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다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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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반환등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6000, 판결] 【판시사항】 부동산 분양계약에 있어서 분양자가 수분양자의 전매이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항들에 관하여 분양자가 가지는 정보를 밝혀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그러한 정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분양자가 수분양자가 전매이익을 노리고 분양을 받으려는 것을 알면서 수분양자로 하여금 전매이익의 발생 여부나 그 액에 관하여 거래관념상 용납될 수 없는 방법으로 잘못 판단하게 함으로써 분양계약에 이르게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에게 그 대립당사자로서 스스로 이익을 추구하여 행위하는 수분양자에 대하여 최초분양인지, 전매분양인지를 포함하여 수분양자의 전매이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항들에 관하여 분양자가 가지는 정보를 밝혀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거나, 나아가 그러한 정보를 밝혀 고지하지 아니하면 그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여 민법 제110조 제1항에서 정하는 사기가 된다고 쉽사리 말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110조 제1항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현)

【피고,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경희외 1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9. 10. 9. 선고 2009나190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한국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한국종건’이라고 한다)는 화성시 화성○○택지개발사업지구 9블럭 소재 △△△△△△단지 내에 상가(이하 ‘이 사건 상가’라고 한다)를 건축하여 분양하는 사업을 시행하였다. 피고는 2007. 3. 27.에 당시 입점예정일을 2008년 9월경으로 정하여 신축 중이던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한국종건과의 사이에 이 사건 상가 전체를 1,444,680,000원에 분양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그 계약에서 정하여진 대로 한국종건에 위 계약 당일 계약금 4억 원을, 2007. 11. 20.에 1차 중도금 288,936,000원을, 2008. 3. 20.에 2차 중도금 288,936,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그리고 잔금 466,808,000원은 추후 정하여질 입점지정일까지 납부하기로 약정하였다. 한국종건은 2008. 10. 9.에 완공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고, 같은 달 27일에 피고에게 이 사건 상가의 각 점포 전부에 관하여 위 2007. 3. 27.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2) 원고는 이 사건 상가의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7. 4. 11. 피고로부터 이 사건 상가의 1층 103호(이하 ‘이 사건 점포’라고 한다)를 대금 272,690,000원에 분양받기로 하는 분양계약(이하 ‘이 사건 분양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계약 당일 계약금 54,400,000원을 지급하였고, 1차 중도금 81,600,000원은 2007. 10. 20.까지, 2차 중도금 54,400,000원은 2008. 3. 20.까지, 잔금 82,290,000원은 추후 지정하는 날짜에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상의 1차 중도금을 그 지급기일까지 지급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2008. 2. 12.경 원고에 대하여 중도금지급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수령한 위 계약금은 이를 위약금으로 몰취한다는 뜻을 통보하였다. (3) 피고는 한국종건에게 이 사건 상가의 분양대금 중 계약금만을 지급한 상태에서 앞서 본 원고와의 분양계약 외에도 2007. 8. 2. 소외 1과 이 사건 상가 중 1층 104호 점포에 관하여 분양대금 279,906,000원의 분양계약을 각 체결하였고, 2008. 6. 3.에는 소외 2와 이 사건 상가 중 2층 201호 및 202호 점포에 관하여 분양대금을 도합 3억 원으로 한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4) 한국종건이 2007년 9월경 다음의 (5)에서 보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1조에 기하여 화성시장에 신고한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공급공고’에는 시행사가 한국종건, 시공사는 한국건설 주식회사로 되어 있고, 한편 이 사건 상가의 분양에 관하여는 2007. 9. 13.에 이 사건 상가의 각 점포에 관하여 선착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행하는 것으로, 이 사건 점포의 공급가격은 121,652,000원, 이 사건 상가 중 1층 104호 점포의 공급가격은 121,652,000원으로, 2층 201호 및 202호의 공급가격은 합계 381,483,000원으로, 이 사건 상가 전체의 공급가격은 1,444,686,000원으로 각 되어 있었다. 또한 위 ‘공급공고’에 첨부된 이 사건 상가의 각 점포에 관한 분양계약서 양식에도 매도인은 한국종건으로 되어 있었다. (5)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1항은 주택 또는 그에 부수하는 상가 등 복리시설을 건설하여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주체가 그 건설·공급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그 제1호는 “사업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복리시설의 경우에는 신고를 말한다)을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법 제97조는 위 규정을 위반하여 주택을 건설·공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주택법의 위임에 따라 주택 및 복리시설의 공급조건 등에 관하여 정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제21조 제1항은 “사업주체가 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계획승인을 얻은 복리시설 중 근린생활시설 및 유치원 등 일반에게 공급하는 복리시설의 입주자를 모집하는 경우에는 입주자 모집 5일 전까지 제8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의 서류를 갖추어 시장 등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각 정하고 있다. 2009년 10월경 화성시장은 한국종건이 위 주택법 제38조 및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1조를 위반하여 복리시설입주자모집의 신고를 하기 전에 분양한 행위가 주택법 제97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고발하였다.

