한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정치의 합목적성이나 정당성을 도외시한 채 합법성의 심사를 감행함으로써 정책결정이 좌우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되어 그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당할 위험성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하여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하여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으나, 이와 같이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여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하여야 하며, 그 판단은 오로지 사법부만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2]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당부를 심판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 적절하지 못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통일부장관의 협력사업 승인을 얻지 아니한 채 북한측에 사업권의 대가 명목으로 송금한 행위 자체는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와 법 앞에 평등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16조, 제17조 문언내용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때 협력사업 승인의 전단계인 협력사업자 승인조차 받지 않고 바로 협력사업을 시행한 자도 위 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처벌가능하다.

[4]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나 정당방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야 하고, 또 행위의 적법 여부는 국가질서를 벗어나서 이를 가릴 수 없는 것이므로,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고,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보호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5]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이루어진 대북송금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6]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바, 피고인이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7]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대출을 함에 있어 대출채권의 회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출을 해 주었다면 업무위배행위로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금융기관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8]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중인 기업에 대하여 대규모 여신지원을 한 금융기관이 국책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은행 관련자들에게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를 정당하다고 한 사례. [9]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담보를 취득하였거나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헌법 제101조

[2]

헌법 제101조

[3]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16조 제1항 ,

제17조 제1항 ,

제27조 제1항 제3호

[4]

형법 제20조 ,

제21조

[5]

형법 제20조

[6]

형법 제356조

[7]

형법 제356조

[8]

형법 제356조

[9]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4]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공1986, 3159),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도1809 판결(공1987, 324),


대법원 1991. 9. 10. 선고 91다19913 판결(공1991, 2524),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도1520 판결(공1992, 3052),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도2899 판결(공1994하, 1555),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도2118 판결(공1997하, 3914),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공1999상, 405),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도4273 판결(공2000상, 997),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공2000상, 1345),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공2001상, 813),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공2003상, 555),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공2003하, 2132) /[6][7][9]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공2003상, 851) /[6][9]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공2001상, 320) /[6]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864 판결(공1999하, 1688),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도334 판결(공2000상, 1217) /[7]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공2000상, 1011),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4947 판결(공2002하, 2127) /[9]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도2963 판결(공1992, 2062),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공1999하, 1546)


【전문】 【피고인】 김윤규 외 3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이종왕 외 9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11. 28. 선고 2003노2634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김윤규, 임동원의 각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떠한 국가행위나 국가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하는 것이다. 다만, 국가행위 중에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것이 있고, 그러한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정치의 합목적성이나 정당성을 도외시한 채 합법성의 심사를 감행함으로써 정책결정이 좌우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되어 그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당할 위험성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하여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하여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여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하여야 하며, 그 판단은 오로지 사법부만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김윤규, 임동원은 1심 공동피고인 최규백, 정몽헌, 박지원 등과 공모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권한 위탁에 따라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2000. 6. 9.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 지출관 공소외 1 등의 도움을 받아 현대상선 주식회사(이하 '현대상선'이라 한다)가 박지원, 이기호의 도움으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2,240억 원을 미화 2억 달러로 환전하여 현대아산 주식회사(이하 '현대아산'이라 한다)의 북한 통천지역 경공업지구 조성부지 사용권 등 7대 경제협력사업의 대가 명목으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이하 '아태위원회'라 한다)가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하여 이를 지급하고, 피고인 김윤규는 정몽헌, 이익치, 김재수(현대건설 관리본부장) 등과 공모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권한 위탁에 따라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2000. 6. 9.경 위 협력사업의 대가 명목으로 1억 5,000만 달러를 현대건설 런던지사와 싱가포르 지점을 통하여 아태위원회가 지정한 계좌들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지급하고, 피고인 김윤규, 임동원은 정몽헌, 박지원, 이익치 등과 공모하여, 남북한의 법인·단체가 공동으로 협력사업을 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매 사업마다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장관의 협력사업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2000. 5. 3. 09:00경 중국 베이징에서 현대아산이 북한의 아태위원회와 잠정합의안을 체결하고, 그 대가 명목으로 2000. 6. 9.경부터 2000. 6. 12.경까지 사이에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계좌로 합계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하여 협력사업을 시행하였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그리고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위 피고인들의 대북송금행위 및 이에 수반된 각 행위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시급한 필요에서 비롯된 이른바 통치행위로서 사법부에 의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당부를 심판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 적절하지 못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통일부장관의 협력사업 승인을 얻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북한측에 사업권의 대가 명목으로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한 행위 자체는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와 법 앞에 평등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이른바 헌법상 통치행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김윤규, 임동원의 이 부분 상고는 이유 없다.

2. 피고인 김윤규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또한 위 피고인들의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위 법의 전체 내용과 위 법 제16조, 제17조 문언내용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때 협력사업 승인의 전단계인 협력사업자 승인조차 받지 않고 바로 협력사업을 시행한 자도 위 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처벌가능하다 고 판단한 1심의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바,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김윤규의 이 부분 상고도 이유 없다.

