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헌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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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헌가5 민법 제781조 제1항 위헌제청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2005년 12월 22일 판결. |
【판시사항】
1.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고”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2.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그 법률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하였으나 헌법불합치 주문에 대한 이유에 있어 재판관들의 의견이 상이한 사례 【결정요지】
1.가.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이공현의 의견 (1) 양계 혈통을 모두 성으로 반영하기 곤란한 점, 부성의 사용에 관한 사회 일반의 의식, 성의 사용이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고”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성의 사용 기준에 대해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2)출생 직후의 자(子)에게 성을 부여할 당시 부(父)가 이미 사망하였거나 부모가 이혼하여 모가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하고 양육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혼인외의 자를 부가 인지하였으나 여전히 모가 단독으로 양육하는 경우 등과 같은 사례에 있어서도 일방적으로 부의 성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면서 모의 성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한다. (3)입양이나 재혼 등과 같이 가족관계의 변동과 새로운 가족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구체적인 사정들에 따라서는 양부 또는 계부 성으로의 변경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짐에도 부성의 사용만을 강요하여 성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4)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부성주의의 원칙을 규정한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부성주의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개정 법률이 공포되어 2008. 1. 1. 그 시행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2007. 12. 31.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잠정적인 적용을 명함이 상당하다. 나.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의 의견 (1)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부의 성을 따르도록 하고 모의 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여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하고 있으면서도 그와 같은 차별취급에 대한 정당한 입법목적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양성의 평등을 명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개인의 성을 어떻게 결정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개인과 가족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고 있음에도 그와 같은 부성 사용의 강제에 대한 구체적인 이익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개인의 존엄을 보장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한다면 성의 결정과 사용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 없어지게 되어 법적 공백과 혼란이 예상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되어 시행되기 전까지는 그 효력을 유지시켜 잠정적인 적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상당하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성주의(父姓主義)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부성주의를 강요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 대해서도 예외를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잠정적용을 명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5인의 의견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성주의(父姓主義)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헌을 선고하여야 하지만 법적 공백과 혼란의 방지를 위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잠정적용을 명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2인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잠정적용을 명한 사례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가족제도 중에도 부성주의는 헌법에 선행하는 문화이다. 기존의 문화 내지 제도가 후행의 헌법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에는 기존의 문화가 가지는 합리성을 확인하고 그 합리성과 헌법적 가치 사이의 간극의 크기를 측정한 후, 그 간극의 크기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 간극을 해소하는 기술의 합리성을 확인하며, 그 다음으로 시기의 적합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부성주의는 출산과 수유라는 사실로 인해 외관상 확인가능한 모와의 혈통관계에 비해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부와의 혈통관계를 대외적으로 공시하고 부와 자녀간의 일체감과 유대감을 강화하여 가족의 존속과 통합을 보장한다. 기호체계에 불과한 성이 여성의 실체적인 법적 지위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으며, 부성의 사용으로 인해 재혼이나 입양 등의 경우에 있어서 개인이 받는 불이익은 재혼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내지 사시(斜視)가 그 원인이지 부성주의가 그 원인은 아니다. 추상적인 자유와 평등의 잣대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생활양식이자 문화 현상인 부성주의의 합헌성을 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의 부적절한 일이다. 【심판대상조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 다만, 부가 외국인인 때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모가에 입적한다. ②, ③ 생략 【참조조문】
헌법 제9조, 제10조, 제36조 제1항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 생략 ② 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가에 입적한다. ③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성과 본을 창설하고 일가를 창립한다. 그러나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①, ② 생략 ③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 그러나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부가 처의 가에 입적할 수 있다. ④ 전항 단서의 경우에 부부간의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의 가에 입적한다.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② 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③ 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④ 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창설한다. 다만,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⑤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는 부모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⑥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777조의 규정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908조의3(친양자 입양의 효력) ①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중 출생자로 본다. ② 친양자의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제908조의2 제1항의 청구에 의한 친양자 입양이 확정된 때에 종료한다. 다만, 부부의 일방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단독으로 입양한 경우에 있어서의 배우자 및 그 친족과 친생자 간의 친족관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 제8조(양자) ① 이 법에 의하여 양자로 되는 자는 양친이 원하는 때에는 양친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② 생략 호적법 제49조(출생신고의 기재사항) ① 생략 ② 신고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자의 성명, 본 및 성별 2.~3. 생략 4. 부모의 성명ㆍ본 및 본적(부 또는 모가 외국인인 때에는 그 성명 및 국적) 5.~6. 생략 ③, ④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1997. 3. 27. 95헌가14등, 판례집 9-1, 193, 204 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9 헌재 1999. 10. 21. 97헌바26, 판례집 11-2, 383, 417-418 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86 헌재 2005. 2. 3. 2001헌가9등, 판례집 17-1, 1, 15 【전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제청신청인 곽○구(2003헌가5)
곽○혜(2003헌가6)
법정대리인 친권자 이○호 외 1인
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김남근 외 1인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2호파84 호적정정(2003헌가5)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2호파85 호적정정(2003헌가6)
【주 문】
1.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은 2007. 12. 31.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3헌가5
이 사건 제청신청인 곽○구는 1989. 1. 18. 부(父) 곽○진과 모(母) 김○진 사이에서 출생하여 곽○진의 호적에 입적되었다. 그 후 곽○진이 사망하고 김○진은 이○호와 2001. 6. 28. 재혼하면서 같은 날 이○호가 곽○구의 법정대리인인 김○진의 승낙을 얻어 곽○구를 입양하였다. 제청신청인 곽○구는 양부(養父)인 이○호의 성(姓)을 따르기를 원하면서 2002. 1. 9.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호적정정신청을 하고(2002호파84) 그 사건 계속 중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2호파261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이에 위 법원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제청신청을 받아들여 2003. 2. 13. 이 사건 심판 제청을 하고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2) 2003헌가6
이 사건 제청신청인 곽○혜는 위 2003헌가5 사건의 제청신청인 곽○구의 동생으로서, 부(父) 곽○진과 모(母) 김○진 사이에서 1990. 4. 24. 출생하였다. 곽○혜는 위 2003헌가5 사건과 같은 경위로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호적정정신청(2002호파85)을 하고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2호파262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자 위 법원이 이 사건 심판을 제청하기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인바, 이 사건 심판대상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 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父家)에 입적한다. 다만 부가 외국인인 때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모가(母家)에 입적한다.
