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헌마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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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헌마1462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2009년 10월 29일 판결. |
【판시사항】 가.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이하 ‘수형자’라 한다)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중 제2호 전단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함으로써 수형자인 청구인의 선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소극) 나. 위헌의견에 찬성한 재판관이 5인이어서 다수이나 헌법소원에 관한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 이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청구기각결정을 한 사례
【결정요지】
가. (1)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위헌의견
(가) 청구기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선거일 현재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할 때 당해 선거에서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선거권 등 기본권의 침해는 그 시행 후 청구인이 이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경우라 할 것이고, 구체적인 사유발생일은 선거일이라 할 것이다.
(나) 과잉금지원칙 등의 위반 여부 (심사의 강도) 민주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선거권이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형벌의 내용이 선거권 제한이라고 한다면, 그 자체 및 적용범위의 정당성에 관하여도 보통선거의 원칙에 입각한 선거권 보장과 그 제한의 관점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엄격한 비례심사를 함이 타당하다.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선거권의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을 갖는다 할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형자에 대하여 그가 선고받은 생명형이나 자유형과는 별도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수형자 자신을 포함하여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담고 있는 이러한 목적은 정당하고,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 할 것이다.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전면적·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여 선거권 제한의 대상에, 국가 공동체의 법질서를 해친다는 인식이나 의도가 없는 과실범, 일정한 형기를 경과한 후 가석방심사위원회로부터 범죄의 동기·재범의 위험성 등 제반사정에 관한 충분한 심사를 받고 형기 만료에 앞서 사회에 복귀함으로써 주된 형벌인 ‘교정시설에의 수용’을 면한 가석방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민주주의 등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반국가적 성격의 범죄와 무관한 경미한 범죄로 단기 자유형을 받은 자에게까지 폭넓게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세계관의 다원주의를 전제로 다양한 사상이나 전력을 갖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하여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제도에 부합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입법자는 선거권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그 제한을 엄격히 하여야 함에도, 범죄자의 선거권을 제한함에 있어 ‘개개 범죄의 종류나 내용, 불법성의 정도 등이 선거권 제한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세심히 살피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써 단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로서 그 형의 집행을 마치지 아니한 자’라는 기준을 설정하여 쉽사리 그리고 일률적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의 원칙에 위반하였다 할 것이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격과 선거권 제한과의 직접적 연관성도 찾기 어려운 부분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제재나 일반 시민들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 등의 공익보다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수형자 개인의 사익 또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 서로 대립하는 법익간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 할 것이다.
(다)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수형자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이 규정한 보통선거원칙에도 위반되어 수형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인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2)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의 기각의견 (가) 중한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의 제한 여부 및 그 범위와 방법 등은 각국의 역사적 경험, 형사법체계, 국민의 범죄에 대한 법감정 등 구체적 실정에 따라 결정될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형법 규정에 상응하여 수형자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반사회적 행위를 한 중범죄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인데,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심사를 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나) 과잉금지원칙위반 여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중한 범죄자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그를 통하여 범죄를 예방하며,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성과 준법의식을 기르고 갖추도록 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선거권 제한은 이러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형법 규정에 의하면, 금고형은 적어도 1월 이상 범죄자를 교도소에 구금함으로써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형으로서 선거권 및 피선거권 등의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자격상실형 또는 자격정지형보다 중한 형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법관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는 법관의 신분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일정한 경우 공무원 신분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 등 여러 전문자격의 경우에도 관련 법률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일정한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고 이상의 선고형’이라는 기준은 이러한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기준이 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행유예 판결이 아닌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형집행 중인 수형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인바, 이러한 중한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기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수형자가 입게 되는 선거권 제한이라는 불이익은 금고형보다 가벼운 형벌인 자격상실이나 자격정지의 한 효과에 불과한 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선거권 제한의 기간은 모든 수형자에게 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각 수형자가 선고받은 형량, 즉 형사책임의 경중에 비례하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 및 일반 국민들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 등의 공익이 수형자 개인의 형집행기간 동안의 선거권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다)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선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3) 재판관 이강국의 각하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법 제43조 제2항(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공법상의 선거권 등의 자격이 정지된다)의 효과를 반영한 것이므로 이로 인한 선거권 제한 등 기본권침해 사유 역시 형법 제43조 제2항에서와 마찬가지로 판결이 확정된 때 발생한다 할 것인데, 청구인은 이 사건 징역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됨으로써 공법상의 선거권 등의 자격이 정지된 때인 2006. 11. 23.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07. 12.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기본권침해 사유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는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여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등 5인이 위헌의견을,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 등 3인이 기각의견을, 재판관 이강국 1인이 각하의견을 표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이로써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재판관의 수에 이르지 못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없으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한 사례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중 제2호 전단의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조, 제11조, 제24조, 제37조 제2항,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33조 제3호, 제4호
변리사법 제4조 제1호
변호사법 제5조 제1호, 공인회계사법 제4조 제2호
법무사법 제6조 제3호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3호
세무사법 제4조 제7호
형법 제41조 제4호, 제5호, 제43조, 제44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48조
【참조판례】
헌재 1995. 3. 23. 93헌마12, 판례집 7-1, 416, 421-422
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
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478-479
헌재 2007. 6. 28. 2004헌마644등, 판례집 19-1, 859, 873-875
헌재 2007. 7. 26. 2006헌마298, 판례집 19-2, 158, 162-163
헌재 2008. 6. 26. 2007헌마917, 판례집 20-1하, 447, 451-452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송○욱
국선대리인 변호사 우양태
【주 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79. 4. 12.생으로서 2006. 4. 3.경 병무청장으로부터 “2006. 5. 9. 306보충대에 입영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수령하였으나,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집총을 할 수 없다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소집기일로부터 3일이 경과하도록 입영하지 아니함으로써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반으로 기소되어, 2006. 11. 23.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같은 날 상소를 포기하여 위 형이 확정되었다.
