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헌라3
서울특별시와 정부간의 권한쟁의 [전원재판부 2004헌라3, 2005. 12. 22.] 【판시사항】 1. 정부의 법률안 제출행위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의무교육 경비의 중앙정부 부담원칙이 헌법상 도출되는지 여부(소극) 3. 교육재정제도에 관한 헌법의 위임과 입법형성권 4. 의무교육 경비를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충당토록 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1조 제1항 등이 교육재정제도에 관한 헌법의 위임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위헌인지 여부(소극) 5. 권한쟁의심판에서 처분의 위헌ㆍ위법성 판단과 권한침해 판단의 관계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존재하여야 하고, 여기서 “처분”이란 법적 중요성을 지닌 것에 한하므로,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는 행위는 “처분”이라 할 수 없어 이를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법률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적으로 헌법상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의회의 권한이다. 따라서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는 행위는 입법을 위한 하나의 사전 준비행위에 불과하고, 권한쟁의심판의 독자적 대상이 되기 위한 법적 중요성을 지닌 행위로 볼 수 없다. 2. 헌법 제31조 제2항ㆍ제3항으로부터 직접 의무교육 경비를 중앙정부로서의 국가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하여 의무교육의 성질상 중앙정부로서의 국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39조 제1항이 의무교육 경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부담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3. 헌법 제31조 제4항ㆍ제6항은 교육제도와 교육재정제도의 형성에 관하여 헌법이 직접 규정한 사항 외에는 입법자에게 위임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상황, 의무교육의 수준 등의 여러 가지 요소와 사정을 감안하여 교육 및 교육재정의 충실을 위한 여러 정책적 방안들을 구상하고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에 관한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ㆍ선택권은 넓게 인정된다. 4.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1조 제1항에서 의무교육 경비를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충당토록 규정한 것 및 같은 조 제2항 제3호에서 서울특별시ㆍ부산광역시와 그 밖의 지방자치단체를 구분하여 서울특별시의 경우에는 당해 시ㆍ도세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예산에 계상하여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하도록 규정한 것은 교육재정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골고루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는 헌법의 위임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자의적인 것이라 할 수 없어 위헌이 아니다. 5. 권한쟁의심판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권한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인바(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 이 사건 본안판단의 대상으로 된 것은 피청구인 국회의 법률제정행위로서 그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데, 앞에서 본바와 같이 거기에 교육 및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에 위반되는 점이 없으므로 그로 인한 청구인 서울특별시의 권한침해는 인정되지 않는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서울특별시 대표자 시장 이명박
대리인 1. 법무법인 한길
담당변호사 안원모 외 2인
2. 법무법인 김신유
담당변호사 정경식 외 4인
피청구인 1. 정부
대표자 법무부장관 천정배
대리인 법무법인 우리법률
담당변호사 김종인
2. 국회
대표자 국회의장 김원기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김응조 외 1인
【주 문】
피청구인 정부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하고, 피청구인 국회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피청구인 정부는 2004. 11. 12.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이하 ‘자치법안’이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중개정법률안(이하 ‘교부금법안’이라 한다)을 제출하였고, 이 법안들은 같은 달 15.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자치법안의 제안이유는, 의무교육에 관련되는 경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단지 중학교 의무교육 경비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부담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던 당시의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하 ‘구 자치법’이라 한다) 제39조 제1항을 개정하여, 의무교육 관련 경비의 부담주체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변경하려는 것이다.