〔관련조항〕
별지와 같다.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1)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제1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며,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으로 전통적인 부계혈통 중심의 혼인 및 가족생활로부터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하여 현대 산업사회에 적합한 혼인 및 가족생활로 전환하기 위해 혼인 및 가족제도의 기본원리를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2)그런데 혼인의 경험이 있는 자들이 재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경우에,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새로운 재혼 가정에서 양육하는 때에는 문제되지 않으나, 부인이 전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새로운 재혼 가정에서 양육하는 때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그 자녀들이 생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하고 새로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성불변의 원칙은 과거 충효정신을 기반으로 한 농경 중심의 가부장적 계급사회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였으나 신분적 계급제도와 남존여비사상이 배척되고 혼인에 대한 관념이 ‘집안과 집안간의 결합’에서 ‘인격 대 인격의 결합’으로 바뀌었으며 가족의 형태도 가부장적 대가족에서 분화된 핵가족으로 바뀐,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는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 사회적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상실되었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과 유지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며, 부계혈족의 유지만을 강조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함으로써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1)성은 그가 속하고 있는 혈통관계를 구별하는 기준이며 특히 우리 나라의 성씨제도의 특색으로 볼 수 있는 혈통명으로서의 성과 그 혈통의 구별을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한 지명으로서의 본관을 사용하는 성씨제도는 전통적인 신분 등록의 방법으로서 안정적 가족관계의 유지에 이바지 하였다. 이러한 성본제도는 가(家)제도와는 무관한 것으로 이보다 더 뿌리 깊은 제도이고, 이름과 함께 개인을 특정하는 요소로서 기본적인 사회질서에 속하는 사항이다.
(2)우리 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자(子)는 부(父)의 성(姓)을 따르는 부자동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왔으며 기존의 성 부여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가족질서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혼선과 파장이 예상되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3)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부자동성의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 민법 제790조와 같이 “자는 부모의 성씨를 칭한다.”라고만 정하고 부의 성을 따를 것인지 모의 성을 따를 것인지를 국민의 선택에 맡길 것인지 여부는 법률문제 이전에 현재 우리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야 할 것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의 공감대에 귀착될 문제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 여성가족부장관의 의견
(1)혼인한 남녀 사이에 출생한 자는 부 또는 모 어느 한 사람의 혈통만을 승계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행 민법 조항은 자녀의 성을 부의 성으로 할 것을 강제하고 있는바 이는 부계혈통주의와 남계혈통주의를 강제하는 것으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2)이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부부가 공동의 성을 혼인성으로 사용해온 나라에 있어서도 부부가 공동의 혼인성을 쓸 것인지 혼인전의 성을 각자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예가 늘고 있으며 부부가 각자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입법례는 점차 사라지고 부모의 합의에 따라 자녀의 성을 정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것은 가족법 분야에서 불필요한 국가적 강제를 줄이고 가족의 자율적 합의를 존중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3)부계혈통주의는 남자가 역사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로서 오늘날 여성의 사회적, 법적 지위가 향상되고 양성평등의식이 확산되면서 부계혈통주의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계혈통주의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자녀의 성 결정은 부모의 고유한 친권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부모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자녀의 성을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할 경우의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지만 가족성을 부부의 협의로 정하도록 한 일본의 경우에 있어서도 전체 국민의 98% 이상이 남편의 성을 가족성으로 하여 자녀는 부의 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나라 역시 부모가 협의하여 자녀의 성을 정하도록 하더라도 국민 정서상 대부분의 국민은 부의 성을 따를 것이므로 사회적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3. 판 단
가.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이공현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가) 성(姓)과 본(本)에 대한 민법 규정
민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고”라고 하여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자신의 성(姓)과 본(本)으로 사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어 부(父)를 알 수 없는 자(子)는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고(제781조 제2항 전단) 부모를 모두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성과 본을 창설하며(제781조 제3항 본문 전단)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된 경우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였다(제781조 제3항 단서). 그리고 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한편(제781조 제1항 단서) 처(妻)가 그 친가(親家)의 호주(戶主) 또는 호주승계인(戶主承繼人)이고 부(夫)가 처(妻)의 가(家)에 입적(入籍)한 이른바 ‘입부혼’의 경우에 그 부부사이에 출생한 자(子)는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26조 제3항 단서ㆍ제4항).
(나) 성(姓)과 본(本)의 개념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모든 생활관계는 개인의 동일성을 인식하고 특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호로 흔히 성명(姓名)이 사용되는데 성명(姓名)은 개인의 혈통을 상징하는 기호인 성(姓)과 개인의 개별성을 상징하는 이름(名)으로 구성된다. 이름(名)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고유한 명칭으로 부여됨에 비해 성(姓)은 일정한 범위의 혈연집단에 대한 명칭으로 사용된다. 다만 사람은 부와 모로부터 혈통을 이어받고 부계와 모계의 혈연집단에 동시에 귀속되는데 부의 혈통과 모의 혈통 가운데 어떠한 혈통을 성으로 나타낼 것인지는 성의 개념으로부터 직접 도출되지 않는다.
한편 본(本)은 흔히 본관(本貫) 또는 관향(貫鄕)이라고 하는 것으로 시조(始祖)의 발상지(發祥地)를 의미한다. 본(本)은 성의 지연적(地緣的) 표지(標識)라 할 수 있는데 흔히 전혀 다른 혈통을 가지는 집단들이 서로 동일한 성(姓)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와 달리 동일한 혈통의 연원을 가지고 같은 성(姓)을 사용하지만 이미 분화하여 서로를 별개의 혈연집단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성(姓)만으로 혈통의 동일성이 곧바로 식별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본(本)에 의해 특정된 성을 통해 혈통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혈통의 동일성을 상징하는 기호로서의 성(姓)은 본(本)에 의해 특정된 성을 의미한다(이하에서 성과 본의 구별 없이 ‘성’이라 하면 본을 포함한 성을 의미한다).
(다) 부성주의원칙의 선언
민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 모든 사람이 부(父)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결정하고 사용하도록 하고 부성(父姓) 이외의 성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부성주의(父姓主義)’를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부성주의에 예외를 특별히 인정한 경우가 아닌 한 모든 사람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부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사용하여야 하며 부성 이외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정하거나 부성을 다른 성으로 변경할 수 없다.
(2)성(姓)의 사용에 관한 입법형성의 자유와 그 한계
(가) 성에 관한 규율의 입법형성권
성명은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기호로서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상징한다. 사회 속에서 개인이 어떠한 성명으로 상징되고 인식되는가는 누구보다도 그 성명을 사용하는 개인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개인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내용으로 성명을 결정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성명의 구성요소인 성(姓)도 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성명은 인간의 모든 사회적 생활관계 형성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질서에 속한다. 성명의 특정은 사회 전체의 법적 안정성의 기초이므로 이를 위해 국가는 개인이 사용하는 성명에 대해 일정한 규율을 가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제한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개인이 성명의 구성요소인 성을 결정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가가 개입하여 규율할 수 있으며, 다만 그와 같은 규율에 있어 국가가 어느 정도로 개입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될 뿐이다.