(2) 청구인은 위 형을 복역하던 중 2007. 12. 19. 실시된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하고자 하였으나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투표를 할 수 없자, 2007. 12. 27.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헌법 제24조의 선거권 침해를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중 제2호 전단(“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공직선거법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선거권이 없다.
1.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
2.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3.선거범,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및 제49조(선거비용관련 위반행위에 관한 벌칙)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 또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그 재임중의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여 가중처벌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내지 제132조(알선수뢰)·‘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알선수재)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또는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형이 실효된 자도 포함한다.)
4.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선거권이 정지 또는 상실된 자
② 제1항 제3호에서 “선거범”이라 함은 제16장 벌칙에 규정된 죄와 국민투표법 위반의 죄를 범한 자를 말한다.
③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하여는 형법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의 규정에 불구하고 이를 분리 심리하여 따로 선고하여야 한다.
형법 제43조(형의 선고와 자격상실, 자격정지) ①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다음에 기재한 자격을 상실한다.
1. 공무원이 되는 자격
2. 공법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3.법률로 요건을 정한 공법상의 업무에 관한 자격
4.법인의 이사, 감사 또는 지배인 기타 법인의 업무에 관한 검사역이나 재산관리인이 되는 자격
②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전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기재된 자격이 정지된다.
제44조(자격정지) ① 전조에 기재한 자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지는 1년 이상 15년 이하로 한다.
②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자격정지를 병과한 때에는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정지기간을 기산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선거권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인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보통선거의 원칙에 따라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성년자이면 누구에게나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므로, 이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엄격히 하여야 한다.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이하 ‘수형자(受刑者)’라 한다)에게 자유형에 의한 제재 외에 선거권제한을 제재 수단으로 삼는 것은 이중적 제재로서 정당하지 못하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도 적합하지 아니하다. 즉, 수형자들이 선거관련 정보를 충분히 접할 수 없거나 교도소·구치소 등(이하 ‘교정시설’이라 한다)의 관리자에 의하여 선거의사가 왜곡될 수 있는 우려는 국가가 선거의 공정을 위하여 수형자에게 선거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교정시설 관련자의 선거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사항일 뿐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사유로 삼을 수 없다. 또한 수형자의 반사회적 성향이라는 실체가 분명하지도 아니한 것을 이유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도 정당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없거나,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이 ‘범죄자에 대한 제재나 선거의 공정성’ 추구라는 목적 실현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 입법목적을 수긍한다 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죄질이나 형기의 장·단, 선거와의 관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수형자에게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가석방된 자의 선거권까지 제한하고 있으므로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되며, 이와 같이 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반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 보통선거의 원칙에 위반하여 수형자들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 할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청구기간 도과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선거권 등 기본권의 침해가 있었다면 이는 청구인에 대한 징역형의 확정과 동시에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사유의 발생은 이 사건 징역형이 확정된 날인 2006. 11. 23.인데,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때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07. 12. 27. 이루어졌으므로 청구기간이 이미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자에게 공동체 운용과 조직의 구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것을 제한하는 한편, 반사회적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갖고, 일정한 시설에 격리·수용된 수형자에게 선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해 필요한 선거관련 정보의 충분한 제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교정시설 관리자가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강요하거나 선거관련 정보를 통제하는 등에 의하여 수형자의 선거관련 의사형성이 왜곡될 우려가 있는 점, 반사회적 성향을 갖는 수형자의 정치적 의사 자체가 왜곡된 것일 수 있는데 근소한 표 차로 선거의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 수형자들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문제점 등을 고려하여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느 정도 중대한 범죄를 범하여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형벌의 집행을 받는 기간에 한정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그 불이익은 금고보다 가벼운 형벌인 자격상실이나 자격정지의 한 효과에 불과하며, 법원의 결정에 의해 최종적으로 선거권제한이 확정되도록 함으로써 남용의 위험도 최소화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수형자 자신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제한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범죄 예방과 범죄자 처벌,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해친 자들로부터 발언권을 박탈함으로써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법질서 존중을 강화하여 정치공동체의 유대와 질서를 유지함, 선거의 공정성)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수형자 개인의 기본권침해의 불이익보다 월등히 크다고 할 것이어서 그 법익간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부과, 형벌집행의 실효성 및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 제한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위헌의견
(1)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청구기간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의하면,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선거일 현재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할 때 당해 선거에서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선거권 등 기본권의 침해는 그 시행 후 청구인이 이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경우라 할 것이고, 구체적인 사유발생일은 선거일이라 할 것이다.