교부금법안의 제안이유는, 중학교에 대한 의무교육이 전면 실시됨에 따라 지방교육재정의 지원구조를 재조정하려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① 의무교육경비는 교부금 및 지방교육양여금으로 충당토록 하고, 의무교육기관 외의 공립학교 교원의 봉급에 관하여는 지방자치단체가 일부(단, 서울특별시는 전액)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던 당시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하 ‘구 교부금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을 개정하여, 의무교육 경비를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충당케 하려는 것이며, ② 교육비의 재원 조성을 위하여 일률적으로 당해 시ㆍ도세 총액의 1,000분의 36에 해당하는 금액을 교육비특별회계전출금으로 계상하도록 한 구 교부금법 제11조 제2항을 개정하여, 서울특별시와 그 밖의 지방자치단체를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특별시세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예산에 계상하여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2) 청구인은 2004. 11. 22. 피청구인 정부를 상대로, 위 개정법안은 의무교육 경비의 국가부담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3항, 지방자치의 보장에 관한 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재정의 건전운영을 보장하는 지방자치법 제113조 제2항에 위배되는데, 이러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청구인의 자주재정권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하면서 ① 피청구인 정부의 위 개정법안(자치법안 제39조, 교부금법안 제11조 제1항ㆍ제2항) 제출행위, ② 그로 인하여 개정될 법률들이 모두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며, 나아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3) 피청구인 정부가 제출한 위 개정법률안은 각각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되어 제250회 국회(정기회) 제7차 교육위원회에 상정되었고, 검토보고와 대체토론을 거쳤으나, 2004. 11. 25. 동 국회 제9차 교육위원회에서 위 개정법률안을 모두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기로 하되, 각 그에 상응하는 개정법률안(대안)을 위원회안으로 채택하기로 의결하였고, 같은 해 12. 8. 국회 본회의에서 위원회안대로 각 의결되어, 같은 해 12. 30. 일부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법률 제7252호로 개정된 것, 이하 ‘교육자치법’이라 한다)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법률 제7251호로 개정된 것, 이하 ‘교부금법’이라 한다)이 각각 공포되었다.
(4) 이에 청구인은 2005. 4. 4. 이 사건 심판청구의 대상에는 피청구인 정부의 위 개정법률안 제출행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개정된 위 개정법률들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피청구인 정부’를 ‘피청구인 정부 및 국회’로 경정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였고, 헌법재판소는 같은 달 11. 이를 허가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피청구인 정부가 2004. 11. 12. 자치법안과 교부금법안을 제250회 국회(정기회)에 제출한 행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지, 나아가 무효인지 여부, ② 피청구인 국회가 교육자치법(법률 제7252호) 제39조 제1항에서 의무교육 관련 경비의 부담주체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한 것, 교부금법(법률 제7251호) 제11조 제1항에서 의무교육 경비를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충당토록 규정한 것 및 같은 조 제2항 제3호에서 서울특별시와 그 밖의 지방자치단체를 구분하여 서울특별시의 경우에는 특별시세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예산에 계상하여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하도록 규정한 것이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지, 나아가 무효인지 여부이다.
교육자치법과 교부금법의 해당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자치법 제39조(의무교육경비등) ①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교원의 보수와 기타 의무교육에 관련되는 경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의무교육 외의 교육에 관련되는 경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및 학부모 등이 부담한다.
부 칙
이 법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교부금법 제11조(지방자치단체의 부담) ① 시ㆍ도의 교육ㆍ학예에 소요되는 경비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부담하되, 의무교육에 관련되는 경비는 교육비특별회계의 재원 중 교부금과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충당하고, 의무교육 외의 교육에 관련되는 경비는 교육비특별회계의 재원 중 교부금,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 수업료 및 입학금 등으로 충당한다.
② 공립학교의 설치ㆍ운영 및 교육환경개선을 위하여 시ㆍ도는 다음의 금액을 각각 매 회계연도 일반회계예산에 계상하여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하여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에 의하여 증감이 있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지방세법 제260조의3의 규정에 의한 지방교육세에 해당하는 금액
2. 담배소비세의 100분의 45에 해당하는 금액(도를 제외한다)
3. 서울특별시는 특별시세 총액(지방세법 제6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목적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한다)의 100분의 10, 광역시 및 경기도는 광역시세 또는 도세 총액(지방세법 제6조 제2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목적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한다)의 100분의 5에 해당하는 금액, 그 밖의 도는 도세 총액의 1천분의 36에 해당하는 금액
부 칙
①(시행일) 이 법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②(유효기간) 제3조 및 제11조의 개정규정은 2006년 12월 31일까지 그 효력을 가진다.
