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헌바42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정당법 제22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1헌바42, 2014. 3. 27.] 【판시사항】 가.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구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고, 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중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본문의 규정을 위반하여 당원이 된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공무원’ 부분, 구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되고, 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가공무원법’이라 한다) 제84조 중 ‘제65조 제1항의 정당가입에 관한 부분을 위반한 자’ 부분(이하 합하여 ‘정당가입 금지조항’이라 한다)이 공무원인 청구인들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당가입이 허용되는 대학교원과 비교할 때 평등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소극)

나. 구 국가공무원법 제84조 중 ‘제65조 제4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를 위반한 자’ 부분(이하 ‘정치행위 규제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초ㆍ중등학교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정당에의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공무원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을 뿐, 정당에 대한 지지를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밝히거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의 활동은 허용되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 초ㆍ중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교육기본권 보장이라는 공익은 공무원이 제한받는 불이익에 비하여 크므로 법익균형성도 인정된다. 또한 초ㆍ중등학교 교원에 대하여는 정당가입을 금지하면서 대학교원에게는 허용하는 것은, 기초적인 지식전달, 연구기능 등 직무의 본질이 서로 다른 점을 고려한 합리적 차별이므로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나.구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4항은 정치행위 규제조항에 의한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을 ‘정당 구성 행위 및 선거운동에 관한 공무원의 능동적ㆍ적극적 정치행위’라고 밝히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 각 국가기관별로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금지하여야 할 정치행위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구체화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일일이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곤란하므로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행위에 한하여 금지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정치행위 규제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관한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공무원의 정당 가입 자체를 일반적ㆍ사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과 입법수단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충분하고,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적합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근무기강을 확립하는 방안이 국가공무원법에 충분히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가입을 일체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배되고,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함으로써 실현되는 공익은 매우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반면 정당가입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공무원의 기본권에 대한 제약은 매우 크기 때문에 법익균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대학교원에게는 정당 가입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면서 초ㆍ중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정당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내용에 재량이 많은 대학교육의 특성, 초ㆍ중등학교 교원이 정당에 가입하면 편향된 교육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현저히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 우리나라 선거문화는 관건선거의 폐해로 얼룩져 왔고 최근에도 관건선거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점, 하향식 의사전달 구조가 자리 잡은 공직사회의 문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헌법 제7조 제2항이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되고, 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중 ‘제65조 제1항의 정당가입에 관한 부분을 위반한 자’ 부분, 제84조 중 ‘제65조 제4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를 위반한 자’ 부분 구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고, 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중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본문의 규정을 위반하여 당원이 된「국가공무원법」제2조(공무원의 구분)에 규정된 공무원’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7조, 제8조, 제31조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된 것) 제65조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고, 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2011. 7. 4. 대통령령 제23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참조판례】 가. 헌재 1992. 11. 12. 89헌마88, 판례집 4, 739헌재 1993. 7. 29. 91헌마69, 판례집 5-2, 145헌재 1998. 7. 16. 96헌바33등, 판례집 10-2, 116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판례집 16-1, 422 나. 헌재 2004. 8. 26. 2004헌바14, 판례집 16-2, 306헌재 2012. 6. 27. 2011헌마288, 판례집 24-1, 773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정○후

2. 이○범

3. 이○섭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신인수 외 12명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합485,497(병합), 533(병합) 정치자금법위반 등


[주 문]


구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고, 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중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본문의 규정을 위반하여 당원이 된「국가공무원법」제2조(공무원의 구분)에 규정된 공무원’ 부분, 구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되고, 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중 ‘제65조 제1항의 정당가입에 관한 부분을 위반한 자’ 부분, 제84조 중 ‘제65조 제4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를 위반한 자’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국가공무원인 국ㆍ공립학교 교원으로 임용되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교원으로 재직 중, 2010. 5. 6. 국가공무원에 대한 정당법 및 국가공무원법의 정당 가입 금지조항과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적 행위 규제조항에 위반하여 아래와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합485, 497(병합), 533(병합)].