청구인은 2007. 12. 19. 실시된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일 현재 이 사건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선거권제한 사유에 해당하게 되었으므로, 이때 선거권 등 기본권침해 사유가 발생하였고 청구인이 이를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라 할 것인데, 그 때로부터 역수상 90일 이내인 2007. 12. 27.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나) 권리보호이익과 헌법적 해명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심판청구 당시는 물론 결정 당시에도 권리보호이익이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청구인이 참여하고자 하였던 대통령선거는 이 사건 심판청구 이전인 2007. 12. 19. 이미 종료하였고, 비록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제18대 국회의원선거가 청구인이 수형중인 2008. 4. 9. 실시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위 선거도 이미 종료하였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2008. 5. 22.경 형기 만료로 출소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는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은 객관적 헌법질서의 보장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심판 계속중 발생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라도 그러한 기본권침해 행위가 장차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1995. 5. 25. 91헌마44, 판례집 7-1, 687, 693-69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2004. 3. 25. 2002헌마411 결정에서 이미 해명한 바 있으나, 후술하는 바와 같이 위 결정 이후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수형자의 교정시설 내에서의 지위에 관한 법적 규율’에 변화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위헌성에 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헌법적으로 재차 이를 해명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위에서 살펴본 내용 이외에 다른 적법요건의 흠결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2)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선거권의 법적 의의와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한계
1) 우리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7. 6. 28. 2004헌마644등 결정에서 ‘선거권의 법적 의의와 선거권 제한의 한계’에 관하여 판시하였는바(판례집 19-1, 859, 873-875), 그 요지는 다음과 같고, 이러한 판시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한다.
『헌법 제1조가 천명하고 있는 국민주권의 원리는 국민의 합의로 국가권력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되도록 폭넓게 보장될 것이 요구된다.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정치 아래에서 국민의 참여는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 주권을 행사하는 통로인 것이다.
그러한 국민주권의 원리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참여를 위하여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11조는 정치적 생활영역에서의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선거권과 선거원칙을 이같이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는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통해서만 국가와 국가권력의 구성과 창설이 비로소 가능해지고 국가와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의 선거권 행사는 국민주권의 현실적 행사수단으로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서 기능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주기적 선거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선거권 등 국민의 참정권이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유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것은 선거권을 실현하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선거권의 내용과 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국민주권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1조, 평등권에 관한 헌법 제11조,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보장하는 헌법 제41조 및 제67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으로서 선거권이 갖는 이 같은 중요성으로 인해 한편으로 입법자는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여야 하며, 또 다른 한편에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그 심사의 강도도 엄격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 제24조에 의해서 곧바로 정당화될 수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선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더욱이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성년자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갖는 것을 요구하므로 보통선거의 원칙에 반하는 선거권 제한의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한계가 한층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2) 한편, 형법은 형벌의 일종으로 자격상실·자격정지를 규정하고 있고(제41조 제4호, 제5호, 제43조, 제44조),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와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기 이전의 자”, 즉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한 ‘공법상의 선거권’의 상실 또는 정지가 그 내용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제43조 제1항 제2호 전단). 이에 헌법재판소는 종전 2004. 3. 25. 2002헌마411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형의 선고로 인한 자격상실·자격정지를 규정한 형법 제43조의 당연한 내용이기도 하고, 입법자가 이미 선거권 제한을 형벌(자격상실 또는 자격정지)의 한 내용으로서 고려하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여,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을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접근한 결과, 이점에 관하여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았다(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478-479 참조).
물론 위 선례의 판시와 같이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인 것은 맞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민주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선거권이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형벌의 내용이 선거권 제한이라고 한다면, 그 자체 및 적용범위의 정당성에 관하여도 보통선거의 원칙에 입각한 선거권 보장과 그 제한의 관점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엄격한 비례심사를 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이 청구인 등 수형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여야 하고, 그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성을 면치 못한다면, 이와 같은 범위 내에서 동일한 내용을 규정한 형법 제43조 중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자격의 상실 또는 정지를 규정한 부분 역시 위헌성을 면치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1) 헌법재판소는 종전 2004. 3. 25. 2002헌마411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의 정당성’에 관하여 여러 가지 논거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 결정 이후 수형자의 교정시설 내에서의 처우에 관한 법적 규율에 변화가 있었고, 위 결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논거들에 수긍할 수 없는 점이 있기 때문에 먼저 이를 재검토한다.
첫째, “구 행형법 하에서 수형자는 타인과의 접견, 서신 왕래, 전화통화, 신문 또는 도서의 구매 및 열람, 라디오 청취 및 텔레비전 시청이 제한된 상항에서 선거와 관련된 정보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여 적정한 투표가 가능한지 의문스럽다.”는 논거에 관하여 본다.
국가는 선거에 있어서 국민이 후보자와 그의 정견, 정당의 정책과 공약 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도록 이를 공정하게 제공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수형자가 교정시설에 구금되어 있음으로 말미암아 선거에 관한 정보획득에 취약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국가가 수형자에게 합리적인 선거권 행사를 위하여 선거에 관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봐야 한다.
