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헌가17
2007헌가17 형법 제241조 위헌 제청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2008년 10월 30일 판결. |
일명 간통죄(형법 제241조)에 대하여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한 결정. 다만 재판관 4인이 위헌의견, 재판관 1인 헌법불합치의견을 냈고,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을 내어 위헌의견이 다수였으나,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결정한 것이다. |
판시사항
[편집]- 배우자있는 자의 간통행위 및 그와의 상간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241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소극)
- 위헌의견인 재판관이 4인, 헌법불합치의견인 재판관이 1인이어서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여 합헌결정을 한 사례
판결요지
[편집]- 1. 가.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의 합헌의견
-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관계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간통 및 상간행위를 제재하는 것으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다만 ‘형벌’의 제재 규정이 지나친 것인지 문제되나, 이는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우리의 법의식 및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한 사전예방의 강한 요청에 비추어 간통 및 상간행위를 형사처벌하기로 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 할 수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은 특정한 관계에서의 성행위 제한으로 경미함에 비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높은 중요성이 있어 법익균형성 역시 인정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나. 재판관 민형기의 합헌의견
- 형법이 간통죄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간통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입법자로서는 이를 입법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
-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개인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오늘날 성(性)에 대한 국민 일반의 법감정이 변하고 있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 모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며, 간통 및 상간행위의 형사처벌이 일부일처제와 가정보호·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 보호·여성의 보호에 실효적인 기능을 하지도 못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단의 적절성 및 피해의 최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법익균형성을 상실한 것이다.
- 재판관 김희옥의 헌법불합치의견
-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히 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행위 또는 비난가능성이 없거나 근소한 행위 등에까지 형벌을 부과하여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어 국가형벌권을 행사한 것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 재판관 송두환의 위헌의견
-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간통 및 상간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하여 책임과 형벌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 재판관 4인이 위헌의견, 재판관 1인이 헌법불합치의견으로 위헌의견이 다수이긴 하나, 법률의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편집]-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간통)
- ①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 ② 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참조조문
[편집]헌법 제10조, 제36조 제1항, 제37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29조(배우자의 고소) ① 「형법」 제241조의 경우에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고소할 수 없다. ② 전항의 경우에 다시 혼인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는 고소는 취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형사소송법 제230조(고소기간) ①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단,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부터 기산한다. ② 「형법」 제291조의 죄로 약취, 유인된 자가 혼인을 한 경우의 고소는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전항의 기간이 진행된다.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①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②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 ③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 있어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하여도 전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1.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는 때 2.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3.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4. 제329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5. 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사건에 대하여 고소의 취소가 있은 때 6.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가 있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철회되었을 때
참조판례
[편집]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06-331 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230 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판례집 13-2, 480, 480-490 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165 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판례집 15-2, 242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599판결(공2008하, 1215)
전문
[편집]당사자
[편집]제청 법원
1. 서울북부지방법원(2007헌가17)
2.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2007헌가21)
3.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2008헌가7)
4.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2008헌가26)
제청신청인 옥○경(2008헌가7 사건)
대리인 홍익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영균 외 4인
청 구 인 1. 윤○심(2008헌바21)
대리인 변호사 강문대
2. 박○식(2008헌바47)
대리인 변호사 심한준
당해사건1.서울북부지방법원 2007고단1516 간통(2007헌가17)
2.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07고단330 간통(2007헌가21)
3.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8고단54 간통(2008헌가7)
4.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08고단116 간통(2008헌가26)
5.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7고단2069 간통(2008헌바21)
6.서울중앙지방법원 2008노316 간통(2008헌바47)
주문
[편집]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편집]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7헌가17
당해 사건의 피고인 지○덕은 간통혐의로, 피고인 박○호는 상간 혐의로 각 기소되었고,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위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 계속중 형법 제241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2007. 7. 16.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2) 2007헌가21
당해 사건의 피고인 김○구는 간통혐의로, 피고인 이○출은 상간 혐의로 각 기소되었고,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위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 계속중 형법 제241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2007. 9. 10.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3) 2008헌가7
당해사건의 피고인 옥○경은 간통혐의로, 피고인 정○훈은 상간혐의로 각 기소되었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위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 계속중 피고인 옥○경으로부터 형법 제24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고 2008. 2. 27.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4) 2008헌가26
당해사건의 피고인 임○희는 간통혐의로, 피고인 전○호는 상간혐의로 각 기소되었고,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은 위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 계속중 형법 제241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2008. 10. 6.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5) 2008헌바21
당해사건의 피고인 주○은 간통혐의로, 피고인 윤○심은 상간혐의로 각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기소되었고, 1심 계속중 피고인 윤○심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함과 동시에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자, 청구인 윤○심은 2008. 3. 21. 형법 제241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6) 2008헌바47
당해사건의 피고인 유○봉은 간통혐의로, 피고인 박○식은 상간혐의로 각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었고,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후 피고인 박○식은 항소하면서 형법 제241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이 위 신청을 기각하자 2008. 5.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2007헌가17 사건, 2008헌가7·26 사건의 각 제청법원과, 2008헌바21 사건의 청구인은 형법 제241조 전체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2007헌가21 사건의 제청법원과 2008헌바47 사건의 청구인은 형법 제241조 제1항에 대하여만 위헌법률심판제청 또는 헌법소원심판
을 청구하였다. 형법 제241조 제2항은 간통죄가 친고죄라는 사실 및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하거나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는 규정이므로 형법 제241조 제1항과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 전체를 심판의 대상으로 본다.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문]
- 형법 제241조(간통)
- ①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 ② 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관련규정]
- 형사소송법 제229조(배우자의 고소)
- ① 「형법」 제241조의 경우에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고소할 수 없다.