“청구인 이○범은 2002. 2.경 또는 그 이전에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하여 2005. 5. 20.경부터 2008. 9. 25.경까지 민주노동당 계좌로 총 41회에 걸쳐 합계 410,000원을 당비 명목으로 이체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2007. 8. 20.경 민주노동당 계좌로 100,000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이체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2007. 5. 25.경부터 2008. 9. 25.경까지 합계 270,000원을 민주노동당에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여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금전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청구인 정○후는 2007. 1.경 또는 그 이전에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하여, 2007. 1. 3.경부터 2008. 9. 25.경까지 총 23회에 걸쳐 합계 230,000원을 당비 명목으로 민주노동당 계좌에 이체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2007. 5. 25.경부터 2008. 9. 25.경까지 합계 170,000원을 민주노동당에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여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금전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청구인 이○섭은 2004. 12.경 또는 그 이전에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하여, 2005. 5. 20.경부터 2008. 9. 25.경까지 총 43회에 걸쳐 합계 470,000원을 당비 명목으로 민주노동당 계좌에 이체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2006. 3. 21.경부터 2006. 5. 19.경까지 총 3회에 걸쳐 합계 100,000원을 후원회비 명목으로 민주노동당 계좌로 이체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2007. 5. 25.경부터 2008. 9. 25.경까지 합계 230,000원을 민주노동당에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여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금전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였다.”


나. 청구인들은 위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0. 9. 7. 정당법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제53조 중 ‘정당법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부분,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제4항, 제84조 중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및 제4항’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10초기3371)을 하였으나 2011. 1. 26. 기각되자, 2011. 2.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공무원에게 당비 등 금전의 지급을 금지하는 조항과 그 처벌조항 모두를 심판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당해사건인 형사사건에서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처벌조항이고 처벌조항에 관한 판단에는 금지의무에 관한 판단도 포함되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처벌조항 중 금지조항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고, 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중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본문의 규정을 위반하여 당원이 된「국가공무원법」제2조(공무원의 구분)에 규정된 공무원’ 부분, 구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되고, 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중 ‘제65조 제1항의 정당가입에 관한 부분을 위반한 자’ 부분(이하 위 조항들을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라 한다), 제84조 중 ‘제65조 제4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를 위반한 자’ 부분(이하 위 조항을 ‘이 사건 정치행위규제조항’이라 하고, 위 조항들을 통틀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된 것)

제53조(위법으로 발기인이나 당원이 된 죄) 제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 제1항 단서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되고, 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벌칙) 제44조ㆍ제45조ㆍ제65조 또는 제66조를 위반한 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고, 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 ①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는 공무원 그 밖에 그 신분을 이유로 정당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국가공무원법」 제2조(공무원의 구분) 또는 「지방공무원법」제2조(공무원의 구분)에 규정된 공무원. 다만,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국회의원의 보좌관ㆍ비서관ㆍ비서, 국회 교섭단체의 정책연구위원과 「고등교육법」 제14조(교직원의 구분) 제1항ㆍ제2항의 규정에 의한 총장ㆍ학장ㆍ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ㆍ전임강사인 교원을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된 것)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2. 서명 운동을 기도(企圖)ㆍ주재(主宰)하거나 권유하는 것

3. 문서나 도서를 공공시설 등에 게시하거나 게시하게 하는 것

4. 기부금을 모집 또는 모집하게 하거나, 공공자금을 이용 또는 이용하게 하는 것

5. 타인에게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게 하거나 가입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③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2011. 7. 4. 대통령령 제23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정치적 행위) ① 법 제65조의 규정에 있어서의 정치적 행위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을 말한다.

2. 특정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

② 제1항에 규정된 정치적 행위의 한계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을 말한다.

4. 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표지로 사용되는 기ㆍ완장ㆍ복식 등을 제작 또는 배부하거나 이를 착용ㆍ착용권유 또는 착용을 방해하는 행위등 기타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금전 또는 물질로 특정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근무 중이든 아니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아니하고 약 100만 명에 이르는 국민을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의민주주의 실현의 전제로 헌법상 독립된 기본권으로 보장한 정당의 자유(정당 설립, 가입, 활동)를 박탈하고 있다. 이는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공직 업무 수행을 선택하고자 하는 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직업선택의 자유 역시 제한한다.


