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2004다26119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판시사항

[편집]

[1] 신용제공을 수반한 국제거래계약에서 당사자인 자회사가 모회사의 지분 비율 및 계약 체결 승인 사실을 진술하는 조항을 둔 경우, 자회사의 의사가 모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자회사가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국제금융거래에서 모회사가 대주(貸主)에게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회사의 계약 체결을 인식 또는 승인하였다는 내용의 서면을 교부한 데 그친 경우, 자회사가 모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자회사가 체결한 계약상 채무를 모회사가 보증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4]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1호의 ‘업무집행지시자’에 법인인 지배회사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회사채무의 단순한 이행지체가 상법 제401조에 정한 임무해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편집]

[1] 신용제공을 수반한 국제거래계약에서 계약 당사자인 자회사가 신용도가 높은 모회사의 지분 비율 및 모회사의 계약 체결 승인 사실을 진술하는 조항을 두거나 그러한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상대방에게 교부하였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모회사에게 어떠한 의무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고, 별도의 수권서류가 작성·교부되지 아니한 이상 이러한 진술 조항만으로 자회사의 의사가 모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었다고 해석할 수 없다.

[2] 자회사가 금전을 대출받거나 그 밖에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국제금융거래에 있어, 모회사가 대주(貸主)에게 보증의 의사를 추단할 문구가 전혀 없이 단지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의 확인과 자회사의 계약 체결을 인식 또는 승인하였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서면을 작성·교부한 데 그친 경우, 자회사가 모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자회사가 체결한 계약상 채무를 모회사가 보증하였다고 해석할 수 없다.

[3] 친자회사는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자회사의 임·직원이 모회사의 임·직원 신분을 겸유하고 있었다거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다거나 자회사의 사업 규모가 확장되었으나 자본금의 규모가 그에 상응하여 증가하지 아니한 사정 등만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자회사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적어도 자회사가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 요구되며, 구체적으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다는 등의 객관적 징표가 있어야 하며,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이 인정되어야 한다.

[4]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1호의 ‘회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인 지배회사도 포함되나, 나아가 상법 제401조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서 요구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는 회사의 기관으로서 인정되는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 위반의 행위로서 위법한 사정이 있어야 하므로, 통상의 거래행위로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그 이행을 지체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실만으로는 임무를 해태한 위법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

참조판례

[편집]

[3]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1984,520),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1988,189)

[4]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90 판결(1992,1037),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47316 판결(공1988, 168),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044 판결(공1993하, 2098)

참조법령

[편집]

[1]민법 제105조,제114조,제115조,상법 제48조

[2]민법 제105조,제114조,제428조,상법 제48조

[3]민법 제2조,상법 제171조 제1항

[4]상법 제401조 제1항,제401조의2 제1항 제1호

원심판례

[편집]
  • 서울고등법원 2004.04.30 2003나11891

전문

[편집]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한통엔지니어링의 소송수계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한통엔지니어링의 관리인 황기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서성)
  •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케△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진훈외 2인)
  •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4. 30. 선고 2003나11891 판결

주문

[편집]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편집]
1. 이 사건 계약에 관한 사실관계의 요지

원심이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 중 이 사건 계약의 체결 및 경과에 관한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가 100%를 출자한 필리핀국 소재 자회사인 코리아텔레콤필리핀 주식회사(Korea Telecom Philippines, Inc, 이하 약칭하여 ‘KTPI’라고 한다)가 1995. 10. 11. 및 1996. 11. 12. 등 2회에 걸쳐 필리핀의 통신회사인 필리핀텔레그라프앤드텔레폰 주식회사(Philippine Telegraph And Telephone Corporation, 이하 약칭하여 ‘PT&T’라고 한다)와 마닐라 근교 통신망확장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에 관한 공사계약(이하 ‘O▣P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바, KTPI는 그 중 사업관리업무만 직접 수행하고 자재공급·용역제공 업무 및 통신선로 설치공사 부분은 원고를 비롯한 한국 회사들(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에게 발주하였는데, 원고는 그 중 통신선로공사 및 자재공급에 관한 계약(1995. 10. 13. 및 1996. 11. 12.에 KTPI와 원고 사이에 체결된 각 계약을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KTPI와 체결한 회사이다.