3. 피고인 임동원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나 정당방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야 하고, 또 행위의 적법 여부는 국가질서를 벗어나서 이를 가릴 수 없는 것이므로,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고,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보호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1987. 1. 20. 선고 86도1809 판결, 1991. 9. 10. 선고 91다19913 판결, 1992. 9. 25. 선고 92도152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대북송금의 경우 대북송금의 절차나 송금할 돈을 마련하는 방법에 있어 절차법적 정당성이나 상당성을 잃고 있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반드시 대북 현금송금이 전제되어야 할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국민적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비밀송금을 한 결과 국론이 분열되고 현재까지 계속하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다소 진통이 있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친 후에 실정법 범위 내에서 대북송금을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정치적 선택의 한 방법일 수 있어 그 긴급성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우며, 협상의 과정을 통해서 현금송금 외에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여러 협상의 여지가 있고, 현대가 사업권의 대가로 돈을 송금함에 있어서 투명한 방법으로 송금할 여지가 없지 않았으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대북송금보다 더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실상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통령 일행의 방북과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회담대표단·선발대의 방북시에도 모두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고 북한 주민 등 접촉승인절차를 거친 것과 비교해 볼 때 수단이나 방법의 보충성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 임동원의 행위가 형법에서 정하는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사실오인 혹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임동원의 이 부분 상고도 이유 없다.

4. 피고인 임동원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피고인 임동원의 행위에 위법성의 인식이나 기대가능성, 혹은 가벌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사유로 모두 배척하였는바,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임동원의 이 부분 상고도 이유 없다.

5. 피고인 임동원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임동원과 박지원 등이 우리 정부측에서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도 현대에서 부담하는 대신 현대가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여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로 하였고, 피고인 김윤규가 정몽헌, 이익치의 지시로 김보현을 통해 국가정보원에 2억 달러에 대한 환전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그 후 김충식, 피고인 김윤규가 2억 달러의 송금 편의도 제공해 줄 것을 제의하여 피고인 임동원이 그에 대한 보고를 받고 환전 및 송금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지시하였고, 최규백이 외환은행장에게 협조를 구해서 공소외 2, 공소외 3가 실무적으로 대북송금을 도와 주었으며, 피고인 임동원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에서 1억 달러, 현대에서 대북사업권의 대가로 3억 5,000만 달러 및 현물 5,000만 달러를 북한측에 송금하거나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국가정보원장으로서 박지원 등과 협의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장악해 왔으며, 현대로서는 남북정상회담 전에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한다는 사실을 그와 관련하여 각종 도움을 요청할 피고인 임동원이나 박지원에게 비밀로 할 필요가 없었고, 피고인 임동원 자신도 현대가 대북사업과 관련하여 북한에 5억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박지원과 함께 피고인 이기호에게 현대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고인 김윤규는 2000. 5. 3.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측과 잠정합의를 한 후 귀국해서 1주일 정도 사이에 북한측과의 합의사실과 사업대가로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하기로 하였다는 사실을 국가정보원에 보고하였고, 국가정보원 국장에게는 남북정상회담 전에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한다고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임동원은 국가정보원 직원 외에 다른 공범자들과도 공모공동정범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사실오인 혹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임동원의 이 부분 상고도 이유 없다.

