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도1233
가혹행위·강요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0도1233, 판결] 【판시사항】 [1] 강요죄 구성요건 중 ‘의무 없는 일’의 의미 및 법률상 의무 있는 일을 하게 한 경우 강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군인인 상관이 직무수행을 태만히 하거나 지시사항을 불이행하고 허위보고 등을 한 부하에게 근무태도를 교정하고 직무수행을 감독하기 위하여 직무수행 내역을 일지 형식으로 기재하여 보고하도록 명령한 경우,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에서 ‘의무 없는 일’이란 법령, 계약 등에 기하여 발생하는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말하므로, 법률상 의무 있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는 강요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2]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따른 군인복무규율 제7조 제1항, 제8조, 제22조 제1항, 제2항, 제23조 제1항의 내용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상관이 직무수행을 태만히 하거나 지시사항을 불이행하고 허위보고 등을 한 부하에게 근무태도를 교정하고 직무수행을 감독하기 위하여 직무수행의 내역을 일지 형식으로 기재하여 보고하도록 명령하는 행위는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내린 정당한 명령이므로 부하는 명령을 실행할 법률상 의무가 있고, 명령을 실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군인사법 제57조 제2항에서 정한 징계처분이 내려진다거나 그에 갈음하여 얼차려의 제재가 부과된다고 하여 그와 같은 명령이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24조
[2]
형법 제324조,
군인사법 제47조의2,
제57조 제2항,
군인복무규율 제7조 제1항,
제8조,
제22조 제1항,
제2항,
제23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도1097 판결(공2008상, 880)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찰관
【변 호 인】 법무법인 세광 담당변호사 윤장중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09. 11. 17. 선고 2008노2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검찰관의 무죄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검찰관의 상고이유 등에 대하여
가. 가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상고이유
(1) 군형법 제62조에서 규정하는 ‘가혹행위’라 함은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경우 가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그 피해자의 지위, 처한 상황, 그 행위의 목적,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결과 등 구체적 사정을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행위가 교육 목적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교육을 위해 필요한 행위로서 정당한 한도를 초과하였는지 여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6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중대장인 피고인의 지위와 권한, 특별보호·관심 대상자로 분류된 공소외 1 일병의 불성실한 업무수행과 지시불이행, 공소사실 기재 얼차려를 부과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그 얼차려의 내용 및 강도와 얼차려 시행지침의 위반 정도, 군 입대 장병들의 얼차려에 대한 수인 가능성과 공소외 1 일병의 신체적 조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중대장인 피고인이 공소외 1 일병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얼차려를 부과한 행위를 가리켜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관계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거나, 군형법 제62조 소정의 가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유죄 부분에 대한 상고 검찰관은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강요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에서 ‘의무 없는 일’이라 함은 법령, 계약 등에 기하여 발생하는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말하므로, 법률상 의무 있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는 강요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도1097 판결 등 참조).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따른 군인복무규율 제7조 제1항은 “군인은 직무에 태만하여서는 아니 되며 직무수행에 있어서 어떠한 위험이나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이를 회피함이 없이 성실하게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8조는 “군인은 정직하여야 하며, 명령의 하달이나 전달, 보고 및 통보에는 허위·왜곡·과장 또는 은폐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군인복무규율 제22조 제1항은 “발령자는 건전한 판단과 결심하에 적시 적절한 명령을 내려야 하며,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법규 및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자기 권한 밖의 사항 등을 명령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발령자는 명령의 하달 및 실행을 감독·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3조 제1항은 “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며, 명령받은 사항을 신속·정확하게 실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내용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상관이 직무수행을 태만히 하거나 지시사항을 불이행하고 허위보고 등을 한 부하에게 그 근무태도를 교정하고 직무수행을 감독하기 위하여 직무수행의 내역을 일지 형식으로 기재하여 보고하도록 명령하는 행위는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내린 정당한 명령이므로 부하는 그 명령을 실행할 법률상 의무가 있고, 그 명령을 실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군인사법 제57조 제2항 소정의 징계처분이 내려진다거나 그에 갈음하여 얼차려의 제재가 부과된다고 하여 그와 같은 명령이 형법 제324조 소정의 강요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공소외 1 일병에게 사생활에 관한 일기를 작성하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 공소외 1 일병이 업무수행능력과 업무습득의지가 부족하고 업무를 태만히 하며 허위보고 등을 하여 공소외 1 일병의 그릇된 근무태도를 교정하고 글쓰기 등 행정병으로서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하루 동안 어떤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그 내역을 일지로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보급관인 공소외 2 상사도 수사기관과 제1심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소외 1 일병에게 일기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이 아니라 업무 적응과 업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하여 하루 동안 어떤 업무를 하였는지를 적어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의 위 주장에 부합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이 공소외 1 일병에게 업무수행 내역에 관한 일지가 아닌 사적인 감상과 자기 성찰을 위주로 하는 사생활에 관한 일기를 작성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위 주장대로 중대장인 피고인이 부하인 공소외 1 일병의 그릇된 근무태도를 교정하고 업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그 업무수행을 감독하기 위하여 그에게 하루 일과 중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그 내역을 일지로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면, 이는 중대장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소속 부하에게 내린 정당한 직무상의 지시이므로 공소외 1 일병은 이를 따를 법률상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지시 속에 하루 일과 수행에 대한 자기 평가도 해보라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불성실한 근무태도의 교정과 업무수행에 대한 감독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여전히 공적 업무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지시가 직무상의 권한을 벗어난 부당한 지시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그 주장대로 업무수행 내역에 관한 일지 작성을 지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를 통하여 공소외 1 일병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지시를 불이행하는 경우 공소외 1 일병에게 얼차려의 제재를 부과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강요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공소외 1 일병에게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이 업무수행 내역에 관한 일지인지 아니면 사생활에 관한 일기인지 여부 및 피고인이 그러한 지시를 할 직무상 권한이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 일병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점에 대하여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공소외 1 일병에 부과한 얼차려의 제재가 ‘일지 형식의 일기’를 작성하지 않았던 경우에 4회가량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공소외 1 일병이 일기 작성에 대한 심리적·육체적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므로, 피고인의 일기 작성 지시는 하루 일의 반성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취지의 권고가 아닌 부당한 지시로서 공소외 1 일병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찰관의 무죄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