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다77149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산정의 일반적 참작요소 및 항공기 사고 피해에 대한 위자료 산정의 특수한 참작요소
[2] 항공기 사고 피해에 대한 위자료 산정에서 불법행위 위자료 산정의 일반적 참작요소 외에 항공기 사고의 특수한 사정들도 참작하여 위자료를 산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그 위자료 산정에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3조, 제751조, 제763조 / [2] 민법 제393조, 제751조, 제763조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20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황주명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중국국제항공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정은환외 5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7. 10. 10. 선고 2007나655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위자료 액수 산정에 관한 재량범위 일탈 주장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등 참조).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지위, 연령, 사고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한다. 특히 항공기 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항공기 사고는 피해 승객의 과실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는 점, 항공기 사고로 인한 피해결과 및 고통의 정도가 자동차 사고 등 다른 사고보다 중한 점, 항공기 사고에 관한 책임의 소재, 범위, 배상액을 둘러싸고 항공운송인 측과 피해자 측의 견해 차이로 최종적인 피해보상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은 점, 항공기 사고는 사고지역 및 피해자의 국적분포에 있어서 국제성을 띠고 있어 동일 사고로 인한 피해배상에 관하여는 국적을 불문하고 피해자들 사이의 균형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항공기 사고의 위험에 대비한 항공보험 및 재보험 제도는 동일 항공기 사고의 피해자들에 대하여 유사한 피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 등 항공기 사고의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특수한 사정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사실심법원이 항공기 사고에서의 이러한 참작 사유를 고려하지 아니한 채, 실무에서 자동차 사고 등에 통용되고 있는 정형화된 위자료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여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항공기의 운항승무원들의 전적인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고 피해자 승객들에게는 아무런 과실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항공기가 추락한 이후 발생한 화재 및 폭발 등으로 인하여 사고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 승객들의 신체가 그 사망 전후에 걸쳐서 대부분 심하게 손상된 점, 그로 인하여 유족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사망자들의 시신 및 유골을 확인하여 수습하는 데 상당한 곤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유전자(DNA) 대조검사 등을 통하여도 시신 및 유골을 온전히 확인·수습하지 못한 채 장례를 치러야만 하였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부분 및 유골이 확인된 부분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는 점, 이 사건 사고 이후 5년 이상 경과하도록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 유족들과 피고 측의 손해배상액을 둘러싼 현격한 입장 차이로 인하여 그 손해전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는 점, 피고가 2002. 6.경 사망자 승객들의 유족에게 이 사건 사고에 관한 합의금으로 대한민국의 법률에 의하여 인정되는 적극적·소극적 손해 및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액 외에 특별위로금으로 사망자 1인당 1억 원을 더한 금액을 지급할 것을 제의하였고 일부 유족이 이를 승낙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합의금을 수령한 점, 피고가 중국인민보험공사와 이 사건 항공기에 관하여 체결한 보험계약상 1회 사고당 인적 피해에 대한 보험금 한도액이 미화 12억 5,000만 달러(1좌석당 약 694만 달러)로 되어 있는 점 등의 항공기 사고의 위자료 산정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망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로 1억 5,000만 원을, 부상 피해자인 원고 19에 대한 위자료로 5,000만 원을 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사망 피해자 소외 1, 2, 3, 4가 양봉업에 종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데도 원심이 이를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로 삼지 아니하였고, 사망 피해자 소외 5가 이 사건 사고가 없었더라면 여행사의 관광가이드로 1년 이상 계속 근무하여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있는데도 원심이 이를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로 삼지 아니하여 위법하다는 주장은, 사실심인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나. 원심이 공무원 퇴직연금을 지급받아 오던 소외 1, 3이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함으로써 퇴직연금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여 유족들인 원고들이 이를 상속한 이상, 소외 1, 3과 동시에 사망한 그들의 처인 소외 2, 4가 별도로 유족연금 수급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외 2, 4가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연금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다. 불법행위의 직접적 대상에 대한 손해가 아닌 간접적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5472 판결 참조), 원심이 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지출한 가입비 및 교통비를 특별손해로 보아 가해자인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위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금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차한성 주심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신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