나.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한 선거운동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정치적 중립성에 더 적은 영향을 미치는 사적 영역에서의 공무원의 정당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다. 대학교수,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강사, 공무수탁사인은 폭넓게 정당가입과 정당활동의 자유를 누리는 것과 달리 교원인 공무원에 대하여 정당가입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라.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은 그 구성요건인 ‘정치적 행위’의 의미와 한계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위 조항이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를 하위명령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것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아가 위 조항은 공무원의 정당 활동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앞서 대학교수, 공무수탁사인 등과 차별하여 취급함으로써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게 침해하는지, 규제 대상인 초ㆍ중등학교 교원을 정당가입이 가능한 대학 교원 등과 차별적으로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 그리고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 역시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위 조항과 관련하여 가장 밀접하고 침해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은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 관련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정당가입의 자유라 할 것이므로 기본권침해에 관한 위헌성 판단에 있어서는 정당가입의 자유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을 중심으로 삼기로 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참조).

그 밖에도 청구인들은 정당가입이 허용되는 사인인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강사나 공무수탁사인에 견주어 볼 때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청구인들을 차별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스스로 제도보장의 형태로서 일반 국민과 구별되는 직업공무원제도를 마련하여 두고 있고,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 중 국가공무원법 조항들의 경우 일반 국민은 그 법률의 수범자가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공무원과 일반 국민을 위 조항들에 의하여 차별 취급되는 비교집단으로 상정하기 어렵고, 정당법상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있어서도 평등권 침해의 문제는 일반 국민과 비교할 때 국가공무원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어느 정도로 가능한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어, 결국 위 문제는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라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 문제로 포섭되거나 환원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평등권 침해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헌재 2012. 3. 29. 2010헌마97 참조)

나아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당가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을 함께 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의 위 주장의 구체적 내용은 위 법률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위 법률조항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만들어진 하위명령에 대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논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연혁

(1) 정당법

제1공화국 시기에는 정당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법규인 ‘정당에 관한 규칙’(1946. 2. 23. 미군정법령 제55호)이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정부 수립 후에도 그 효력을 유지하다가, 제2공화국 들어서 헌법에 정당조항(제13조)이 신설되고 ‘신문 등 및 정당 등의 등록에 관한 법률’과 ‘정치운동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위 군정법령이 폐지되었는데, 이때까지 공무원을 당원의 자격에서 배제하는 규정은 없었다. 제3공화국 출범 후 1962. 12. 31. 최초의 정당법이 제정되면서 ‘정치운동에 관한 법률’과 ‘신문 등 및 정당 등의 등록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었다. 위 정당법에서 발기인의 자격(제6조)과 당원의 자격(제17조)은 따로 규정되었는바, 두 조항의 내용은 국회의원 선거권을 가진 자는 누구든지 발기인과 당원이 될 수 있으나 각령으로 정하는 공무원 등은 예외로 한다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동일하였다. 위 정당법 시행령 제1조, 제3조에서 각각 발기인 또는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1993. 12. 27. 법률 제4609호 개정법에서는 정당설립요건 및 정당가입자격ㆍ절차 등을 완화하거나 간소화하여 국민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였고, 이에 따라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던 발기인과 당원의 자격제한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였으며, 언론인의 정당가입을 전면 허용하였다. 또한, 제6조와 제17조로 나뉘어져 있던 발기인과 당원의 자격에 관한 규정을 제6조에 통합하여 규정하였다. 그 후 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면서 정당법 제22조로 옮겼으나 공무원의 발기인, 당원 자격 제한의 기본적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위법으로 발기인이나 당원이 된 자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으로 정당법 제정 당시 제46조가 규정된 후, 법정형의 변경, 자구 수정 이외에는 실질적 내용이 동일하게 유지되다가 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면서 조문의 위치가 현행 정당법과 같이 제53조로 변경되었다.


