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시립대학교 학생 시국선언문
대한민국이 세워진 이래로 많은 이들이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피를 흘렸습니다. 그러나 2013년 현재, 피 흘려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중대한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국가권력기관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는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여당과 함께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종북좌파'를 차단한다는 명목 아래 국정원 직원들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국정원 직원들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인터넷 댓글 등으로 선거 개입을 자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국내 정치는 물론 대학가의 동향까지 사찰하였고, 대학생들의 열망이자 이명박 정권의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 정책을 '종북의 공세'로 매도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지속했습니다. 국정원이 국가안보기관이 아닌 권력안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한 것입니다. 그들의 행위는 위법을 넘어 민주주의의 가치를 송두리째 유린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자유와 평등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법치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후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거세지자,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이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국가 기밀문서이자 대통령 기록물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수구언론과 함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NLL 포기'로 해석하고 정쟁화 하였습니다. 이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며, 스스로의 정치적 실리를 위해 국가의 기밀을 온 세상에 알린 충격적인 행위입니다. 더욱이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민을 '어리석은 백성'으로 간주하여 기만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입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문제가 본인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해 "국정원에서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라"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그러한 태도를 아주 잘 보여주는 발언입니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의 권영세 상황실장(현 주중대사)과 김무성 선대본부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기관의 불법행위를 규탄하는 시국선언과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는 자신이 간여할 바가 아니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유기이고,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또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국정원 선거 개입 및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한편,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조사하려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은 민주당 측의 특위 위원 자격 시비(是非)를 제기하며 국정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일부 언론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의견차이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NLL문제에 초점을 두어 보도함으로써 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선거개입과 NLL문제는 별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두 문제 모두 국정원의 불법행위로부터 야기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정원 사태에 대한 철저한 국정조사와 국정원 개혁이 필요합니다. 또한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은폐하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회 원리입니다. 민주주의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이 모두 수호해야할 대한민국의 큰 원칙입니다. 어떤 진보도, 어떤 보수도 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 원칙을 유린하거나, 유린하는 행위를 옹호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이념과 원칙을 지키고 그것에 따라 사회가 운영되도록 힘쓰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정원 국정조사와 개혁에 관한 문제는 여-야와 진보-보수를 넘어 철저하고 정확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민을 기만하면서도 반공의 이데올로기로 모든 만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이념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숱한 피와 함성으로 전진시켜온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하는 것은 이 기로 위에 서있는 우리들 자신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의 구현을 목표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이들의 희생이 값진 것임을 잊지 않고 그들의 뜻을 존중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는 국가권력의 남용과 불법행위로 민주주의의 이념과 원칙이 유린당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것입니다. 이에 서울시립대학교 학생 일동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국정원은 자신들이 행한 불법 행위를 또 다른 불법 행위로 가리는 행위를 중단하고, 지난 과오를 사과하고 반성하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
○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방해하지 말고 적극 협조하여 국정원 개혁이 완수될 수 있도록 힘써라!
○ 국정원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수구언론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를 중지하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앞장서라!
○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가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라!
○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 새누리당은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고, 함께 뜻을 합쳐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개혁을 실시하라!
