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헌마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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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법 제3조 등 위헌확인 (제5조,제7조 ) [전원재판부 2004헌마456, 2004. 12. 16.] 【판시사항】 1. 헌법 제8조 제1항이 정당조직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는지 여부(적극) 2. 헌법 제8조 제2항이 가지는 의미 3. 정당법 제3조, 정당법 부칙 제5조, 제7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가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여부(적극) 4. 위 제한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5. 위 제한이 비례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헌법 제8조 제1항이 명시하는 정당설립의 자유는 설립할 정당의 조직형태를 어떠한 내용으로 할 것인가에 관한 정당조직 선택의 자유 및 그와 같이 선택된 조직을 결성할 자유를 포괄하는 ‘정당조직의 자유’를 포함한다. 정당조직의 자유는 정당설립의 자유에 개념적으로 포괄될 뿐만 아니라 정당조직의 자유가 완전히 배제되거나 임의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또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활동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위 조항은 결국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조직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2. 헌법 제8조 제2항은 헌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정당의 자유가 보장됨을 전제로 하여, 그러한 자유를 누리는 정당의 목적ㆍ조직ㆍ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요청, 그리고 그 조직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요청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정당에 대하여 정당의 자유의 한계를 부과하는 것임과 동시에 입법자에 대하여 그에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나아가 정당의 자유의 헌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근거규범으로서 기능한다고는 할 수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정당의 조직 중 기존의 지구당과 당연락소를 강제적으로 폐지하고 이후 지구당을 설립하거나 당연락소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정당조직의 자유와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제한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정당으로 하여금 그 핵심적인 기능과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를 수행하더라도 전혀 비민주적인 과정을 통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 정당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되지만, 지구당이나 당연락소(이하 ‘지구당’이라고만 한다)가 없더라도 이러한 기능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아니하고 특히 교통, 통신, 대중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지구당의 통로로서의 의미가 상당부분 완화되었기 때문에,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5. 첫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함’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둘째, 지구당 폐지는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지구당을 강화할 것인가 여부에 관한 선택은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입법자가 합목적적으로 판단할 당ㆍ부당의 문제에 그치고 합헌ㆍ위헌의 문제로까지 되는 것은 아니어서 지구당을 폐지한 것에 수단의 적정성이 있는가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수단의 적정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셋째, 지구당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문제점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국정당정치의 현실에 대한 입법자의 진단이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들하에서도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할 수 있고, 넷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달성하려는 공익과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비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8조 제1항ㆍ제2항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9조 (유사기관의 설치금지) ① 누구든지 제61조(선거운동기구의 설치) 제1항ㆍ제2항의 규정에 의한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 외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위하여 선거추진위원회ㆍ후원회ㆍ연구소ㆍ상담소 또는 휴게소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이와 유사한 기관ㆍ단체ㆍ조직 또는 시설을 새로이 설립 또는 설치하거나 기존의 기관ㆍ단체ㆍ조직 또는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정당의 중앙당 및 시ㆍ도당의 사무소에 설치되는 각 1개의 선거대책기구 및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의한 후원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정당이나 후보자가 설립ㆍ운영하는 기관ㆍ단체ㆍ조직 또는 시설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당해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거나, 그 기관ㆍ단체 또는 시설의 설립이나 활동내용을 선거구민에게 알리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의 명의나 그 명의를 유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벽보ㆍ현수막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 또는 인쇄물을 이용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선전할 수 없다. 다만,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6조의5(우편ㆍ통신에 의한 모금) 또는 같은 법 제6조의6(광고에 의한 모금)의 규정에 의한 모금을 위한 광고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참조판례】 1. 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2 헌재 1996. 3. 28. 96헌마9등, 판례집 8-1, 289, 304 헌재 2001. 10. 25. 2000헌마193, 판례집 13-2, 526, 537 2. 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2-813 4. 헌재 2003. 12. 18. 2001헌바91등, 판례집 15-2하, 406, 417 5. 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판례집 15-2하, 17, 32 【당 사 자】 청 구 인 1. 민주노동당 대표자 김○경 2. 김 ○ 대리인 법무법인 명인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2인 【전문】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민주노동당은 2000. 5. 2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정당법상의 정당이고, 청구인 김○은 같은 날 관악구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민주노동당 서울특별시지부 ○○지구당의 위원장이었다.

