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도6027
사기·범인도피교사·범인도피(피고인2에대하여인정된죄명:범인도피방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6027, 판결] 【판시사항】 [1] 공범자의 범인도피행위 도중에 기왕의 범인도피상태를 이용하여 스스로 범인도피행위를 계속한 경우 범인도피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공범자의 범행을 방조한 종범의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형사변호인이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진술을 하거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3] 甲이 수사기관 및 법원에 출석하여 乙 등의 사기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는 취지로 허위자백하였는데, 그 후 甲의 사기 피고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된 피고인이 甲과 공모하여 진범 乙 등을 은폐하는 허위자백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범인을 도피하게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범인도피방조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도피하게 함으로써 기수에 이르지만, 범인도피행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범죄행위도 계속되고 행위가 끝날 때 비로소 범죄행위가 종료된다. 따라서 공범자의 범인도피행위 도중에 그 범행을 인식하면서 그와 공동의 범의를 가지고 기왕의 범인도피상태를 이용하여 스스로 범인도피행위를 계속한 경우에는 범인도피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이는 공범자의 범행을 방조한 종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변호사법 제2조), 직무를 수행하면서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같은 법 제24조 제2항). 따라서 형사변호인의 기본적인 임무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보호하고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되고, 변호인이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3] 甲이 수사기관 및 법원에 출석하여 乙 등의 사기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는 취지로 허위자백하였는데, 그 후 甲의 사기 피고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된 피고인이 甲과 공모하여 진범 乙 등을 은폐하는 허위자백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범인을 도피하게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으로서 단순히 甲의 이익을 위한 적절한 변론과 그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甲과 乙 사이에 부정한 거래가 진행 중이며 甲 피고사건의 수임과 변론이 거래의 향배와 불가결한 관련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도 乙에게서 甲 피고사건을 수임하고, 그들의 합의가 성사되도록 도왔으며, 스스로 합의금의 일부를 예치하는 방안까지 용인하고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으로 甲과 乙의 거래관계에 깊숙이 관여한 행위를 정당한 변론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없고, 나아가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는 변호인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다른 곳에 누설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를 말하는 것일 뿐 진범을 은폐하는 허위자백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게 한 행위가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면서, 한편으로 피고인의 행위는 정범인 甲에게 결의를 강화하게 한 방조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범인도피방조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0조, 제32조, 제151조 [2] 변호사법 제2조, 제24조 제2항 [3] 형법 제32조, 제151조 제1항, 변호사법 제2조, 제24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577 판결(공1995하, 3457)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정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2. 5. 4. 선고 2012노50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그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되므로,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주장 또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도피하게 함으로써 기수에 이르지만, 범인도피행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범죄행위도 계속되고 행위가 끝날 때 비로소 범죄행위가 종료된다. 따라서 공범자의 범인도피행위의 도중에 그 범행을 인식하면서 그와 공동의 범의를 가지고 기왕의 범인도피상태를 이용하여 스스로 범인도피행위를 계속한 경우에는 범인도피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577 판결 참조), 이는 그 공범자의 범행을 방조한 종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 공동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 원심 공동피고인 2가 피고인 1, 제1심 공동피고인 2의 범인도피교사에 따라 2010. 8. 31. 경찰 및 2011. 2. 17.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2011. 3. 18. 및 2011. 4. 8. 법원에서 제1심 재판을 받음에 있어 이 사건 휴대전화 문자발송 사기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는 취지로 허위자백하였고, 이로써 피고인 1 및 제1심 공동피고인 2를 도피하게 하였다.”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 공동피고인 2의 위 범행은 2011. 4. 8. 이전에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 공동피고인 2는 2011. 5. 23. 진실을 밝히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항소심 법원에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이후 2011. 6. 14. 열린 항소심 공판기일에서는 여전히 위 허위자백을 유지하는 태도를 취하였고, 2011. 6. 28. 오후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피고인 1 및 제1심 공동피고인 2가 진범임을 밝혔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 공동피고인 2의 범행이 종료된 시점은 2011. 6. 28.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이러한 전제하에, 피고인 2가 2011. 5. 2.경부터 2011. 6. 28. 오전 경까지 그 판시와 같은 행위를 통해 원심 공동피고인 2의 범인도피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범인도피죄의 종범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변호사법 제2조),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같은 법 제24조 제2항). 따라서 형사변호인의 기본적인 임무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보호하고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되고, 변호인이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뒤, 피고인 2는 변호인으로서 단순히 원심 공동피고인 2의 이익을 위한 적절한 변론과 그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원심 공동피고인 2와 피고인 1 사이에 부정한 거래가 진행 중이며, 원심 공동피고인 2 사건의 수임과 변론이 그 거래의 향배와 불가결한 관련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도 피고인 1로부터 원심 공동피고인 2 사건을 수임하고, 그들 사이의 합의가 성사되도록 도왔으며, 스스로 합의금의 일부를 예치하는 방안까지 용인하고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으로 피고인 1과 원심 공동피고인 2 사이의 거래관계에 깊숙이 관여하였으므로, 이러한 행위를 정당한 변론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는 변호인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다른 곳에 누설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를 말하는 것일 뿐, 이 사건과 같이 진범을 은폐하는 허위자백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게 한 행위가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및 변론권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다. 그 밖에 피고인 2가 주장하는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의 요지는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심 공동피고인 2가 이미 피고인 2가 개입하기 전부터도 피고인 1로부터 1억 원을 받고 허위자백을 유지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점, 피고인 2는 원심 공동피고인 2와 피고인 1 사이에서 양쪽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그쳤을 뿐, 그 구체적인 합의안의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2의 행위는 정범인 원심 공동피고인 2에게 결의를 강화하게 한 방조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 뿐, 공동가공의 의사나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든 위와 같은 사정들에 기록에 의하여 드러난 아래 사정들, 즉 비록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원심 공동피고인 2 사이에 위와 같은 부정한 거래가 성사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는 하였으나, 원심 공동피고인 2로 하여금 허위자백을 유지하도록 적극적으로 종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1이나 원심 공동피고인 2는 언제라도 피고인 2를 해임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 2를 사건에서 배제시킬 수 있었고 다른 방법을 통하여 연락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심 공동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위와 같은 합의를 하고 허위자백을 유지하기로 한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피고인 2가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2의 판시 행위가 범인도피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은 없다.
4. 결론 이에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