나. O▣P계약 및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총 계약금액 중 20%는 위 PT&T가 직접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나머지 부분은 PT&T가 KTPI에게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던 반면, KTPI는 원고에게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던 데다가, KTPI는 자본금 규모가 한화로 약 16억 원 정도에 불과한 반면 O▣P계약의 규모는 미화 8,700만 달러(후에 계약변경 등으로 9,511만 달러로 증가함)에 이르렀으므로, KTPI는 투자재원조달을 위하여 1996. 7. 24. 체♡스맨하탄은행(The Chase Manhattan Bank)으로부터 미화 4,000만 불을 한도로 하는 여신거래약정(Credit Agreement)을 체결하였다.

다. 위 여신거래약정 전에 피고는 KTPI의 요청에 따라 경영기획심의위원회의 의결(해당 서류인 갑 제6호증의 2, 3을 이하에서는 ‘지급보증 의결서’라 한다)을 거쳐 KTPI를 위하여 위 은행과 사이에 위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대출금{‘체이스론(chase loan)’, 이하 ‘체이스론’이라 약칭한다}에 대한 보증계약(Guarantee Agreement)을 체결한 바 있고, KTPI는 위 여신거래약정에 따라 수시로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대금 및 그 이자를 지급하여 왔다.

라. 그러던 중, 1997년경 동남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여파로 PT&T가 1998. 6. 30.경 지불유예선언을 하자, 피고는 자회사인 KTPI에 대하여 ‘체이스론의 지급보증 잔여분의 인출금지 최소화’ 또는 ‘체이스론 인출시 피고와의 사전협의’ 등을 지시하여 사실상 체이스론의 인출을 제한하였고, 그에 따라 KTPI는 그 무렵부터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상의 대금 지급을 중단하였으며, 원고도 PT&T에 대한 나머지 자재공급을 중단하였다.

마. 원고와 KTPI는 2000. 10. 26.경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미지급대금이 2000. 6. 30. 기준으로 미화 20,978,488.23달러임을 확정하였고, KTPI는 그 후 2001. 3. 6.경 원고에게 위 미지급대금의 일부로서 미화 1,956,998.44달러를 지급하였다.