그런데 성은 기호가 가지는 성질로 인해 개인의 권리의무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으며, 성의 사용에 대한 입법은 주로 새로운 규율을 창설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생활양식을 반영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성의 사용에 관한 규율에는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성의 사용에 관한 입법형성의 한계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여 모든 국민이 자신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헌재 1997. 3. 27. 95헌가14등, 판례집 9-1, 193, 204 참조) 성명은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나타내는 인격의 상징으로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하고 발현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자유로운 성의 사용 역시 헌법상 인격권으로부터 보호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여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제도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고 있는바, 성은 혈통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개인의 혈통관계를 어떻게 성으로 반영할 것인지의 문제이며 이는 가족제도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다.
성에 관한 규율에 대해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반하는 것일 수는 없으므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거나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내용으로 가족제도를 형성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3) 부성주의 자체의 위헌 여부
(가) 양계 혈통 반영의 문제점
인간은 부와 모로부터 혈통을 이어받고 개인의 혈통은 부계와 모계, 양계의 혈통으로 이루어진다. 출생의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개인에게는 무수히 많은 생물학적 조상이 존재하지만 그들과의 혈통관계는 부와 모를 통해 이어지는 것이므로 모든 사람의 혈통은 결국 부의 혈통과 모의 혈통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父)의 성을 개인의 성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부의 혈통만이 성으로 표현되고 모의 혈통은 성에 반영되지 않게 되어 개인의 혈통관계가 모두 성에 반영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모(母)의 성을 따라 개인의 성을 정하는 경우에도 역시 동일하게 나타나며 다만 부의 혈통과 모의 혈통에 대한 효과만이 정반대로 바뀔 뿐이다. 부성주의와 모성주의는 개인의 혈통을 반영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 어느 쪽도 완전하지 못하며 동일한 한계를 가진다.
한편 부모의 혈통을 모두 성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성의 기능면에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성을 사용함에 있어 단순히 부의 성과 모의 성을 결합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택할 경우, 세대를 거치면서 개인의 모든 생물학적 조상의 존재가 성으로 표현되어 성은 끝없이 길어져 개인을 특정하는 기호로는 매우 적합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책으로 개인이 부모의 성을 결합하여 성을 사용하되 그 자녀에게 성을 물려줄 때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부모의 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물려줌으로써 세대를 거치더라도 부와 모로부터 각각 하나의 성을 부여받아 성이 무한히 길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나 현재 사용 중인 부모의 성 가운데 자녀에게 물려줄 성을 어떤 기준에 의해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녀와 부모, 조부모 등 종적 혈연집단의 구성원 상호간, 부계와 모계의 횡적 혈연집단의 구성원 상호간에 각자 다른 성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될 것이어서 부모의 혈통을 모두 상징하려는 의도와 달리 성의 혈통 상징 기능 자체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성을 통해 인간의 혈통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성을 사용하는 제도적 의의가 오로지 인간의 생물학적 혈통의 공시에 있는 것은 아닌 한, 성이 개인의 혈통을 제한된 범위에서만 반영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부성주의가 모의 혈통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고 해서 그 자체로 성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나) 성에 관한 사회 일반의 의식
동서양의 많은 문화권에서 그러하였던 것처럼 우리 나라에서도 부성주의는 규범으로서 존재하기 이전부터 생활양식으로 존재해 온 사회문화적 현상이었다. 이와 같은 생활양식은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되고 유지되어 온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성은 곧 부의 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부성주의는 가부장적 가치질서가 지배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형성되고 유지되어 온 생활양식으로서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로 표현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생활양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부의 성을 사용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부의 성을 사용함으로 인한 구체적인 불이익이 문제되지는 않으므로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은 여전히 부성주의를 자연스러운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또한 오랜 기간 부성주의가 자리 잡아 오면서 종친회, 종중 등과 같은 부의 성을 기준으로 한 집단적 혈연 주체가 현재에도 사회적 실체를 가지고 여러 가지 법률관계를 형성하며 존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사회상의 변화와 지배적 가치질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있어서도 부성주의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생활양식이라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와 같은 생활양식을 반영하여 성의 사용에 대한 원칙 규정으로서 부성주의를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이다.
(다) 부성주의로 인한 구체적인 권리침해의 부존재
민법이 가족과 친족을 정의하고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물론(제767조 내지 제777조, 제779조) 자에 대한 부모의 친권(제909조)과 재산의 상속(제1000조) 등을 비롯한 가족제도에 있어서의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를 규정함에 있어 성(姓)은 아무런 기준이 되지 않으며 어떤 성(姓)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족법상의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가 달라지지 않는다.
가족생활이나 친족관계의 현실을 살펴보더라도, 자녀가 부의 성을 사용함으로써 가족 내부의 생활관계에서 자녀에 대한 모의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가 부에 비해 열등해진다고 할 수 없으며 부계혈연집단 구성원과의 관계가 모계혈연집단 구성원과의 관계에 비해 반드시 우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동일한 성을 사용하는 혈연집단에 대한 유대감과 귀속감, 혈통 계승의식이 동일한 성을 사용하지 않는 혈연집단에 대한 그것들에 비해 보다 강화될 것이므로 그와 같은 범위에서는 부성주의가 부계혈연집단과 모계혈연집단을 사실상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볼 수도 있으나 혈연집단에 대한 유대감, 귀속감, 혈통 계승의식 등과 같은 것은 지극히 추상적인 가치들로서 그러한 가치들에 대한 영향을 확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구체적인 권리의무와 법적 지위와 직접 관련된 것들로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부성주의는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실체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부성주의로 인한 사실상의 차별적 효과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
(라) 소 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양계 혈통을 모두 성으로 반영하기는 곤란한 점, 부성의 사용에 관한 사회 일반의 의식, 성의 사용이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의 사용 기준으로서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은 성에 관한 규율을 정하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는 헌법 제10조,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예외적 상황에 대한 배려 없는 부성주의의 위헌성
(가)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의 필요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에 관한 규율에 있어서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 자체는 입법형성의 자유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부 예외적인 상황하에서는 부성주의의 강요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부성주의 자체가 개인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지 않는 것은 혼인과 출산 등에 있어 통상적인 부모와 자녀 사이를 상정한 것이다.
그러나 신뢰와 애정관계에 기초하여 성립되고 유지되는 가족관계 역시 인간의 다른 모든 생활관계와 마찬가지로 예기치 못한 장애나 불가피한 변동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통상적인 가족관계에서 개인의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극히 사소한 제한만을 가하던 요소들이 장애와 변동이 발생한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으로 그 성질이 변질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민법 제826조 제1항)는 통상의 가정에 있어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거나 극히 부차적이고 경미한 제한으로 이해되지만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부부에게 있어서는 심각한 자유의 제한으로 부각되며, 이러한 경우를 위해 법은 혼인을 규정하면서도 이혼에 대해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부모와 자(子)의 관계란 출생이란 자연적 사실로 결정되는 것으로서 당사자 간의 계약 등을 통해 형성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부모와 자(子)의 관계와 같은 법적 지위를 형성할 필요성이 인정되어 입양제도를 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통상적인 가족관계의 형성과 존속을 전제로 부성주의를 규정하면서도 극히 제한된 예외만을 둠으로써 부성의 사용이 강제됨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심각한 침해 가능성이 있는 예외적 상황에 대한 배려를 실질적으로 거의 규정하고 있지 않다.
