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동아대학교 학생 시국 선언
국정원과 경찰의 불법적 대선개입 사태에 대한 동아대학교 인문과학대 학생회ㆍ단대운영위 시국선언문
서울대 총학생회의 성명 발표로 촉발된 일련의 시국선언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위태로움을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고비를 마주할 때마다 제 목소리를 냈던 선배들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 민주주의의 위기는 우리 삶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되었는가.
2013년 6월 14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공직선거법ㆍ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공직선거법ㆍ경찰공무원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결과발표문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각종 선거과정에서 합법적 직무범위를 일탈하는 활동을 수시로 지시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ㆍ불리하도록, 범죄혐의 유무를 왜곡하는 수사결과발표문을 작성ㆍ배포케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 조직에게 인터넷 공간에서 ‘북한 및 종북세력에 대한 대 처 명목’으로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해 지지ㆍ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심리전단 사이버 팀 요원들은 지휘체계에 따라 이슈 및 논지를 하달받고 각자 담당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수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며 추천ㆍ반대 클릭 등의 사이버 활동을 조직적으로 수행했다.
세종시, 4대강 사업, FTA, 제주 해군기지 등 주요 국정 현안에 관해 정부 입장을 옹호하고 이에 반대하는 야당 및 시민사회를 비방하는 정치개입과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제도권 진입 시도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후보자를 비방하는 선거개입이 이들의 활동 내용이었다.
대통령 선거 수일 전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수사를 담당한 수서경찰서장에게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보도자료 배포 및 브리핑을 지시했고 대선 전까지 수서 경찰서 수사팀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물 회신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방해했다.
선거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제도적 수단이므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특정 집단 및 개인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때문에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기관은 법에 의해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다. 그럼에도 국정원과 경찰은 선거에 필요한 정보를 조작함으로써 대선의 공정성을 침해했다. 민주주의가 다시금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휘청거리는 지금, 국민들의 반응은 전과 같지 않다. 시국선언이 전 국민적 저항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국민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1987년 6월 항쟁에 의한 직선제 개헌은 민주주의의 도입을 위해 싸운 국민들의 승리였다. 하지만 도입된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 원리의 작동을 사회ㆍ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의 진전에도,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민주주의는 국민들에게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관계 아래 무기력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고 권력집단은 국민들의 무관심을 발판으로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에 우리는 앞선 시국선언들의 요구에 지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의 확장과 발전을 주장한다.
“국민이 모든 권력의 주인이다.” 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은 국민으로 하여금 지금과 같이 매 선거마다 자신의 권리를 위임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투표용지가 아니라 국가의 주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눈앞에 보이는 사건의 해결로 종결되어선 안 되며 국민주권 실현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사법부는 이번 사태의 관련자 및 책임자를 구속하고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라.
하나. 국정원과 경찰의 정치개입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민주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정부와 입법부는 국정원과 경찰을 민주적으로 개혁하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도록 정책 및 제도적 수단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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