2. 청구인의 청구이유와 피청구인들의 답변
가. 청구이유
(1) 우리 헌법이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의무교육 비용부담의 주체가 국가라는 것은 당연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교육재정정책은 이를 전제로 일관되게 유지되어왔는바, 2001. 12. 19. 개정된 구 자치법과 구 교부금법도 의무교육기관 종사 교원의 보수는 국가가 부담한다는 원칙 하에(구 자치법 제39조 제1항 본문), 다만 2004. 12. 31.까지 한시적으로 중학교 의무교육 관련경비는 그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키기로 하였을 뿐이다(구 자치법 제39조 제1항 단서, 부칙 제2항ㆍ제3항).
따라서 중학교 의무교육이 전면 시행되는 2005. 1. 1.부터는 마땅히 국가가 중학교 교원의 보수를 부담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교육자치법과 교부금법을 통하여 의무교육비용인 중학교 교원의 보수액 전부 또는 일부를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계속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의무교육제도에 관한 헌법 제31조 제3항, 지방자치의 보장에 관한 헌법 제117조 제1항 및 교육 관련법의 규정과 정신에 위반된다.
또한 교부금법은 서울특별시와 그 밖의 지방자치단체를 구분하여 유독 전자의 경우에만 특별시세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예산에 계상하여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의무교육기관인 중학교 교원의 보수를 전입금에 의해 강제로 부담하게 되면 그 만큼 청구인은 주민의 복리를 위한 자주적인 예산편성에 제약을 받게 된다.
(2) 국가는 교육의 주체로서, 중등학교의 설립이나 교육과정, 내용 등 주요 교육정책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전권을 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ㆍ공립학교 교원의 법적 지위는 국가공무원이므로 그 교원의 봉급도 국가가 부담함이 마땅하다.
국가재정이 빈약하였던 1960년대에도 의무교육기관의 교원 봉급은 국가가 부담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비의무교육기관의 교원 봉급도 절반을 국가가 부담하였는데, 국가예산이 비교할 수 없이 증대하였고 중등학교가 완전히 의무교육으로 전환된 2005년 이후에도 의무교육기관의 교원 봉급을 국가가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헌법정신과 지난 50년간 일관된 교육정책에 위반된다.
(3) 피청구인 정부의 법률안 제출행위 및 그로 인하여 개정된 법률은 헌법 및 지방자치법에 의하여 청구인에게 부여된 자주재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나. 피청구인 정부의 답변(1) 이 사건은 교육ㆍ학예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것이므로 서울특별시가 아닌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2)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은 제250회 국회(정기회) 교육위원회에서 본회의에 회부하지 아니하기로 되었고 대신 위원회안으로 채택된 대안이 개정법률의 기초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자주재정권은 법률안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정, 공포되는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침해될 수 있고, 법률을 개정할 권한은 국회에 있으므로 정부를 상대방 당사자로 삼은 것은 잘못된 것이다.
(3) 의무교육 경비를 국가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규정이나 원칙은 없고, 법률로써 지방자치단체에 그 경비를 부담케 할 수 있다. 그 동안 국가가 의무교육 경비의 대부분을 부담해 온 것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고 의무교육 경비를 부담할 능력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인바, 이제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고 중앙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고 있으므로 의무교육 경비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4)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5호에 의하면 교육에 관한 사무, 중학교 등 공립학교의 설립ㆍ운영ㆍ지도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이므로 그 재원을 지방자치단체가 조달하여 부담함이 원칙이고, 교원이 국가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그 봉급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5) 청구인이 주장하는 자주재정권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구체적 권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개정안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 부담의 전국 합계액이 종전보다 줄어들고 이는 청구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다. 피청구인 국회의 답변피청구인 정부의 답변과 대체로 같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1) 피청구인들은 이 사건이 교육ㆍ학예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둘러싼 권한쟁의이므로 서울특별시가 아닌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권한쟁의의 본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에서 교육ㆍ학예에 관한 재정부담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하는 데에 있고, 청구인의 심판청구 취지도 피청구인들의 행위로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 자신의 예산편성권이 침해되었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사건 권한쟁의는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2항에 규정된 “권한쟁의가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조의 규정에 의한 교육ㆍ학예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것인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은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당해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2항은 “제1항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존재하여야 한다.