(나) 부성주의에 대한 극히 제한된 예외 조항
민법은 부(父)를 알 수 없는 자(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고(제781조 제2항 전단) 부모를 모두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성과 본을 창설하도록 하고 있으나(제781조 제3항 본문 전단) 이러한 경우는 부의 성을 따르고자 하여도 부의 성을 따르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부성주의를 보충하는 규정이므로 부성주의의 예외라고 보기 어렵다.
민법이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경우는 부가 외국인인 경우에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한 것(제781조 제1항 단서)과 처(妻)가 그 친가(親家)의 호주(戶主) 또는 호주승계인(戶主承繼人)이고 부(夫)가 처(妻)의 가(家)에 입적(入籍)한 이른바 ‘입부혼’에서 출생한 자(子)가 그 모(母)의 성을 따르도록 하고 있는 것(제826조 제3항 단서ㆍ제4항)이 전부다.
한편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부의 성을 다른 성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 제8조 제1항이 아동복지법에 의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보장시설이나 입양기관에 보호 의뢰된 자의 입양에 있어 양친이 원하는 경우에 양친의 성을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민법은 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민법에 의한 입양 기타 어떠한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부성주의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와 같이 법률이 인정하고 있는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는 그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다.
(다) 부성주의의 강제가 문제되는 예외적 상황
1) 예외적인 모성(母姓) 부여(附與)의 필요성
출생 직후의 자(子)에게 성을 부여할 당시 부(父)가 이미 사망하였거나 부모가 이혼하여 모가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하고 양육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혼인외의 자를 부가 인지하였으나 여전히 모가 단독으로 양육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 모(母)는 자신의 성을 그 자(子)의 성으로 부여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사례들에 있어서 모의 성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곧바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고 양성의 평등을 침해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활관계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부 또는 부계 혈연집단과의 유대나 교류를 전혀 기대할 수 없고 부성의 사용이 단순히 생부의 성을 확인하게 하는 기능 이외에는 달리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아니하는 반면, 모의 양육에 의해 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모계의 혈연집단을 중심으로 생활관계를 형성할 것이 명확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가족관계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통상적인 가족관계에서 추상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던 성의 사용 문제가 부성의 사용에 대해서는 그 이익이 거의 없어졌음에 반해 모성의 사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익으로 나타나는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부의 성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면서 모의 성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2) 예외적인 부성(父姓) 변경(變更)의 필요성
성의 변경은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기호의 변경을 의미하므로 성의 변경을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허용할 수는 없으며 성의 변경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또한 성이 혈통을 상징하는 기호라는 점에서 자신의 혈통과 무관한 성을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성의 변경은 성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로서 다른 성으로의 변경 가능성을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가족관계의 변동과 새로운 가족관계의 형성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는 성의 변경을 허용할 필요가 있고, 그 경우 법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문제되지 않거나, 성이 생물학적 부의 혈통을 상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익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부성의 변경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입양으로 인한 양부모와 양자의 관계는 생물학적 부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법률이 부모와 자의 관계로 인정하고 있는 경우이다. 양자는 친족관계, 상속 기타 법률관계에서 친생자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모든 입양의 경우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으나 입양의 동기나 양자의 연령, 친생부모와의 관계, 입양 후의 생활관계의 형성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생물학적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향후 입양을 통해 형성된 양부모와의 생활관계 만이 양자의 실질적인 가족관계와 친족관계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부가 사망하거나 부모가 이혼한 후 모가 양육하고 있던 자를 데리고 재혼하는 경우, 재혼한 모의 자(子)가 계부(繼父)의 성을 따르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입양의 경우와 달리 법률상으로도 부자관계를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어 입양에 비해 그 필요성이 다소 낮다고 본다 하더라도 역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계부가 실질적인 부(父)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재혼한 모(母)의 자(子) 역시 계부와 그 가족들과 항구적인 생활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정들에 있어서 양부 또는 계부의 성을 사용함으로써 비록 혈통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나 동일한 성(姓)의 사용을 통해 새로 형성된 가족의 구성원임을 대외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경우에도 개인의 생활관계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생물학적 부의 혈통을 성으로 상징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새로이 형성된 가족이 사용하는 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내부적으로 정서적 통합에 방해가 되고 대외적으로는 가족의 구성에 관련된 비우호적인 호기심과 편견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정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성의 사용을 규율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 부부와 친생자로 구성되는 통상적인 가족만을 상정하고, 그 밖의 예외적인 상황에 처한 가족의 구성원이 겪는 구체적이고도 심각한 불이익에 대해서는 실질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나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라) 소 결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성주의를 규정한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나 가족관계의 변동 등으로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는 부성의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 개인의 가족생활에 대한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도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인격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0조,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5) 결 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부성주의의원칙을 규정한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의 성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을 선고할 경우 부성주의원칙 자체에 대해서까지 위헌으로 선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을 유지시키기로 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개정 법률이 이미 공포되어 2008. 1. 1. 그 시행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2007. 12. 31.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잠정적인 적용을 명함이 상당하다.
나.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의 의견
(1) 헌법 제36조 제1항의 의미
헌법은 모든 국가 질서의 바탕이 되는 국가사회 최고의 가치체계이므로 역사와 문화에 뿌리박은 가족제도일지라도 헌법적 심사를 회피할 수는 없다. 헌법 제9조에 따라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전통 또는 전통문화란 이 시대의 제반 사회ㆍ경제적 환경에 맞고 오늘날에 있어서도 보편타당한 윤리 내지 도덕관념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전통적 가족제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가족제도에 관한 오늘날의 헌법이념인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일 수는 없다는 자명한 한계를 가진다(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9; 2005. 2. 3. 2001헌가9등, 판례집 17-1, 1, 15 참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제도와 가족제도가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하여 가족생활이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 유지될 것을 명문화한 것으로 입법자가 가족제도를 형성함에 있어서는 이를 반드시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82).
특히 우리 재판소는 자(子)의 부가입적(父家入籍)과 처(妻)의 부가입적(夫家入籍)을 주된 내용으로 한 호주제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이 의미하는 ‘양성의 평등’과 ‘개인의 존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확히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등, 판례집 17-1, 1, 18-23).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명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오로지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 경우에만 성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과거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나 관념에 기인하는 차별, 즉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사적(私的)인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라는 것은 혼인ㆍ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라는 의미이다. ……… 국가는 개인의 생활양식, 가족형태의 선택의 자유를 널리 존중하고, 인격적ㆍ애정적 인간관계에 터 잡은 현대 가족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혼인ㆍ가족제도가 지닌 사회성ㆍ공공성을 이유로 한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혼인ㆍ가족생활의 형성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법률의 힘만으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子)는 부(父)의 성(姓)을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부(父)는 자신의 성(姓)을 그 자(子)에게 부여하고 자(子)는 부(父)의 성(姓)을 자신의 성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의 부성주의(父姓主義)는 부(父)의 혈통을 기준으로 개인의 혈통을 인식하고 부계(父系)를 중심으로 혈통을 계승하도록 하는 부계혈통주의(父系血統主義)의 핵심이 된다.
