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톨릭대학교 교수 시국 선언
최근 밝혀진 ‘국가정보원’에 의한 정치 개입은 그마나 절차적으로 기능하던 한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퇴조시키는 행위이다. 우리 가톨릭대학교 교수들은 이러한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을 고발하며, 앞으로 현 정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예의 주시할 것이다.
이 사태를 처리하는 현 정부의 태도는 곧 우리 사회가 나아갈 정치적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징이며, 이에 따라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해 갈지가 분명하게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기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던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과 반인권적 행태를 근절하는 일은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권과 일반 국민 모두가 바랐던 바이며 또한 그렇게 합의하고 추구했던 목표였다. 그럼에도 다시금 과거 군사정권 시기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각종 정치 탄압과 정치 개입을 자행했던 정보기관의 반인권적이며 반민주적 범죄행위가 부활하고 있다.
더욱이 밝혀서는 안 될 정상회담의 ‘NLL' 발언 등을 통해 국민들이 지닌 전쟁과 공산주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이용하여 이러 반민주적 행태를 희석하려는 정치권의 태도에서도 심각한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는 지난 이명박 정부 이래 자행되었던 반민주적 행태를 근절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신장하고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사태를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의 정권적 정당성을 위해 용인한다면 이는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 가톨릭대학교 교수들은 이 땅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보편적 인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아래의 몇 가지 사항을 강력히 요구한다.
1.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 등을 비롯한 일부 정치 검찰에 의한 불법적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야한다.
2.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압력으로 무산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적 정치 행위에 대한 수사를 강력히 요구한다.
3. 이 문제는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NLL(서해북방한계선) 발언과는 별도로 다루어져야 한다. 정치적 ‘물타기’ 전략으로 비춰지는 반국가적인 기록물 공개 행위는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명하지 않으면 현 정부는 이런 혐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4. 어떤 경우라도 민주주의의 원칙과 국민의 권리가 국가 정보기관에 의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이런 반민주주의적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정원 개혁 등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한다.
2013년 6월 26일
가톨릭대학교 교수
김석신, 김의진, 김종해, 박덕준, 배주채, 신승환, 유승원, 이두진, 이영호, 이창봉, 전종일, 정연태, 조돈문, 채웅석, 최동신, 홍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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