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천주교 원주교구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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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마태 10,26)

천주교 원주교구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따라 생명, 정의, 평화의 가치를 존중하며, 여러 차례 고난과 시련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수행하며 한국 사회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정원 정치개입 사태 및 이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보면서 참담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부패와 억압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부정한 권력에 대해 또한 그런 권력에 기대어 왜곡 보도의 첨병 역할을 하며 국민과 진실의 편이기를 거부한 많은 언론사에 대해 진정 낮은 자세로 국민들 앞에 겸허히 반성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합니다. 이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여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백주년 46항)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훼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정치적 부패와 정보의 독점입니다. 정치적 부패는 한 사회의 윤리적 원칙과 사회정의 규범을 한꺼번에 짓밟는 것이고, 정보의 독점은 시민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참여를 왜곡시킵니다. 부패와 정보독점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 없이는 참다운 민주주의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적 정치개입 사건과 이를 수사한 경찰청의 허위 발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국가기밀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여 국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 또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하여 그것을 대통령 선거와 이후의 정치에 이용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숨기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언론의 태도를 보면서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제로서 차마 침묵하고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인식하며 이에 <민주주의> 그 이름을 다시 부르려 합니다.

우리 천주교 원주교구 사제들은 진실과 정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현 정치상황을 바라보면서 신앙의 양심과 경고를 담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힙니다.

-.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축소와 은폐에 관여한 책임자를 신속히 규명하고 처벌하라
-. 집권당은 현재 파행 중인 국정원 국정조사를 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 정부는 국정원 정치개입 차단을 포함한 국정원 전면 개혁을 국민 앞에 제시하라.
-. 정부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범법행위를 국민 앞에 사과하라.
-. 언론인들은 보도통제, 자기검열을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말하는 언론으로 거듭나라.

2013년 8월 15일
일제의 식민통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 사제 57인
신현봉 최기식 안승길 김종인 조규남 이규영 박무학 박용식 김영진 김승오 백승치 배은하 조규정 장석윤 신현만 김한기 김창수 박홍표 심한구 김하수 유충희 배달하 박흥준 박영수 백인현 위종우 배도하 김민규 이재희 최종복 백학현 김현수 신동걸 이동훈 최영균 배하정 김기성 장수백 박준혁 배현하 전덕중 장원용 유영진 고은락 서동신 성호영 양희정 안경진 이규준 박병옥 심상은 최종권 권호범 이희선 김대중 성원경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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