- ② 전항의 경우에 다시 혼인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는 고소는 취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 형사소송법 제230조(고소기간)
- ①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단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부터 기산한다.
-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 ①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 1.∼4. 생략
- 5.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사건에 대하여 고소의 취소가 있은 때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1) 2007헌가17
간통의 본질은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위반이며 도덕위반이므로 이에 대하여 계약위반 책임 혹은 불법행위 책임을 묻거나, 이혼법정·민사법정에서 다루어야 하며, 형사법정에 세울 것은 아니다. 자발적인 성인들의 성행위를 형사처벌하여 공공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법만능주의이며, 형벌과잉이다. 외피만 남은 혼인관계에서 성적성실의무를 형사처벌로 강제한다고 혼인제도가 보호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간통죄의 처벌실태를 보더라도 입법목적에 걸맞는 위하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2007헌가21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 유지는 이중혼인 자체를 금지하는 중혼죄 등을 신설하여 처벌함으로써 이루어야 하는 법익이고, 단순히 배우자 중 일방이 타인과 성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입법이자 과잉처벌이다. 간통죄는 혼인의 원상회복과는 전혀 무관하게 혼인을 파괴한 점에 대한 응징, 보복으로서의 의미만 가지는 것으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며, 형법의 보충성·탈윤리화·비범죄화 요청에도 반한다. 한편 소위 ‘스와핑’이나 ‘수간’, ‘근친상간’은 처벌하지 않으면서 간통죄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아니한다.
(3) 2008헌가7
인간의 성생활은 가장 은밀하고 원초적인 것이며, 강제하거나 금지할 수 없는 감정에 따른 것이므로 국가가 이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성적 성실의무와 같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이 곤란한 의무의 이행을 형벌로서 강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혼인제도의 보호를 위하여 기혼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전면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혼인외 정사가 만연하고 높은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에서 간통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간통죄의 법정형으로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4) 2008헌가26
위 2008헌가17 사건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비슷하다.
나. 청구인들 주장
(1) 2008헌바21
간통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자 개인 간의 윤리 및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을 개입시키는 것으로서 헌법 제10조, 헌법 제36조 제1항 및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그리고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심한 처벌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2) 2008헌바47
간통죄 처벌규정은 혼인합의 내용의 불이행을 형벌로서 제재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한편 혼인계약 당사자가 아닌 상간자까지 형벌권의 제재대상으로 하는 것은 개인 간의 복수를 허용하는 것이 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다. 상간자에게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고소권 행사 여부는 상간자의 배우자의 자유의사에 맡겨져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혼인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미혼인 상간자)에게까지 확대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청구기각 이유
(1)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위헌법률심판청구기각 이유(2008헌바21)
간통죄에 대하여 합헌론과 위헌론이 대립하고 있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는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한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위 법률 규정이 위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위헌법률심판청구기각 이유(2008헌바47)
간통 및 상간행위는 선량한 성도덕이나 일부일처주의의 혼인제도에 반하는 것으로 규제가 불가피하며, 그러한 행위를 한 자를 징역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
(1) 여성부장관의 의견요지
200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 시에도 입법자에게 간통죄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요청한 바 있고, 이제 간통죄의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었다. 다만 여성계 내에서는 찬반의견이 대립하고 있으므로 여성들에게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2)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요지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문제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특정의 인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간통죄에 대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있더라도 그 존폐는 입법자들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지 위헌의 문제는 아니며, 3회에 걸친 합헌 결정을 변경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장의 의견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량한 성도덕과 혼인제도의 유지, 가족생활의 보장,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 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고, 간통행위는 단순히 사적 영역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혼인 및 가정생활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처벌이 비범죄화의 요청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며, 스스로 혼인이라는 법제도의 구속을 받기로 한 자가 혼인제도가 내포하는 성적 성실의무를 지키지 못한 경우 필요최소한의 형벌을 가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간통죄의 운용실태와 관련된 악용사례들은 다른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도 발생하는 현상에 불과하고, 우리 사회의 성의식이 얼마나 개방되었는지 여부는 실증적 증명이 어려운 것이다.
(4) 의정부지검검찰청 고양지청장,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장의 의견요지
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과 비슷하다.