(2) 국가공무원법

1949. 8. 12. 제정된 국가공무원법(법률 제44호) 제37조는 “공무원은 정치운동에 참여하지 못하며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였다. 동 조항은 1962. 2. 23. 법률 제1029호로 한 번 개정된 후( “공무원은 정치운동에 참여하지 못하며 노동운동 기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노동운동은 예외로 한다.”) 1963. 4. 17. 전면 개정되기 전까지 그 골자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전면 개정 전의 위 조항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없었다.

1963. 4. 17. 전면개정된 국가공무원법(법률 제1325호)은 제65조에 기존 법의 제37조 중 정치운동의 금지 부분을, 제66조에 집단행위 금지 부분을 분리하여 규정한바, 제65조는 그 이래 사실상 기본구조를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근거 규정이 되는 같은 법 제84조도 당시 함께 도입된 후 법정형의 변경, 자구 수정 이외에는 사실상 동일하게 유지되다가, 2014. 1. 14. 법률 제12234호 개정으로 종전의 제84조 중 제65조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제84조의2로 이동하고, 제84조(정치 운동죄)가 신설되어 제65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그 법정형을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것으로 강화하였다.


다. 정당가입의 자유와 직업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헌법적 의미

(1) 국민의 정당가입의 자유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헌법상 위상에 대하여 “정치적 결사로서의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이 정치나 국가작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개체의 구실을 하는 등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그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하였고(헌재 1996. 3. 28. 96헌마18), 정당가입의 자유에 관하여 “헌법 제8조 제1항은 단지 정당설립의 자유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 제21조의 결사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정당설립의 자유만이 아니라 누구나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자유를 함께 보장한다”고 하여(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헌재 2006. 3. 30. 2004헌마246), 정당가입의 자유는 국민 모두에게 인정되는 기본권임을 밝히고 있다.


(2) 직업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공무원의 신분 보장에 관한 헌법적 의의를 보건대,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써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뜻은 공무원이 정치과정에서 승리한 정당원에 의하여 충원되는 엽관제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며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과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공직구조에 관한 제도적 보장으로서의 직업공무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공무원제도는 바로 그러한 제도적 보장을 통하여 모든 공무원으로 하여금 어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상급자를 위하여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에 따라 그 소임을 다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무원 개인의 권리나 이익을 보호함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국가기능의 측면에서 정치적 안정의 유지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헌재 1997. 4 24. 95헌바48 참조)

나아가 직업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의 필요성에 관하여,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므로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을 추구하고(국민 전체의 봉사자설), 행정에 대한 정치의 개입을 방지함으로써 행정의 전문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고 정책적 계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며(정치와 행정의 분리설), 정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신분적 안정을 기하고 엽관제로 인한 부패ㆍ비능률 등의 폐해를 방지하며(공무원의 이익보호설),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르는 사회경제적 대립의 중재자ㆍ조정자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공적 중재자설)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요청은 결국 위 각 근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무원의 직무의 성질상 그 직무집행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헌재 1995. 5. 25. 91헌마67; 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참조).


라.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대한 판단

(1)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국가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여 공무원의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나아가 정치와 행정의 분리를 통하여 공무집행에서의 혼란의 초래를 예방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여 헌법상 직업공무원제도를 수호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공무원은 공직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하므로, 공무원은 공인의 지위와 사인의 지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와 기본권을 누리는 기본권주체의 지위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공무원이라고 하여 기본권이 무시되거나 경시되어서도 아니 되지만, 공무원의 신분과 지위의 특수성에 비추어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보다 더욱 넓고 강한 기본권제한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헌법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공무원에 대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의 요청은 교육 분야에서 종사하는 교육공무원에게까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즉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선언함으로써 헌법적 차원에서 이를 강력히 보장하고 있다. 이는 교육이 국가권력이나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 정치영역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육은 그 본질상 이상적이고 비권력적임에 반하여 정치는 현실적이고 권력적이기 때문에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까닭이다(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참조). 즉,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인 만큼 국가의 안정적인 성장ㆍ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교육방법이나 교육내용이 당파적 편향성에 의하여 부당하게 침해 또는 간섭당하지 않고 가치 중립적인 진리교육이 보장되어야 하고, 인간의 내면적 가치증진에 관련되는 교육 분야에 있어서는 당파적인 정치적 관념이나 이해관계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헌재 1992. 11. 12. 89헌마88 참조). 초ㆍ중등학교 교원이 정당의 당원이 되는 것을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특히 교원의 활동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가치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교육자로서의 특별한 처신이 요구되고, 피교육자인 학생들의 기본권 또는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과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나) 수단의 적합성