(2) 그런데 정당법이 2004. 3. 12. 법률 제7190호로 개정되어 공포일인 2004. 3. 12.부터 시행됨에 따라, 정당의 지구당제도가 폐지되고 위 ○○지구당의 등록도 말소되었다.

(3) 위와 같이 지구당제도가 폐지되고 ○○지구당의 등록이 말소된 것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단위로 하는 지구당으로 구성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당지부를, 구ㆍ시ㆍ군에 당연락소를 둘 수 있다.”라고 규정한 위 개정 전의 정당법(이하 ‘구 정당법’이라 한다) 제3조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의 정당법(2004. 3. 12. 법률 제7190호, 이하 ‘정당법’이라고 하면 개정된 위 정당법을 가리킨다) 제3조로 개정되고 이에 관련된 경과규정인 정당법 부칙 제7조가 규정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정당법 부칙 제5조는 폐지되는 지구당의 당원, 재산, 관련서류의 처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4) 이에 청구인들은 정당법 제3조 및 정당법 부칙 제5조, 제7조에 의하여 헌법 제8조 제1항이 보장한 정당설립, 활동의 자유, 같은 조 제2항이 보장한 조직선택과 결성의 자유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04. 6. 3. 위 각 법률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정당 지구당의 폐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법률조항은 정당법 제3조이고,

정당법 부칙 제5조와 제7조는 이를 직접적으로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정당법 부칙 제7조는 지구당의 폐지를 전제로 기존 지구당의 등록을 말소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정당법 부칙 제5조는 지구당의 폐지를 전제로 기존 지구당의 당원, 재산, 관련서류의 처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법 부칙 제5조, 제7조는 정당법 제3조와 함께 지구당의 폐지를 규정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사 정당법 제3조만이 지구당 폐지에 관한 조항이라는 전제에 서더라도 만일 정당법 제3조가 위헌으로 선언된다면 정당법 부칙 제5조, 제7조는 독자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양자는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한 관계에 있어, 이들도 함께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정당법 제3조, 정당법 부칙 제5조, 제7조(이하 위 각 조문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고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구성)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이하 “시ㆍ도당”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부칙 제5조(지구당에 관한 경과조치)

① 이 법 시행 전의 지구당의 당원은 그 지구당이 소재하는 시ㆍ도를 관할하는 시ㆍ도당의 당원으로 본다.

② 이 법 시행 전의 지구당의 재산의 처분에 대하여는 제41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③ 이 법 시행 전의 제24조의2의 규정에 의한 지구당의 관련서류는 중앙당 또는 시ㆍ도당에 인계한다.

부칙 제7조(지구당의 등록말소) 이 법 시행 전의 지구당 및 구ㆍ시ㆍ군연락소는 이 법 시행일에 그 등록이 말소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2004. 3. 12. 법률 제7190호로 정당법을 개정한 것은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하여 불거진 불법정치자금문제로 여론의 비난이 일자 부정부패의 본질적인 원인이 지구당에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여 졸속으로 지구당폐지입법을 한 것으로서 다음과 같이 헌법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정당설립ㆍ활동의 자유, 조직선택과 결성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1) 정당제도의 본질적 내용 침해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당의 조직은 (i) 공직 속의 정당, (ii) 토대에서의 정당, (iii) 중앙당으로서의 정당의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중 토대로서의 정당은 상향식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풀뿌리 당원조직을 보장하는 지구당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지구당을 폐지한 것은 정당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지구당을 폐지한 취지는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는 지구당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잘못된 운영에서 야기된 것으로, 진성당원으로 이루어진 청구인 민주노동당의 지구당은 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음에도 위 청구인의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은 과잉침해이다.

오히려 지구당을 폐지하는 경우, 정당존립토대의 상실, 각종 연락소나 사조직 등 지구당을 사실상 대신하는 편법의 횡행,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상향식 공천제도에 대한 역행, 원내 진출에 성공한 지역만을 중심으로 정당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편중구도의 심화, 중앙당의 비대화와 사조직의 심화로 또다른 고비용구조 창출 등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나. 국회의장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였다.