한편, 종전 헌재 2002헌마411 결정 이후 2008. 12. 22. 시행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수형자는 자비로 신문·잡지 또는 도서의 구독을 신청할 수 있고, 교정시설의 소장은 구독신청 대상 신문 등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이 아닌 한 구독을 허가하여야 하며(제47조), 수형자는 라디오 청취와 텔레비전 시청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소장의 제한은 수형자의 교화 등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거나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8조). 따라서 수형자는 종전 구 행형법 아래에서의 처우에 비하여 선거 관련 정보획득의 주요 매체라 할 수 있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에의 접근이 더욱 자유롭게 되어 선거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획득의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신문 등의 구독이나 라디오 청취 및 텔레비전의 시청을 통한 정보획득의 기회에 있어서 수형자와 미결수용자(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체포되거나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은 자)의 처우는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는 달리 수형자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면서 선거에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기 어려움을 이유로 드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의 정당한 사유로서 ‘교정시설에 구금된 수형자가 선거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여 선거권을 적정히 행사하지 못할 우려가 있음’을 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수형자의 선거권 행사는 부재자투표에 의하여야 할 것인데, 교정시설 내에서 부재자투표를 인정하면 교정시설 관리자의 영향력에 의하여 수형자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왜곡될 수밖에 없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논거에 관하여 본다.
선거의 공정성을 관리·확보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가의 과제이므로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부정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논리이다. 국가는 교정시설 관리자가 수형자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예방조치를 취하고, 이를 위반한 교정시설 관리자를 징계하거나 처벌하는 등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지, 이러한 노력을 뒤로 한 채 그러한 선거부정행위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수형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여 수형자의 선거권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수형자가 부재자 투표를 할 경우 교정시설 관리자가 외부정보를 통제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형자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 민주화가 상당히 진척된 우리 사회에서 단순한 우려를 넘어 현실적으로 자행되는지도 명백하지 않다.
따라서 교정시설 관리자의 영향력 등에 의한 선거부정의 가능성을 이유로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정당성을 거론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셋째, “수형자가 부재자투표를 기화로 부재자투표 봉투에 개인적 서신을 넣어 발송함으로써 외부에 있는 공범자 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어 실효적인 형벌집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거에 관하여 보건대, 이것은 교정시설 내 부재자투표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예방하여야 할 문제일 뿐만 아니라, 부재자투표의 봉투는 일반 서신의 봉투와 명백히 구별되고 그 수신지는 선거관리사무소일 터이므로 수형자가 부재자투표 봉투를 이용하여 공범자와 연락을 취할 기술적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명백하지 아니하다. 위와 같은 막연하고 추상적 위험만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거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수형자는 반사회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고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품고 있어 그의 정치적 의사가 정당하게 형성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는데,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기는 하나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에 수형자들이 결정권(casting vote)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논거에 관하여 본다.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일정 연령에 도달한 국민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국민인 이상 누구든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보통선거원칙의 이념적 전제인 동시에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통선거원칙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주장이라 할 것이다(헌재 2007. 6. 28. 2004헌마644등, 판례집 19-1, 859, 876 참조).
2) 다음, 위 1)항에서 언급된 점을 제외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에 관하여 본다.
선거권 행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통로로서 국가권력의 조직과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중요한 행위라 할 것이다. 국민은 국가 및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유지와 다른 구성원들의 생명, 신체 등 권익을 존중하기 위하여 특히 국가가 범죄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수형자는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선고 받고 각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들로서 국가 및 사회, 그리고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작지 아니한 위해를 가하여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안전에 해를 끼친 사람들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동체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이러한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자에게까지 그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직·간접으로 참여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과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갖고 있다(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479). 더욱이 우리 형법은 공법상의 선거권 등을 제한하는 자격상실 및 자격정지를 형벌의 일종으로 규정하고(제41조),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유기징역,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선고받은 형벌 외에 그 부수적 효과로서 선고받은 형벌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선거권 등의 자격이 상실 또는 정지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선거권의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을 갖는다 할 것이다. 이것은 입법자가 중대한 범죄에 대하여 적정한 형벌 또는 제재로서 추구할 수 있는 유효한 목적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형자에 대하여 그가 선고받은 생명형이나 자유형과는 별도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수형자 자신을 포함하여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담고 있는 이러한 목적은 정당하고,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다) 침해의 최소성
1) 선거는 경쟁과 다수결에 의하여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제도이다. 선거를 통하여 나타나는 다수자의 의사는 소수자에게도 구속력을 갖게 되는데, 그 구속력의 정당성은 소수자에 속한 개개인도 다수자에 속한 개개인과 동등하게 선거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었다는 것, 즉 보통선거의 원칙이 지켜졌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보통선거의 원칙은 다수결의 한계 원리로서 기능하는 동시에 다수결원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이 제41조와 제67조를 통하여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특별히 보통선거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선거원칙 및 그 원칙에 기초한 선거권을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만 한다.
한편, 수형자가 범죄의 대가로 선고받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 등의 형벌은 그 본질이 ‘생명의 박탈’ 또는 ‘교정시설에의 수용’이고, 수형자가 그 밖에 일반 시민으로서 향유하는 자유와 권리 중 어떤 부분이 제한될 수 있는가는 위 각 형벌의 내용으로부터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형자는 원칙적으로 선고받은 형벌에 따라 제한되는 기본권 외의 다른 기본권을 여전히 향유할 지위를 갖는다. 선거권 제한은 수형자가 선고받은 생명형이나 자유형의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 역시 보통선거의 원칙에 기초하여 필요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
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전면적·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권의 제한 대상에 사형확정자, 무기징역·무기금고·1개월부터 25년까지 다양한 형기의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선고받고 그 집행을 위하여 교정시설에 구금된 자를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여 가석방된 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서부터 매우 심각한 중범죄를 저지른 자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고, 과실범과 고의범 등의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며, 범죄가 침해한 법익이 국가적 법익인지, 사회적 법익인지, 개인적 법익인지 그 내용 또한 불문하고 있다.
