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천주교 부산교구 2차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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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 수도자 시국 선언문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너희는 슬퍼하며 울게 될 것이다.”(루카 6,26)

지난 7월 25일,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121명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과 서울 경찰청의 사건 은폐와 허위 발표 그리고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입수 및 선거 이용, 국기문란 행위를 덮기 위해 대화록을 불법 공개한 국정원에 대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대통령 사과를 엄중히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국정조사 때 보여 준 청와대와 새누리당 그리고 당사자인 국가정보원과 경찰 관계자들의 침묵과 거짓증언, 증언 거부와 자기 합리화 등의 모습은 진실 규명을 바라던 모든 국민을 분노케 하였습니다.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대선 개입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정보원은 ‘대북심리전’이라 주장함으로써, 상대 대통령 후보와 그를 지지한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국가의 안녕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민의 정보기관이 오히려 국민 갈등과 분열에 앞장서고 있으니 어찌 이를 ‘국민의 정보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까? 불법 행위와 거짓 증언이 드러났고 지금도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회개와 쇄신은커녕 온갖 정치적 행위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의도는 무엇입니까? 무엇을 덮고, 무엇을 감추려 합니까?

“권위의 힘은 도덕 질서에서 비롯된 것이지 독단적인 의지나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96항)라는 교회 가르침처럼, 국가 공권력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자신하는 정부라 한다면 대통령과는 관련이 없다는 식의 성의 없는 대답과 대선불복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중차대한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하지 않습니까?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하지 않습니까?
민주주의가 정당성과 도덕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목적들과 동원하는 수단들이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 권력은 성실하고 책임 있는 봉사를 해야 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07항.411항)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그러한 진정성과 의지가 있습니까? 진리와 도덕성이 없는 민주주의는 결국 ‘전체주의적 독재’로 갈 수 밖에 없는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 2000년 역사와 지난 세기의 역사는 그리스도교 진리를 위하여 순교한 사람들, 곧 복음에 토대를 둔 믿음, 바람, 사랑을 증언한 사람들”(간추린 사회교리 570항)로 가득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의 역사이자 정체성입니다. 교회가 현재와 미래에도 역사 안에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 진리를 선포하는 예언자 사명을 살아야 하는 이유와 하느님께서 교회를 창조하신 이유 그리고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진리를 거스르는 것은 진리를 위해 역사와 함께 했던 교회에 대한 도전이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악입니다.

그러므로 신앙과 양심이 있는 모든 분에게 호소합니다.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 질서의 요구나 인간의 기본권 또는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국민들은 양심에 비추어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99항)는 교회 가르침에 귀를 열고 들으십시오.

불의가 아닌 정의 편에 서야 합니다.
거짓이 아닌 진실 편에 서야 합니다.
죽음이 아닌 생명 편에 서야 합니다.
사람이 아닌 하느님 편에 서야 합니다.

다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엄중히 요구합니다. 하느님의 정의를 두려워하십시오!

대한민국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에 먼저 책임지십시오.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의 책임자로서 국가정보원, 경찰, 새누리당의 불법 행위에 대해 먼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십시오. 철저하고 공정한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을 실시하십시오.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사법처리하십시오. 그리고 국가정보원을 개혁하십시오.

이것만이 진리와 도덕성 위에 국가 공권력이 정통성을 지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마십시오.

2013년 9월 9일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1·2차) 162인 및 수도자 715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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