개인적 정치활동과 달리 단체를 통한 정치활동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차이 나고, 특히 헌법상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는 정당의 경우 국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헌법적 권한을 보유ㆍ행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에 대한 공무원의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유효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앞서 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합한 수단이다.


(다)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당가입이 허용된다면,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가 직무 내의 것인지 직무 외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설사 공무원이 근무시간 외에 혹은 직무와 관련 없이 정당과 관련한 정치적 표현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는 유지되기 어렵다. 나아가 공무원의 행위는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직무 내의 정당 활동에 대한 규제만으로 공무원의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공무원이 ‘정당의 당원이 된다’는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밝히거나 선거에서 지지 정당에 대해 투표를 하는 등 일정한 범위 내의 정당 관련 활동은 공무원에게도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라) 법익의 균형성

만약 공무원의 정당가입 행위가 일반적으로 허용된다면, 국가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대한 국민적 신뢰 확보가 어렵고, 공무원이 그 소속 당파적 이익을 대변하여 이를 관철할 수도 있으며, 편향적 공무 집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를 표현하게 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나아가 국가 정책의 집행을 위해 화합하고 협력하여야 할 공무원 사이에 정치적 이념에 따른 상호 대립과 분열을 조장할 수도 있다.

한편,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청구인들과 같은 초ㆍ중등학교 교원의 정당가입 자유를 금지함으로써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감수성과 모방성, 그리고 수용성이 왕성한 초ㆍ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원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교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분인 점을 고려하고, 교원의 정치활동은 교육수혜자인 학생으로서는 수업권의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는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더욱 보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참조).

이러한 점을 두루 고려할 때,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그로 말미암아 제한받는 사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또한 인정된다.


(마)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2) 평등원칙 위배 여부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대학의 교원인 공무원에 대하여는 정당가입의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청구인들과 같은 초ㆍ중등학교의 교원에 대하여는 이를 금지하여 양자를 차별 취급하고 있음은 문언상 명백하다.

헌법상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나, 이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배제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은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01. 6. 28. 99헌마516 참조). 초ㆍ중등학교의 교원, 즉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자이고(교육기본법 제14조 제3항, 초ㆍ중등교육법 제20조 제4항), 반면에 대학의 교원, 즉 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와 전임강사는 학생을 교육ㆍ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학문연구만을 전담할 수 있는 자이다(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 이처럼 현행 교육법령은 양자의 직무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물론 대학교수도 학생을 교육하기는 하나 그 주된 직무는 연구기능이므로, 이 점에서 매일매일을 학생과 함께 호흡하며 수업을 하고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초ㆍ중등학교 교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학문연구와 사회활동의 자유가 인정된다(헌재 1993. 7. 29. 91헌마69 참조). 그뿐만 아니라 초ㆍ중등학교의 교육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기초적인 지식의 전달에 중점이 있는 데 비하여, 대학의 교육은 학문의 연구ㆍ활동과 교수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학문의 발전과 피교육자인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대학교원의 자격기준도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헌재 1998. 7. 16. 96헌바33등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초ㆍ중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정당가입의 자유를 금지하면서 대학의 교원에게 이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양자 간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 그리고 근무 태양이 다른 점을 고려한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참조).


