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천주교 제주교구 시국 선언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아모 5,24)
1.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정치에 있어서 민주주의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며 ‘원칙 없는 민주주의는 역사가 증명하듯이 위장된 전체주의로 변한다’(백주년, 46항)고 경고합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 그 자체가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목적들과 동원하는 수단들이 민주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권력의 사용에 있어서 윤리와 도덕을 엄격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사태는 민주주의와 국가권력의 심각한 불의와 불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과 남북대화록 공개 등 정치적 개입과 그에 대한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을 지켜보면서, 올바른 민주주의 양심을 가진 모든 국민과 함께, 그리고 천주교 전국 교구와 함께 천주교 제주교구도 국가권력의 심각한 사태를 우려하는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습니다.
3. 국가정보원은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다양한 불법적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수사한 서울 지방경찰청 역시 대선 직전 허위발표를 통해, 국가정보원의 불법선거 개입을 무마하려 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국가기관의 이러한 불법선거 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국가적 범죄행위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 공개함으로써 자신들의 대선개입 사실을 덮어버리고 위장하려는 정치공작을 일삼았던 것입니다. 이는 심각한 국기문란 사태이고 민주주의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한 불법이며 국민을 속이는 큰 죄악입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국가정보원의 불법과 불의를 감추고 그에 대한 국정조사까지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으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허탈감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4.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자를 문책하며, 국정원의 참신한 개혁을 단행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작금의 사태 해결에 즉각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의 더 큰 심판에 직면할 것임을 직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과 수도자연합회는 국가정보원 사태의 해결과 이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용단을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합니다.
2.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국가정보원의 불법과 불의에 대하여 국민 앞에 진심 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국가정보원의 효과적인 개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힐 것을 촉구합니다.
3. 국정원 사건에 대한 주요 언론사들의 불공정한 보도에도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주요 언론사들은 국정원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활동을 공정하게 보도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3년 8월 27일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 : 김창훈, 허승조, 이대원, 고승헌, 임문철, 양영수, 양명현, 김석순, 고남일, 윤성남, 남승택, 서웅범, 이영조, 백기태, 이시우, 고병수, 양요왕, 김영태, 현경훈, 조원필, 강형민, 김석주, 최철영, 방부현, 문창우, 송동림, 현요안, 현문권, 허찬란, 이규섭, 현성훈, 한재호, 장동준, 이찬홍, 홍석윤, 부영호, 김규동, 황태종, 우직한, 최성환, 이동철, 현문일, 임남용, 김태정, 김형민, 신동화, 이종석, 양창조, 이승협, 조신홍, 홍윤학
수도자 : 양운기, 서영주, 이철선, 이상철, 정용녀, 채문희, 김희순, 김혜정, 강재인, 이명숙, 김명아, 고명희, 김안나, 오인영, 김경미, 조정희, 고유미, 장성애, 안혜영, 김민선, 강미선, 이안나, 박미숙, 최성희, 홍세나, 이재순, 백경자, 김이옥, 이지연, 권영희, 서희숙, 최은주, 김정순, 이희규, 박명옥, 전옥순, 김경임, 이정자, 김해경, 박성인, 신경옥, 홍경희, 최영신, 천미혜, 박은영, 박정호, 박영선, 옥덕이, 양정애, 양삼순, 최성영, 최선주, 김은희, 박정임, 최희설, 이민자, 변선주, 구영희, 노은숙, 여수진, 안명화, 김남희, 이순심, 이광희, 최숙자, 박애란, 강현자, 김정숙, 황우달, 전애자, 백숙희, 양경, 김진영, 박복례, 장순희, 최귀화, 강성숙, 조효래, 김은지, 공성애, 함혜은,길정순, 황미영, 김수경, 박선애, 박미영, 김현립, 양천혜, 최명자, 김경숙,강순열, 오옥녀, 김보리나, 송미란,이행숙,김세은, 장규순, 채혜선,이순덕, 양정일, 최영락, 김현주, 김지혜, 김순희, 변경일, 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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