3) 그러나 과실범으로서 금고형을 선고받은 자는 비록 자신의 과실로 인한 법익침해의 결과가 중하여 구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행위불법의 측면에서는 고의범에 비하여 현저히 그 불법성의 정도가 경미하다. 예컨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죄로 금고형을 복역중인 자 등 과실범은 범죄를 인식하거나 의도하지 아니한 자이므로 국가 공동체의 법질서를 해친다는 인식이나 의도가 없는 자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실범에게까지 국민주권의 실현 수단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가석방자는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 무기에 있어서는 1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가석방심사위원회로부터 나이, 범죄의 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가석방 후의 생활환경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 제반사정에 관한 충분한 심사를 받고 형기 만료에 앞서 사회에 복귀한 자이다. 따라서 비록 가석방자가 선거일 현재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석방자는 앞서 본 여러 정상이 고려되어 주된 형벌인 ‘교정시설에의 수용’을 면한 자이므로, 주된 형벌에 부수적으로 따른 선거권 제한의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민주주의 등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반국가적 성격의 범죄와 무관한 경미한 범죄로 단기 자유형을 받은 자에게까지 폭넓게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세계관의 다원주의를 전제로 다양한 사상이나 전력을 갖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하여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제도에 부합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입법자는 선거권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그 제한을 엄격히 하여야 함에도, 범죄자의 선거권을 제한함에 있어 ‘개개 범죄의 종류나 내용, 불법성의 정도 등이 선거권 제한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세심히 살피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써 단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로서 그 형의 집행을 마치지 아니한 자’라는 기준을 설정하여 쉽사리 그리고 일률적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의 원칙에 위반하였다 할 것이다.
(라) 법익의 균형성
선거권은 그 기본권 주체가 정치적 의사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국민 개개인의 권리라 할 것이다. 나아가 보통선거의 원칙에 따른 선거권의 최대한의 보장은 우리 헌법의 기본질서인 ‘국민주권에 바탕을 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로서 선거를 통하여 구성된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는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다. 따라서 선거권의 자의적인 제한은 기본권 주체의 사익뿐만 아니라 위 공익을 함께 침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격과 선거권 제한과의 직접적 연관성도 찾기 어려운 부분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제재나 일반 시민들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 등의 공익보다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수형자 개인의 사익 또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 서로 대립하는 법익간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 할 것이다.
(마) 소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수형자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이 규정한 보통선거원칙에도 위반되어 수형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나.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의 기각의견
(1)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의미와 입법례
(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는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통해서 국가와 국가권력의 구성과 창설이 비로소 가능해지고 국가와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이 마련되기 때문에 그 실현수단으로서의 선거권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권은 헌법 이전에 존재하는 생래적·천부적인 ‘자연권’이 아니라 특정 공동체 내의 헌법에 의하여 창설되거나 인정된 ‘실정권’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인 권리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권 역시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역사적으로도 일정한 연령에 이르지 못한 자 및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질서에 해를 끼친 중한 범죄자 등에 대하여 선거권의 제한이 있어 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중한 범죄자에게 공동체 조직과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것을 제한하는 한편, 반사회적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갖고 있다.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소위 ‘시민으로서의 지위 박탈(civil death)’의 일종으로서 그 역사적 뿌리가 깊고, 지금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나라에서 자국의 전통과 실정에 맞게 변모되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나) 외국의 입법례
미국의 경우 2006년 기준으로 48개 주와 콜롬비아특구에서는 중죄(felony)를 저지른 범죄자가 교도소 등에 구금되어 있는 동안 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중 13개 주는 구금기간 중에만 선거권을 박탈하고, 5개 주는 구금기간과 가석방 기간 선거권을 박탈하며, 18개 주는 구금기간, 가석방 기간은 물론 집행유예 기간도 포함하여 선거권을 박탈하고, 13개 주에서는 형의 집행이 종료된 이후, 예컨대 보호관찰 중인 경우에도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는데, 특히 그 중 6개 주에서는 중범죄자의 선거권을 영구히 박탈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제14차 수정헌법 제2항을 근거로 각 주에서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다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일본은 이 사건 법률조항과 마찬가지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고(공직선거법 제11조), 프랑스는 범죄행위의 은닉죄 및 범죄에 의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판결 확정시로부터 5년간 선거인명부에 등재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이들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법원이 수형자에게 일정기간 선거권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부 수형자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의민주주의가 발달한 다수의 선진 각국 역시 그 요건과 범위, 방법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중한 범죄자에 대하여 여러 형태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바, 결국, 중한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의 제한 여부 및 그 범위와 방법 등은 각국의 역사적 경험, 형사법체계, 국민의 범죄에 대한 법감정 등 구체적 실정에 따라 결정될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법적 성격
