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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천주교 마산교구 사제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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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마르 4,22)

정의와 양심의 보루로서 천주교 마산교구 사제 77명은 교회 가르침 안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과 공작정치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에 대한 우리 입장을 밝힙니다.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이 긍정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민주주의 체제 그 자체가 도덕적일 수는 없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정당성과 도덕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목적들과 동원하는 수단들이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국가 권력의 성실하고 책임 있는 봉사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였고, 이를 수사한 서울 경찰청의 발표가 허위였다는 것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은 이러한 국기문란 행위를 덮기 위해 국가기밀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여 또 다른 국기문란 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더구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발언을 통하여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12월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하고 그것을 대통령 선거와 이후의 정치에 이용했다는 사실에 하느님의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제로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민주주의와 국기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많은 이들이 피와 희생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고 우리 사회의 신뢰와 합의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 언제나 역사와 함께 했던 교회에 대한 도전이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진실 규명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끝이 보이지 않는 침묵과 소모적 논쟁 그리고 온갖 핑계로 발뺌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 정부의 뿌리가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연장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하느님의 정의를 두려워하십시오! 귀를 열고 들으십시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이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면 4?19 혁명, 부마항쟁, 6월 항쟁과 같은 민주 시민의 항거에 부딪히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마십시오!

이에 우리 마산교구 사제 77명은 신앙의 양심과 경고를 담아 박근혜 정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2. 국정원의 남북정상 대화록 불법공개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3.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이 남북정상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경위를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4.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같은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대책을 밝혀라.

2013년 7월 29일

천주교 마산교구 신부 77인

강병모, 강철현, 고태경, 곽준석, 김국진, 김길상, 권기덕, 김영식, 김용민, 김정훈, 김종봉, 김유겸, 김인식, 김정우, 김종원, 김종필, 김종훈, 남경철, 남영철, 박영진, 박인수, 박재우, 박창균, 박태정, 박혁호, 박철현, 박호철, 배진구, 백남국, 백남해, 신호열, 여인석, 윤행도, 이상원, 이성렬, 이성현, 이승홍, 이원태, 이재영, 이정근, 이제민, 이주형, 이중기, 이현우, 임상엽, 임성진, 임효진, 전병이, 정연동, 정진국, 조정제, 차광호, 최재상, 최권우, 최동환, 최문성, 하춘수, 한주인, 최훈, 최태준, 함영권, 허성학, 황병석, 황인균, 이강현, 김현우, 이동진, 이상록, 이수호, 김호준, 손권종, 신명균, 이우진, 오승수, 유청, 임해원, 정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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