서울시립대학교 일반학생 201명 일동
[서명 학생 명단] (가나다순)
강민수(경영학부), 강별(국사학과), 강유나(건축학과), 강주희(건축공학과), 강준혁(경영학부), 강지민(국어국문학과), 강평화(국사학과), 강혜민(국사학과), 고명곤(철학과), 고수민(국사학과), 고지수(자유전공학부), 구현재(물리학과), 국영주(물리학과), 권령빈(영어영문학과), 권연화(철학과), 김강산(국어국문학과), 김경원(환경공학부), 김경태(컴퓨터과학부), 김근우(경영학부), 김다영(중국어문화학과), 김대영(건축학과), 김미현(국사학과), 김민경(행정학과), 김민아(국제관계학과), 김범주(화학공학과), 김병구(국사학과), 김병철(국어국문학과), 김수용(철학과), 김승경(도시공학과), 김아리(건축학과), 김여명(경영학부), 김영실(건축학과), 김영주(경영학부), 김영천(세무학과), 김예슬(국사학과), 김예진(경제학부), 김용휘(국사학과), 김은정(국사학과), 김은정'(국사학과), 김인원(국사학과), 김재원(국사학과), 김재현(국어국문학과), 김종익(경제학부), 김주연(철학과), 김준용(화학공학과), 김지훈(국제관계학과), 김진재(국제관계학과), 김태민(건축공학과), 김하은(국사학과), 김현진(국사학과), 김환표(토목공학과), 김환희(환경공학부), 나재헌(철학과), 남경한(철학과), 남기현(도시공학과), 남성진(세무학과), 노은비(철학과), 문예지(국제관계학과), 박강민(국사학과), 박경난(국사학과), 박경남(국사학과), 박광덕(국사학과), 박광호(국사학과), 박규현(경영학부), 박미진(신소재공학과), 박소영(국사학과), 박소은(국어국문학과), 박수현(경영학부), 박슬기(경영학부), 박승아(철학과), 박예슬(행정학과), 박용우(음악학과), 박우희(철학과), 박재욱(건축학과), 박주영(화학공학과), 박진(건축학과), 박진수(국어국문학과), 박채영(경영학부), 박하현(생명과학과), 박현진(국제관계학과), 박형준(세무학과), 방유식(행정학과), 배한결(행정학과), 빈경태(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서동권(스포츠과학과), 서동휘(철학과), 서영범(국사학과), 서주훈(국사학과), 서해일(건축학과), 서형주(철학과), 설영환(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손우주(철학과), 손하민(중국어문화학과), 송강수(국사학과), 송병훈(세무학과), 송윤아(국사학과), 송주태(생명과학과), 송진영(국제관계학과), 송진영(사회복지학과), 송채현(경영학부), 신동석(물리학과), 신무주(도시공학과), 신수진(국어국문학과), 신초희(스포츠과학과), 안민섭(건축학과), 안시라(행정학과), 야나노세 구니히로(물리학과), 양범모(도시공학과), 양웅호(건축학과), 오동환(행정학과), 오선아(국어국문학과), 오성민(경영학부), 오승준(세무학과), 우문식(국어국문학과), 우정아(환경공학부), 우형호(화학공학과), 우혜원(경영학부), 원준석(국사학과), 육예지(철학과), 이가은(도시사회학과), 이건아(국사학과), 이능로(경영학부), 이동학(경영학부), 이동형(국어국문학과), 이문규(건축학과), 이미령(도시사회학과), 이병무(도시사회학과), 이상명(건축학과), 이상윤(도시행정학과), 이상호(건축학과), 이석환(도시행정학과), 이세형(국어국문학과), 이송화(국사학과), 이승주(환경공학부), 이승준(컴퓨터과학부), 이승하(건축학과), 이승현(건축학과), 이영현(물리학과), 이우상(중국어문화학과), 이우성(국어국문학과), 이인형(경영학부), 이자연(철학과), 이재원(경영학부), 이정민(건축공학과), 이정민(세무학과), 이정민(자유전공학부), 이정필(경제학부), 이정후(국어국문학과), 이정희(국제관계학과), 이주형(경제학부), 이지원(환경원예학과), 이지현(국어국문학과), 이지현(자유전공학부), 이한울(도시공학과), 이해성(경영학부), 임민영(건축학과), 임석찬(세무학과), 임성철(자유전공학부), 임윤영(국사학과), 임주혁(국어국문학과), 장래건(국사학과), 장수광(국사학과), 장진원(국사학과), 전수혜(건축학과), 전재운(국사학과), 정상현(국사학과), 정지택(경제학부), 정지현(도시행정학과), 정창렬(철학과), 정한별(경영학부), 정현호(경제학부), 조기현(세무학과), 조범근(행정학과), 조선해(국제관계학과), 조세연(생명과학과), 조윤식(철학과), 조이슬(건축학과), 조현철(경영학부), 조휘윤(경제학부), 채형석(국제관계학과), 천권수(철학과), 최예진(철학과), 최우혜(경영학부), 최원석(물리학과), 최현선(경영학부), 최효원(도시사회학과), 하태준(공간정보공학과), 한미연(중국어문화학과), 한세진(경영학부), 한옥규(경영학부), 한주희(건축학과), 한지원(국어국문학과), 함철민(국사학과), 함희진(국어국문학과), 허세현(철학과), 허인욱(건축공학과), 형민선(환경원예학과), 홍원민(국제관계학과), 홍혜진(환경공학부), 황대연(경영학부), 황석현(국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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