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변호사 646인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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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문>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헌정질서 파괴행위이다!
오늘 우리는 비통함에 떨며 이 자리에 섰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그 이후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정부·여당의 행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만 의하더라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기 위하여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치적 게시글 등을 작성하고 찬반행위를 하도록 지시하여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의 이번 사건은 과거 3.15. 부정선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공권력과 돈으로 폭력적이며 직접적으로 부정선거가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교묘한 여론조작으로 표심을 흔드는 것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검찰은 또한 지난 대통령선거 투표일 이틀전에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선거개입 정황이 없다는 수사결과를 전격 발표한 것 역시 외압에 의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경찰 역시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이러한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은 국민에 봉사하여야 할 국가기관이 정권을 위한 사조직으로 전락한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권력유지를 위해서라면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질서마저 무시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뭉쳐진 추한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여기서 멈추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직접 불법행위를 자행한 국정원 직원들과 경찰들에 대해서는 모두 불기소한 것이 전부였다.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에서 대통령선거 투표일 전전날 수사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발표하도록 하였는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여론조작 행위를 하도록 한 배후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미흡한 검찰수사결과에 더하여 국정원과 여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남북정상회담대화록 공개로 국정원 사건을 덮으려는 치졸한 술수까지 펴고 있으나 이마저도 거짓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들은 명심하여야 한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보듯이 민심을 외면하고 일시적인 술책으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미봉책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임을.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들이 피를 흘리며 쌓아온 가치임을.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오늘 우리는 국정원 선거개입사건과 이를 덮으려고 했던 경찰의 사실왜곡행위를 전대미문의 ‘헌정질서 파괴행위’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를 덮으려고 하는 국정원과 여당의 물타기 행위 역시 국민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지금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촛불을 들 때이다. 우리는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국민과 함께 나갈 것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1. 국회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충실히 진행하여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라.
1. 사건의 축소 은폐 무마에 관여한 법무부, 검찰, 국가정보원, 경찰청의 관계자를 즉각 문책, 처벌하라.
1. 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도록 국가정보원법을 즉각 개정하라.
1.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2013. 7. 4.
국가정보원에 의한 헌정질서 파괴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법조인 646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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