우리 형법은 자격상실 또는 자격정지를 형벌의 일종으로 규정하고(형법 제41조), 상실 또는 정지되는 자격으로 공무원이 되는 자격, 공법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43조). 어떤 범죄의 법정형에 자격정지(1년 이상 15년 이하)가 포함된 경우 법관은 그 기간을 특정하여 자격정지를 선고할 수 있으나(형법 제44조 제1항), 법관이 자격정지를 따로 선고하지 않더라도,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선고한 경우에는 해당 피고인은 바로 위 자격이 상실되고(형법 제43조 제1항),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선고한 경우에는 해당 피고인은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위 자격의 일부가 정지된다(형법 제43조 제2항). 따라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로서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되지 아니한 자에 대한 공법상의 선거권 등에 관한 자격상실이나 자격정지는 그 자에 대한 형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형법 규정에 상응하여 공직선거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우리 형사법이 취한 위와 같은 형벌체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선거권 제한은 반사회적 행위를 한 중범죄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인바(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479),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심사를 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전단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하면서, 위 조항에 따른 선거권의 제한을 형사적 제재로 파악한 후, 위 조항이 입법자의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이미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3)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중한 범죄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금고 이상의 선고형’이라는 기준으로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기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정치적 생활영역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와 다른 일반국민을 차별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이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의 침해 여부와 그에 따른 수형자와 다른 일반국민 사이의 차별로 인한 평등권 침해 문제는 상호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므로 먼저 선거권 침해 여부를 살펴 본 후 이를 기초로 하여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한편, 청구인은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헌법 제10조 전문의 행복추구권은 다른 개별적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므로, 선거권 및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헌재 2008. 6. 26. 2007헌마917, 판례집 20-1하, 447, 451-452 등 참조).
(4) 선거권 침해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무릇 선거권의 행사는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규정하고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은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유지와 다른 구성원들의 생명, 신체 등 권익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납세, 병역, 준법 기타 필요한 사회적 책무를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중한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는 국가 및 사회나 다른 공동체 구성원에 대하여 중대한 위해를 가함으로써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안전에 해를 끼친 사람들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이러한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중한 범죄자에 대하여 선거권의 제한이라는 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그를 통하여 범죄를 예방하며,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성과 준법의식을 기르고 갖추도록 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헌법질서 아래에서 입법자가 취할 수 있는 정당한 목적 범위 내에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
(나)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범죄자나 모든 수형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될 때까지’, 즉, 선고형량에 비례하는 기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경미한 범죄로 30일 미만의 구류형을 받은 수형자 및 벌금 또는 과료를 완납하지 아니하여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은 수형자에 대하여는 선거권이 제한되지 아니하는바, 결국, 교도소 등 구금시설에 구금되어 있다는 이유로 수형자의 선거권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한 범죄를 범하였다는 수형자 본인의 형사책임 때문에 형사적 제재로서 선거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하기 위하여는 ‘금고 이상의 실형의 선고’라는 선거권 제한의 요건과 그에 따른 선거권 제한의 기간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것인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수형자 개인의 불이익 사이에 법익균형성이 갖추어 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우리 법체계 내에서의 ‘금고 이상 선고형’의 중대성
우리 형법은 형의 종류로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를 규정하고 있으므로(형법 제41조), 선거권 및 피선거권 등의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자격상실형 및 자격정지형 역시 금고형과 같이 형의 한 종류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형의 경중은 위 순서에 의하고 있으며, 그 중 자유형은 징역, 금고, 구류인데,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월 이상 15년 이하로 하며, 구류는 1일 이상 30일 미만으로 하고, 유기금고의 장기가 유기징역의 장기를 초과하는 때에는 금고를 중한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42조, 제46조, 제50조 제1항, 제2항). 따라서 금고형은 적어도 1월 이상 범죄자를 교도소에 구금함으로써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형으로서 선거권 및 피선거권 등의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자격상실형 또는 자격정지형보다 중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자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헌법 제106조 제1항).”는 조항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법관의 신분보장 조항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는 법관의 신분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공무담임권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특히, 위 헌법 규정은 법관이 저지른 범죄가 직무관련범죄인지 과실범죄인지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적용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형사소송절차를 거쳐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면, 죄명이나 범죄의 성격, 직무관련범죄인지, 과실범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중대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 할 것이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에서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경우를 당연퇴직 사유로 하여 공무원 신분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33조 제3호, 제4호),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감정평가사의 경우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일정한 결격사유를 규정한 법률조항들이 있는바(변호사법 제5조 제1호, 공인회계사법 제4조 제2호, 세무사법 제4조 제7호, 변리사법 제4조 제1호, 법무사법 제6조 제3호,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3호), 위 각 법률조항 역시 금고 이상의 형 선고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직무관련성이 없는 범죄나 과실범의 경우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다.
한편, 2008년도 형사사건 통계에 의하면, 1년간 처리된 형사공판사건과 약식사건 1,493,680건 중 1심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44,861건으로, 전체 형사사건의 불과 3% 정도에 해당하는 중한 범죄에 대하여만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고 있다(2009년도 사법연감 참조).