2. 상고이유 제1, 4점에 대하여

가. KTPI와 원고 사이의 이 사건 계약서 제1조(정의) 제5항에서는 “‘확인서’란 KTPI가 원고에게 제공하는 문서로서, KTPI는 피고가 전 지분을 보유하는 피고의 자회사라는 사실과, 그리고 KTPI가 본 계약과 관련하여 정부당국 및 피고로부터 모든 필요한 동의, 승인, 허가 등을 받았다는 사실 등을 확인하는 문서”라고 정의하고, 제9조(담보) 제1항에서 KTPI의 원고에 대한 확인서 작성·교부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실제로 이 사건 계약서에 별첨서류 B.로 첨부된 KTPI의 확인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확인서의 서명자인 KTPI는 원고에게, 이 확인서로써, KTPI가 현재 피고가 전 지분을 갖고 있는 피고의 자회사임을 확정적이고 무조건적으로 확인하고 증명한다.”, “KTPI는, PT&T와 KTPI 사이의 CFAI약정 및 KTPI와 원고 사이의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PT&T와의 O▣P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피고로부터 정당하게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확인하고 보증한다. 그 ‘승인서’는 별첨되어 있다.”는 등의 내용(그러나 별도로 피고가 작성한 ‘승인서’는 위 확인서에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신용제공을 수반한 각종 국제거래(이 사건 계약서는 원고와 KTPI 임직원들 사이의 교섭 결과를 필리핀 현지 변호사들이 문언화하는 방식으로 영문으로 작성되었다. 이 사건 계약서 및 제1심 증인 박□식의 증언, 기록 1261면 참조) 계약에서는, 차주의 조직, 구성, 경영 및 재산상태 등 대주가 대출을 결정하게 된 근거사실에 관하여 차주로 하여금 확인·진술하게 하고 그 진실성을 담보하게 하는 조항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바, 계약 당사자인 자회사가 신용도가 높은 모회사의 지분 비율 및 모회사의 계약 체결 승인 사실을 진술하는 조항을 두거나 그러한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상대방에게 교부한다 하여도, 자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별론으로 하고, 그 자체만으로는 모회사에게 어떠한 의무를 발생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임은 물론, 별도의 수권서류가 작성·교부되지 아니한 이상 이러한 진술 조항만으로 자회사의 의사가 모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었다고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자회사나 공기업이 금전을 대출받거나 그 밖에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국제금융거래에 있어 모회사 또는 정부가 대주에 대하여 일정한 확인이나 보장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보장은 대체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보증의 형태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때로는 이행을 보장하는 자의 명예나 신용 등에 일임할 뿐 거기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지 아니하는 서면, 즉 자회사에 대한 지분의 확인 및 유지에 대한 언급, 자회사가 체결하는 계약에 대한 인식 및 승인, 자회사의 자력 또는 이행능력을 뒷받침할 방침의 선언 등을 담은 서면(이하 ‘Letter of Comfort’라 한다)의 작성·교부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주된 내용은 위와 같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그 내용과 보장 문언의 해석에 따라서는 자회사의 계약상 채무에 관한 모회사의 보증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도 전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보증의 의사를 추단할 문구가 전혀 없이 단지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의 확인과 자회사의 계약 체결을 인식 혹은 승인하였다는 등의 내용만으로는, 자회사가 모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자회사가 체결한 계약상 채무를 모회사가 보증하였다고 해석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다. 이에 의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확인서는 작성 주체가 KTPI이고 계약 당사자인 KTPI의 진술 내지 보장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모회사인 피고가 KTPI에게 이 사건 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거나 어떠한 보증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는 해석하기 곤란하다고 할 것이고, 수권에 관한 별도의 서류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KTPI가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사였다고 해석하기도 곤란하다 할 것이며, 확인서에 첨부하기로 예정된 피고의 승인서가 실제로 첨부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의 의사를 함부로 추단하여 보증의 의사나 대리권 수여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 사, 원고의 주장과 같이 계약 교섭과정에서 KTPI가 원고에게 이 사건 체이스론에 대한 피고의 지급보증 의결서를 제시한 바 있고, 이를 위 승인서에 갈음하기로 하는 양해가 KTPI와 원고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피고 역시 사전 혹은 사후에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추단될 수 있는 피고의 의사란 결국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확인서의 언급 사항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이는 앞서 본 Letter of Comfort의 전형적인 내용 중 모회사의 지분 확인과 자회사의 계약 체결에 대한 승인 등을 피고가 하였다는 정도의 의미 외에는 찾기 어려울 것이므로(그 이상의 법률적 구속력을 원하였다면 별도로 피고의 의사가 명확히 담긴 서면을 작성·교부받았어야 할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피고가 KTPI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거나 KTPI를 위하여 계약상 채무를 보증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라. 뿐만 아니라, 돌이켜 이 사건 계약 체결 교섭 과정을 보면, 원고측은 KTPI 임직원과만 협의하였을 뿐, 피고의 임직원과 협의하거나 대화한 적이 없는 점(제1심 증인 박□식의 증언, 기록 1260면 참조), 위 지급보증 의결서는 위 O▣P계약 및 이 사건 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작성된 것인 점(따라서 앞서 본 체이스론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은행에 대한 보증을 결정하기 위하여 내부적 절차를 이행하였다는 점을 나타내는 서류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를 피고가 직접 원고에게 제시한 것도 아닌 점 등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위 지급보증 의결서가 원고 등 외부의 제3자에 대한 의사표시로 해석될 여지도 없다고 할 것이다.