(가) 지구당폐지가 곧바로 깨끗한 정치풍토의 조성과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의 개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상시조직으로서의 지구당은 그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었고 선거브로커의 활동창구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비용 정치구조의 타파와 정치개혁을 위하여 지구당을 폐지한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나) 지구당조직을 유지하는 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지구당의 폐지는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수단의 상당성을 갖추었다.

(다) 지구당이 폐지되더라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61조의2가 선거 전후에 걸쳐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

(라) 전통적인 대의제 민주주의가 참여민주주의로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지구당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매체, 인터넷, 시ㆍ도당에 대한 의견개진 등 다른 통로를 통하여서도 얼마든지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전달할 수 있고, 오히려 지구당을 폐지함으로써 더 나은 방향으로의 참여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오는 사적인 불이익보다 위 입법목적의 달성을 통한 공익이 더 크다.

(2) 지구당이 폐지되더라도 정당활동의 자유가 유명무실해지거나 형해화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의미

구 정당법 제3조는 정당을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단위로 하는 지구당으로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중앙당과 지구당을 필수적인 조직으로 요구하면서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두는 당지부와 구ㆍ시ㆍ군에 두는 당연락소는 임의적인 조직으로 허용하였다. 이에 비하여 개정된 정당법 제3조는 정당을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으로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중앙당과 시ㆍ도당(종전의 당지부에 대응한다)을 필수적인 조직으로 요구하면서도 그 하부조직인 지구당과 당연락소에 관하여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정당법 제3조가 지구당과 당연락소에 관하여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것은 지구당과 당연락소를 임의적인 조직으로 하여 그 설치여부를 정당의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가 아니라, 기존의 조직을 폐지하고 이후 그 설립을 금지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i) 개정된 정당법의 시행으로 종전 지구당의 당원은 별다른 조치 없이 당연히 시ㆍ도당의 당원으로 되고(정당법 부칙 제5조 제1항), 그 재산은 정당해산의 경우에 준하여 처분되며(같은 조 제2항), 당원명부 등 지구당의 관련서류는 중앙당 또는 시ㆍ도당에 인계됨으로써(같은 조 제3항), 기존의 지구당은 그 물적ㆍ인적 요소가 해체된다는 점, (ii) 더구나 기존 지구당과 구ㆍ시ㆍ군연락소는 개정된 정당법의 시행일에 등록 자체가 말소되어(정당법 부칙 제7조) 더 이상 법적으로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점, (iii)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89조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유사선거운동기구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iv) 정당법 개정에 관련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및 같은 위원회의 정당법소위원회, 그리고 국회 본회의 회의록에 나타난 정당

법개정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넉넉히 인정할 수 있는 해석이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기존의 지구당과 당연락소를 강제적으로 폐지하고 이후 지구당을 설립하거나 당연락소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함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여부

(1)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국민 누구나가 원칙적으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정당을 설립할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아울러 그 당연한 법적 산물인 복수정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2 참조).

헌법 제8조 제1항이 명시하는 정당설립의 자유는 설립할 정당의 조직형태를 어떠한 내용으로 할 것인가에 관한 정당조직 선택의 자유 및 그와 같이 선택된 조직을 결성할 자유(이하 이를 포괄하여 ‘정당조직의 자유’라 한다)를 포함한다. 정당조직의 자유는 정당설립의 자유에 개념적으로 포괄될 뿐만 아니라, 정당조직의 자유가 완전히 배제되거나 임의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활동의 자유도 보장한다. 정당의 설립만이 보장될 뿐 설립된 정당이 언제든지 다시 금지될 수 있거나 정당활동이 임의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2 ; 1996. 3. 28. 96헌마9등, 판례집 8-1, 289, 304 ; 2001. 10. 25. 2000헌마193, 판례집 13-2, 526, 537 참조).