3) 위와 같은 우리 형법체계 및 헌법과 여러 법률조항 등에 비추어 보면, ‘금고 이상의 선고형’이라는 기준은 법관 또는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거나 전문자격의 취득을 제한하는 등의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기준이 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행유예 판결이 아닌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형집행 중인 수형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인바, 이러한 중한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형집행기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위에서 본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형사재판에서 법관은 범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형종, 형량을 선택하게 되고, 범정이 매우 무거운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하여는 벌금형도 선택형으로 함께 규정되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법관이 범죄 전·후의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벌금형을 선고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선고유예,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아니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였다면, 그 법률적·사회적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지 아니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사정은 당해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행위가 과실에 의한 것이라거나 국가적, 사회적 법익이 아닌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나아가, 죄명별로 그 개별성과 특수성을 일일이 고려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방식은 입법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인 중범죄자들에 대한 형사적 제재라는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입법방식이 개별 범죄의 경중을 반영한 선고형의 기준보다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금고 이상의 선고형’이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재량을 일탈하였다거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4) 선거권 제한 정도의 비례성
이 사건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입게 되는 선거권 제한이라는 불이익은 금고형보다 가벼운 형벌인 자격상실이나 자격정지의 한 효과에 불과하다. 그리고 형법 제43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중범죄자에 대해 당연히 그 자격을 상실·정지시키는 형이 부가되는 것이 죄질 및 수형자의 형사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여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바, 위 형법 조항의 내용에 상응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입법자의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선거권 제한의 기간은 모든 수형자에게 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수형자가 선고받은 금고 이상 형의 집행이 종료될 때까지’여서 형집행 면제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각 수형자가 선고받은 형량, 즉, 형사책임의 경중에 비례하여 선거권 제한의 기간이 정하여 지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 및 일반 국민들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 등의 공익이 수형자 개인의 형집행기간 동안의 선거권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실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한 범죄자, 단기자유형을 선고받은 자, 가석방처분을 받은 자를 제외하지 아니하여 위헌인지 여부
재판관 5인의 위헌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 중 ① 과실범, ② 민주주의 등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반국가적인 성격의 범죄와 무관하고, 선거권의 제한과도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를 범한 자, ③ 단기자유형을 선고받은 자, ④ 가석방처분을 받은 자를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여 위헌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과실범을 제외하지 아니하여 위헌인지 여부
형벌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원칙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하나는 형벌의 부과 자체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 즉 위법한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의미하는 책임이 인정되어야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고(‘책임 없는 형벌 없다’), 다른 하나는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
따라서 일정한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법정형은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규정되어야 하며, 법관 역시 그러한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책임에 기초하여 그에 상응한 형량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책임원칙은 비단 고의범의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범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과실범의 귀책사유로서의 책임은 법적인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데 대한 비난가능성을 의미하는바, 법관이 위와 같은 책임원칙에 따라 개별 범죄에 대하여 책임에 비례하는 적정한 형을 선고하였다면, 그러한 선고형의 경중은 각 개별 범죄가 고의범인지 과실범인지와 상관없이 개별 범죄 사이의 책임의 경중, 즉,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매우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된다고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해, 책임에 비례하여 선고형의 형량이 결정된다는 전제하에서는, 만약, 과실범이 금고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금고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고의범과 그 비난가능성의 정도는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금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은 고의범보다는 그 비난가능성이 더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특정한 과실범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과실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형을 선고받았거나 더 가벼운 형을 선고받은 고의범보다 그 비난가능성이 작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이라는 선고형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한 것은 책임의 경중에 따른 구분으로서 합리적인 것이라 할 것이고, 오히려, 선고형의 경중을 따지지 아니하고 과실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킨다면, 특정 고의범보다도 책임이 더 무거워 중형을 선고받은 과실범까지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이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 사이의 형평성에도 반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과실범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 위헌인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거권의 제한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한 범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수형자를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여 위헌인지 여부
먼저,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 역시 개별 범죄의 죄질, 불법 정도 등에 따라 사회질서를 크게 해칠 수 있고, 개인적 법익에 대한 모든 범죄가 언제나 국가적, 사회적 법익에 대한 범죄보다 국가공동체에 미치는 해악이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개별 범죄의 경중을 따지지 아니하고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만을 일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에서 제외시킨다면, 국가적, 사회적 법익에 대한 범죄를 범한 수형자와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를 범한 수형자 사이에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또한, 형법에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에 대하여도 선거권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격정지형을 선택형이나 병과형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다수의 조문이 있는바, 선택형으로 규정된 범죄에는 상해죄(형법 제257조 제1항) 등이 있고, 병과형으로 규정된 범죄에는 살인죄(형법 제256조), 체포와 감금죄(형법 제282조), 절도죄 및 강도죄(형법 제345조), 사기죄 및 공갈죄(형법 제353조), 횡령죄 및 배임죄(형법 제358조) 등이 있다.