마. 원심의 설시가 비록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앞서 살핀 바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조항 및 확인서 등의 의미를 법적인 수권규정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KTPI가, 이 사건 통신망 확장사업과 관련된 O▣P계약 등 전반적인 사업추진에 관하여, 100% 주주 모회사인 피고로부터 정당하게 동의 내지 승낙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여 주는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위 ‘지급보증 의결서’의 의미는, 그 내용 그대로 ‘체이스론에 대한 지급보증’일 뿐이며, 그 ‘교부’의 의미 역시, 단순히 KTPI가 이 사건 통신망확장사업 추진과 관련된 피고의 동의 및 KTPI 자신의 현지 자금조달 능력을 원고에게 확인시켜 주는 의미일 뿐, 원고 주장과 같이 그로써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나 보증인으로 편입되었다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책임을 지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본인책임 또는 지급약속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으며, 위 지급보증 의결서의 의미가 위와 같은 이상, 피고가 지급보증 의결서를 교부함으로써 피고가 “KTPI로 하여금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계약대금을 지급하도록 하겠으며 체이스론 인출금지 지시를 하지 않겠다.”는 별개의 약정 혹은 보증을 원고에게 하였다는 등의 원고 주장을 모두 배척한 원심의 조치 역시 정당하고, 거기에 이 사건 체이스론약정과 신의칙상 의무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앞 서 본 바에 의하면, KTPI가 대리의 의사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그 밖에 원고나 KTPI가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이 피고에게 미치게 됨을 전제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는 해석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피고가 KTPI의 지분을 전부 보유한 모회사로서 KTPI에 대하여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거나, KTPI가 PT&T의 지불유예선언 이후 체이스론을 일부 인출하여 원고에게 변제하는 것을 피고가 허용한 사실이 있다 하여도, 그러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피고 본인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으로 추인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무권대리의 추인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가 해외법인운영지침(을 제10호증)에 따라, 해외법인들의 예산편성지침을 작성·통보하는 등 KTPI를 비롯한 해외현지법인의 예산편성에 관여하고(위 지침 제8조), 현지에 파견되는 피고의 직원들은 ‘재적전출직원’이라 하여 피고의 사규와 복무상의 명령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현지에서 사직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으며(위 지침 제6조), 실제로 이 사건 계약 당시 KTPI의 이사들 중 다수가 피고의 직원 신▽을 유지하고 있었던 점, 그 밖에 원고 등에게 지불하여야 할 금액은 미화 8,700만 불에 이르는 반면, KTPI의 자본금은 약 16억 원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KTPI가 그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의의를 상실할 정도로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완전한 지배를 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원고에 대한 계약상 채무의 지급보증의 의사로 지급보증 의결서를 교부하고서도 PT&T가 지불유예를 선언하자 KTPI에 대하여 체이스론의 인출을 사실상 금지하였고 KTPI가 그 지시에 따른 결과 KTPI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계약상 채무가 이행될 수 없도록 하여 사후에 그 책임을 부인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자회사인 KTPI의 법인격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임에도,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인격 부인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유모순,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나.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함은 소론과 같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참조).

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은 친자회사 사이에 있어서는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자회사의 임·직원이 모회사의 임·직원 신▽을 겸유하고 있었다는 사정이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그에 따른 주주권의 행사로서 이사 및 임원 선임권을 지닌 결과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 사정, 그 밖에 자회사의 사업 규모가 확장되었으나 자본금의 규모가 그에 상응하여 증가되지 아니한 사정 등만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자회사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적어도 자회사가 그 자체의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 요구되며, 구체적으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다는 등의 객관적 징표가 있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여기에 더하여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라. 그러므로 위 객관적 징표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에 관하여 우선 살피건대, ①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공법인이었고, KTPI는 필리핀 법령에 따라 설립되어 필리핀 통신사업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정기적으로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받아 왔던 점(을 제17호증의 1 내지 6 참조) 등 기록에 나타난 사정들과, ② 위 지침(을 제10호증)에 의하면, 피고가 매 회계연도마다 현지법인에 대한 경영목표설정을 위한 지침 및 현지법인 예산편성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에 관한 지침을 작성하여 현지법인에 통보하고, 해외 현지법인은 그 지침에 따라 다음 회계연도의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예산 및 사업계획을 이사회에서 확정하여 피고에게 통보하며, 피고의 해◇사업관리부서에서는 현지법인의 경영목표를 회계연도 개시 1개월 전까지 확정·통보하도록 되어 있고(위 지침 제7조), 나아가 현지법인의 실적 보고, 피고 해◇사업관리부서의 실적 평가 및 성과보상 방침 등이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나(위 지침 제10조 내지 제12조), 위 지침은 오히려 해외 현지법인들의 독자적인 경영목표의 설정 및 그에 따른 예산편성 능력, 그리고 경영목표의 현실적 수행을 전제로 한 것(결국, KTPI를 비롯한 해외 현지법인들이 피고와는 별개의 조직과 법인격을 갖춘 존재임을 전제로 모회사의 해외 자회사에 대한 통제 및 지배관계의 전형적인 요소를 조문화한 것에 불과하다.)이어서, 위 지침을 근거로 피고와 KTPI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그 밖에 이 사건 사업의 추진과 이 사건 계약을 KTPI가 독자적으로 결정하여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에게 현◎은행으로부터 신용을 제공받는 데 관하여 지급보증을 요구하기까지 한 점 등 원심이 그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와 KTPI가 그 조직, 재산, 회계 및 업무 내용에 있어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결국 법인격 부인에 요구되는 객관적 징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마. 나아가 그 밖에 원심이 그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사정들, 즉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KTPI에게 피고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KTPI와 피고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KTPI와의 사이에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던 점, 원고는 이 사건 계약상 채무에 관하여 피고의 지급보증을 요구하였으나 교섭 상대방인 KTPI로부터 거절당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에 대한 구속력을 인정하기에는 그 효력이 충분치 못한 확인서 및 일부 계약 내용만으로 KTPI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KTPI 사이의 이 사건 계약에 있어서 피고가 불법 또는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현지법인인 KTPI를 이용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KTPI의 독자적 법인격을 주장하여 피고 자신의 계약상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위 다.항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법인격 부인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유모순,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5.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1호 소정의 ‘회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이하 ‘업무지시자’라고 한다)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인 지배회사도 포함되나, 나아가 그에 의하여 부담하는 상법 제401조 소정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서 요구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라 함은 회사의 기관으로서 인정되는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 위반의 행위로서(예를 들면, 회사의 경영상태로 보아 계약상 채무의 이행기에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불가능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감추고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한 급부를 미리 받았으나 그 이행불능이 된 경우와 같이) 위법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그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실만으로는 이를 임무를 해태한 위법한 경우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90 판결, 2002. 3. 29. 선고 2000다47316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외환위기로 말미암은 PT&T의 지불유예선언 등을 미리 예견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피고가 KTPI에게 체이스론 인출금지 지시를 한 것이 위법한 업무집행지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6. 상고이유 제6점에 대하여