(5)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간통죄 규정은 선량한 성도덕, 혼인제도와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간통에 의해 생기는 사회적 해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한편, 간통죄가 보호하려는 보호법익의 중요성, 간통죄로 인한 사회적 폐해 등에 비추어 법정형으로 2년 이하의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성도덕이 가지는 의미와 국민의 법의식 등을 고려할 때, 간통죄 규정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이 제한되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보다 더 크다고 판단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한편 간통행위의 처벌 여부 및 그 법정형은 기본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이며, 외국의 간통죄 폐지가 곧바로 위헌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3. 판 단
가. 입법연혁 및 외국 입법례
(1) 간통죄에 관한 처벌규정은 우리 민족 최초의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八條法禁)에서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통설이며, 그 후 현재까지 그 내용상 다소 변화는 있지만 처벌규정 자체는 계속 존재해 왔다. 1905. 4. 20. 대한제국 법률 제3호로 공포된 형법대전에서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상간자를 6월 이상 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했고(같은 법 제265조), 일제시대인 1912. 4. 1. 시행된 제령 11호 조선형사령으로 의용한 일본의 구 형법 제183조에서도 부인 및 그 상간자의 간통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였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최초의 형법 제정 시, 간통죄를 존치할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고, 국회의 표결에서 현재와 같이 남녀평등쌍벌주의와 친고죄로 하는 안이 국회의원 출석 의원수(110명)의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은 57표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2) 간통죄를 비교법적으로 고찰해 보면 첫째 남녀불평등처벌주의가 있고, 둘째 남녀평등처벌주의가 있으며, 셋째 남녀평등불벌주의가 있다. 먼저 남녀불평등처벌주의에는 예컨대 개정 전 프랑스형법이나 이탈리아의 구형법과 같이 남편과 부인의 간통에 대하여 처벌을 달리하는 경우와, 1947년 폐지되기 전의 일본의 구형법이나 이를 의용한 우리나라 구 형법과 같이 부인의 간통만을 처벌한 예가 있다. 다음으로 남녀평등처벌주의는 우리나라의 현행 형법과 미국의 몇몇 주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녀평등불벌주의는 간통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하지 않는 입법례로서 덴마크는 1930년, 스웨덴은 1937년, 일본은 1947년, 독일은 1969년, 프랑스는 1975년, 스페인은 1978년, 스위스는 1990년, 아르헨티나는 1995년, 오스트리아는 1996년에 각 간통죄 규정을 폐지하였다.
나.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하였으며, 그 취지는 다음과 같다.
(1) 헌재 1990. 9. 10. 89헌마82 결정
다수의견인 합헌의견은 ‘간통죄의 규정은 헌법 제10조의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의 전제가 되는 자기운명결정권에 포함된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그러나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여서나 부부간의 성적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러한 행위를 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필요최소한의 제한으로서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① 간통죄가 사회상황·국민의식의 변화에 따라 그 규범력이 완화되었음에도 아직은 범죄적 반사회성이 있다는 재판관 2인의 보충의견, ② 간통죄 자체의 존폐는 입법정책의 문제이지만 징역형 일원주의를 유지하는 간통죄 형벌규정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 ③ 간통의 형사처벌이 국민의 사생활은폐권을 희생시킬만큼 성질서 유지에 기여한다거나 범죄의 예방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고 제도외적 남용으로 인한 역기능이 크다는 점에서 헌법에 반하며, 가사 범죄화가 합헌이더라도 그에 대한 자유형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재판관 1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2) 헌재 1993. 3. 11. 90헌가70 결정
위 89헌마82 결정의 판시를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위 89헌마82 결정 이후 임명된 재판관 1인은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에 가담하였다.
(3) 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결정
다수의견은 위 89헌마82 결정의 판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법자의 간통죄의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간통은 성적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계약위반행위이므로 그에 대한 책임추궁은 계약법의 일반원리에 따라야 하고 윤리적 비난과 도덕적 회오의 대상이 될지언정 형사처벌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에서 간통의 형사처벌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1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 개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량한 성풍속을 보호하고, 일부일처제하의 가정 또는 가정의 기초가 되는 제도로서의 혼인 및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를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다.
우리 민법은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민법 제812조) 간통죄의 주체인 ‘배우자 있는 자’의 배우자는 법률상의 배우자를 말하고 사실상 동거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이에 포함된다. ‘간통’ 및 ‘상간’행위는 합의에 의한 성교를 의미하는데, 이 때 간통자의 경우 자신이 배우자있는 자라는 것과 배우자 이외의 자와 성교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상간자의 경우 배우자있는 자와 성교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간통 및 상간행위는 성교 시마다 1개의 죄가 성립하고, 장기간에 걸쳐 동거하며 간통하였다고 하여 포괄 1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형법 제241조 제2항). 이에 따라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는 등 다른 이성과의 정교관계가 있어도 이를 인정 내지 묵인한다는 사전 동의(종용)가 있거나, 간통사실을 알고 난 후 혼인관계를 지속시킬 의사로 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사후용서(유서)가 있는 때는 고소할 수 없다. 고소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고소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만 유효하며, 적법하게 간통고소를 한 후에도 다시 혼인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는 고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된다(형사소송법 제229조). 고소는 제1심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으며,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232조).
라.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의 합헌의견
(1)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자기결정권이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간통죄의 규정이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임은 틀림없다(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참조).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우리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21-322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기본권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참조).
(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국가와 사회의 기초가 되는 가족생활의 초석을 이루고 있는 혼인관계는 개인의 의사나 욕구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전통과 문화에 기반을 둔 하나의 소중한 사회제도로서의 성격 역시 가진다. 그런데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스스로 형성한 혼인관계에서 비롯된 성적 성실의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서 단순한 혼인계약의 위배를 넘어 부부사이의 근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린다. 간통 및 상간행위는 혼인관계의 파탄을 야기하고, 혼인관계를 파탄시키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때에도 근대 혼인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일부일처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며, 배우자와 가족구성원의 유기 등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간통 및 상간행위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건전한 성도덕에 반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장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36조 제1항 참조)에 비추어 위와 같은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수긍 가능하고, 바로 이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나아가 간통 및 상간행위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으로서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성적 욕구나 사랑의 감정이 내심에 머무른 단계를 떠나 외부에 행위로 표출되어 혼인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때에는 법이 개입할 수 없거나, 법적 규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순수한 윤리와 도덕적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인과 사회의 자율적 윤리의식의 제고를 촉구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형벌의 제재를 동원한 행위금지를 선택한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적절하다.
