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다63019
양수금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63019, 판결] 【판시사항】 [1] 은행의 대출업무 담당직원이 대출자를 속여 대출금에 대한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대출금의 일부를 받아 편취한 사안에서, 그 편취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되고, 나아가 대출자가 그 편취금에 관하여 영수증이나 예금통장을 받지 않은 잘못만으로는 은행의 면책을 인정할 만한 중과실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편취행위에 대하여 은행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 [2] 피용자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민법 제496조의 적용 배제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은행의 대출업무 담당직원이 대출자를 속여 대출금에 대한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대출금의 일부를 받아 편취한 사안에서, 그 편취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되고, 나아가 대출자가 그 편취금에 관하여 영수증이나 예금통장을 받지 않은 잘못만으로는 은행의 면책을 인정할 만한 중과실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편취행위에 대하여 은행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
[2]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고,
같은 조 제1항에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용자책임에서 사용자의 과실은 직접의 가해행위가 아닌 피용자의 선임·감독에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용자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고의의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면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6조
[2]
민법 제496조,
제756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배선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부산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래 담당변호사 최현우)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4. 10. 6. 선고 2003나1335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76 판결, 2005. 4. 29. 선고 2004다7263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원심 공동피고는 사실은 신두용으로부터 이 사건 대출금에 대한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받더라도 이를 이 사건 대출금에 대한 이자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이 사건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피고 부산은행(이하 ‘피고 은행’이라고 한다)에 예치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신두용에게 이 사건 대출금에 대한 선이자 및 이면담보로 대출금 중 2억 원을 예치하라고 기망하여 위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사기죄 등으로 기소되어 2002. 9. 16.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후 원심 공동피고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하여, 위 금원은 원심 공동피고가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편취한 것이라고 보고, 위 금원이 대출사례금으로 지급된 것이라는 피고 은행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민법 제756조 제1항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6890 판결, 1999. 1. 26. 선고 98다39930 판결, 2003. 1. 10. 선고 2000다34426 판결 등 참조),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2003. 1. 10. 선고 2000다3442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신두용은 2001. 8. 12. 원고, 임성재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18억 5천만 원에 매수한 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방법을 알아보던 중 피고 은행 신창동지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원심 공동피고를 소개받은 사실, 피고 은행에서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위하여 감정한 결과 감정가격이 약 25억 원이 나옴에 따라 대출액을 감정가격의 약 70%인 18억 원으로 정하더라도 담보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공동피고는 대출이 실행되기 전인 2001. 9. 초순경 신두용을 만나 담보가 부실하므로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대출금 중 2억 원을 예치하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이에 신두용은 원심 공동피고를 소개받기 전에 다른 은행에 대출관계를 문의하였을 때 14억 정도만의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있었고, 이 사건 부동산 상의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므로 이자에 신경쓰기 어려울 사정도 고려하여 원심 공동피고의 제안에 동의한 사실, 신두용은 2001. 9. 18. 피고 은행과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한 여신한도금액 18억 원의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고, 근저당권설정비용 및 공과금 등을 공제한 17억 5천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원심 공동피고가 대출 당일 외부에 출장중이라며 신두용에게 전화를 하여 대출금 중 선이자 및 이면담보조로 예치하기로 한 2억 원을 위 신창동지점 대출계장 소외인에게 맡겨두라고 함에 따라, 대출금 중 원심 공동피고를 통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인, 임차인 등에게 지급하기로 한 12억 5천만 원에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의 위 2억 원을 합한 14억 5천만 원을 위 신창동지점 창구에서 소외인에게 맡긴 사실, 신두용은 오경숙을 통하여 위와 같이 14억 5천만 원을 맡기면서, 위 2억 원과 관련한 영수증이나 예치금에 대한 통장 등을 교부받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여러 사정과 함께, 금융기관이 대출을 하면서 그 중 일정 금액을 적금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소위 ‘꺾기’와 관련하여, 이 사건 대출 무렵 시행되던 은행업감독규정(2001. 7. 2. 전문 개정 금융감독위원회공고 제2001-38호) 제88조 제1호에 의하면, ‘금융기관은 여신취급과 관련하여 감독원장이 정하는 차주의 의사에 반하는 예금의 구속행위는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대출과정에서 ‘꺾기’가 행하여졌다는 것이 바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고, 이와 같은 대출관행이 존재한다는 점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 공동피고가 대출과정에서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2억 원을 수수한 것은 위 법리에 비추어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대출과정에서 신두용이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가격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보가치가 부족하여 이면담보가 필요하다는 원심 공동피고의 말을 쉽게 믿고 피고 은행에 알아보지도 않은 채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2억 원을 지급하고, 위 2억 원을 지급하면서도 이에 관한 영수증이나 예금통장도 교부받지 않은 잘못은 인정되나, 이와 같은 과실만으로는 위에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 은행의 면책을 인정할 만한 중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심 공동피고가 선이자 및 이면담보 명목으로 신두용으로부터 2억 원을 지급받은 사실에 대하여 피고 은행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것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피해자에게 악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의 사용자책임의 인정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의 취지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까지도 상계권 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되어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또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 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등 참조). 또한,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라 할 것이고 (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판결 참조), 민법 제756조 제1항에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용자책임에서의 사용자의 과실은 직접의 가해행위가 아닌 피용자의 선임·감독에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용자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에 의하여 손해를 전보케 하려는 취지에서 규정된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고의의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원심 공동피고가 고의로 신두용의 대출금 중 2억 원을 편취한 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피고 은행이 위 손해배상채무를 수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계금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 안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