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다88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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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부존재확인 [대법원 2010.3.25, 선고, 2008다88375, 판결] 【판시사항】 [1]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의 내용이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 및 그 의미와 내용의 확정 방법 [2] 보상장(Letter of Indemnity)에 기한 계약의 성립 및 유효성에 관하여 그 준거법인 영국법의 내용에 대한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국제사법 제1조, 제5조, 민법 제1조 [2] 국제사법 제1조, 제5조, 제29조 제1항, 민법 제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공1990, 1043),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카19470 판결(공1991, 1060),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공2000하, 1593),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54587 판결(공2010상, 384)


【전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동부하이텍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박재윤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난징양양 케미컬즈 트랜스포트 앤드 트레이드 코엘티디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동국제 담당변호사 서동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10. 2. 선고 2007나9772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2005. 1. 27. 중국의 위너 글로벌 지앙수 컴퍼니 리미티드(Winner Global Jiangsu Co., Ltd. 이하 ‘위너 글로벌 지앙수’라고 한다)에게 오토크실렌(Ortho-Xylene) 3천 메트릭톤(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을 매도하였다. 위너 글로벌 지앙수는 이 사건 화물의 대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2005년 2월 중순경 홍콩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 등으로부터 각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받았다. (2)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한 선박을 구하다가 사정이 여의하지 아니하자 매수인인 위너 글로벌 지앙수에게 선박의 용선을 부탁하였고, 위너 글로벌 지앙수는 다시 운송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위너 글로벌 베이징 컴퍼니 리미티드(Winner Global Beijing Co., Ltd. 이하 ‘위너 글로벌 베이징’이라고 한다)의 업무담당자인 소외인에게 선박의 용선을 의뢰하여 여러 운송중개인의 중개 등을 거쳐 피고 소유의 선박인 닝화406호(Ninghua 406.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를 용선하였다. (3) 원고는 2005. 2. 26. 이 사건 화물을 네 그룹으로 분류하여 이 사건 선박에 선적하고 그 각각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선하증권 4통(이하 모두 합하여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교부받았다. 이 사건 선박은 선적항인 울산항을 출항하여 2005. 3. 1. 목적지인 중국 난징항에 도착하였다. (4) 소외인은 발행일이 2005. 2. 28.로 기재된 위너 글로벌 베이징 명의의 ‘보상장(Letter of Indemnity)’ 4장(이 사건 각 선하증권에 대응하는 것이다)을 발행한 다음, 팩시밀리 전송의 방법으로 이를 이 사건 선박의 용선에 관여하였던 아시아벌크차터링 컴퍼니 리미티드, 흥아해운 주식회사, 켄오스를 각 순차로 통하여 피고에게 2005. 3. 2. 12:55경 전달하였다. 한편 소외인은 원고에게 원고 명의의 보상장을 발행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팩시밀리로 위너 글로벌 베이징 명의의 위 각 보상장과 동일한 내용의 보상장 서식 4장을 전송하였고, 이에 응하여 원고는 2005. 3. 2. 13:43경 위 각 서식에 서명·날인하여 이를 소외인에게 팩시밀리로 전송하였다(이하 이들 보상장을 ‘이 사건 보상장’이라고 한다. 이들 보상장의 발행일은 2005. 2. 28. 또는 2. 29.이다). 이들 보상장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①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받음이 없이 이 사건 화물을 위너 글로벌 지앙수에게 인도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 ② 피고가 위 요청에 따를 경우, 원고는 피고 및 그 고용인과 대리인 등에게 이 사건 화물의 인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손해(소송비용, 선박가압류 등의 해제를 위한 보상금 등 포함)를 보상하여 준다. ③ 이 보상장에 관한 준거법은 영국법이다. (5) 피고는 2005. 3. 3. 15:30부터 3. 5. 16:00까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양하하여 이 사건 각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인 위너 글로벌 지앙수에게 이를 인도하였다.

2.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보상장에 기하여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 기타 일체의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보상장에 기한 원·피고 사이의 계약의 성립 및 유효성도 이 사건 보상장에 관한 준거법인 영국법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국제사법 제29조 제1항 참조) 전제한 후, 그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보상장상의 의사표시가 원고를 구속하기 위하여는 그 청약의 의사표시가 피고에게 도달하고 피고가 이를 승낙하여 상호간에 ‘의사의 합치(agreement)’가 있을 것이 필요하다. 보상장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 역시 일종의 계약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것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영국법에 의하더라도 우리나라 법과 마찬가지로 청약(offer)과 승낙(acceptance)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보상장에 나타난 원고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이 사건 보상장 원본 또는 사본이 피고에게 도달하여야 청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와 같은 의사표시가 피고에게 도달하면 청약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또 피고의 승낙의 의사표시 역시 반드시 명시적으로 원고에게 표시되어야 할 필요 없이 원고의 청약에 따른 행위를 피고가 실행하는 방법으로 묵시적으로 표시하여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하여 원심은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보상장이 발행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이상 이 사건 보상장에 기한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고,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채무부존재확인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가.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여전히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하고, 그러한 직권조사에도 불구하고 그 외국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조리 등을 적용할 것이다(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대법원 2000. 6. 9. 판결 98다35037 판결 참조). 한편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준거법인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 또는 내용에 좇아야 하고, 소송과정에서 그 외국의 판례 등 해석기준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이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일반적인 법해석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내용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카19470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54587 판결 참조).

나. 그런데 원심은 위와 같이 이 사건 보상장에 기한 계약의 성립 및 유효성에 관한 준거법이 영국법임을 인정하면서도, 영국법이 이 사건 보상장과 같은 ‘보상장’에 기한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또는 그에 관한 영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적으로 어떠한 의미 또는 내용으로 해석·적용되고 있는지에 관하여 심리하거나 직권으로 조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을 수 없다. 그리하여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보상장에 기한 계약의 유효한 성립요건에 관하여 판시한 바가 영국법에서의 어떠한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인지가 파악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심에는 이 사건 보상장의 유효한 성립에 관하여 그 준거법인 영국법의 내용에 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또 그 판단의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2점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