마.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에 대한 판단

(1)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 위배 여부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는 특정한 범죄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하위법령에서 형성하도록 허용하는 경우에도 형벌의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설정되어야 하고, 아울러 금지의 실질도 그 대강의 내용은 이미 법률에 의하여 설정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헌재 1998. 3. 26. 96헌가20; 헌재 2012. 6. 27. 2011헌마288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은 “제65조를 위반한 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여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형벌을 법률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 중 금지조항에 해당되는 제65조 제4항은,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같은 조 제3항은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다시 같은 조 제1항은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을, 같은 조 제2항은 공무원은 선거에서 투표 권유 운동 등으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제65조 제4항은 위 관련 조항들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할 때, ‘정당 구성 행위 및 선거운동에 관한 공무원의 능동적ㆍ적극적 정치행위’를 형벌을 통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본질적 내용으로 밝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에 의한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은 이미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2)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처벌법규 일부의 위임 시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과의 관계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참조). 여기서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의도가 건전한 일반상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정도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국가의 사회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비추어 볼 때 처벌법규를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헌재 1991. 7. 8. 91헌가4 참조),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도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헌법 제75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법규가 구성요건 일부를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고 이러한 위임형식의 위헌성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역시 문제가 된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에는 처벌법규에 대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심사를 통해 그 위헌성을 판단하되,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을 고려하여 위임의 필요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한다(헌재 2010. 5. 27. 2009헌바183 참조).


(나) 처벌법규에 있어서 위임의 한계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 기본권보장 우위 사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므로, 처벌법규의 위임은 첫째,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둘째,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 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거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셋째,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2004. 8. 26. 2004헌바14; 헌재 1991. 7. 8. 91헌가4 참조).


(다)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 중 금지조항에 해당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4항은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의 내용에 대하여 각 헌법기관에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바, 독자적인 헌법기관인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행정부의 기능 및 업무의 특성상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금지하여야 할 정치적 행위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구체화할 필요성이 긍정되고, 그 정치적 행위의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써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곤란하다고 판단되므로 그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다음으로, 처벌 대상 행위의 내용인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의 예측가능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3항은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내용으로, 이는 같은 조 제1항과 제2항이 금지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교사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한 보완적인 규정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의 위임에 근거하여 처벌 대상 행위가 되는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태양은 같은 조 제1항이 금지하는 행위(정당 내지 정치단체의 결성 및 가입 행위)나 같은 조 제2항이 금지하는 행위(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능동적ㆍ적극적 행위)와 그 직접적 관련성과 밀접한 연계의 정도가 제3항의 경우에 이른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행위에 한하여 정해질 것임은 누구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관하여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과 재판관 안창호의 아래 7.과 같은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관한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이 사건 정치행위 규제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하여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아래 보는 것처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초ㆍ중등학교 교원인 공무원에 대하여는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므로, 법정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가. 과잉금지원칙 위배

(1) 입법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헌법 제7조 제1항)로서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초ㆍ중등학교 교원이 당파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2) 수단의 적합성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하여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는 한편, 국민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표자에 의해 국가의사가 결정되는 대의민주제가 실현되려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으려는 정당의 설립이 자유로워야 하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정당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자는 정당이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기능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ㆍ형식적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정당 설립과 가입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으나, 정당의 설립이나 가입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나 침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또 특정 집단에 대하여 정당의 설립이나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이 헌법상 부여받은 기능을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규율에 그쳐야 한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한편 공무원은 법정의견도 지적한 것처럼, 공직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와 기본권 주체의 지위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만을 강조하여 모든 생활의 영역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공직수행의 영역에 한정되는 것이고, 공무원이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으로서 하는 정치활동까지 금지하여서는 안 된다. 공무원의 기본권은 헌법 제7조가 규정하고 있는 직업공무원제도의 기능에 수반되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 자체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수단으로 택하고 있는 것은 입법자에게 주어진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은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직에서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것으로 충분한데도, 획일적이고 전면적으로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인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인정한다고 하여 곧바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교육의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도 없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주요 국가에서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허용한다고 하여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반대로 우리의 정치현실과 역사를 볼 때 공무원의 정치활동이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되어왔다고 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준수되어 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는데, 고위 공무원 직군을 이루고 있는 선출직 공무원의 정당 가입 및 정당 관련 활동을 허용하면서, 그 아래 직군 공무원들의 정당 가입을 금지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또 법정의견의 논거 중에는 교원인 공무원에 대해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서도 정당 가입 금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교육방법이나 교육내용이 종교적 종파성이나 정치적 당파성에 의하여 부당하게 간섭받지 않고 가치중립적인 진리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헌재 1992. 11. 12. 89헌마88)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교원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종교단체 가입을 금지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원인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등 사적 생활에서의 정치적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수단이다.