6.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바, 피고인이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인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864 판결, 2000. 4. 11. 선고 99도334 판결,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등 참조),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대출을 함에 있어 대출채권의 회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출을 해 주었다면 업무위배행위로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금융기관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와 판시와 같은 이 사건 제반 정황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일시당좌대월은 9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자금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체로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일시적인 자금부족의 원인과 규모, 자금의 구체적 사용용도, 단기채무상환능력 등을 검토·조사하여 만기일에 차입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일시당좌대월로 여신승인을 하여야 하고, 동일한 개인·법인 및 그와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자(이하 '동일차주'라 한다)에 대하여 한국산업은행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하여 여신승인을 하기 위해서는 신용관리부의 한도확인을 받아야 하며, 한국산업은행에서는 이미 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하여 대출이 이루어진 현대그룹 계열기업에 대하여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신용공여 감축계획'을 수립하여 금융감독원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이고, 2004. 12. 31.까지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비율을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해소하여야 하기 때문에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여 여신승인을 하지 말아야 하고, 당시 일시당좌대월을 받을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대외신용도가 상당히 하락한 상태이고 금강산 관광사업의 여파로 제2금융권에서 채권을 집중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하는 등 자금상황이 상당히 악화되어 있어(더구나 2000. 5. 18.자 1,000억 원 일시당좌대월의 만기가 2000. 6. 29.이었다) 만기에 이를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적었으며, 나아가 그 이후에도 제대로 이를 상환할 가능성이 적었으므로, 피고인 등으로서는 그와 같이 거액의 일시당좌대월에 의한 여신승인을 하지 말거나 그 밖에 담보취득 등의 조치를 취하여 한국산업은행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임무에 위배하여, 이기호 등과 공모하여, 이기호는 2000. 6. 2.경 피고인 박상배에게 전화하여,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2000. 6. 3. 이용근(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이근영과 조찬회동을 하면서 이근영에게 대북사업을 추진중인 현대그룹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거론하고 현대그룹이 부도가 나면 햇볕정책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대 건에 대하여 국책은행으로서 지원해 달라. 이번 주 내로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다시 2000. 6. 5. 10:00경 이근영에게 전화하여 "현대상선 대표이사 김충식이 오늘 찾아갈 것이니 대출을 서둘러 달라."고 지시하여, 같은 날 피고인 박상배는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 원의 여신지원을 반대하는 현대계열II팀장인 공소외 4에게 긴급히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지원을 하도록 지시하고, 공소외 4 등은 현대상선으로부터 부채현황표를 제출받지 못하여 현대상선이 실제로 일시적인 자금부족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못하였고 차입자금을 차입용도대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 등도 검토·확인하지 못하였으며, 더구나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금수급계획서에 근거하여 단기지급능력분석의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면서 실제로는 만기일인 2000. 6. 30.에 4,000억 원을 변제할 경우 3,406억 원의 현금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만기시에 여유자금이 594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여 신용관리부의 한도확인조차 받지 않고 피고인 박상배에게 결재를 올리자, 피고인 박상배는 본인 전결로 2000. 6. 7. 추가담보제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인데도 담보제공요구조차 하지 아니한 채 무담보로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4,000억 원에 관하여 현대상선과 일시당좌대월약정을 체결하고, 그 약정에 따라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1,000억 원, 구로지점에서 1,000억 원, 여의도지점에서 2,000억 원을 각 인출하여 주어 한국산업은행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현대상선에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과, 피고인들은 이기호와 공모하여, 2000. 6. 21.경 현대건설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출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당시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인한 주가 폭락, 부도설 등으로 2000년 하반기에 도래하는 회사채 7,053억 원에 대한 차환발행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금융기관들이 기존대출금을 회수하고 신규대출을 해 주지 않아 자금경색이 계속되어, 이자 액수만도 연간 6,000억 원 정도로서 연간 영업이익의 2배 가량에 이르는 등 극히 악화된 재무구조 상태하에 있었고, 대북경제협력사업과 관련하여 1억 5,0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직후이어서 대출을 받더라도 상환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였으며, 한국산업은행 규정상 시설자금이 융자되지 아니한 업체에는 운영자금 대출이 불가능하여 건설회사에 대한 대출은 한국산업은행에서 시행한 바가 없음에도, 현대건설의 자금상황, 부채현황, 회사채 인수대금의 사용처, 회사채의 변제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적정한 담보를 제공받은 후 사모사채를 인수하여 주어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인 이기호는 2000. 6. 20.경 박상배에게 전화하여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이 정말 불가능하냐? 방법을 검토해 달라."고 지시하고, 사모사채 인수의 방법으로 사실상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그 무렵 피고인 이근영에게 전화하여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니 여신지원이 꼭 이루어지도록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피고인 이근영은 2000. 6. 26. 피고인 박상배에게 현대건설에 대해 여신지원을 하도록 지시하고, 피고인 박상배는 사모사채 인수를 반대하는 공소외 4에게 사모사채 인수를 지시하여, 공소외 4 등이 현대건설의 회사채 변제능력 등에 대하여 별다른 검토를 하지 아니한 채 현대건설의 변제능력에 대하여 사실과 달리 희망적으로 기재한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한 후 형식적으로 신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무담보로(당시 현대건설은 신용평가등급이 BB로서, 담보제공 없이는 여신지원이 불가능한 회사였다)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채 실질적으로 양도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기간 내 변제가능성이 매우 적은 현대건설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500억 원을 대출하여 주어 한국산업은행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현대건설에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국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제반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어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배임죄의 성립요건에 대한 법리오해 혹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의 이 부분 상고는 모두 이유 없다.

나.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담보를 취득하였거나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각 대출금이 모두 변제되었으므로 한국산업은행에 손해가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실제로 만기에 위 여신지원된 돈이 상환된 것이 아니라 만기 연장을 거듭하다가 김충식의 일부 채무 변제거부와 피고인 이근영 등의 회유, 핵심사업인 자동차운반선 매각조치 등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비로소 상환되거나 일부 채무가 출자전환되는 방식으로 겨우 채무가 변제된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서, 피고인 이근영이 현대상선에 위 대출금 4,000억 원을 실제 지급하거나 현대건설에 사모사채 인수대금 1,500억 원을 지급하였을 때 이미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여 배임죄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고, 사후에 그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의 이 부분 상고도 모두 이유 없다.

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 이근영이 현대건설의 사모사채 인수와 관련된 업무상배임죄 부분은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 배임죄 부분은 남북정상회담관련대북비밀송금의혹사건등의진상규명을위한특별검사임명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 소정의 '2000년 5월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1억 5천만 달러를 송금하는 등 남북정상회담 전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 주도로 각 계열사별로 모금한 5억 5천만 달러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과 관련된 사건( 즉 제2조 본문의 다음 각 호의 사건과 관련된 사건) 또는 제4호 소정의 '제1호 내지 제3호의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의 비리의혹사건'(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인 피고인 이기호, 한국산업은행의 총재와 영업1본부장인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의 비리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이근영의 이 부분 상고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이강국 김용담(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