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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천주교 청주교구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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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특검을 요구하는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 119인 시국선언

“아 너희, 공정을 쓴흰죽으로 만들어 버리고 정의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자들아!” (아모 5,7)

교회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대하여 “민주주의 제도가 국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해주는 한, 신자들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어야 한다”(<백주년> 46항)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존중하며 이 정치체제가 날로 발전하여 국민들이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는 부정선거와 군부의 쿠데타 그리고 독재로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유와 인권의 억압으로 이어졌고 사회는 정의롭지 못한 이들에 의해서 지배되었습니다. 이 민주주의 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아픈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는데 다시금 공권력과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부정한 선거가 치러지고 말았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였고, 이를 수사해야할 경찰은 허위 수사결과를 국민들에게 발표했습니다.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내용이 국정원에 의해서 불법 유출되었고, 새누리당은 이를 지난 대선에 부정한 방법으로 활용하였습니다. 너무나 자명한 불법행위이며 민주주의 파괴행위입니다.

국정조사를 통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했지만 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이들에게서 반성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뢰배들의 모습을 보았을 뿐입니다. 더 나아가 정치권의 무능력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청주교구 사제들은 깊은 반성을 합니다. 세상이 다시 독재의 시대로 회귀하는 줄도 모르고 현실에 안주하였고,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어려움에 진심어린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하였고, 거대한 사회악이 다시 국민들을 기만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무관심했습니다. 정의를 외면한 사람들이 우리 사제들이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사제들이고,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사제들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오늘 세상의 불의와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우리 사제들을 꾸짖고 계십니다. “나는 그들에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 하고 선언할 것이다.” (마태 7,23)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라는 주님의 말씀을 다시 가슴에 새기며 현 시국에 대하여 입장을 밝힙니다.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 119인은 총체적인 부정과 부패가 국가의 핵심 공권력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공권력은 국익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봉사해야 하지만 부정한 정치세력의 손에 들어가면 거꾸로 국민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도구로 쓰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국민의 봉사자가 되어야지 국민의 지배자로 군림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국정원 사태를 통해서 국가 공권력이 국익과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을 시행하고, 특검을 실시하여 국정조사 때 밝혀내지 못한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이에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 119인은 신앙과 양심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특검을 실시하여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
2.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
3.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경위를 철저히 밝혀라.
4.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개혁 방안을 국민에게 밝혀라.
5. 국정원 사건에 대한 주요 언론사들의 불공정한 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국정원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활동을 공정하게 보도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8월 29일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 119인 일동

강성호, 김경환, 김세빈, 김학봉, 박민호, 박헌일, 강연철, 김권일, 김영수, 김한수, 박세호, 박호성, 강찬석, 김기용, 김영현, 김형민, 박영봉, 석근웅, 강희성, 김남오, 김용일, 김훈일, 박용근, 석현일, 견혁, 김대섭, 김인국, 나정흠, 박용수, 손병익, 곽동철, 김병찬, 김재정, 류재은, 박인용, 송홍영, 구윤회, 김상현, 김정민, 민광호, 박정식, 신동운, 권상용, 김선복, 김종강, 박규성, 박종수, 신성국, 권상우, 김선영, 김지수, 박동규, 박진성, 신성근, 권진원, 김성우, 김진철, 박동순, 박치영, 신순근, 신황식, 윤병훈, 이성재, 정상기, 최광조, 최종훈, 안광성, 윤창호, 이승용, 정용진, 최문석, 최준하, 양선규, 이건희, 이원순, 정효준, 최법관, 최현규, 양윤성, 이경호, 이재민, 조덕희, 최상훈, 추윤석, 엄은혁, 이길왕, 이제현, 조병환, 최승환, 한지수, 연용모, 이동식, 이준연, 조성학, 최용석, 한필수, 연제식, 이명재, 이중섭, 조정현, 최인섭, 홍학준, 우상일, 이범현, 이현태, 조중희, 최정묵, 김상수, 유재훈, 이상백, 이효종, 조창희, 최정진, 서정혁, 윤기국, 이선찬, 정구용, 주영일, 최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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