결국,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입법목적과 입법수단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충분하고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적합성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3) 침해의 최소성

헌법재판소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여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막는 것으로 충분하며, 그 지위를 이용함이 없이 하는 선거운동의 준비행위를 허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헌재 2008. 5. 29. 2006헌마1096).”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요구되는 것 이상으로, 준비행위의 단계에 이른다거나 선거 관련 활동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정당에의 가입 자체를 일상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반된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에 대해 법령 준수와 성실한 직무수행의 의무를 규정하고(제56조),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63조). 또 정당에 가입하는 것 이외에도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가 금지되는 등 정당활동이나 선거운동이 금지되고(제65조),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도 금지되어 있다(제66조). 이러한 의무와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징계처분을 할 수 있으며(제78조), 특히 제65조와 제66조 위반 시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제84조 및 제84조의2). 결국,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과 같은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이미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근무기강을 확립하는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일반적으로 그리고 사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4) 법익의 균형성

헌법은 정당을 일반적인 결사의 자유로부터 분리하여 제8조에 독자적으로 규율함으로써 오늘날 의회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와 헌법질서 내에서 정당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의 개방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설립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려는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신에 비추어, 정당의 설립 및 가입을 금지하는 법률조항은 이를 정당화하는 사유의 중대성에 있어서 적어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반’에 버금가는 것이어야 한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참조).

그런데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금지함으로써 실현되는 공익은 그 효과에 있어서 매우 불확실하고 추상적이다. 반면 헌법이 보호하는 정당가입의 자유를 박탈당함으로써 발생하는 공무원의 기본권에 대한 제약은 매우 크다. 따라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5)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평등원칙 위배

정당가입 등 정치활동의 자유가 대학에서의 연구나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유익하다면, 초ㆍ중등교육의 경우에도 교원의 정치활동의 자유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초ㆍ중등학교와 비교하면 대학에서의 연구기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학교원이 담당하는 교육기능의 비중이 연구기능보다 현저히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정치적 자유가 교육에 당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기초지식 전달의 비중이 높고 교과과정이 정형화되어 있는 초ㆍ중등교육보다는 교육내용에 재량이 많은 대학교육에서 그러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교원이 시민이면 누구나 가지는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하여 학생들에게 당파적 편향성을 가지고 교육에 임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교원에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여 학생들에게 종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교원이 교실 밖에서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하여 교실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그러므로 초ㆍ중등학교 교원이 대학교원에 비하여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시간이 길고 지도의 기회가 많다는 사정만으로, 대학교원과 달리 초ㆍ중등학교 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더 넓게 제한할 수는 없다.

결국, 대학교원에게는 정당 가입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면서 초ㆍ중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정당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양자 사이의 직무 내용이나 근무 방법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입법재량을 벗어난 현저히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7.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

나는 우리나라의 헌법 현실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여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법정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1)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7조 제2항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8조 제1항과 규범 조화적 해석을 하여야 하므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필요하다고 하여 공무원의 정당관련 정치적 행위가 전면적으로 금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는 한도에서는 공무원의 정당관련 정치적 행위는 허용되어야 한다. 반면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비추어 공무원의 정당가입 등이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금지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

공무원의 정당가입 등이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의 역사성, 정치 및 공직 문화의 특수성, 정치적 환경, 공무원의 신분보장, 국민의 신뢰와 법 감정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판단되어야 한다.