다만 비형벌적 제재나 가족법적 규율이 아닌 ‘형벌’의 제재를 규정한 것이 지나친 것인지 문제될 수 있으나, 어떠한 행위를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함수로 하여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은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으며, 기본적으로 입법권자의 의지 즉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입법권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판례집 13-2, 480, 486 참조).
우리 사회의 구조와 국민의식의 커다란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고유의 정절관념 특히 혼인한 남녀의 정절관념은 전래적 전통윤리로서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일부일처제의 유지와 부부간의 성에 대한 성실의무는 우리 사회의 도덕기준으로 정립되어 있어서, 간통은 결국 현재의 상황에서는 사회의 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우리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판례집 13-2, 480, 486).
다시 말하면, 간통행위자가 속한 가정의 고유한 사정이나 간통 및 상간에 이르게 된 배경, 행위자의 의사에 비추어 배우자에 대한 가해의사나 혼인관계 및 가족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하려는 목적, 경향성이 없는 경우에도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라는 객관적인 행위자의 지위, 배우자 아닌 자와 성교한다는 고의가 인정되는 한 그러한 행위가 사회적 윤리의 상당성을 일탈한 것으로 보며, 그에 동조한 상간자의 행위 역시 유사한 정도의 비난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현재 우리의 법의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간통 및 상간행위는 그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혼인과 가족생활의 해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전예방에 대한 강한 요청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법의식, 그리고 간통 및 상간행위의 예방에 대한 사회의 강한 요청에 기초하여 혼인과 가정의 해체를 야기한 간통 및 상간행위자에 대하여는 그것이 단순한 성적 욕구에서 비롯된 1회적인 것이든, 진정한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든, 사전에 이혼의사의 합치 등으로 인한 동의가 있었거나 사후에 혼인과 가정생활을 유지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엄정한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또한 입법자는 고소권자인 배우자의 고소요건으로서 혼인의 해소나 이혼소송의 제기를 규정하여 간통 및 상간행위의 결과로 혼인과 가족생활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에 한하여만 법적 규제가 미치도록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자유의 제한범위를 최소화하고 있고, 간통의 종용이나 유서가 있는 경우의 고소권의 제한(형법 제241조 제2항) 및 일정한 경우의 고소 취하간주(형사소송법 제229조)와 재고소 금지(형사소송법 제232조)를 규정하여 고소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 등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인정하기 어렵다.
오늘날 세계입법의 추세가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거나 간통이 이혼사유와 위자료지급사유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가족법적 법률관계의 조정에 따라 간통행위의 반사회성이 없어져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고, 각국의 시대적 상황이나 국민의 성의식 등 가치관, 평등에 기초한 가족법제도의 완비 여부 등은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행위규제는 법률혼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동안 간통할 수 없고,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상간할 수 없다는 특정한 관계에서의 성행위 제한이다. 이는 간통행위자에 대하여는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형성한 혼인관계에 따르는 당연한 의무·책임의 내용에 불과하고, 미혼인 상간자에 대하여도 타인의 법적·도덕적 의무위반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으로 이성과의 정신적인 교감이나,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미한 성적 접촉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은 매우 경미하다. 그에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선량한 성도덕을 수호하고, 혼인과 가족제도를 보장한다는 것으로 높은 중요성이 인정되므로 법익균형성 역시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3) 헌법 제36조 제1항 위배 여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 가족생활에 있어서도 보장되어야 함을 규정함과 동시에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제도적 보장 역시 규정한다(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165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간통 및 상간행위의 처벌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볼 수 없음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녀평등처벌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양성의 평등이 훼손될 여지도 없다. 오히려 일부일처제를 보장하고, 건전한 성도덕을 형법상 보호함으로써 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보장 의무이행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2 참조).
(4)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위배 여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의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역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여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간통행위에 대하여는 선고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간통 및 상간행위는 일단 소추가 된 때에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필연적으로 가족의 해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다른 성풍속에 관한 죄와는 다른 법익침해가 문제되고, 경미한 벌금형은 기존의 혼인관계의 해소에 따른 부양이나 손해배상의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간통행위자에 대하여는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형법상 다른 성풍속에 관한 죄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도 없다.
(5) 소 결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마. 재판관 민형기의 별개의 합헌의견
나는 다수의 합헌의견이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형법이 간통죄를 범죄로서 처벌하는 것 자체는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나,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행위의 태양과 관련하여 일부 문제점을 안고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아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아래 사.항에서 헌법불합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간통은 그 행위의 태양이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사안에 따라 반사회적 성격이나 비난가능성의 유무 및 정도가 현저히 다른데도, 구체적인 행위 태양의 개별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들을 간통이라는 한 가지 개념으로 일률적으로 처벌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부당하거나, 규범적인 의미를 벗어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법의 해석이나 형의 양정 등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부당성에 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렇듯 성문의 규범이 스스로 예정하거나 의도하지 아니한 사실상의 요인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나 법률적인 평가 등으로 규율의 당부에 관하여 의심이 있는 경우 이를 개선하는 것은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현실정치의 영역에서 국민을 대표하고 의사를 형성하는 입법기관의 책무이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합헌이나 위헌 여부의 헌법적인 판단을 하여야 할 몫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행위의 태양과 관련하여 헌법불합치의견이 뒤에서 상술하는 바와 같이 반사회적 성격이 미약한 부분의 사례에 이르기까지 이를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으로나 정책적으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입법자로서는 여기에 지적되는 문제점에 대하여 우리의 인습과 사회적인 합의, 국민의 법의식 등을 실증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입법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임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바.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
우리는 형법 제241조가 간통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개인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개정 논의
법무부 형법개정소위원회는 1989. 1.경 8대2의 찬성으로 간통죄 폐지를 결정하였다. 법무부는 그 의견을 받아들여 형법개정 요강에서 이를 폐지하기로 하였으나,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헌재 1990. 9. 10. 89헌마82 결정)이 있자 간통죄를 존치시키되 징역형만으로 되어 있는 처벌규정에 벌금형을 추가·보완키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1992. 4. 8. 입법예고된 형법개정법률 안에서는 간통죄가 삭제되어 있었는데, 법무부는 그 이유로, 첫째 기본적으로 개인 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고, 둘째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며, 셋째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고, 넷째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으며, 다섯째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고, 여섯째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위 입법예고 후인 1992. 5. 27. 법무부는 전문 405조로 구성된 형법개정안을 최종확정하였는데, 이때 간통죄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형만으로 규정되어 있던 법정형을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낮추고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 이와 같이 간통죄가 다시 부활된 것은 위 입법예고 후 각계 각층에서 간통죄의 폐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두하자 존치론과 폐지론의 조화점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형법에서는 위 개정안이 입법화되지 못하고, 종래의 간통죄의 규정이 아무런 변화없이 존치하게 되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심사기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우리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적 권리이므로 그 제한에 대한 위헌 여부는 엄격한 비례심사를 거쳐야 한다.