그런데 위 각 범죄는 민주주의질서, 선거권이나 선거제도와는 직접 연관성이 없음에도 선거권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격정지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이러한 범죄 내용과 형벌 내용의 불일치는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이 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형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즉,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의 범죄에 대하여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금고형,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거나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범죄에 대하여만 재산권을 제한하는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질서, 선거권이나 선거제도와 직접 연관성이 있는 범죄에 대하여만 선거권 제한이라는 자격정지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선거권 제한 역시 반드시 민주주의 등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반국가적인 성격을 가진 범죄나 선거권 제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범죄에 대하여만 부과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러한 범죄를 제외한 범죄를 적용범위에서 배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 위헌인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단기자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를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여 위헌인지 여부
먼저, 단기자유형 중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구류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므로 선거권이 제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금고형 이상의 실형 선고’라는 기준은 우리 법체계 및 형사실무상 매우 엄격한 기준이라 할 것이고, 최소 1개월 이상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구금되어 신체의 자유 등 중요한 기본권을 제한받는다는 점에서 그 기간이 비록 단기이더라도 결코 경미한 범죄에 선고되는 가벼운 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형사실무상 법관이 6개월 미만의 금고형이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설령, 피고인이 6개월 미만의 금고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선거권이 제한되는 기간은 선고받은 형기와 동일한 6개월 미만의 단기에 그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단기자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이 사건 공직선거법의 적용대상인, 5년 주기로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4년 주기로 실시되는 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장과 그 의원 선거에서 실제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아니하고, 형 집행기간 중 선거일이 도래하여 선거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위 세 선거가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실시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실제 선거권 행사의 제한은 1, 2회 정도를 넘지 아니할 것이다.
이러한 ‘금고 이상의 실형’ 기준의 엄격성 및 실제 선거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단기의 금고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 위헌인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형집행 중 가석방처분을 받은 자를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여 위헌인지 여부
형법 제72조 제1항 규정에 따른 가석방은 수형자의 개별적인 요청이나 희망에 따라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행형기관의 교정정책 혹은 형사정책적 판단에 따라 수형자에게 주어지는 시혜적 조치일 뿐이므로, 어떤 수형자가 위 법률조항에 규정된 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형당국에 대하여 가석방을 요구할 주관적 권리를 취득하거나 행형당국이 그에게 가석방을 하여야 할 법률상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수형자는 위 법률조항에 근거한 행형당국의 가석방이라는 구체적인 행정처분이 있을 때 비로소 형기만료 전 석방이라는 사실상의 이익을 얻게 될 뿐이다(헌재 1995. 3. 23. 93헌마12, 판례집 7-1, 416, 421-422;헌재 2007. 7. 26. 2006헌마298, 판례집 19-2, 158, 162-163 참조).
또한, 가석방처분을 받았다고 하여 기존의 금고 이상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거나 그 형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고, 가석방 후 무기형에 있어서는 10년, 유기형에 있어서는 남은 형기가 지나야 형 집행이 종료된다(형법 제73조의2, 제76조 제1항).
한편,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 중에 있는 자는 무기에 있어서는 1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이라는 일정한 수감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가석방처분을 받을 수 있는바(형법 제72조 제1항), 수형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서, 자유형의 집행과는 별도로 이 사건 법률조항 및 형법 제43조에 따른 선거권의 제한을 받는 것이지, 일정한 형 집행기간이 경과한 후 가석방처분을 받았다는 사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새로이 선거권의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 즉, 수형자가 경우에 따라 실효 또는 취소될 수도 있는 가석방처분을 받았다고 하여 형집행이 종료되기 전임에도 곧바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예외조항을 둘 것인지 여부는 기본권 제한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금고 이상의 형 선고시에 그 형의 집행종료시까지 예정되어 있던 선거권 제한이라는 별도의 형사적 제재를 가석방처분을 받았다는 사후적인 사유로 일부 면제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할 것인바, 이러한 형사적 제재의 사후적 면제 조항이라는 시혜적 규정을 둘 의무가 입법자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더구나, 형법 제72조 제2항에 의하면, 벌금 또는 과료의 병과가 있는 때에는 그 금액을 완납하여야 가석방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가석방 사유가 있다고 하여 병과된 다른 형까지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이라 할 것인바, 이러한 형법 규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입법자가 가석방처분을 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선거권 제한이라고 하는, 자유형의 집행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별도의 형사적 제재를 면제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석방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적용을 배제하는 예외규정을 두지 아니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라) 소 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평등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선거권을 제한받음으로써, 다른 일반국민과 정치적인 생활영역에서 차별취급을 받고 있다할 것이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그런데 위와 같은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중한 범죄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 및 그를 통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준법의식을 제고한다는 입법목적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바,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선거권 제한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이로 인해 발생한 차별 역시 합리적 사유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할 정도로 자의적인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다. 재판관 이강국의 각하의견
형법 제43조 제2항에 의하면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공법상의 선거권 등의 자격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위 자격정지의 효과는 구체적인 선거의 시기와 상관없이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이 확정된 때 발생한다 할 것이다. 공직선거법 규정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법 제43조 제2항의 효과를 반영한 것이므로 이로 인한 선거권 제한 등 기본권침해 사유 역시 형법 제43조 제2항에서와 마찬가지로 판결이 확정된 때 발생한다 할 것이다(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476 참조).
그런데 청구인은 이 사건 징역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됨으로써 공법상의 선거권 등의 자격이 정지된 때인 2006. 11. 23.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07. 12.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기본권침해 사유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는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4.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등 5인이 위헌의견을,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 등 3인이 기각의견을, 재판관 이강국 1인이 각하의견을 표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이로써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재판관의 수에 이르지 못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없으므로, 이에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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