가.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관한 원심 판단의 위법 여부 주장에 대하여

앞 서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지급보증 의결서’의 의미가, 그 내용 그대로 ‘체이스론에 대한 지급보증’일 뿐이며, 그 ‘교부’의 의미 역시, 단순히 KTPI가 이 사건 통신망확장사업 추진과 관련된 피고의 동의 및 KTPI 자신의 현지 자금조달 능력을 원고에게 확인시켜 주는 의미일 뿐, 원고 주장과 같이 그로써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나 보증인으로 편입되었다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책임을 지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는 해석되지 아니하는 점을 전제로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KTPI나 피고가 지급보증 의결서를 교부함으로써 피고로 하여금 KTPI의 체♡스맨하탄은행에 대한 체이스론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여 피고가 KTPI와 함께 대금을 지급하리라고 믿게 하는 등 원고를 기망하였다거나 체이스론 인출금지 지시를 할 수 있음을 원고에게 알리지 않음으로써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인출금지 지시행위의 위법성에 관한 원심 판단의 위법 여부 주장에 대하여 위 가.항의 판단을 전제로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위 체이스론의 인출금지를 지시한 것은, KTPI가 위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상의 대금을 변제하는 경우, 사후적으로 PT&T로부터 그 대출원리금 상당을 상환받아 위 체이스론을 상환하여야 하나, PT&T의 지불유예선언으로 그 상환이 사실상 어렵게 되어, 결국 위 체이스론의 지급보증인인 피고가 그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지급보증인 피고의 입장으로서는 구상권자로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으로서 부득이한 선택이었고, 따라서 그와 같은 인출금지 지시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다.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원심 판단의 위법 주장에 대하여 원 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KTPI가 원고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하지 못한 이유가 제1항 다.에서 본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체이스론을 인출하지 못한 데 있고, 그것은 주로 위 여신거래약정에 관하여 KTPI를 위하여 지급보증을 한 피고가 피보증인인 KTPI에게 추가 인출 중단 요구 내지 지시를 함에 기인한 것이며, 피고가 인출 중단을 요구한 이유는 KTPI의 주된 거래처이자 자금원이라 할 수 있는 PT&T의 예기치 못한 지불유예선언으로 말미암아 체이스론을 추가로 인출(대출규모를 확대)할 경우 그 변제 책임이 고스란히 피고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었던 데에 있다 할 것인바, KTPI가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변제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대출에 관한 피고의 채무부담으로 피보증인인 KTPI의 계약상 채무를 변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할 것인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아무런 약정이나 교섭도 없었던 이상,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체이스론의 추가 인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하였다 하여도, 그로 말미암아 원고의 대금채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가사 침해되었다 보더라도,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로 되지는 않고,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으며,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참조),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인출중단 요구를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원심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7. 상고이유 제7점에 대하여

앞 서 본 바와 같이 피고에게 아무런 계약상 책임이나 기타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KTPI와 원고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의 효력이 피고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예비적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8.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

라이선스

[편집]

이 저작물은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7조에 따라 비보호저작물로 배포됩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저작물이 있습니다.

  1.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3.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
  5.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