여기서 ‘처분’이란 법적 중요성을 지닌 것에 한하므로,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는 행위는 ‘처분’이라 할 수 없어 이를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법률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적으로 헌법상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의회의 권한이다. 따라서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는 행위는 입법을 위한 하나의 사전 준비행위에 불과하고, 권한쟁의심판의 독자적 대상이 되기 위한 법적 중요성을 지닌 행위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 정부가 2004. 11. 12. 자치법안과 교부금법안을 제250회 국회(정기회)에 제출한 행위를 다투는 심판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4. 본안에 관한 판단가. 의무교육 경비 부담에 관련된 헌법규정의 해석헌법 제31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제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위 헌법 문언들로부터 직접 의무교육 경비를 중앙정부로서의 국가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의무교육의 성질상 중앙정부로서의 국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 교육이란 것은 그 연원상 종교교육의 자유, 부모의 자녀교육권과 같은 사교육(私敎育)에서 비롯된 것일 뿐만 아니라, 중앙집권적인 획일적인 교육의 지배는 교육의 본질과 이상에서 멀고 오히려 학부모인 주민 등의 참여에 의한 자치적 교육 운영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우리 헌법도 제31조 제4항, 제117조 제1항을 통하여 지방교육자치를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이 지방교육자치에 민주주의, 지방자치, 교육자주 라고 하는 세 가지의 헌법적 가치를 부여한바 있다(헌재 2000. 3. 30. 99헌바113, 판례집 12-1, 359, 368-3698 ; 2002. 3. 28. 2000헌마283, 판례집 14-1, 211, 223). 이러한 헌법의 보장은 헌법 제31조 제6항을 매개로 교육에 관한 구체적 법률들을 통하여 구현된다.
의무교육이 그 중핵을 차지하는 공교육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의무교육 무상의 보장은 모든 아동들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다시 의무교육 대상자 모두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인적ㆍ물적 시설과 자원을 온 나라에 걸쳐 골고루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데,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그것을 중앙정부의 사무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지방 단위 별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면 의무교육의 평균적 보장은 오히려 지방교육자치의 이념과 더 잘 조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원리적으로 일반교육이든 의무교육이든 그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그것이 중앙정부에 의하여 장악ㆍ관리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의무교육 무상에 관한 헌법규정은 의무교육의 비용에 관하여 학부모의 직접적 부담으로부터 전체 공동체의 부담으로 이전하라는 명령일 뿐, 그 공적 부담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중립적이다. 그러한 공적 부담의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관하여 헌법 제31조 제2항ㆍ제3항을 통하여 헌법이 직접 명령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하고 있고, 제6항은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교육제도와 교육재정제도의 형성에 관하여 헌법이 직접 규정한 사항 외에는 입법자에게 위임하고 있다(헌재 1992. 11. 12. 89헌마88, 판례집 4, 739, 774-775 참조). 이와 같이 헌법에서 교육관련 제도의 형성을 입법자에게 위임한 이상 입법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상황, 의무교육의 수준 등의 여러 가지 요소와 사정을 감안하여 교육 및 교육재정의 충실을 위한 여러 정책적 방안들을 구상하고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에 관한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ㆍ선택권은 넓게 인정된다.
나. 개정된 의무교육비 부담 방식에 대한 평가
(1) 평가의 관점의무교육 경비를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것의 상대적 장단점에 관하여는 교육학적ㆍ재정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관하여는 각국의 국가형태(연방국가인지 아닌지,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어떠한지), 교육제도와 법제, 재정의 구조 및 현상을 떠나 추상적ㆍ일률적으로 논단할 것은 아니다.
원리적으로 볼 때 지방교육자치가 바람직하다면, 또 지방교육자치를 제도로서 채택하고 있다면 지방교육재정 또한 지방에서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볼 수 있다. 지방정부가 교육의 주체라면 교육재정도 지방정부가 조달하여야 교육의 자치는 중앙정부에의 의존이나 간섭 없이 완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완벽하게 지방교육재정을 부담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세계 각국의 공통된 현상이므로 중앙정부는 교육조건을 구비할 책무를 일정하게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는 지방정부의 재정이 불충분한 현실을 전제로 어떻게 중앙과 지방의 부담과 권한을 분배하는 것이 공교육의 기회를 충실하게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인지에 있다.
