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도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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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616, 판결] 【판시사항】 [1] 살인죄로 공소제기된 피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유죄의 의심이 가는 여러 정황이 있더라도 살인의 범행을 단정할 만한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를 수긍한 사례 [2]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가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하는지 여부(적극) [3]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하는 경우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83조 [2] 형사소송법 제298조 [3]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298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도3003 판결(공2000상, 353),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도2518 판결 / [3]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366 판결(공2003상, 1411),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268 판결(공2006상, 821),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6650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종기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6. 12. 29. 선고 (전주)2006노11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범행의 동기, 피해자의 키와 이 사건 아파트 베란다의 높이, 피고인의 행적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여러 정황이 있음은 사실이나, 그와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살인의 범행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여러 합리적인 의문점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원심이 그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를 수긍할 수가 있으므로, 거기에 주장하는 것과 같은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는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의 변경을 요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도300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이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상해치사 또는 감금치사죄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이유가 없다.

3.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36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과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피해자를 베란다로 끌고 간 후 베란다 창문을 열고 피해자를 난간 밖으로 밀어 12층에서 떨어지게 하였다는 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인도 피해자를 때리고 양쪽 손과 발목을 테이프로 묶었다는 등 살인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을 전부 시인하고 있어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어 서로 신뢰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범행을 한 점, 그 구체적 행위의 태양이나 전·후의 경위, 피해자가 발이 묶인 채로 추락하기까지 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범죄사실만으로도 살인죄에 비하여 결코 사안이 가볍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 검사의 공소장 변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위 공소사실에 포함된 나머지 범죄사실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은 적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의 공소장 변경이 없더라도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그보다 가벼운 다른 범죄사실인 폭행이나 상해, 체포·감금 등의 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 그 죄로 처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공소장 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