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충남대학교 교수 시국 선언
지난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및 선거개입은 우리의 헌법 1조에서 내세우고 있는 민주 공화국의 정체를 부정하는 중대사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에 앞장섰던 원세훈 전(前)국가정보원 원장을 불구속처분하면서 사태를 엄중히 조사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국민들의 잔잔한 가슴에 분노의 저항을 지피우고 있다. 자숙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오히려 한술 더 떠 국가의 기밀사항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과 김정일 전국방위원장과의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나누었던 NLL(북방한계선) 문서를 폭로하면서 그들의 정치개입 및 선거개입에 대해 전형적인 물타기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즉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앞장서야 할 국가기관이, 그중에서 가장 핵심인 국가정보원이 민주주의를 뿌리 채 훼손하는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증거인멸, 조사 방해, 나아가 정상회담 대화록과 같은 국가기밀문서를 왜곡하여 여당에 흘리는 불법 공작 정치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국가정보원이 설치되어 4년여를 운영해 온 심리전담반의 심리전쟁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조작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어렵게 진행된 지금까지의 선거개입 및 정치개입을 한 조사만으로도 수십명의 전담요원이 수천, 수만의 댓글 등을 통해 지난 대통령선거에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개입하였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지금 많은 시민, 대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양심세력들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들끓고 있는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 우리는 다소 늦었지만 헌정 질서를 바로 잡고 이명박 정권 이후로 짓밟힌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가 통탄할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김용판은 이 선거개입의 사건을 왜곡, 축소, 나아가 증거 인멸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관련자들을 기소하지도 않고 오히려 공익제보한 전 현직 직원들을 기소하는 본말전도의 눈치보기 수사, 아전인수 수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남녀 대학생들까지 나서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외치고 있는 지금, 자유 민주주의, 원칙과 질서를 내세우던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가? 침묵이 원칙과 신뢰일 수 없으며 묵인과 방조로 나아가 국가정보원의 만행을 비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모름지기 훼손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1차적 책임은 국정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임무를 가진 우리교수 일동은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와 법치를 뿌리 채 흔드는 심각한 도발로 규정하고 단호한 자세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국가안위의 막중한 임무를 띤 국가기관의 본분을 망각하고 중대한 불법 행위를 자행함으로서 선거무효의 원인제공을 한 국가정보원을 해체하라.
2.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헌정 기본질서 문란과 새누리당의 물타기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철저한 진상 조사,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라.
3. 검찰과 경찰은 권력의 눈치 보기 나아가 적극적인 영합의 자세를 지양하고 발본색원의 자세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임하라.
4. 조중동은 견강부회로 진실을 호도하여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언론으로서의 양심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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