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다3170
손해배상(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다3170, 판결] 【판시사항】 [1]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않고 발행한 선하증권의 효력(무효) 및 이러한 법리는 운송물이 이미 수하인에게 적법하게 인도된 후 발행된 선하증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상법 제854조 제2항에서 말하는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의 의미 [3] 수하인이 목적지에 도착한 화물에 대하여 운송인에게 인도청구를 한 후 운송계약에 따라 선하증권이 송하인에게 발행된 경우, 선하증권을 소지한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새로 운송물에 대한 인도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상법 제852조, 제853조, 제854조 [2] 상법 제854조 [3] 상법 제139조, 제140조 제2항, 제815조, 제852조, 제853조, 제85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3다5535 판결(공2005상, 633),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47585 판결(공2008상, 567) / [3] 대법원 2003. 10. 24. 선고 2001다72296 판결(공2003하, 2239)
【전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코리아로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성원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에이.피.묄러 머스크 에이/에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김창준 외 4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2. 11. 30. 선고 2012나327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및 제2점에 대하여
가. (1)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데,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이고(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3다5535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4758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운송물이 이미 수하인에게 적법하게 인도된 후에 발행된 선하증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상법 제854조는 제1항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개품운송계약이 체결되고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제2항에서 “제1항의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하여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보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854조 제2항은 제1항에서 정한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의 법률관계와 달리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를 보호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유통성 보호와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이란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운송인과 송하인을 제외한, 유통된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아니한 해상운송에서, 수하인은 운송물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는 송하인의 권리가 우선되어 운송물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가 없지만(상법 제815조, 제139조), 운송물이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수하인이 그 인도를 청구한 때에는 수하인의 권리가 송하인에 우선한다(상법 제815조, 제140조 제2항).
위와 같은 법리들을 종합하여 보면, 수하인이 목적지에 도착한 화물에 대하여 운송인에게 인도 청구를 한 다음에는, 비록 그 후 운송계약에 기하여 선하증권이 송하인에게 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을 소지한 송하인이 운송인에 대하여 새로 운송물에 대한 인도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는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0. 24. 선고 2001다72296 판결 참조).
(2)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며(민사소송법 제202조), 원심판결이 이와 같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법원을 기속한다(같은 법 제432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아래와 같은 취지의 사실들을 인정하였다. (1) 대한민국의 ‘스카이 트레이딩(SKY TRADING)’은 요르단의 ‘소외인’에게 차량부품을 수출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수출화물이 적입된 컨테이너 3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의 운송을 의뢰하였다. (2) 이에 원고는 2010. 2. 16.과 같은 해 3. 11. 및 6. 11.경 대한민국의 부산항에서 요르단의 아카바항까지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피고에게 위탁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3) 피고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2010. 2. 22., 같은 해 3. 12. 및 6. 12.경 이 사건 화물에 관한 해상화물운송장(이하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이라 한다)을 발행한 다음,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아카바항까지 운송하였다. (4) 이 사건 화물이 2010. 4. 5., 같은 해. 4. 19. 및 7. 20.경 목적지인 아카바항에 도착하자,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에 기재된 수하인으로서 원고의 요르단 현지 대리인인 ‘알-사라야 쉬핑 주식회사(AL-SARAYA SHIPPING CO., LTD)’ 및 ‘블루 웨일 쉬핑 서비스 주식회사(BLUE WHALE SHIPPING SERVICE CO., 이하 위 둘을 합하여 ‘이 사건 수하인들’이라 한다)’는 운송인인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인도를 요청하였다. (5) 이에 피고가 이 사건 수하인들에게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를 발행하여 주었고, 이 사건 수하인들은 2010. 4. 7., 같은 해 4. 23. 및 7. 25.경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하여 이 사건 화물을 반출함으로써 인도받았다. (6) 그 후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이 위와 같이 이미 이 사건 수하인들에게 인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착오로 2011. 4. 1.경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하여 주었다.
다. 먼저, 이 사건 선하증권의 발행 당시 이미 이 사건 화물이 이 사건 수하인들에게 인도되었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라. 그리고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선하증권은 이 사건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운송계약상의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후에 비로소 발행되었으므로 무효이고, 이 사건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원고는 상법 제854조 제2항에서 정한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무효인 이 사건 선하증권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 원심이 이 사건 선하증권은 무효이므로 피고가 그에 응하여 화물을 인도하지 못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거나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하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이와 같은 취지로서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법 제854조 제2항에서 정한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관한 법리나 운송인으로서의 의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선적지 비용을 지급하기 전에는 피고가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지 않기로 하는 관행 또는 묵시적 약정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관행 또는 묵시적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피고가 이를 위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 및 이에 기초한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그리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러한 약정 내지 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적지 비용을 받기 전에는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원고에게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피고가 선적지 비용을 지급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것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비록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직접 판단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판단 누락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1)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원고의 요청에 의하여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이 발행되어 그에 따라 화물운송 및 인도 절차가 이루어졌고, 또한 선적지 비용을 지급받기 전에는 피고가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지 않기로 하는 관행 또는 묵시적 약정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음은 위에서 본 것과 같으므로, 이와 다른 취지에서 피고가 선적지 비용을 지급받기 전에는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지 않는다고 기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상고이유 주장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주었다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그 발행 당시 이 사건 화물이 모두 정당한 수하인들에게 인도된 상태였으므로 그 이후 원고의 재산상태에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 발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의 소유권을 상실하거나 화물 가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무효인 선하증권의 발행 등으로 인한 손해와의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주심) 박보영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