한편 민법은 부(父)가 외국인인 경우에 모(母)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고(제781조 제1항 단서), 모(母)가 그 친가(親家)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으로서 부(父)가 모(母)의 가에 입적(入籍)한 이른바 ‘입부혼’에서 출생한 자(子)는 모(母)의 성을 따르도록(제826조 제4항) 하여 부성주의에 대한 극히 제한된 예외만을 인정하고 있다.
(나) 양성평등원칙 위반
1) 부계혈통주의에 의한 여성의 차별
성은 개인의 혈통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부성주의는 곧 부의 혈통을 기준으로 개인의 혈통을 인식함을 의미한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부와 모 양계(兩系)로부터 함께 혈통을 이어받지만 부(父)의 성(姓)을 사용하여 자신의 혈통을 표시함으로써 개인의 혈통 계승 인식은 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유지된다. 곧 부성주의(父姓主義)는 부(父)의 혈통 계승을 의미하므로 세대를 이어 부성주의가 적용될 경우 결국은 남계(男系)를 통한 혈통 계승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부성주의는 부(父)와 남성(男性)을 기준으로 가족제도를 구성하는 부계혈통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물론 동일한 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 또는 모계 친족과의 혈통관계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성으로 표현되는 혈통에 대한 계승의식이 훨씬 강력하고 지속적인 것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흔히 ‘대(代)를 잇는다’고 표현되는 가계(家系)의 계승(繼承)도 성(姓)으로 상징되는 혈통의 계승을 의미하는데, 예외 없는 부성주의의 관철은 남성을 통해서만 가계의 계승이 보장되는 결과를 가져와 결국 딸을 통해서는 그 다음 세대에 대하여 혈통의 상징인 성(姓)을 물려줄 수 없어 그 가계의 계승이 단절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남아선호(男兒選好)의 관념을 낳게 하고 가족 내부에 있어서의 딸의 지위를 아들의 지위에 비해 부차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만든다.
부(父)가 그들의 자녀에 대해 자신의 성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모(母)는 자신의 성을 그 자녀에게 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녀에 대한 관계에 있어 모의 지위가 부의 지위에 비해 명백히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녀는 부의 성을 따름으로써 부를 가족의 중심으로 여기게 되고 부와 자녀가 동일한 성을 사용하여 혈연적 일체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남에 비해 모(母)는 자신의 가족들과 다른 성을 사용하게 되어 심리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부성의 사용을 통해 동일한 성을 사용하는 부계의 혈연집단 구성원들 상호간의 혈연적 일체감과 귀속감은 일반적으로 모계의 혈연집단 구성원 상호간의 그것에 비해 우선하게 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부성주의는 부(父)와 남성(男性)을 중심으로 한 혈통 계승을 강제하여 부와 남성을 가족의 중심에 놓게 하여 가부장적(家父長的) 가치질서를 유지, 강화하고 가족 내 여성의 지위를 남성에 비해 부차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놓이게 하여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와 같은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아무런 구체적인 이익을 찾을 수 없다.
2) 차별취급의 정당한 목적 부재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子)에 대한 성의 부여에 있어서 부(父)와 모(母)를 차별취급하고 있는 유일한 기준은 오직 남성과 여성, 즉 성별(性別)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혈통관계에서 볼 때 부의 혈통과 모의 혈통은 개인에게 동시에 전달되어 존재하는 것이므로 남녀의 생물학적 성별의 차이를 근거로 하여 부성주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나) 한편 우리 사회의 생활양식이나 사회 구성원의 의식 구조에 비추어 볼 때 부성주의가 정당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농경사회라는 사회 구조를 바탕으로 가부장적 가치질서가 지배하던 근대 이전까지의 사회에 있어서는 부성주의가 나름대로의 생활양식과 의식 구조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었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활동의 주체는 남성이었고 가족생활과 친족관계의 형성도 남성(男性)과 남계혈족(男系血族)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종법사상(宗法思想)과 가부장적(家父長的) 권위에 기초한 유교적(儒敎的) 가치체계가 보편적 가치질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동등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에 따라 부계(父系)를 중심으로 개인의 혈통을 파악하고, 개인은 부계의 혈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산업 구조는 변화하였고 경제활동 기타 사회적 활동영역에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는 무의미하게 되었다. 이미 많은 수의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지위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가와 사회 역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가족생활 내부에 있어서도 부(父) 또는 남성(夫)의 일방적인 권한과 우월적인 지위는 부정되고 부부를 중심으로 한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적인 의사가 존중되는 모습으로 변화되었으며, 친족관계에서도 남성과 남계혈족을 중심으로 한 친족관계가 항상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관계에서의 실질적인 교류 정도에 따라 모계의 친족관계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개인의 자유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민주주의와 합리주의는 이미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지배하는 공감대적 가치로 자리 잡았으며 제도와 규범 역시 모든 생활영역에 있어서 잔존하는 남녀 사이의 불평등을 일소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생활상과 의식의 변화는 가족제도에도 반영되어 민법은 친족의 범위에 있어 부계혈족과 모계혈족 또는 부(夫)의 혈족과 처(妻)의 혈족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고 재산상속에 있어서도 남녀의 차별을 없애는 것으로(제777조, 제1009조) 개정되기에 이르렀다(1990. 1. 13. 법률 제4199호).
결국 개인의 자유와 양성의 평등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실질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상에 비추어 볼 때 부성주의의 강제는 우리의 생활양식과 의식구조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부성주의를 취해왔다는 사실로부터 부성주의로 인한 차별취급을 정당화하려는 견해도 그 근거를 인정할 수 없다. ‘동성동본금혼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호주제’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이미 우리 재판소가 이미 판시한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가족제도라는 사실만으로 그 제도가 곧바로 헌법적으로 정당화 될 수는 없으며 그 제도가 오늘날의 가치에 부합하고 헌법이념에 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9; 2005. 2. 3. 2001헌가9등, 판례집 17-1, 1, 15 참조).