(2) 우리나라의 경우 그 동안 이루어온 민주주의의 발전상과 높아진 국제적 위상, 국민의식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과연 현재 우리의 정치 및 공직 문화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허용해도 될 정도의 안정적 수준에 와 있는지,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우리나라 공직사회에는 선진 서구사회와 달리 독특한 지역주의와 정실주의가 잔존하고 있고, 자유로운 토론과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최고 결정권자를 정점으로 한 하향식 의사전달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에게 정당 가입을 일반적으로 허용하게 될 경우, 공무원들이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충성경쟁 차원에서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선출직 인사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색채에 따라 입맛에 맞는 사람만 주요 공직에 임명하고 이를 선거에 악용하는 관권선거의 유혹에 빠져드는 폐해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정당에 가입한 공무원이 정당으로부터 일방적 정보와 의견을 제공받음으로써 특정 정당의 시각에 고착되어 업무수행의 편향성이 강화되고,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당파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할 수 있으며, 자신이 가입한 정당에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법규 제정이나 법집행을 할 염려도 있을 뿐만 아니라, 편향적 공무집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를 표현하게 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3) 나아가 우리나라 선거문화는 과거 관권선거의 폐해로 인해 얼룩진 경험이 있고 최근까지도 관권선거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공무원이 특정 정당에 가입할 경우, 비록 공무원이 공정하게 공무를 집행한다거나 근무시간 외에 혹은 직무와 관련 없이 정당과 관련한 정치적 표현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공무원의 정당가입 사실로 인하여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공직수행의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공무원의 정당가입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4) 특히 수도권 내지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으로 대별되는 우리나라의 지역구도는 이러한 폐해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길지 않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역사 속에서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관권선거, 선출직인 고위직 인사권자의 눈치 보기 행정, 줄 세우기 및 편 가르기 인사 등의 폐해가 잔존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차갑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일반적으로 허용하게 된다면 특정 지역의 공직사회가 특정 정당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이 당연시되고 고착됨으로써 공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됨은 물론,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신분보장이 약화되고 공직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초래될 수도 있으며 지역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질 염려가 있다.


(5)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면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입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직업공무원제도의 보장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하여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공무원은 각종 선거과정에서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고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수 있는 등 정치적 자유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 없이 향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함으로 인해 야기되는 공무원 개인의 현실적 권리침해 내용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공무원의 정당가입 금지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직업공무원 제도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이며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의 예방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그로 말미암아 제한받는 사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또한 인정된다.


(6) 한편 헌법재판소가 방법의 적절성으로 심사하는 내용은 입법자가 선택한 방법이 최적의 것이었는가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방법이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인가 하는 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7. 1. 17. 2006헌바3). 수단이 목적 실현에 유일무이하거나 최적 수단일 것을 요구하지 않고 목적 실현에 기여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직업공무원제도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법률로 규정한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그 입법 목적의 실현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의 역사성, 정치 및 공직 문화의 특수성, 국민의 신뢰와 법 감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헌법적 요청인 직업공무원 제도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는데 기여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동안 공무원의 정당 가입 금지나 각종 정치활동 제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었다고는 하나, 이는 우리의 선거문화의 역사성, 정치 및 공직 문화의 특수성 등에 기인한 한계나 폐해로 보는 것이 합당하지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 자체가 무용한 수단이라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교육방법이나 교육내용이 종교적 종파성이나 정치적 당파성에 의하여 부당하게 간섭받지 않고 가치중립적인 진리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교원의 종교단체가입을 금지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원인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부적절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7조 2항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점, 공무원의 정당가입은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인 점, 공무원의 직무는 그 성격상 정치적 간섭의 여지가 큰 영역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의 정당가입과 종교단체가입에 대한 헌법적 평가는 그 궤를 달리한다 할 것이므로 교원인 공무원의 종교단체가입이 허용된다고 하여 공무원의 정당가입이 헌법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7) 그렇다면 이 사건 정당가입 금지조항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하여 헌법 제8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