(나) 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일부일처제에 터잡은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하는데 있다면, 이를 위하여 그 위반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에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다) 수단의 적절성 및 피해최소성
그러나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간통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그 수단에 있어서 적절한지 및 그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이 필요최소한도에 그친 것인지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의하기 어렵다.
1) 국민 일반의 법감정의 변화
최근의 우리 사회는 급속한 개인주의적·성개방적인 사고의 확산에 따라 성(性)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 성도덕과 가족이라는 사회적 법익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이 더 중요시 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성의 개방풍조는 막을 수 없는 사회변화이고 이젠 그것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환경의 변화로 간통죄의 존립기반이 이제 완전히 붕괴되었다고까지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 존립기반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근본적인 동요를 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2) 형사처벌의 적정성
가) 형사처벌에 관한 입법권의 범위와 한계
특정의 인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율에 맡길 것인지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함수로 하여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은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우리의 생활영역에는 법률이 직접 규율할 영역도 있지만 도덕율에 맡겨두어야 할 영역도 있다. 법률을 도덕의 최소한이라 하듯이 법률규범은 그보다 상층규범에 속하는 도덕규범에 맡겨두어야 할 영역까지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된다. 법률이 도덕의 영역을 침범하면 그 사회는 법률만능에 빠져서 품격있는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불효, 악질적인 채무불이행, 구걸, 자살, 지나친 낭비 등은 모두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행위를 모두 범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 모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가 반드시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고, 국가가 형벌로써만 국민을 도덕적으로 개선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 성생활에 대한 형사처벌
성인(成人)이 쌍방의 동의 아래 어떤 종류의 성행위와 사랑을 하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에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 성도덕에 맡겨 사회 스스로 자율적으로 질서를 잡아야 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국가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내용인 성행위 여부와 상대방 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간통죄보다 선량한 풍속을 더 크게 해치고 비도덕적이며 혐오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근친상간(近親相姦)·수간(獸姦)·혼음(混淫) 등에 대하여 우리 법률은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면서도, 간통에 대해서만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입법 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
다) 입법과 판례의 추세
비록 도덕율에 반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유해성이 없거나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다.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를 폐지해 가는 추세에 있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1970년대 이전에 간통죄를 폐지하였다.
간통죄 처벌에 관한 검찰과 법원의 처리경향도 과거에 비해 많이 완화되었다. 간통고소가 취소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았던 종래의 관례는 불구속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 대법원은, "당사자가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명백한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법률적으로는 혼인관계가 존속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간통에 대한 사전 동의라고 할 수 있는 종용에 관한 의사표시가 그 합의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599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간통으로 인한 처벌을 완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3) 형사처벌의 실효성
가) 일부일처제 및 가정질서 보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이 일부일처제에 터잡은 혼인제도임은 합헌론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다.
그러나 일단 간통행위가 발생한 이후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혼인생활 유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 형사법상 간통죄는 친고죄로 되어 있고(형법 제241조 제2항) 고소권의 행사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라야 가능하기 때문에(형사소송법 제229조 제1항), 고소권의 발동으로 기존의 가정은 이미 파탄을 맞게 되고, 설사 나중에 고소가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부부감정이 원상태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간통죄는 더 이상 혼인제도 내지 가정질서의 보호에 기여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형벌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인 파멸을 초래하므로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고소를 한 배우자와 재결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과정에서 부부갈등이 심화되면서 자녀들의 상처도 더욱 커질 수 있어 원만한 가정질서를 보호할 수도 없다.
