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도9606
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배임·자격모용사문서작성·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9606, 판결] 【판시사항】 [1]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성립요건 [2] 부동산매매계약서에 작성인으로 기재된 ‘○○부동산’이라는 표시가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명의인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고,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에서의 ‘타인’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를 비롯하여 거래관계에서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으면 여기에 해당된다. [2]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대표하거나 대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부동산매매계약서의 공인중개사란에 ‘○○부동산 대표 △△△(피고인의 이름)’라고 기재한 사안에서, ‘○○부동산’이라는 표기는 단순히 상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활동하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명의인’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32조 [2] 형법 제23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5838 판결(공2007하, 1792)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원익
【원심판결】 대구지법 2007. 11. 1. 선고 2007노21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사실은 대구 북구 매천동 (지번 1 생략) 소재 ○○부동산 사무실의 대표는 자신이 아니라 공소외 1임에도 2003. 12. 5.경 대구 북구 매천동 (지번 1 생략) 소재 ○○부동산 사무실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그곳에 비치된 부동산매매계약서 용지의 부동산표시란에 ‘대구시 북구 매천동 (지번 2 생략) 대지 364㎡(110평) 및 판넬구조 사무실 53㎡(16평)’, 매매대금란에 ‘사억구천만원’, 매도인란에 ‘대구시 북구 관음동 (지번 생략), 공소외 2’, 공인중개사란에 ‘ ○○부동산 대표 △△△(피고인의 이름임)’ 등으로 기재한 다음 위 ○○부동산 대표 △△△의 이름 옆에 자신의 도장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대표 공소외 1의 자격을 모용하여 위 부동산매매계약서 1통을 작성하고, 그 자리에서 위와 같이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한 계약서를 그 정을 모르는 공소외 3에게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하여 이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대표권을 가장하여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피모용자가 대표권을 가지는 법인 혹은 단체를 전제로 하고, 또한 대리권을 가장하여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모용자인 자연인과의 대리관계를 현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의 경우 피모용자인 ‘ ○○부동산’은 민법상의 법인, 권리능력 없는 사단 혹은 재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기보다는 단순히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상호일 뿐이고, 피고인이 ‘ ○○부동산 대표 △△△’이라고 표시한 것은 피고인이 위 부동산 사무실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을 나타낼 뿐 피고인이 위 부동산 사무실에 관하여 어떠한 대표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어서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본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요건이 구비되었다면 본죄에서의 ‘타인’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를 비롯하여 거래관계에서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으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 ○○부동산’은 공소외 1이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2003. 4. 17. 구 ‘부동산중개업법’에 따라 개설등록한 부동산중개사무소로서, 그 무렵부터 대구 북구 매천동 (지번 1 생략)에 사무소를 두고 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물적 설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이 등록한 ‘ ○○부동산’의 등록명의를 빌려 부동산중개행위를 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개과정에서는 피고인이 위 사무소에서 자신을 ‘ ○○부동산’의 대표자라고 자칭하면서 위 부동산매매계약서의 공인중개사란에 ‘ ○○부동산’의 상호와 등록번호 및 전화번호, 그리고 그 자신을 대표자로 기재하였으며, 이에 따라 공소외 3은 피고인이 ‘ ○○부동산’의 대표자 자격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중개하는 것으로 알고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중개 및 부동산매매계약서 작성을 의뢰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일반인으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매매계약서에서 작성명의인으로 된 ‘ ○○부동산’이라는 표시가 법인이나 단체, 그 밖에 다른 개인사업체 등의 어느 명칭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는 이상, ‘ ○○부동산’을 작성명의인으로 하여 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 ○○부동산’은 공소외 1이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등록한 부동산중개사무소로서, 부동산중개행위 등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 ○○부동산’의 명의로 이루어진 모든 행위는 그 법률효과가 그 명칭의 부동산중개사무소 등록자에게 귀속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위 부동산매매계약서의 공인중개사란에 작성명의인으로 기재된 ‘ ○○부동산’은 단순히 상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의 위 각 행위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 ○○부동산’이 단순히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상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명의인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 있어서의 명의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이 부분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의 공소사실은 파기하여야 하는바, 이 부분 공소사실과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공소외 2 명의의 부동산매매계약서에 대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공소사실은 각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파기하여야 하고, 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를 파기하는 이상 원심에서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된 나머지 유죄의 공소사실 역시 함께 파기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할 수밖에 없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