이와 같이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조직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당의 자유는 국민이 개인적으로 갖는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단체로서의 정당이 가지는 기본권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인 국민으로서 청구인 김웅이 정당의 자유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 청구인 민주노동당도 단체로서 정당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2) 청구인들은 정당조직의 자유가 헌법 제8조 제2항에 의하여 인정된다는 주장을 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

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정당의 자유가 보장됨을 전제로 하여, 그러한 자유를 누리는 정당의 목적ㆍ조직ㆍ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요청, 그리고 그 조직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요청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정당에 대하여 정당의 자유의 한계를 부과한 것이다. 또 이 규정은 정당의 핵심적 기능과 임무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으로 선언하면서 동시에 위 기능과 임무를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통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할 의무를 입법자에게 부과하고 있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2-813 참조).

그러나 이에 나아가 헌법 제8조 제2항이 정당조직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조직의 자유는 헌법 제8조 제1항이 보장하는 정당의 자유에 포괄되어 있어 이 규정에 의하여 이미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8조 제2항이 정당조직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오히려 그 자유에 대한 한계를 긋는 기능을 하는 것이고, 그러한 한도에서 정당의 자유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다고는 할 수 있으나, 정당의 자유의 헌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근거규범으로서 기능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정당조직의 자유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고 헌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정당조직의 자유도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임을 전제로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 판단한다.

(3) 앞서 (1)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정당의 조직 중 기존의 지구당과 당연락소를 강제적으로 폐지하고 이후 지구당을 설립하거나 당연락소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써 정당은 중앙당-시ㆍ도당-지구당-당연락소로 이루어지는 정당조직 중 상부조직인 중앙당과 시ㆍ도당만 설립할 수 있을 뿐 하부조직인 지구당과 당연락소는 가질 수 없게 되었고, 정당을 설립하려는 국민 개인들도 이러한 조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당조직의 자유가 제한을 받게 되었다.

한편, 하부조직인 지구당과 당연락소의 설치가 금지됨에 따라 정당 및 정당조직원들은 이러한 하부조직을 통한 정당활동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조직의 자유와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청구인들의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다. 본질적 내용의 침해인지 여부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정당자유의 제한이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만약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그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는 기본권의 근본요소를 의미한다(헌재 2003. 12. 18. 2001헌바91등, 판례집 15-2하, 406, 417).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헌법은 정당의 핵심적 기능과 임무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로 설정하고 있고, 이러한 정치적 의사형성은 민주적인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정당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핵심적인 기능과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를 수행하더라도 전혀 비민주적인 과정을 통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당의 자유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하고 이를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정당의 핵심적 기능이 국민의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인 까닭에, 정당이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 기능은 원활히 수행될 것이고, 또한 국민들이나 평당원의 의사를 잘 반영하면 할수록 정당조직과 활동의 민주성은 고양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지구당이나 당연락소(이하 원칙적으로 지구당과 당연락소를 포괄하여 ‘지구당’이라고만 한다)는 정당의 핵심적 기능을 민주적으로 수행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i) 지구당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 지구당이 모든 선거구에 설립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사례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는 점, (ii) 지구당이 선거기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선거가 끝난 후에는 그 활동이 약화되거나 미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많은 나라들의 운영실태이지만, 정당은 의연하게 그 기능을 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점, (iii) 특히 오늘날과 같이 교통과 통신(특히, 인터넷) 및 대중매체가 발달한 상황에서는 지구당이 국민과 정당을 잇는 통로로서 가지는 기능 및 의미가 상당부분 완화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지구당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여 핵심적 기능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지구

당의 설립을 금지하더라도 이를 들어 정당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라. 과잉제한인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청구인들의 기본권제한이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1) 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함’을 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입법될 당시 우리나라 정당구조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판 중의 하나가 비용은 많이 들면서도 효율은 낮고 한편, 막대한 비용의 소요는 정치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는 점에 있었다.

