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광주지역 4개 종단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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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고귀하며 경외할 유일한 존재다. 동시에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요 모두를 비추어주며 주고받으며 하나를 이루는 생명이다. 그러기에 어떤 명분의 침략 전쟁에도 맞서 싸웠고 시대의 불의와 억압과 착취에 저항하였으며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살아 왔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평화가 통합될 때 진정한 평화라 인식하고 추구해 왔다.

우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권력자들과 가진 자들의 탐욕과 방종, 온갖 불의와 궤변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괴로워하며 희망을 잃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 또한 신실한 신앙과 거룩한 깨달음으로 살아가야 할 종교인들이 소유욕에 사로잡혀 신을 이용하여 자기의 욕심을 쉽게 이루려는 유혹에 빠져 있음을 매우 부끄럽고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오늘 원불교, 불교, 천주교, 개신교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생명들이 탄식하고 죽어 가는데 침묵하거나 양비론으로 교훈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대의 악을 외면하지 않고 물리치는 것이 본분이며 생명의 존엄 앞에 황홀하게 떨리고 정의가 무엇보다 소중하며 평화가 진정한 행복의 바탕임을 천명하기 위해 모였다. 생명 속으로 정의와 더불어 눈물이 되어 주고 노래 부르며 함께 춤추는 평화세계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똑같은 형식으로 기도하진 않지만 같은 주제로 기도하고 행동”할 수 있기에 오늘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보라. 18대 대선에 불법 개입하여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가정보원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울려 퍼지고 있지 않은가. 연일, 매주 촛불로 모이고 있지 않은가. 국내 언론은 보도 자체를 회피하고 있지만 SNS를 통해 더욱 활발히 폭넓게 알려지고 있지 않은가.

이곳 광주에서도 국정원을 규탄하고,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이에 광주의 4대 종단도 뜻을 모아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2년 12월 19일, 조국 산천을 삽질로 짓이기고 오염시키고,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한 이명박 시대를 끝내고 다시 민주, 인권, 평화통일의 세상, 서민들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날이 활짝 열릴 줄 알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가슴이 허전했고, 휘청거렸다. 가까스로 서로를 보듬으면서 버텨 냈다. 선관위의 투개표조작에도 몽리로 비칠까봐 가슴 쓸어내리며 박근혜 정권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어떠한가?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있는가? 대선 공약은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는가? 특히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NLL을 왜곡하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악용하고, 국가기록원을 유령기관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오죽했으면“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까지 했겠는가?

조국과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한 몫 챙기자며 굶주린 짐승 떼처럼 행동하고 있는 정치권 때문이 아닌가? 탐욕과 야심을 위해 이 나라를 만신창이로 찢어 놓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사익을 위해선 번개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국민들을 위해선 굼벵이 보다 느리고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추악한 꼴 때문이 아닌가?

국가정보원은 스스로 법을 어겼다. 국가 기관임을 스스로 부정해 버렸다. 인권을 탄압한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기는커녕 여론을 조작하고 불리할 때면 분단에 뒤집어씌우는 짓을 밥 먹듯 하고 있다. 18대 대선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음해한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고도 박근혜 정권이 합법적 정권이라 할 수 있겠는가? 국민 한 사람의 소중한 투표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어버린 세계적 웃음거리를 어떻게 수용하란 말인가? 대통령이라도 불의와 부정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물러나야 할 일인데 하물며 정권의 태생 자체가 불법을 저지르고 그것에 힘입어 생긴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박근혜 정권은 연일 매 주 모이는 촛불들을 우습게 여기지 마라.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막으려 한다면 수많은 국민들과 해외 동포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독재자의 종말을 통해 배우길 바란다.

훼손된 민주주의는 반드시 회복 되어야 한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한 생명에 이르기까지, 이 땅 구석구석까지 실현 되어야 한다. 우리 4대 종단 종교인들은 이 일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투쟁해 갈 것임을 밝힌다.

•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정원을 해체하라!
• 박근혜 정권은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2013년 8월 1일.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광주지역 4대 종단 종교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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