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다53785
손해배상(기)등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다53785, 판결] 【판시사항】 [1] 주식회사의 감사가 직무 수행 의사 없이 명의만 빌려줌으로써 이사로 하여금 분식된 재무제표 등을 작성·이용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방치한 경우,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2] 이사 등의 책임해제에 관한 상법 제450조의 규정이 이사 등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3] 비상임 감사라는 이유로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면하는지 여부(소극) [4]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 사용인의 직무를 겸임하고 있던 모회사의 감사가 그 겸직을 금지하는 개정 상법(1995. 12. 29. 법률 제5053호) 제411조가 시행된 이후에도 모회사의 감사의 지위를 유지하는지 여부(적극)
[5] 동일한 채무자에 대하여 발생시기와 발생원인 등을 달리하는 수개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가 그 중 일부만을 청구하는 경우, 손해배상채권별로 청구금액을 특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6] 청구취지가 특정되지 아니한 경우 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참조조문】 [1] 상법 제414조 제2항 [2] 상법 제401조 제1항, 제414조 제2항, 제450조 [3] 상법 제1조, 제382조 제2항, 제414조, 제415조, 민법 제681조 [4] 상법 제411조, 제414조 제2항, 부칙(1995. 12. 29.) 제2조 [5] 민사소송법 제216조 [6] 민사소송법 제249조, 제25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82601 판결(공2008상, 370) / [3]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60080 판결(공2008상, 25) / [5][6]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다5069 판결 / [5]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다25865 판결(공2007하, 1632) / [6] 대법원 1981. 9. 8. 선고 80다2904 판결(공1981, 14324)
【전문】 【원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성 담당변호사 우승원외 8인)
【원고, 피상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동남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정재성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성 담당변호사 우승원외 8인)
【피고, 상고인】 【피고, 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6. 21. 선고 2006나499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김재구, 문형오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김재구, 예금보험공사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 1, 2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4, 3의 상고, 피고 1, 2의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김재구, 문형오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김재구, 예금보험공사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상고 및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 4, 3의 상고비용은 같은 피고들이, 피고 1, 2의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김재구, 문형오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김재구, 예금보험공사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상고비용은 같은 피고들이, 부대상고비용은 원고 파산자 주식회사 동남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정재성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원심판결의 당사자표시 중 피고 2의 주민등록번호를 “ (상세번호 생략)”로 경정한다.
【이 유】
상고이유 및 부대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1995, 1996 회계연도의 분식결산 여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이하 ‘동아건설’이라 한다)는 그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최원석의 지시에 따라 이사인 피고 2 등이 1995 회계연도에 136억 2,000만 원 상당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산시 당기순이익이 약 328억 3,900만 원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였고, 1996 회계연도에 1,686억 6,300만 원 상당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산시 당기순이익이 약 205억 600만 원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1995, 1996 회계연도 재개발, 재건축사업 금융비용을 자산으로 회계처리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원심은, ‘동아건설의 1995, 1996 회계연도의 각 결산시 재개발, 재건축사업 지급이자인 1995 회계연도의 약 496억 2,000만 원 상당, 1996 회계연도의 약 508억 6,100만 원을 영업외 비용이 아닌 자산취득원가(선급공사비)로 재무제표에 각 반영한 것은 적법한 회계처리로서 이를 분식결산이라 할 수 없다’는 피고 1, 2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당시 시행되고 있던 기업회계기준에서는 건설회사가 재고자산에 해당하는 재개발, 재건축사업 부지의 구입 또는 조합원들에게 공사완료시까지 이주비를 대여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과 관련된 차입금의 지급이자 등 금융비용을 자산과 비용 계정 중 어느 쪽으로 계상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던 사실, 그런데 위 기업회계기준 제96조는 유형고정자산의 제작, 매입, 건설에 사용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 금융비용은 이를 자산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위 회계기준 제65조 제2호는 각 수익항목과 이에 관련되는 비용항목을 구분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수익·비용 대응원칙’을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금융비용을 일단 자산 계정인 선급공사원가 항목에 계상한 후 공사진행률에 따라 비용 계정인 공사원가 항목에 계상함으로써 관련되는 공사수익과 대응하여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한 회계처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부 일선 회계실무에서 제기되었던 사실, 이에 관하여 증권관리위원회에서는 늦어도 1990년경부터 일관되게 위와 같은 금융비용을 기간비용으로 처리하라는 유권해석을 함으로써 대부분의 기업회계에서 이러한 유권해석에 따라 기간비용으로 처리해 온 사실, 한편 그 후 1996. 3. 30.