부성주의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으므로 오늘날에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 해 왔으므로 현재도 그 차별취급이 정당하다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3) 소 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부의 성을 따르도록 하고 모의 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여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하고 있으면서도 그와 같은 차별취급에 대한 정당한 입법목적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양성의 평등을 명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다) 개인의 존엄 위반
1) 부성(父姓) 사용의 일방적 강제
가) 성(姓)은 혈통을 상징하는 기호이면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성명(姓名)의 구성요소로서, 자(子)의 성을 결정함에 있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는 그 자(子)에게 혈통을 부여한 부와 모 그리고 그 성(姓)을 자신의 성명의 일부로 사용할 자(子) 자신이다. 특히 성의 결정과 사용에 있어 자(子) 자신이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것이지만, 성이 출생 직후의 개인에게 부여된다는 점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는 자의 성을 결정함에 있어 그 부모의 의사와 독립된 자(子)의 지위를 인정할 실익은 없다. 한편 일정한 범위의 혈연관계에 있는 부계와 모계의 친족들도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子)의 부와 모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모의 합의를 통해 그 자(子)에게 부여할 성을 결정한다면 성의 결정에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들의 의사는 모두 합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자녀에게 부의 혈통을 성으로 부여할 것인가, 모의 혈통을 성으로 부여할 것인가는 본질적으로 개인이 자신의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사적(私的) 생활영역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것이다. 예컨대 부모가 합의를 통하여 그 자(子)가 모의 성을 따르기로 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결정이 가족제도에 관한 사회질서에 위협을 초래한다거나 기타 공공의 이익에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다.
나) 부모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자가 모의 성을 따르는 것을 인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부(父)의 사망, 부모의 이혼, 혼인외의 자 등의 경우에 있어서 모가 단독으로 양육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모의 합의가 없더라도 자(子)에게 자신의 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모(母)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성이 커진다. 부모의 이혼과 모의 재혼 또는 입양 등을 통해 자(子)가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이 된 경우에도 자(子)가 장차 자신에 대해 사실상의 부의 역할을 가지게 될 계부(繼父)나 양부(養父)의 성으로 변경하고자 한다면, 자(子) 자신의 복리를 위해서는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사용 중인 부성의 변경을 허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별적인 가족관계와 개인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있어서 모(母) 또는 자(子)의 이익을 위한 모성의 선택 가능성이나 부성의 변경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떠한 구체적 사정에서의 개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성의 사용만을 강제하고 있다.
2) 부성(父姓) 사용 강제의 구체적 이익 흠결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인의 의사를 무시한 채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고 있으나 그러한 강제에 대한 구체적 이익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우선 개인이 모의 혈통을 기준으로 하여 그 가계를 계승하고자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부계를 통해 가계를 계승하도록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구체적 이익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 부성주의를 모든 개인과 가족에게 관철할 경우 개인의 성은 곧 그 부의 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다는 정도의 추상적인 이익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성이 부의 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은 부성주의를 강제하고 있는 규범의 결과 형성된 성(姓)의 상징 내용에 대한 고정관념일 뿐, 그와 같은 고정관념이 변화하더라도 성의 사용과 관련한 사회질서에 혼란이 생기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부성을 기준으로 하여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족보와 같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재나 종중, 종친회 등과 같이 현실적으로 존속하는 실체로서의 문화 현상들을 부성주의를 유지함으로써 보호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그러한 자료나 문화적 현상들은 부성의 사용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물일 뿐 부성주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부성주의를 굳이 강제하지 않더라도 개인은 부의 성을 사용할 수 있고 부계 혈통의 계승과 부계 혈연집단의 존속을 얼마든지 유지, 발전시켜 갈 수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역사적 가치있는 자료나 문화 현상 자체가 부성주의 강제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조상숭배나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이 반드시 부성주의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며 숭배나 효친의 대상을 부계의 조상에만 한정해야 할 이유도 없는 이상 조상숭배나 경로효친과 같은 미풍양속의 보존을 위해 부성주의를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3) 소 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개인의 성을 어떻게 결정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개인과 가족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면서도 그와 같은 부성 사용의 강제에 대한 구체적인 이익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3) 결 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고 양성의 평등에 반하여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그런데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의 규범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그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위헌결정을 통해 법률조항을 법질서에서 제거하는 것이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위헌조항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 있다(헌재 1999. 10. 21. 97헌바26, 판례집 11-2, 383, 417-418;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86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성을 정하고 사용하는 원칙을 규정한 조항인바,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한다면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선고한 때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성의 결정과 사용에 대해 아무런 기준이 없어지게 되는 법적 공백과 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되어 시행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을 유지시켜 잠정적인 적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상당한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개정 법률이 공포되어 2008. 1. 1. 그 시행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2007. 12. 31.까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잠정적인 적용을 명함이 상당하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2007. 12. 31.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잠정적인 적용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권 성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었다.
5.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부성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문화가 헌법에 선행(先行)하는 경우
문화가 항상 헌법에 선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행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제도, 그 중에도 부성주의(父姓主義) 같은 것은, 분명히 헌법에 선행하는 문화의 하나이다.
기존의 문화 내지 제도가 후행의 헌법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단계적 사고가 필요하다. 제1단계는 기존의 문화가 가지는 합리성을 확인하고 그 합리성과 헌법적 가치 사이의 간극의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합리적이다.”라는 진리를 이 경우에 도외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2단계는 그 간극의 크기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간극을 해소하는 기술의 합리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사회제도의 상호 유기적 관계를 고려할 때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3단계는 시기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일이다. 만사 너무 늦어도 안되지만 너무 빨라도 안되기 때문이다.
나. 선행하는 부성주의 문화의 합리성
인간은 부(父)와 모(母) 두 사람으로부터 혈통을 이어받는다. 그런데 모와의 혈통관계, 즉 모자관계의 존재는 출산과 수유라는 자연적이고 객관적이며 외관상 확인가능한 일반적 사실을 통하여 대외적으로 명확히 인식됨에 반하여 부와의 혈통관계, 즉 부자관계는 그 존재를 객관적으로 인식케 할 수 있는, 출산 및 수유와 같은, 외관상 명백한 일반적 사실이 없어서 대부분 추정에 근거하여 인식될 뿐이다. 따라서 부자관계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모자관계의 그것에 비하여 본질적으로 불확실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생리적 차이, 구체적으로는 임신과 출산의 생리적 메카니즘, 그리고 임신의 사전단계로 진행되는 행위의 은밀성을 보장하는 사회제도와 문화에서 오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민법이 부자관계에 대해서는 추정규정을 두고(제844조) 그 추정을 부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846조) 재혼금지기간위반의 경우에 출생한 자(子)의 부(父)를 결정하는 절차(제845조)를 두고 있는 것도 부자관계 존부의 불확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子)의 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 불확실하다고 하는 것은 그 자(子)의 양육과 보호를 모 이외의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불확실해짐을 의미하고 이것이 불확실한 상태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은 일부일처제도를 기초로 하고 있는 가족의 형성과 유지를 위협하고 나아가 가족제도를 기초로 하고 있는 사회공동체의 존속과 안정 자체를 위협한다. 뿐만 아니라 자(子)의 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은, 자기의 혈통을 이어 받은 자손을 둠으로써 자기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이로써 자기 존재의 영속적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인간의 -그 중에서도 남성 인류의- 본능적 염원이 경우에 따라서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인간존재의 가치를 상당한 정도 모호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빚는다. 특히 자식을 위하여 산다고 생각하는 많은 평범한 인간들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여기서 자(子)의 부가 누구인가를, 한편으로는 사회에 대하여 인식케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로부터 인정받게 하는, 대외적 공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 응하여 등장한 인류의 문화적 발명의 하나가 바로 부성주의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子)가 부의 성을 사용한다고 하는 것은 그 자(子)가 특정한 부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실을 공시하는 효과를 갖는 것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성은 기호로서의 본질을 갖는 것이다. 환언하면 자(子)는 부(父)의 성(姓)을 사용함으로써 부자관계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명확히 공시할 수 있고 그 공시에 따른 공신력을 상당한 정도로 사회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혈통관계의 공시의 필요성에 부합하는 측면에서는 자(子)가 부의 성을 사용하는 것이 모의 성을 사용하는 것 또는 그 어떤 다른 것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이고 실용적이다.