(2) 교육자치법 제39조 제1항교육자치법 제39조 제1항은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교원의 보수를 비롯한 의무교육관련 경비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교부금법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분할 부담 가능성만큼은 동 조항에서 확정하고 있다.
위에서 본바와 같이 의무교육에 관한 헌법조항인 헌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조항인 헌법 제117조 제1항으로부터 직접 의무교육 경비를 중앙정부로서의 국가가 전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자치법 제39조 제1항이 지방자치단체의 부담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는 점만으로는 위 헌법조항들에 위반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 가능성을 천명한 이 조항은 지방자치제도나 지방교육자치의 이념에도 부합한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고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과정에 있다면 중앙정부가 부담하였던 관련 재정부담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50년간 중앙정부가 의무교육 경비를 부담해온 것은 그간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그 경비를 부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현재의 사정도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방교육자치 추구에 발맞추어 지방의 재정부담 폭을 넓히려는 것은, 그로 인하여 의무교육 무상의 헌법적 명령이나 취지가 형해화되지 않는 한 적어도 원리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
(3) 교부금법 제11조 제1항ㆍ제2항 제3호다음으로 위 교부금법 조항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재원조달의 방식이나 내용이 의무교육 무상, 교육재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의 위임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자의적인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의무교육재정에 관한 위임의 취지는 결국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골고루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재정제도를 형성하라는 것으로 귀착되므로, 위 조항이 규정한 방식과 내용으로 인하여 의무교육을 실질적으로(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의 관점), 또한 다른 사람과의 형평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게(전국적 평균성 보장의 관점) 받을 권리가 형해화되거나 현저히 방해받는 때에만 위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살펴보면, 첫째, 교부금법 제11조 제1항은 의무교육 경비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 독립된 회계에 의하여 수입ㆍ지출이 관리되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이 특별회계의 수입을 함부로 교육 외의 다른 사무를 위한 용도로 유출할 수 없음이 보장된다.
둘째, 의무교육 경비는 국고에서 나오는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가 그 일반예산에서 부담하는 전입금으로 충당토록 하고 있으므로 국가가 의무교육 경비에 관하여 일체 책임지지 않는 것은 인정되지 않고 일정 부분 부담하도록 의무지우고 있다. 국가는 회계연도마다 지방교육을 위한 이러한 교부금을 국가예산에 계상하여야 한다(교부금법 제9조 제1항).
셋째, 교부금의 지급기준과 방식, 내용을 보면 교육재정확보의 안정성, 전국적 평균성을 상당한 정도로 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교육재정의 구조적 특징의 하나로 교육비 중 인건비 등의 경직성 경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2005년도 세출예산 기준으로 인건비가 65.6%, 학교운영비가 14.4%를 차지), 교원 인건비, 학교운영비, 학교신설비 등 의무교육 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에 대하여 교부금의 지급기준을 법정함으로써(교부금법 제2조 제1호,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 제7조 제1항, 동법시행령 제4조 제1항, 별표 1) 의무교육 재정을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 하에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의무교육비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하는 만큼 인건비가 증가할 때 그 만큼 교육재정의 총규모 또한 증가하여야만 의무교육 재정이 안정화된다. 그런데 인건비 소요에 현저한 변동이 있는 때에는 국가는 교부금의 교부율을 보정하도록 하고 있고(교부금법 제4조), 기준재정수요액을 측정함에 있어서도 교원인건비 가산금 항목을 두어 기준교원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교원의 수만큼 그 액이 늘어나도록 하고 있어 이에 대비한 규정도 두고 있다. 나아가 특별한 교육재정의 수요가 있을 경우에는 국가로 하여금 특별교부금을 교부토록 하고 있다. 교육관련 국가시책사업으로 인하여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는 때, 특별한 지역교육현안 수요가 있는 때, 재해로 인하여 재정수요가 발생하거나 재정수입이 감소한 때에 각각 특별교부금을 교부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교부금법 제5조의 2).