부터 시행된 개정 기업회계기준 제65조 제2항은, “재고자산의 제조 또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에 당해 자산의 제작 등에 사용된 차입금에 대하여 당해 자산의 제조 또는 취득 완료시까지 발생된 이자비용 기타 이와 유사한 금융비용은 당해 자산의 취득원가에 산입하고 그 금액과 내용을 주석으로 기재한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위와 같은 금융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명문의 근거가 마련된 사실, 그러나 1996 회계연도의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가의 의문이 또다시 일부에서 제기되자 이에 관하여 증권관리위원회는 위와 같은 기업회계기준 개정 전의 건설자금 이자는 유형자산에 대해서만 자본화가 가능하므로, 제조 또는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재고자산의 차입금과 관련된 지급이자는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시에는 전부 기간비용으로 처리하되 1996. 4. 이후 개시하는 회계연도부터 개정 기업회계기준 제65조 제2항에 따라 자산의 취득원가로 처리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사실, 동아건설의 경리담당 부서에서는 이러한 유권해석에 관한 자료를 이미 보관하고 있었으며, 동아건설의 회계연도는 매년 1. 1.부터 12. 31.까지로 되어 있었으므로 1996. 1. 1.부터 시작된 동아건설의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시에도 위 개정규정은 적용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동아건설의 1995, 1996 회계연도의 재개발사업 부지 등의 구입과 관련한 차입금의 지급이자 등 금융비용은 ‘비용항목’으로 계상하는 것이 당시의 국내 관계 법령에 따라 적용되던 기업회계기준에 부합하는 회계처리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여기에 피고 2를 비롯한 동아건설의 회계담당자들은 위 각 회계연도에 장기건설의 금융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기업회계기준 및 일반적 회계처리 원칙에 위배되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 2 등이 건설이자 등 금융비용을 자산화하여 회계처리한 행위는 동아건설의 1995,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에 있어 적용되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위임에 따라 증권관리위원회가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제정한 기업회계기준에 위반하여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기업회계기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동아건설의 실제 자산규모가 부채를 초과하고 있었는지 여부 원심은, ‘1995, 1996 회계연도의 각 결산 당시 동아건설이 부산광역시로부터 지급받을 구덕터널 이용료 정산금, 동아건설의 보유하고 있던 김포매립지, 신도림사업소 외 20건의 부동산 등의 실제 자산가치가 재무제표상 계상된 금액을 훨씬 상회하고, 이러한 실제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이 사건 당시의 회사 재무상태는 자산이 부채를 1조 2천억 원 상당 초과하는 상태였다’라는 피고 1, 2의 주장에 대하여, 동아건설이 부산 구덕터널 정산금 중 약 450억 원을 1996년도에 발생한 미수수익으로 평가하여 이를 창동 아파트 공사현장의 공사수익과 분양미수금으로 계상한 것은, 미래가치에 불과한 구덕터널 통행료를 현재가치로 평가한 후 이와 무관한 아파트 공사수익과 분양미수금으로 반영한 것으로서 기업회계기준에 어긋나는 잘못된 회계처리이고, 그 밖에 김포매립지를 비롯한 동아건설이 보유한 부동산의 시가 합계액이 용도변경 등 외부사정의 변화와 무관하게 누적된 부채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자산가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도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기업회계기준 또는 기업의 자산, 부채의 평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동아건설의 분식회계와 원고들의 여신제공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원심은, ‘원고들이 동아건설에 여신을 제공한 것은 단지 재무제표만을 주시하여 평가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비재무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하였기 때문이므로 이 사건 분식회계와 원고들의 대출이나 지급보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피고 1, 2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들이 동아건설에 대하여 대출 또는 지급보증을 결정할 당시 위와 같이 분식된 재무제표를 신뢰하여 대출 등 심사에서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자료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밖에 동아건설의 분식규모는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안정성에 의문을 가져올 정도에 이르렀던 점, 동아건설의 그동안 누적된 적자규모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대출 또는 지급보증의 방법으로 여신을 제공할 당시 그러한 사정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러한 여신을 제공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분식회계처리의 결과로서 동아건설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적정한 신용등급을 얻었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여신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점, 기업의 재무제표는 해당 기업의 유동성 확보수준과 재무의 건전성 등 대상 기업체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서 신문공고 등을 통하여 일반에 공시되고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결과를 기재한 감사보고서 작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기업체의 신용도와 상환능력 등의 기초자료로서 그 기업체에 대한 금융기관의 여신제공 여부의 결정에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는 점,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대규모 분식이 없었더라면 동아건설의 상환능력을 비롯한 기업의 재무건전성, 안정성, 수익성, 기타 신용평가가 달라졌을 것이고 이와 같이 동아건설의 분식회계 규모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면서도 외견상의 분식회계 내용 및 그에 따른 신용등급평가 등에 맞추어 그대로 대규모의 여신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이 사건 분식회계와 원고들의 여신제공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도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마. 