오히려 실제로는 간통행위가 없었음에도,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의 간통을 의심 또는 확신하고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치밀한 뒷조사와 증거수집행위를 시도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호 불신이 가정을 파탄으로 이끄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결국 간통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혼인제도를 보호한다는 것은, 일방 배우자가 간통행위를 하기 이전에, 만일 간통을 하면 형사적으로 처벌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간통행위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사전억제수단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부일처제의 혼인제도와 가정질서를 보호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절하고 실효성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나)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 보호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하는바(민법 제826조 제1항 전단), 그 당연한 결과로서 부정한 행위, 즉 간통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일방 배우자가 간통행위를 한 경우, 이는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고(민법 제840조 제1호), 그로 인한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진다(민법 제843조, 제806조). 또한 법원이 자(子)의 양육에 관한 사항과 자(子)에 대한 면접교섭권의 제한·배제에 관하여 자(子)의 복리를 고려하도록 함으로써(민법 제843조, 제837조 제3항, 제4항, 제837조의2 제2항), 부정한 행위를 한 배우자에게 이에 관한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이러한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위반행위가 부도덕하다는 데에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위반행위에 대하여 위와 같은 민사법상 책임 이외에 형사적으로 처벌함으로써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가 보호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성실의무는 개인과 사회의 자율적인 윤리의식, 그리고 배우자의 애정과 신의에 의하여 준수되어야 하지, 형벌로 그 생성과 유지를 강요해 봐야 아무 실효성이 없다. 불효를 형벌로써 다스려 효도를 강요할 때 그 효도는 이미 참의미의 효도가 아닌 것과 같이 형벌로써 강요될 정절은 이미 정절이 아닌 것이다.
다) 여성의 보호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간통죄의 존재가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즉,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적·경제적 약자였고 간통행위는 주로 남성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므로, 간통죄의 존재가 남성들로 하여금 간통행위에 이르지 않도록 심리적 억제작용을 하였고, 나아가 여성 배우자가 간통고소를 취소하여 주는 조건으로 남성 배우자로부터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시대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는 간통죄의 위와 같은 존재이유를 상당 부분 상실하도록 하였다.
우선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활발하여 짐에 따라 여성의 생활능력과 경제적 능력이 향상됨으로써, 여성이 경제적 약자라는 전제가 모든 부부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또한 1990. 1. 13. 민법의 개정에 따라,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경우 각 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부여되는 한편, 자녀에 대한 친권도 남녀 간에 차별없이 평등하게 보장되었다. 즉, 민법상 처의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고 주부의 가사노동도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로 인정되어 이혼 후의 생활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고, 부부의 이혼 시에 위자료를 통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현실화되었으며, 양육비의 청구 등으로 자녀의 양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남성 배우자가 재산명의를 제3자로 돌려놓은 경우 여성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판결의 실효성있는 집행방안이 필요하지만, 이는 입법적으로 보완할 문제이지 간통죄를 존속시킬 명분은 될 수 없다.
설사 여성 배우자의 경제적 지위가 아직 남성 배우자에 비하여 열악하다는 전제에 서더라도, 간통죄의 존재가 여성 배우자를 반드시 보호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간통죄 고소를 위하여는 이혼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경제적 및 생활능력이 없는 여성 배우자는 오히려 고소를 꺼릴 수도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의 간통죄 사건에서 남성 고소인과 여성 고소인의 수가 거의 동일하였는데, 간통행위의 빈도 수에서 남녀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보면, 간통죄가 실제로는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불리하게 작용되는 파행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 간통죄의 존재가 여성 배우자를 보호하는 기능은 상당 부분 상실되었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어
결국 오늘날 간통죄는 간통행위자 중 극히 일부만 처벌받는 암장범죄화(暗藏犯罪化)되었기 때문에 다수의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고 그들의 기본권만을 제한할 뿐, 혼인제도 및 성적 성실의무를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은 잃게 되었다.
4) 형사처벌의 예방적 기능
간통의 유형을 보면 애정에서 비롯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대별할 수 있는데, 애정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어떤 의미에서 확신범 내지 양심범적인 측면이 없지 않아서 통제가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고, 애정에서 비롯된 경우가 아닌 때에는 온갖 형태로 무수히 저질러지고 있는 남성들의 성매수에서 보듯이 그 역시 현실적으로 범죄의식이 크지 아니하므로,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한다고 하여 간통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과거에 비하여 간통행위가 적발되고 또 처벌까지 되는 비율이 매우 낮아졌다. 간통행위 중 형사사건화되는 수는 1년에 3000~4000건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간통행위는 배우자에게 발각되지 않았고, 설사 발각되더라도 배우자가 고소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간통죄로 구속기소되는 경우는 고소 사건의 10%에도 못미치고, 고소 이후에도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고소취소되어 공소권없음 또는 공소기각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상당수에 이름으로써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현저히 약화되었다.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간통으로 인한 이혼이 더욱 빈발해 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견해도 있으나, 이미 간통죄를 폐지한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의 폐지 이전보다 성도덕이 문란하게 되었다는 통계는 없다.
결국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어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모두 거두기 어렵게 되었다.
5) 형사처벌로 인한 부작용
간통죄가 건전한 혼인제도 및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보호와는 다른 목적을 위하여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에 대한 고소 및 고소취소는 간통행위자의 배우자만이 할 수 있고, 간통죄는 친고죄로서 고소취소 여부에 따라 검사의 소추 여부 및 법원의 공소기각 여부가 결정되므로, 결국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의 법적 운명은 간통행위자의 배우자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게 된다.
그 결과, 이러한 간통고소 및 그 취소가, 사실상 파탄상태에 있는 부부간에 이혼을 용이하게 하려는 수단으로,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사람이나 일시적으로 탈선한 가정주부를 공갈하는 수단으로, 상간자로부터 재산을 편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해도 종종 발생한다.
6) 소결어
이와 같이 간통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법익의 균형성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달성하려는 일부일처제에 터 잡은 혼인제도 및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 보호라는 공익이 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다.