또한 출산과 수유 같은 생리적 기능을 갖지 못하는 남자는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여자에 비하여 자녀와의 관계에서 일체감과 유대감이 원천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고 가정에 대한 소속감 역시 마찬가지로 약할 수밖에 없다. 모자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원하거나 결속력이 약할 수 있는 부자관계는 자(子)가 부의 성을 사용함으로써 그 일체감과 유대감이 자연히 강화되고 부(父)의 자(子)에 대한 책임의식이 더욱 고취되어 결과적으로 가족 전체의 통합과 결속이 강화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부성주의는 자(子)의 부계혈통을 대외적으로 공시하는 기능을 가지는 동시에 생래적으로 모에 비해 약화되기 쉬운 부와 그 자녀간의 일체감과 유대감을 강화하여 가족의 존속과 통합을 보장하는 기능을 가진다.
요컨대 부성의 사용은 부계혈통의 공시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수요에 응하는 하나의 기술적 기호의 채택에 불과하고 이러한 기술을 채택한 것은 모계혈통의 공시 필요성이 부계혈통의 공시 필요성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자연적ㆍ사회적 상황에 따른 문화적 결단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성주의는 나름대로 그 합리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다. 부성주의와 헌법적 가치의 상호 간극
(1) 부성주의로 인하여 초래되는 차별
부성주의를 취할 경우 모의 혈통은 성(姓)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은 사람을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여러 기호체계의 하나일 뿐이다. 단지 이 기호에 부계혈통의 공시기능과 상당한 공신력이 부여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호의 채택이 여성이라는 존재가 갖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의 실체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은 기호의 본질상 자명한 일이다.
실제의 측면을 본다면, 부성주의가 유지되고 발전되어 온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성(姓)의 사용과는 별개로 개인의 출계(出系)를 인식함에 있어서 부계와 모계에 대해 차별이 없었고 모계에 대해서도 친족관계나 혈연관계가 부인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중기에 이르기까지도 재산상속에 있어 남녀의 차별이 없었을 뿐 아니라 조상에 대한 봉사(奉祀)도 자녀(子女)의 윤행(輪行)으로 외손(外孫)에 의한 봉사도 가능했으며 혼인을 하더라도 여성은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한편 오늘날에 있어서도 친족의 범위, 친권의 행사, 상속 등에 있어 부계와 모계를 차별하지 않고 있어 친족ㆍ상속법상 실체적인 법적 지위는 물론 공사(公私)의 법률관계에 있어 여성 또는 모의 법적 지위가 부성주의로 인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부성주의 자체로 인하여 초래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고 설혹 그러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앞에서 본 부성주의의 본질상 이러한 차별과 부성주의 사이에 무슨 선험적인 인과의 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 재혼과 입양에 따른 문제의 본질
오늘날 재혼이나 입양의 증가로 인하여 자녀가 생부(生父) 아닌 사람과 사실상 부자관계를 형성하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생부의 성을 따르던 것을 계부(繼父)나 양부(養父)의 성으로 변경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한 주장의 주된 근거는, 입양 가족 또는 재혼을 통해 새로 구성된 가족의 경우에 그 자녀가 사실상의 부(父)와 성을 달리 사용함으로써 입양이나 재혼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것이 입양이나 재혼 가정의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혼이나 입양 사실이 노출됨으로써 개인이 받는 불이익이라는 것
은 재혼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내지 사시(斜視)가 그 원인이지 부성주의가 그 원인은 아니다. 물론 계부나 양부의 성으로 성을 변경하지 못하면 재혼이나 입양 사실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지만 성의 변경을 허용한다고 해서 그러한 사실이 노출될 가능성을 전부 막을 수도 없거니와 경우에 따라서는 성의 변경 사실 자체가 오히려 그 개인의 가족사를 그대로 노출할 수도 있다. 재혼 가정이나 입양 가정의 가족 구성원이 받는 불이익의 직접적인 원인이 이와 같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불이익의 발생에 간접적이고 우연적인 연계를 가질 뿐인 부성주의를 여기에 끌고 들어와 그 위헌성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소재와 비난의 대상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3)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의 인정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성주의를 규정하고 있지만 민법 기타 법률에서는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도 인정하고 있다. 부(父)가 외국인인 경우에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였고(민법 제781조 제1항 단서) 또한 모가 친가(親家)의 호주이거나 호주승계인이어서 부(夫)가 처(妻)의 가에 입적한 경우에 그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모의 성을 따르도록 하였다(민법 제826조 제4항). 이것은 가족 형성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부성(父姓)의 사용을 통해 부계(父系)의 가통을 계승하는 것보다 모성(母姓)의 사용을 통해 모계(家系) 가통을 계승할 필요가 더 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대하여 모성의 사용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요보호아동 기타 친생 부모와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단절될 것으로 보이는 아동의 입양에 있어 입양되는 아동의 성을 양친의 성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두고 있다(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 제8조 제1항). 이러한 여러 규정은 부성주의의 획일적 적용으로 초래될 수 있는 일부의 폐단을 시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4) 소 결
결국 이 사건 법률이 규정하는 부성주의는 그 내용과 헌법적 가치 사이에 무슨 위헌의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간극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대체수단과 시기의 부적절
(1) 대체수단의 부적절
평등원칙 위반을 이유로 부성주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면 모성주의도 그 대안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도식적인 평등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부와 모의 성을 동시에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몇 세대를 거치기도 전에 성이 길어지게 되어 성은 기호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개인의 생물학적 혈통을 총망라하는 것 이외의 의미를 더 이상 갖지 못할 것이다. 성이 그와 같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자면 어떠한 방법이 되었든 간에 자녀에게 부여할 성을 선택하는 문제가 다시 나타나게 된다.