이러한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는 바람직한 정당정치에 대한 장애가 되므로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수단의 적정성

지구당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모두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가 지구당의 존재로부터 필연적으로 파생하는 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정치의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는 지구당이 아닌 다른 요소 즉,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악습과 관행에서 비롯되는 것으로서 지구당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진단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i) 상시조직으로서의 지구당은 그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어 왔는데, 이를 폐지한다면 적어도 그로 인한 자금은 소요되지 아니한다는 점, (ii) 지구당은 선거브로커의 활동창구역할을 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이를 통하여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자금유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구당을 폐지한다면,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점, (iii) 지구당이 폐지된다면, 이를 대신하는 음성적인 사조직이 심화되어 또다른 고비용구조를 창출할 위험은 내포되어 있지만, 이러한 조직은 대부분 불법조직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할 것이고, 또 그로 인한 비용이 지구당으로 인한 비용을 능가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앞에서 본 입법목적을 위하여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청구인은 지구당을 폐지하는 경우 정당존립토대의 상실, 상향식 공천제도에의 역행, 지역편중구도의 심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주장을 하

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지구당이 정당조직에서 갖는 의미는 어떠한 시각에서 정당을 이해하는가 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중조직적 정당모델을 이상적인 정당형태로 보는 입장에서는, (i) 지구당 중심으로 정당을 운영하여 지구당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지구당에 공직후보 선출권을 부여하며, (ii) 자발적 당원을 확보하고 당원의 당비납부를 제도화하며 자원봉사자를 확보하는 방향의 정당조직을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한편, 포괄적 선거전문가 정당모델을 이상적인 정당형태로 보는 입장에서는, (i) 지구당은 고비용 정치의 주범이므로 이를 폐지하고 대신 선거를 중심으로 한 후보자 사무실을 개설하며, (ii) 평시에는 축소하여 최소한으로 운영하다가 선거시에 선거조직으로 전환하고, (iii) 공천기능을 수행할 비상설협의체를 설치하는 방향의 정당조직을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지구당을 강화할 것인가의 여부에 관한 선택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입법자가 합목적적으로 판단할 문제로서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선택의 재량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사 지구당을 폐지함으로써 일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파생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이는 당ㆍ부당의 문제에 그치고 합헌ㆍ위헌의 문제로까지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구체적인 선택의 당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여 위헌여부를 가릴 일은 아니다. 결국 지구당을 폐지한 것에 수단의 적정성이 있는가 하는 것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그 수단의 적정성은 보다 쉽게 인정될 수 있다.

(3) 침해의 최소성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한다는 입법목적을 위하여 지구당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방법보다 정당의 자유를 적게 제한하는 다른 대체수단이 존재한다면, 최소한의 침해라고 할 수 없어 과잉된 제한이 된다.

그러한 완화된 대체수단으로 지구당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량화, 운영방식의 개선, 자금의 투명성의 확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볼 때, 고비용 저효율의 병폐는 지구당이라는 정당조직에 너무나 뿌리 깊게 고착화되어 양자를 분리할 수 없을 정도의 구조적인 문제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지구당을 폐지하지 않고 위와 같은 보다 완화된 방법만을 채용하여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입법할 당시의 한국 정당정치 현실에 대한 입법자의 진단이고, 이러한 진단은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당정치의 상황이 변화되어 보다 완화된 방법으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침해의 최소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하더라도, (i) 종전에 지구당에 소속되었던 당원들은 시ㆍ도당의 구성원으로서 정당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i) 교통수단, 인터넷 등 통신수단, 대중매체 등이 고도로 발달된 오늘날 지구당의 부재로 인한 활동의 위축을 최소화할 방법이 널리 열려 있고, (iii)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같은 날 공포ㆍ시행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 제61조, 제61조의2에 따라 선거기간 동안에는 선거운동기구와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어, 적어도 이 기간 동안에는 종래 지구당이 수행하던 기능을 하는 조직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정당자유의 제한을 상당한 정도 완화하고 있다. 침해의 최소성은 이 점에서도 인정될 수 있다.

(4)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지구당을 폐지함으로써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은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은 청구인들의 정당의 자유이다.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한편, 정당은 그 자유로운 지위와 함께 ‘공공(公共)의 지위’를 함께 가지므로(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판례집 15-2하, 17, 32 참조) 바람직한 정당제도의 실현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단체에게는 부과되지 아니하는 의무가 정당에게 부과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관련된 앞에서 본 공익과 사익을 비교하여 보건대, 양자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소 결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청구인들이 가지는 정당의 자유를 과잉되게 침해한다고 할 수 없어 비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위헌사유가 없고, 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사유도 발견되지 아니하여,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

률조항들로 인하여 그 기본권을 침해당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