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양대학교 교수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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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생사의 기로에 있다. 4월 혁명,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으로 면면이 이어져 오며 이 땅의 민중들이 피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은 채 권력자와 국가기관에 의해 철저히 유린 당하고 있다.

국정원이 막대한 조직력과 정보력을 이용하여 대선에 개입하여 여론을 조작하고 전방위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작정치를 단행하였으며, 경찰은 선거개입을 축소은폐하였고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를 불허한 채 탄압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반민주적 폭거이자 역사의 수레바퀴를 군사독재정권 시대로 되돌리는 퇴행이다.

지난 14일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축소은폐가 엄연한 사실로 드러났다. 게다가 국정원은 4대강 사업,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반값등록금 여론 차단 등 굵직한 사건마다 여론 조작을 감행하고, 보수단체, 경제 관련 단체들까지 동원하여 반대 여론을 조작하고 직접행동을 조직하면서까지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었던 공작정치를 자행하였다.

경찰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인지하고도 조직적으로 축소하고 은폐하였으며, 김기용 전 서울경찰청장은 국정원 댓글녀 오피스텔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막기까지 하였다.

지금 경찰은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신청한 집회를 계속 불허한 채 서너 명만 모여도 불법집회를 한다며 사지를 붙잡아 격리시키고, 방석이나 깔개마저 빼앗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근간이다. 국가기관이 나서서 국민의 주권이 행사되는 선거에 개입하여 이를 조작하고 은폐하였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그 근본에서부터 파괴하였음을 의미한다. 언론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 제21조가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마저 원천봉쇄당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말과 생각과 표현, 행동의 자유를 모두 통제하자는 것이다. 이런 모든 사례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사망 직전에 있음을 뜻한다.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자는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이지만, 그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사건과 관련하여 권영세 박근혜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과 통화한 의혹을 폭로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대선 3차 TV토론 당시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 운운하며 이를 네거티브에 불과하다고 말하였고, 사실로 판명된 현금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당은 색깔론과 NLL로 물타기를 하고 있고, 황교안 법무 장관은 검찰에 압력을 넣어 사건을 축소, 조작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모두가 나서서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정원 대선 개입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건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그에 따라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국정원은 이번 사건에 관여한 모든 이들을 징계하고 심리정보국 등 관련 기관을 폐쇄해야 한다.

국회는 즉시 국정조사를 실시하여 국가권력의 조직적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사찰, 공작 정치를 항구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 및 법안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 내란과 맞먹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헌정질서가 유린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아 더 이상 상아탑에 안주만 할 수 없다. 경제적 민주화를 달성해야 할 시점에 수십 년에 걸쳐 시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정치적 민주화마저 군사 독재정권 시대로 퇴행하는 사태를 좌시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시대를 성찰하는 지식인으로서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헌정질서가 유린된 위급상황으로 규정하고 분연히 일어나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대내외에 선언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라!
  2. 여당은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3.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구속하라!
  4.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사찰, 공작정치를 영구히 막을 제도 및 법안 개혁을 단행하라!
  5. 헌법에 명시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



2013년 6월 25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한양대 교수 일동

강성태, 공구, 김명수, 김상현, 김용헌, 김태용, 김현식, 김호영, 김홍균, 김희근, 류수열, 류웅재, 민찬홍, 박규태, 박성호, 박종일, 박찬승, 백두진, 서경석, 송시몬, 신영전, 유성호, 윤성호, 윤영민, 이광철, 이도흠, 이석규, 이승수, 이재복, 이준형, 이현복, 이현우, 이훈, 전성우, 전형필, 정대호, 정병호, 조율희, 최보율, 최형욱, 탁선미, 피종호, 한문섭, 한홍열, 허선, 황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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