한편 각각의 개인이나 가정마다 성의 결정 방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개인이나 가족마다 성이 상징하는 내용이 각각 달라질 것이어서 그 내용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전제로 하는 사회적 기호(記號)로서의 성의 기능은 퇴색되고 개인의 혈통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혼란이 생겨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 내부에서나 사회적으로 능력있는 여성은 그 자녀에게 자신의 성을 부여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여성은 여전히 자신의 성을 부여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성의 변경을 허용할 경우 혈통관계가 전혀 없는 성을 사용하게 될 터인데 이는 혈통관계의 존재를 반영한다는 성의 본질에 반하게 된다.
다만, 입양이나 재혼을 통하여 새로이 구성된 가족의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공식적으로 공시되는 부(父)의 성(姓)은 그대로 보유하되 일정한 생활영역에서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이 복수(複數)의 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법론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부성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제도들도 부성주의가 갖는 문제점과 불평등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부성주의와 마찬가지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부성주의는 다른 가족제도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부성주의의 폐지가 다른 제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가족제도의 붕괴를 초래하지 않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합리적인 대안의 마련 없이 부성주의를 폐지한다면 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위험이 있다. 서양에서는 “돼지를 굽기 위하여 집을 태운다(Burning the house to roast the pig).”는 말로 그 위험을 경계한다.
부성주의와 일부일처주의 그리고 이를 공시하는 기왕의 우리 나라의 호주 및 호적제도는, 물론 일부 개선의 여지를 갖긴 하지만, 전체로서의 이들 제도와 장치는 인류 그리고 우리 나라가 성취시킨 고도의 합리성을 갖는 문화적 산물 내지 장치로서 그 이상의 합리적 대안을 당분간은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결국 부성주의에 대한 적절한 대안은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도 부성주의는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2) 시기의 부적절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성주의는 성이 사용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형성되고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유지되어 온 가족제도의 한 내용이다. 부성주의는 모성주의 기타 다른 제도와의 선험적 비교를 통해 논리적 판단에 따라 선택된 결과가 아니라 구체적 생활관계에서 자연스럽게 그 합리성이 인정되어 형성되고 발전된 생활양식이며 규범 이전에 존재하는 문화적 현상이다. 이러한 생활양식과 문화로서의 부성주의는 사회 구성원의 생활관계와 의식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기준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규범으로 반영되기에 이르렀고 그와 같은 규범으로서의 부성주의가 바로 이 사건 법률조항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대의 변천과 사회 구성원의 구체적인 생활상의 변화에 따라 생활양식과 문화의 변화가 선행된다면 생활양식과 문화현상을 반영하는 규범도 변화된 생활양식과 문화를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것이 사물의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이러한 이치와는 달리 의도적인 규범의 변경을 통하여 생활양식과 문화의 변화를 앞장서서 강제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규범이 만인 공감의 고도의 합리성을 갖는 것이 아닌 한 수없이 많은 새로운 문제와 심지어는 불법까지를 야기한다.
그러므로 부성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생활양식과 문화 현상으로서의 부성주의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의식과 생활상에 부합하여 그 존재 가치를 가지느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단순히 일면적 법논리에 의해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성의 사용과 관련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생활양식과 의식 구조를 살펴보면, 성(姓)은 곧 부성(父姓)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부성주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부성을 기준으로 한 종중(宗中), 종친(宗親), 족보(族譜)의 간행 등을 통해 종적으로는 수백 년에 걸친 수십 세대의 조상들로부터의 혈통 계승의식이 존재하고, 횡적으로는 보다 넓은 범위의 친족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부의 성을 사용하면서도 모계를 기준으로 한 혈연집단이나 친족집단과의 정서적 친밀감과 유대감의 형성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으며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에 있어서 양성의 평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실질적으로 실현되고 있지만 사회 일반의 의식은 자녀가 부의 성을 사용하는 것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평등에 심각한 제한이 가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부성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생활양식이며 문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인 자유와 평등의 잣대만으로 부성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규범의 합헌성을 부정하는 것은 규범의 변경을 통해 생활양식과 문화 현상의 변화를 일거에 성취하고자 하는 반문화적인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이는 시기상조(時機尙早)의 부적절한 일이다.
마. 결 론
그러므로 부성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회일반이 부성주의를 아직도 합당한 우리의 문화 일부로 수용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다른 합리적인 대안을 미처 마련하지 아니한 채 이 규정을 일거에 폐지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도는 성인(聖人)이 만든다고 하는 말은 무엇을 경계하는 말인가. 법이 기분이 아니라 이성(理性)의 산물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순히 구 체제를 보수(保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합리(合理)의 온존을 위하여 깊이 생각할 일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공현
〔별 지〕
관련 조항
민법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 생략(이 사건 법률조항임)
②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가에 입적한다.
③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성과 본을 창설하고 일가를 창립한다. 그러나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①~② 생략
③처는 부(父)의 가에 입적한다. 그러나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
인인 때에는 부(父)가 처의 가에 입적할 수 있다.
④전항단서의 경우에 부부간의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의 가에 입적한다.
호적법
제49조(출생신고의 기재사항) ① 생략
② 신고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자의 성명, 본 및 성별
2.~3. 생략
4.부모의 성명ㆍ본 및 본적(부 또는 모가 외국인인 때에는 그 성명 및 국적)
5.~6. 생략
③~④ 생략
제66조(입양신고의 기재사항) ① 입양의 신고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당사자의 성명ㆍ본ㆍ출생연월일ㆍ본적(당사자가 외국인인 때에는 그 성명ㆍ출생연월일ㆍ국적)
2.~5. 생략
제113조(개명신고) ① 개명하고자 하는 자는 본적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고 그 등본을 받은 날부터 1월 이내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
② 신고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변경 전의 이름
2. 변경한 이름
3. 허가의 연월일
③ 생략
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
제8조(양자) ①이 법에 의하여 양자로 되는 자는 양친이 원하는 때에는 양친의 성(姓)과 본(本)을 따른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양친의 성과 본을 따른 양자가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에는 본래의 성과 본을 따른다. 이 경우 그 양자이었던 자는 본인이 제4조 각 호의 1에 해당하였던 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 호적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②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③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④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창설한다. 다만,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⑤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는 부모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⑥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777조의 규정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제908조의2(친양자 입양의 요건 등) ① 친양자를 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의 청구를 하여야 한다.
1.3년 이상 혼인중인 부부로서 공동으로 입양할 것. 다만, 1년 이상 혼인중인 부부의 일방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친양자로 될 자가 15세 미만일 것
3.친양자로 될 자의 친생부모가 친양자 입양에 동의할 것. 다만, 부모의 친권이 상실되거나 사망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제869조의 규정에 의한 법정대리인의 입양승낙이 있을 것
제908조의3(친양자 입양의 효력) ①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중 출생자로 본다.
②친양자의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제908조의2 제1항의 청구에 의한 친양자 입양이 확정된 때에 종료한다. 다만, 부부의 일방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단독으로 입양한 경우에 있어서의 배우자 및 그 친족과 친생자 간의 친족관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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