원고들의 손해와 이 사건 분식회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원심은, ‘동아건설은 원고들의 대출금 등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충분하였으나, 채권단에 의하여 선임된 경영진이 동아건설의 자산을 헐값으로 매각하는 등 경영상 잘못으로 인해 부실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원고들 스스로 채권을 변제받을 기회를 놓쳤으며, IMF 외환위기 등 여파로 동아건설이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갔으나 계속기업가치 평가의 잘못 등으로 인하여 회사정리절차가 폐지되고 부당하게 파산에 이르게 되었는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원고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파산에 이르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된 것이므로, 결국 원고들의 손해와 이 사건 분식회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피고 1, 2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면, 채권단에 의해 선임된 경영진이 매각한 김포매립지는 이미 다액의 근저당권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토지의 규모 및 용도 기타 활용가능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환가가능성 및 시가 상승은 관할 행정청의 용도변경허가 등 외부적 사정에 크게 좌우되는 것인데 당시로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러한 외부조건들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던 사실, 김포매립지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통한 자산 증가분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동아건설의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훨씬 초과하고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등 원고들의 대출금 등 채권은 여전히 변제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사실, 동아건설은 일단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었으나 대규모 분식과 누적 적자 등으로 인하여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회사정리절차가 폐지되어 파산선고에 이르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원고들이 이 사건 분식회계행위로 인하여 여신을 제공할 당시 동아건설의 변제자력이 충분하였음에도 오로지 대출 이후의 사후적인 여건변화로 인하여 그 채권이 회수불능에 이르렀다거나 혹은 동아건설의 회사정리절차 폐지 및 파산선고가 부당하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대출금 등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도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바. 피고 1, 2의 임무해태 여부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2는 동아건설의 이사로서 대표이사 또는 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최원석, 제1심 공동피고 2와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담당실무자인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분식회계의 실행을 지시하여 1995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공시하도록 하였는바, 이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주식회사의 감사가 실질적으로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자신의 도장을 이사에게 맡기는 등의 방식으로 그 명의만을 빌려줌으로써 회사의 이사로 하여금 어떠한 간섭이나 감독도 받지 않고 재무제표 등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다음 그와 같이 분식된 재무제표 등을 이용하여 거래 상대방인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하거나 방치한 경우, 감사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임무를 해태한 때에 해당하여 그로 말미암아 제3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8260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 1은 동아건설의 감사로서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한 중과실로 1995 회계연도 및 1996 회계연도에 위와 같이 허위의 재무제표가 작성·공시되는 것을 방치하는 등 감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하였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감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사. 상법 제450조에 의한 책임 해제 여부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등의 승인을 한 후 2년 내에 다른 결의가 없으면 회사는 이사와 감사의 책임을 해제한 것으로 본다고 한 상법 제450조는 이사 등의 회사에 대한 책임에 관한 규정으로서 이사 등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규정은 회사가 아닌 제3자인 원고들에게 적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원고들을 위 규정에서 의미하는 회사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상법 제450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아. 비상임 감사의 업무 수행에 관한 상관습의 존부 우리 상법이 감사를 감사와 비상임 감사로 구별하여 비상임 감사는 상임 감사에 비해 그 직무와 책임이 감경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회사들이 비상임 감사를 두어 비상임 감사는 상임 감사의 유고시에만 감사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는 상관습의 존재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비상임 감사는 감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60080 판결 참조).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 피고 1은 동아건설의 비상임 감사로서 1995 및 1996 회계연도 결산시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위 각 회계연도의 분식결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상관습의 존부에 관한 심리미진이나 비상임 감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자. 상법 제411조에 따른 겸임금지 여부