(마) 소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절성 및 피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법익의 균형성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사. 재판관 김희옥의 헌법불합치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단순히 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행위 또는 비난가능성이 없거나 근소한 행위 등 국가형벌권 행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행위에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등 국가형벌권을 과잉행사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국가형벌권의 근거와 한계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헌법상 보장된 그의 자유영역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가져온다. 형벌은 원칙적으로 각 개인의 지위, 명성, 사회 기여도 등을 가리지 아니하고 국가가 범죄로 규정한 행위를 범한 사람 누구에게나 틀림없이 가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리 저명하고 명성이 있던 인사라고 할지라도 형사제재를 받게 되는 순간 회복할 수 없는 불명예와 치욕이 그에게 새겨지게 되는 것이다.
‘국가형벌권의 근거는 어디에 있고, 범죄에 대한 정당한 형벌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을 범죄로 규정하여 법익보호와 평화로운 공동생활의 조건을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각 국가사회에 따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논의와 입법이 있어왔지만, 이는 매우 난해한 문제로서 일의적으로 정립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형벌권의 정당성과 관련해서, 어떠한 행위가 범죄로 규정되어 형벌을 통해 금지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하는 판단과 관련되어 있다.
국민의 어떠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첫째, 그 행위에 대하여 과연 공적 제재를 가해야 하는가 하는 제재당위성에 대한 판단과 둘째, 이러한 공적 제재의 내용이 반드시 형벌이어야 하는가 라는 형벌필요성에 대한 판단의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공적 제재의 당위성은 어떠한 종류의 제재이든 관계없이 공적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행위인가를 판단하는 소위 당벌성이 있는 행위인가의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다. 당벌성의 판단기준은 ‘반사회성’이라는 기본적 속성이다. 즉 특정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행위의 반사회적 유해성이다. 이는 형벌이 부과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이것을 갖추었다고 해서 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다음, 이러한 제재당위성을 갖추어서 마땅히 제재 받아야 할 행위이기는 하지만, 그 제재가 반드시 형벌이어야 할 필요성까지 있느냐에 대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형벌필요성 측면에서 보면, 법익보호는 형사처벌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밖의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법익침해라는 속성은 형벌이 부과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비록 법익침해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사적 제재, 행정제재, 사회법적 제재 등에 의해서도 법익보호가 가능하면 형사처벌을 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익침해 행위 중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법익침해가 매우 심한 행위’, 즉 ‘사회적으로 매우 유해한 것으로 평가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범위 내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이 규정되어야 한다. 형벌은 제재당위성을 갖춘 행위 가운데 다른 제재수단을 통해서는 도저히 형벌에 의한 것과 같은 수준의 일반예방과 특별예방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부과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률은 절대로 필요한 형벌만을 규정해야 한다(프랑스 인권선언 제8조). 국가는 형벌필요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해서는 안된다. 이는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상의 원리와 바로 관련되는 사항이다.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따라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판례집 16-2하, 446, 457).
입법자는 어떠한 행위가 공적 제재의 당위성과 형벌필요성을 갖추어 국가형벌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가의 여부에 관하여 시대의 문화와 사회의 가치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일차적 권한이 있으나, 법치국가원리에 비추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입법기술상 가능한 범위에서 명확하게, 또한 상세하게 규율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간통행위 태양의 다양성에 따른 형벌권 행사의 요건 및 형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제재
간통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풍속으로서의 성도덕 또는 가정의 기초가 되는 제도로서의 혼인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서 나오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로 보인다.
그런데 형법 제241조가 규정하는 간통행위의 태양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이들 모든 행위에 대하여 위 기본권이 제한되어 위헌이거나 또는 합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하는 간통 및 상간행위에는 부부관계가 법률상·사실상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나 신의를 저버린 채 가족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행하는 간통에서부터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으나 미처 법률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새로운 정인(情人)을 만나게 됨에 따라 이루어지는 간통, 지속적으로 단일한 사람을 상대로 이루어짐으로써 반문화적인 첩제도와 같은 사실상의 중혼적 간통에서부터 행위자가 일부일처의 법적 혼인상태의 유지를 원하는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행하여지는 1회적 간통, 상간자가 기혼인 경우에서부터 상간자가 미혼인 경우 등에 이르기까지 행위자의 의사나 가정생활의 상태, 행위의 상대방, 행위의 횟수 및 방법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유형이 포함되며, 개별적 행위유형에 따라 그 반사회성의 유무, 비난 가능성의 유무·정도가 현저하게 다르다.
위와 같은 간통 및 상간행위의 유형 중에는 현재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선량한 성도덕과 가정의 기초가 되는 제도로서의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라는 관점에서 단순히 도덕률이나 민사적 제재 등 다른 제재의 영역에 맡기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고, 그와 같은 행위의 처벌은 국가형벌권의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지만, 장기간 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하지 아니하는 등 사실상 혼인이 파탄되고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가 더 이상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에서 행한 간통이나 단순한 1회성 행위 등과 같이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나 가족생활을 저해하는 바 없고 선량한 성도덕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워 반사회성이 극히 약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형벌로서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에 해당하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과 사생활의 비밀·자유에 관한 지나친 국가의 형벌권 개입에 해당한다고 본다. 즉 이러한 경우는 형벌의 필요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민사적 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도 충분히 그 제재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부과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구체적 행위태양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한 상태에서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간통 및 상간행위의 위와 같은 모든 태양의 행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어 국가형벌권을 행사토록 한 것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3)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간통행위의 처벌을 규정한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사회성이 약하여 형벌에까지 이르지 않아도 될 행위까지 국가형벌권 행사의 대상행위로 형사벌의 처벌범위에 포함되도록 규정한 점에 있으며, 이와 같은 법적 비난가능성이 없거나 근소하여 민사적 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도 그 제재가 충분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행위의 범위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 및 국민의 법감정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확정하는 것이 상당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는 경우 처벌이 요청되는 간통행위의 처벌마저 불가능해짐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그대로 존속시킬 때보다 더욱 헌법적 질서와 멀어지는 법적상태가 초래될 우려가 있으므로 입법자가 합헌적 법률을 입법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 재판관 송두환의 위헌의견
나는 간통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제도 자체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는 합헌의견에 찬동하면서,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합치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간통행위의 금지 및 형사처벌 자체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간통행위를 금지하고 그에 대하여 일정한 형벌을 과하도록 규정한 것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는 합헌의견과 결론을 같이 한다.
