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도7309
판시사항
[편집]-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의 의미
- 막연히 피해자의 이메일 출력물을 제3자에게 보여준 것이 타인의 비밀 누설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만 되어 있는 공소사실이 심판의 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범위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재판요지
[편집]-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2. 12. 18. 법률 제67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가 정보와 비밀을 구분하여 정보의 경우에는 훼손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비밀의 경우에는 이보다는 정도가 약한 침해, 도용, 누설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정보의 개념보다는 비밀의 개념을 좁게 보아야 하는 점, 같은 법 제48조는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와는 별도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만약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내지 평온에 속하는 사항은 그 내용에 상관없이 모두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는 결국, 개인의 이메일 등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보관되어 있는 모든 정보가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는 것과 다름 아닌 결과가 되고, 따라서 타인의 이메일에 함부로 접속하여 그 내용을 읽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보통신망 침입죄뿐만 아니라 비밀 침해죄를 구성할 수 있는 등 정보통신망 침입행위와 비밀 침해·누설행위의 구분이 모호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양자에 대하여 법정형에 차등을 두고 있는 법의 취지에도 반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 막연히 피해자의 이메일 출력물을 제3자에게 보여준 것이 타인의 비밀 누설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만 되어 있는 공소사실이 심판의 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범위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원심판례
[편집]- 수원지방법원 2005.09.12 2005노2491
따름판례
[편집]- 대법원 2007. 4.26 선고 2005도9259 판결, 대법원 2007. 6.28 선고 2006도6389 판결
참조법령
[편집]-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2. 12. 18. 법률 제67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제49조
- 형사소송법 제254조
전문
[편집]- 피고인: 피고인 1외 1인
- 상고인: 피고인들
- 변호인: 변호사 제갈복성
주문
[편집]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편집]-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비밀 누설에 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고 한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주식회사 (회사명 생략)(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연구실 과장, 피고인 2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바, 피고인 1은 2002. 5. 20.경부터 같은 해 5. 24.경까지 사이에 정당한 권한 없이 피해자 공소외 1의 이메일계정에 침입하여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이메일 내용을 프린터로 출력하여 피고인 2에게 보여줌으로써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고, 피고인 2는 2002. 5. 일자불상경 피해자의 이메일 인쇄물을 공소외 2와 공소외 3에게 보여줌으로써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것이다.
-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2. 12. 18. 법률 제67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타인에게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본인에게 일정한 이익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내지 평온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므로, 그 비밀이 어떠한 내용인지, 비밀을 누설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기만 하면 위 규정 위반이 되고, 따라서 이 사건 이메일의 내용이 피해자가 아닌 소외 회사의 영업비밀에 속하는 사항이고,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업을 방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허락 없이 피고인 1이 위 이메일 내용을 출력하여 피고인 2에게 보고하고, 피고인 2가 공소외 2등에게 이를 보여준 행위는 법 제62조 제6호, 제49조 위반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법 제49조는 ‘비밀 등의 보호’라는 제목 아래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2조 제2항은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제1항에서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정보화촉진기본법 제2조 제1호는 ‘정보’라 함은 자연인 또는 법인이 특정 목적을 위하여 광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하여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63조 제1항 제1호,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초과하여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 제62조 제6호는 법 제49조에 위반하여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자 등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 제49조가 정보와 비밀을 구분하여 정보의 경우에는 훼손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비밀의 경우에는 이보다는 정도가 약한 침해, 도용, 누설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정보의 개념보다는 비밀의 개념을 좁게 보아야 하는 점, 법 제48조는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와는 별도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만약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내지 평온에 속하는 사항은 그 내용에 상관없이 모두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는 결국, 개인의 이메일 등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보관되어 있는 모든 정보가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는 것과 다름 아닌 결과가 되고, 따라서 타인의 이메일에 함부로 접속하여 그 내용을 읽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보통신망 침입죄뿐만 아니라 비밀 침해죄를 구성할 수 있는 등 정보통신망 침입행위와 비밀 침해·누설행위의 구분이 모호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양자에 대하여 법정형에 차등을 두고 있는 법의 취지에도 반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법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나.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은 막연히 피해자의 이메일 출력물을 보여준 것이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만 되어 있을 뿐, 그 이메일 출력물의 내용이나 제목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고 기록상으로도 이를 알 수 있을 만한 자료가 없어 과연 위 이메일 출력물이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길이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심판의 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범위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한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이메일에 보관되어 있던 것 중 피고인 2나 공소외 2등에게 출력하여 보여준 것은 소외 회사가 미국에 현지지사를 만들기 위하여 작성한 사업계획서(이하 ‘이 사건 사업계획서’라고 한다)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계획서는 피해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2가 작성한 것이어서 피해자의 비밀이 아니라 소외 회사의 비밀에 속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이 이 사건 사업계획서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법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이메일에 보관되어 있던 내용을 함부로 출력하여 보여준 이상, 이는 법 제49조 소정의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공소사실의 특정 및 법 제49조 소정의 타인의 비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이 부분 공소사실을 파기하여야 하는 이상,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피고인 1에 대한 정보통신망 침입에 관한 법 위반죄 부분도 함께 파기를 면할 수 없게 되었다.
- 5.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라이선스
[편집]대법관 김용담(재판장) 이강국(주심) 손지열 박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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