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도1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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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11817, 판결] 【판시사항】 [1] 마약류 투약범죄의 공소사실 특정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2]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고 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으로 기소되었는데, 공소장에 범행일시를 모발감정 결과에 기초하여 투약가능기간을 역으로 추정한 ‘2010. 11.경’으로, 투약장소를 ‘부산 사하구 이하 불상지’로 기재한 사안에서,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 등에 비추어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2]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 (나)목, 제4조 제1항, 제60조 제1항 제3호,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제327조 제2호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1. 8. 18. 선고 2011노168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일시인 ‘2010. 11.경’은 4~5㎝가량 길이의 피고인의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모발감정 결과에 기초하여 투약가능기간을 역으로 추산해서 그 범행시기를 정한 것이고, 투약장소도 ‘부산 사하구 이하 불상지’라고 기재하였을 뿐이니,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의 요건에 맞는 구체적 사실의 기재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였고, 원심은 그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법원의 심판대상과 공소의 범위를 확정하는 한편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충분하고, 비록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굳이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854 판결 등 참조). 한편 마약류 투약범죄는 그 범행이 은밀한 공간에서 목격자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도 매우 어려운 사정이 있으므로 그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해당 범죄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이 필로폰 투약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그에 관한 뚜렷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모발감정 결과에 기초하여 그 투약가능기간을 추정한 다음 개괄적으로만 그 범행시기를 적시하여 공소사실을 기재한 경우에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었다고 볼 것인지는 매우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마약류 투약사실을 밝히기 위한 모발감정은 그 검사 조건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에 터 잡아 투약가능기간을 추정하는 방법은 모발의 성장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인에 따라 모발의 성장속도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동일인의 경우에도 그 채취 부위, 건강상태에 따라 편차가 있으며, 채취된 모발에도 성장기, 휴지기, 퇴행기 단계의 모발이 혼재함으로 인해 그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모발감정 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의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수회의 투약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공소제기된 범죄의 범행시기로 기재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매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범죄의 성격상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한 모발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그 범행일시와 장소 및 투약방법을 단순히 추정한 것에 불과하고, 특히 범행시기로 기재된 ‘2010. 11.경’에는 1개월 이상의 기간이 포함될 수 있어 위에서 본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 등에 비추어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능환 이인복 박병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