1995. 12. 29. 개정되어 1996. 10. 1.부터 시행된 상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053호)은 제411조에서 감사는 당해 회사뿐 아니라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의 사용인의 직무도 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부칙 제2조에서 “이 법은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 시행 전에 생긴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 다만,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개정 상법 시행 전에 모회사의 감사와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 사용인으로 각 선임되어 양 지위를 겸임하고 있는 자의 지위는 위 부칙 제2조 단서에 의하여 그 효력에 영향이 없게 되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감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하면 그 책임을 지게 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자회사의 이사와 모회사의 감사직을 겸직하다가 이를 금지하는 개정 상법 제411조가 시행된 경우 위 규정에 위반하면서까지 계속 감사의 직을 유지한 채 감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임무해태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감사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까지도 부담하지 않게 된다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위 개정 상법 제411조가 시행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그 임무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면제를 구하는 주장은 신의칙상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 부분 이유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피고 1에게 감사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법 제411조에 관한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부대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상대적 불확지 공탁은 수용 대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귀속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피보상자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공탁이 가능하다는 점에 근거한 것인데, 이 사건에서와 같이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소유권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가처분이 있는 경우 그 가처분권자는 종전 소유자에 대한 채권자로서의 지위에 있을 뿐 직접 그 소유권이 가처분권자 자신에게 속한다고 다투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으며, 나아가 채권자의 추심 등 지급금지가처분으로 인하여 피공탁자가 배당금을 현실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은 수익자에게 바로 배당금의 지급을 명할 것이 아니라 수익자가 취득한 공탁금지급청구권을 채무자에게 반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어서, 사해행위취소를 구하는 채권자로서는 곧바로 그 공탁금출급청구권의 확인을 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사업시행자인 에스에이치공사가 ‘ 피고 4 또는 가처분권자인 원고 주식회사 우리은행’을 피공탁자로 하여 한 상대적 불확지 공탁은 부적법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여 원고 파산자 주식회사 동남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정재성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 4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부대상고이유와 같은 상대적 불확지 공탁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부대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직권판단 채권자가 동일한 채무자에 대하여 수개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채권들이 발생시기와 발생원인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채권인 이상 이는 별개의 소송물에 해당하고, 그 손해배상채권들은 각각 소멸시효의 기산일이나 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들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이를 소로써 구하는 채권자로서는 손해배상채권별로 청구금액을 특정하여야 하며, 법원도 이에 따라 손해배상채권별로 인용금액을 특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수개의 손해배상채권들 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다25865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다5069 판결 등 참조). 또한, 민사소송에 있어서 청구의 취지는 그 내용 및 범위가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고, 이의 특정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이라고 할 것이므로 청구취지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은 피고의 이의 여부에 불구하고 직권으로 그 보정을 명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 대법원 1981. 9. 8. 선고 80다2904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다506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김재구, 문형오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김재구, 예금보험공사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이하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파산관재인’이라 한다)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각 피고 1, 2를 상대로 수개의 손해배상채권의 합계 손해액 중 일부를 청구한 점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그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파산관재인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각 손해배상채권별로 청구취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보정을 명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소를 각하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파산관재인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채권별로 인용금액을 특정하지 아니한 채 인용금액을 정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는 청구취지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청구취지의 불특정은 본안판결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유이므로, 위와 같은 사유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파산관재인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 1, 2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4, 3의 상고, 피고 1, 2의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파산관재인에 대한 상고 및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 4, 3의 상고비용, 피고 1, 2의 원고 파산자 나라종합금융 파산관재인에 대한 상고비용, 부대상고비용은 패소자 각자가 부담하며, 원심판결의 명백한 오기는 직권으로 경정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안대희 신영철(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