넷째, 지방자치단체가 매 회계연도 일반회계예산에 계상하여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하여야 하는 항목 중 당해 시ㆍ도세 총액의 비율에 관하여 서울특별시만 유독 100분의 10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높게 설정한 것이 불평등하다고 청구인은 주장하나, 서울특별시의 높은 지방재정자립도에 비추어 보면 이는 사리에 맞는 합당한 차등취급이다. 더군다나 이와 같이 재정자립도에 따른 차등을 유일하게 두고 있는 항목인 당해 시ㆍ도세 전입금이 교육비특별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낮다. 서울특별시는 높은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총 교육재원의 절반 정도를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교부금법 제11조 제1항ㆍ제2항 제3호는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의 관점에서나 전국적 평균성 보장의 관점에서나 헌법위반을 운위할 정도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다. 그 밖의 청구인 주장에 대한 판단(1) 청구인은 국가는 교육의 주체로서, 중등학교의 설립이나 교육과정, 내용 등 주요 교육정책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전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교원의 봉급도 국가가 부담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31조 제6항의 위임에 따라 중앙정부로서의 국가가 법률로써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것은 그 권한일 뿐만 아니라 책무이기도 하다. 교육, 학교에 관한 국가의 일정한 규율권과 감독권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교육제도의 본질적 요소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사교육법제에서조차 일정 부분 인정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의 그러한 권한은 지방교육자치의 이념과 모순되는 것도 아니다. 국가는 교육과 학교의 기본조건과 구조를 정하고 지방교육기관은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교육활동과 행정을 수행해 나감으로써 양자는 조화되는 것이다.
초ㆍ중등교육에 관한 현행 교육법제를 보면, 국가는 학교의 종류 및 그 설립, 교육재정 등 교육여건 조성의 기본적 사항을 법률로 정하고 있으며(교육기본법 제7조, 제11조,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 제4조, 제12조, 교육자치법 제38조, 제39조 등), 교원의 자격, 교육과정, 학년제, 수업, 교과용 도서의 검ㆍ인정 등 교육내용의 표준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초ㆍ중등교육법 제21조, 제23조, 제24조, 제26조, 제27조, 제29조 등). 또한 학교에 관한 지도ㆍ감독권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여 교육행정체계를 수립하고 있다(교육기본법 제17조, 초ㆍ중등교육법 제6조, 제7조 등).
한편 교육에 관한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기관의 권한을 보면, 학교의 설치ㆍ운영ㆍ지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되어 있고(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5호 가목, 교육기본법 제11조, 초ㆍ중등교육법 제12조), 교육감과 교육위원회는 교육예산의 편성이나 심의ㆍ의결, 교육규칙의 제정, 교육과정의 운영, 공ㆍ사립학교에 대한 지도ㆍ감독권 등 교육자치에 관한 여러 권한들을 가지고 있다(교육자치법 제8조 제1항, 제22조, 초ㆍ중등학교법 제6조, 제7조 등). 국가는 지방교육의 재정을 보조하며(교육자치법 제39조, 제41조 제1항), 지방교육기관에 대한 일정한 지도ㆍ감독권을 가진다(교육자치법 제47조, 제48조).
이러한 법체계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의 권한ㆍ책임과 지방교육자치를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현행 교육법제의 이념과 제도를 반영한 것이지, 국가가 교육에 관하여 실질적 전권을 행사토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가 교육과 학교의 기본조건과 구조를 정하고 일정하게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그 교육책임을 다하기 위한 당연하고 보편적인 현상일 뿐이므로 이를 이유로 교육재원을 중앙정부 더러 모두 부담하라고 할 수는 없다. 설사 중앙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교육의 내용이나 학교의 운영에 간섭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문제는 지방교육자치의 법리에 비추어 그러한 부분의 위헌 여부를 별도로 문제 삼아야 하고, 이를 교육재정 부담의 문제로 직결시킬 수는 없다.