나. 원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이 다음과 같이 피고의 기망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므로 사기를 이유로 이를 취소하고 위 계약금의 반환을 구하였다. 즉 이 사건 상가의 분양자는 시행사인 한국종건이고 피고는 이 사건 상가의 최초 수분양자로 이 사건 점포를 전매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초 수분양자로서 전매차익을 얻으려 하였던 원고를 마치 자신이 이 사건 상가의 분양자인 것처럼 기망하여 이에 속은 원고와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분양계약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기망으로 체결된 것이어서 원고에 의하여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점포의 최초 분양가가 121,652,000원에 불과함에도 원고는 그 2.2배가 넘는 272,690,000원에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의 전매차익이 151,038,000원에 이르는 점, 피고는 전매차익을 남기기 위하여 한국종건과 통모하여 주택법의 관련 규정을 위반하여 사전분양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이후에도 사전분양계약사실을 숨기고 정상적으로 이 사건 상가를 공급하는 것처럼 화성시장에게 공급신고를 하였던 점, 피고는 계약금만을 지급한 상태에서 마치 자신이 이 사건 점포의 소유자이자 분양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원고와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던 점, 최초의 수분양자로서 전매차익을 예상하였던 원고에게는 매도인인 피고가 소유자로서 분양자인지, 최초의 수분양자로서 소유권을 취득하지 아니한 채 전매를 하는 것인지가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으리라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피고가 한국종건 소유의 이 사건 상가를 위와 같이 변칙적으로 사전 분양받아 전매하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을 능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 당시 원고에게 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분양내용을 알릴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위 내용을 알리지 아니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고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기망에 의하여 한국종건 소유의 이 사건 점포가 피고의 소유로서 최초 분양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서 이를 매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이다.

2.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가 피고가 한국종건으로부터 분양받아 다시 분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쉽사리 수긍할 수 없다. 상가를 포함한 부동산의 분양계약은 기본적으로 매매계약의 성질을 가진다. 분양계약에서 분양자의 주된 의무는 통상의 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분양목적물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 및 그 점유를 수분양자에게 이전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분양목적물로부터 나오는 모든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고, 수분양자의 주된 관심사도 일반적으로 거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서 나아가 수분양자가 분양자로부터 취득한 분양목적물을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하여 전매이익을 얻는 것, 나아가 그 전매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애초의 분양자에게 지급할 대가를 가능하면 저가로 분양을 받는 것 등은 수분양자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스스로 판단·결정할 사항이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에 관한 정보는 원칙적으로 수분양자가 스스로 수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분양자도 일반적으로 분양목적물의 약정대가를 가능한 한 높여서 보다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분양자가 수분양자가 전매이익을 노리고 분양을 받으려는 것을 알면서 수분양자로 하여금 전매이익의 발생 여부나 그 액에 관하여 거래관념상 용납될 수 없는 방법으로 잘못 판단하게 함으로써 분양계약에 이르게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에게 그 대립당사자로서 스스로 이익을 추구하여 행위하는 수분양자에 대하여 최초분양인지, 전매분양인지를 포함하여 수분양자의 전매이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항들에 관하여 분양자가 가지는 정보를 밝혀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거나, 나아가 그러한 정보를 밝혀 고지하지 아니하면 그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여 민법 제110조 제1항에서 정하는 사기가 된다고 쉽사리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가 주로 전매이익을 노려서 이 사건 상가를 분양받으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자료를 기록상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이 사건 상가 전체를 한국종건으로부터 취득하여 그 점포별로 다시 원고에게 분양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원심이 드는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피고의 전매차익이 크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원고가 분양목적물이 그 가격에 살 만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스스로 분양가액에 동의한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나아가 위에서 본 ‘공급신고’에 관련한 행위는 비록 그것이 위법하다고 하여도 기본적으로 피고가 아니라 한국종건이 범한 것으로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기망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주택법령이 정하는 입주자모집신고를 하기 전에 분양하여서는 안 됨에도 분양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행정적 또는 형사적 제재의 대상이 됨은 별론으로 하고 사인(私人) 간의 분양계약에 있어서 분양자가 수분양자에게 자신이 애초의 분양자인지 여부를 고지할 의무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에게 신의칙상의 고지의무를 인정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사기를 이유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한 것에는 사기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취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