(2) 다만 합헌의견이 설시하는 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주된 기본권으로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들고 이를 전제로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심사하는 것에 대하여는 의문을 표해 두고자 한다.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내포되어 있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의 여부 및 그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성적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음은 틀림없다(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참조). 그러나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이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 및 그 상대방의 상간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원하는 것은 언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무제한적 자유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자기결정이 타인과의 관계를 결정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또는 사회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게 되는 때에 타인과의 공존을 부정하는 자기결정은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인격을 발현시키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자기결정권의 순수한 보호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이는 성적자기결정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성적 공동생활을 포함한 공동의 삶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선택하는 자기결단을 한 자가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에 위배하여 간통행위로 나아가거나 또는 그러한 점을 알면서 상간하는 것은 간통행위자의 배우자 및 사회적·법적 제도로서의 혼인을 보호하는 공동체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과의 공존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섭될 수 없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성폭력범죄, 성희롱 등의 문제 및 배우자 상호간에 있어서도 일방통행적인 성관계는 허용될 수 없다는 등의 문제에 관련하여서는 핵심적 개념이 될 것이지만, 배우자의 고소를 전제로 간통행위를 처벌함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주된 기본권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3) 한편, 위헌의견에서 지적하는 바 간통죄의 처벌이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고 사실상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으며 형벌로서의 억지효나 가정보호의 실효성도 거의 없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간통죄 폐지의 추세에 있다는 등은 마땅히 경청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현실적 악용 사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제도외적 남용에 따른 사실적이고 결과적인 부작용일 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내포된 규범적 결함이라고는 볼 수 없고, 나머지 점들은 입법정책적으로 적절한지 여부 또는 향후 입법적 해결을 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사정들일 뿐,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 여부를 직접 결정할 요소는 아니라고 볼 것이다.
물론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성적 도덕관념의 변화가 좀 더 진행되고 그리하여 혼인제도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조차도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회일반의 법의식과 너무나 현저하게 괴리되었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입법자의 법조항 폐지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위헌선언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나, 현재로서는 그와 같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4) 부연하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제도 및 배우자간의 성적 성실의무를 보호, 보장하는 한편, 간통 및 상간행위자에 대한 자연적 응보관념을 인정하면서도 사적 보복을 금지하는 법체계 등을 구조적으로 조화시키기 위한 입법자의 노력이 구체화된 것으로 볼 것이고,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 법정형 설정의 위헌 여부
위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간통행위를 금지하고 그에 대하여 일정한 형벌을 과하도록 규정한 것 자체에 대하여는 합헌의견과 결론을 같이 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 규정 부분, 즉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하여 자유형 일원주의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는 별도로 위헌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헌재 1992. 4. 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30)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판례집 15-2, 242).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정형으로 단일한 ‘징역형’만을 규정하여 법정형의 하한을 비교적 높게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하여는 그 처벌되는 행위의 죄질,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중하여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설정하더라도 실제 사례에서 행위자가 책임을 초과하여 형벌을 선고받지 않으리라는 점이 합리적으로 예측될 수 있어야 한다.
(3) 그런데 간통 및 상간행위에는 행위의 태양에 따라 죄질이 현저하게 다른 수많은 경우가 존재한다. 예컨대 우연한 기회의 일회적, 찰나적 일탈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배우자에 대한 유기를 수반하는 지속적, 반복적인 범행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법적으로나 사실상으로나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간통을 저지른 자와 상대방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것으로 믿고 상간한 미혼인 행위자의 경우는 그 법적 책임성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듯 구체적 사례 여하에 따라 책임의 편차가 매우 넓을 것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하여 선택의 여지없이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벌의 본질상 인정되는 응보적 성격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기 어렵게 하는 것으로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다.
(4)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정형을 징역형만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실무상 수사 및 재판의 과정에서 구체적 사례 여하에 따른 적절한 법운용을 어렵게 하고, 판결 선고 단계에서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구속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하여 협박 또는 과도한 위자료를 지급받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제도의 본지를 벗어난 남용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이와 같이 법정형을 오로지 징역형만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보인다.
(5) 물론 어떠한 종류의 범죄에 대하여는 행위태양 여하를 묻지 않고 단지 징역형만으로 무겁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나, 간통죄 처벌규정의 존폐를 둘러싼 형사정책적·입법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간통 및 상간행위가 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불법성을 가진다거나 범죄예방의 필요가 긴절하여 일률적으로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자유형일원주의의 규율은 정당화되지 아니한다.
(6)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법정형에 관한 부분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다.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간통행위를 금지하고 일정한 형사처벌을 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법정형에 관한 부분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4.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 재판관 4인이 위헌의견, 재판관 1인이 헌법불합치의견으로 비록 위헌의견이 다수이긴 하나 법률의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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