(2) 청구인은 국ㆍ공립학교 교원의 법적 지위는 국가공무원이므로 그 교원의 봉급도 국가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설립하는 국립 초ㆍ중등학교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는 공립 초ㆍ중등학교의 교원은 모두 교육공무원으로서 특정직 국가공무원이다(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 공립의 대학 및 전문대학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만 특정직 지방공무원이다(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
이와 같이 국ㆍ공립을 가리지 않고 초ㆍ중등 교원을 국가공무원으로 하는 것 또한 공교육 조건의 평균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원들을 그 설립주체에 따라 신분을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이분하여 그 자격, 임용, 보수, 신분보장, 복무관계를 달리 규율한다면 교육의 인적 담당자인 교원에 관한 법률체계가 이원화된다. 물론 전반적 지방자치의 수준이 높고, 지방교육자치도 높은 수준에서 실현되어 중앙정부의 별다른 도움 없이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학교를 설립ㆍ운영할 수 있다면 그 소속교원의 임용, 보수, 신분보장 등을 독자적으로 규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도의 지방자치 수준 하에서, 또한 지방교육 재원의 중앙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공립학교 교원을 지방공무원으로 분류하여 별도로 규율한다면 오히려 교원의 자격, 보수, 신분보장 등의 면에서 국가공무원인 교원에 비하여 불리한 차등을 받을 염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공교육 여건의 평균성ㆍ형평성 보장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현행법제는 초ㆍ중등 교원의 신분을 국가공무원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동일한 법률관계 하에 규율하는 것이 교원의 지위나 신분 보장에 유리하고 이것이 공교육의 평등한 보장에 기여한다는 입장에서 교육공무원법을 통하여 교원의 자격, 임용, 보수, 신분보장, 복무관계 등을 통일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교원을 국가공무원으로 하는데 정당한 이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교원의 신분 여하는 교육재정의 부담과 직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지방교육자치의 이념과 공교육 보장의 이념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교원의 신분은 교육재정 부담과 같은 궤도를 달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하여 교원 보수의 대부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상황에서 교원의 신분을 국가공무원으로 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교원을 지방공무원으로 하면서도 지방재정의 사정에 따라서는 그 보수를 국가에서 부담할 수도 있는 것이다.
(3) 청구인은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부터 교육사무를 분리하여 그 권한을 교육자치기관에 부여하고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에 관한 권한이 없는데도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재원으로 교육비를 부담케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바와 같이 학교의 설치ㆍ운영ㆍ지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에 관한 지도ㆍ감독권을 부여받고 있다. 또한 교육감은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와 관련되는 사항에 관한 의안을 교육위원회에 제출코자 할 때에는 미리 시ㆍ도지사와 협의하여야 하며(교육자치법 제8조 제3항 제2호), 지방자치단체 일반회계의 전입금으로 충당되는 세출예산을 편성하는 때에는 미리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교부금법 제11조 제4항). 이와 같이 지방교육의 운영은 지방자치단체 스스로의 사무인데다,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에 관한 감독권, 교육예산 협의권 등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보조금 이외의 재원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기관 간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에 속한다. 지방교육기관에게 과세권을 인정하여 직접 조달케 할 수도 있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이전수입으로 충당케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여러 사정, 특히 국가의 세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도 한바, 지방교육재원의 조달을 형해화함으로써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기에 이르지 않는 한 역시 정책선택의 문제라 할 것이다.
(4) 청구인은 나아가 지난 50년간 의무교육기관의 보수는 국가가 부담한다는 법제가 지속되어 이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고, 중학교 전면 의무교육 실시를 앞두고 정부가 당장 공립중학교 교원의 봉급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내세워 3년간 한시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그 일부를 부담토록 하였다가 약속과 달리 국가부담원칙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은 일반적으로 현실상황의 변화나 입법정책의 변경 등으로 언제라도 개정될 수 있는 것이어서(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판례집 14-2, 704, 713), 오랜 기간 같은 내용으로 지속된 어떤 법률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헌법상 보호되는 신뢰라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학교 의무교육을 확대 실시함에 따라 종전에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던 일부 중학교원 봉급까지 모두 부담하기에는 국가재정 운용상 무리가 따른다고 보아 지방자치단체의 일부 기존 부담을 그대로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므로 신뢰의 보호가치와 새 입법을 통해 실현코자 하는 공익목적을 비교형량할 때 신뢰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라. 권한침해 여부
권한쟁의심판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권한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인바(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 이 사건 본안판단의 대상으로 된 것은 피청구인 국회의 법률제정행위로서 그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데, 앞에서 본바와 같이 거기에 교육 및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규정에 위반되는 점이 없으므로 그로 인한 청구인의 권한침해는 인정되지 않는다.
5. 결 론
피청구인 정부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피청구인 국회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