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헌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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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헌마7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등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2014년 2월 27일 판결.


【판시사항】 가.정당해산심판절차에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40조 제1항 전문 중 ‘정당해산심판의 절차’에 관한 부분(이하 ‘준용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정당해산심판에 가처분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57조(이하 ‘가처분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준용조항은 헌법재판에서의 불충분한 절차진행규정을 보완하고, 원활한 심판절차진행을 도모하기 위한 조항으로, 그 절차보완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소송절차 일반에 준용되는 절차법으로서의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규정하여 정당해산심판의 고유한 성질에 반하지 않도록 적용범위를 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경우란, 다른 절차법의 준용이 헌법재판의 고유한 성질을 훼손하지 않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당해 헌법재판이 갖는 고유의 성질·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의 목적 및 성격의 차이·준용 절차와 대상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준용조항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가처분조항은 정당해산심판이 갖는 헌법보호라는 측면에 비추어 그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또한 가처분 결정이 인용되려면 인용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그 인용범위도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되며, 인용 시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만 정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므로 기본권 제한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가처분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효과가 있는 보다 덜 침해적인 사후적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침해최소성의 요건도 충족한다. 아울러 정당해산심판의 실효성 확보 및 헌법질서의 유지 및 수호라는 공익은 정당해산심판의 종국결정 시까지 잠정적으로 제한되는 정당활동의 자유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요건도 충족하였다. 따라서 가처분조항은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김이수의 별개의견

다른 헌법재판이나 민사소송과 구별되는 정당해산심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민사소송법령의 준용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특히 정당해산심판의 청구인인 정부가 제출하는 수사서류 대부분은 공문서이고, 이에 대한 진정성립 추정 시 정당의 방어권 행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민사소송법상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에 관한 규정은 준용될 수 없으며,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제한이나 위법수집증거와 임의성이 의심되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규정 등을 준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해석을 전제로 준용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40조 제1항 중 ‘정당해산심판의 절차’에 관한 부분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57조 【참조조문】 헌법 제8조,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제111조 제1항 제3호, 제113조 제2항, 제3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10조 제1항, 제65조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 행정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65조, 제307조 제2항, 제308조의2, 제309조, 제310조의2, 제477조 【참조판례】 나. 헌재 2000. 12. 8. 2000헌사471, 판례집 12-2, 381, 384-385헌재 2006. 3. 30. 2004헌마246, 판례집 18-1상, 402, 412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통합진보당대표자 이정희대리인 별지 명단 기재와 같음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1. 12. 13.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정당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3. 11. 5. 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고(2013헌다1), 그 사건의 종국결정 전까지 청구인의 합당 및 분당, 해산의 금지 및 소속 당원의 활동 금지 등을 구하는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을 하였다(2013헌사907). 청구인은 ①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정당해산심판절차에 관하여 증거 및 사실인정에 대하여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② 정당해산심판의 가처분 근거조항인 헌법재판소법 제57조는 이에 관한 헌법상의 근거가 없어 위헌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정당해산심판 계속 중인 2014. 1. 7. 이들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40조 제1항 전문 중 ‘정당해산심판의 절차’에 관한 부분(다음부터 ‘준용조항’이라 한다)과 정당해산심판의 가처분에 관한 규정인 같은 법 제57조(다음부터 ‘가처분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40조(준용규정) ①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 (후문 생략) 제57조(가처분)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심판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하여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피청구인의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준용조항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에 대한 형벌과 유사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이 중요하고, 탄핵 심판과도 그 절차적 성격이 비슷하다. 그런데 준용조항은 탄핵심판의 경우와는 달리 정당해산심판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일반적으로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경우 사실인정과 증거에 관하여도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준용된다. 그러나 이는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에 반할 뿐만 아니라, 적법절차원리 및 정당의 특권을 인정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 가처분조항 헌법 제8조 제4항과 제111조 제1항 제3호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에 관한 심판권을 부여하고, 헌법 제113조 제3항은 헌법재판소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입법위임을 하고 있을 뿐, 헌법에서 헌법재판소에 정당 활동을 정지하는 가처분 명령권을 부여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처분조항은 헌법상의 어떠한 수권규범도 없이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심판에서 피청구인의 활동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처분은 보통의 가처분 절차와 마찬가지로 7인의 헌법재판관이 참여하여 과반수 의결로 결정되거나, 구두변론을 거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 여부가 아닌 단순한 이익형량에 따라 결정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가처분 조항은 정당해산심판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고, 입법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성격 정당해산심판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하여 정당을 해산하는 제도로서 강제해산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제8조 제4항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 정당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그러한 정당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당해산제도를 두면서도 동시에 헌법재판에 의해서만 정당의 해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정당해산제도는 정당에 대하여 일반 결사와 달리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의해서만 해산되도록 한다는 정당보호라는 의미와, 정당이 정당 활동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헌법을 공격하여 파괴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헌법보호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정당해산제도는 정당 존립의 특권을 보장함(정당의 보호)과 동시에, 정당 활동의 자유에 관한 한계를 설정한다(헌법의 보호)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나. 정당해산심판절차 헌법재판소법은 제4장 제3절에서 정당해산심판의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심리절차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일반심판절차에 관한 제22조부터 제40조까지의 규정이 정당해산심판 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준용조항에 따라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준용된다. 한편 헌법 제113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심판에 관한 절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과 헌법재판소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 심판규칙이 제정되어 심판절차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민사소송법 및 민사소송규칙의 내용과 대체로 비슷하다.

다. 준용조항의 위헌 여부 (1) 침해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준용조항에 따라 정당해산심판절차에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할 경우, 허용되는 증거의 범위와 입증의 정도·증거채부 및 조사에 관한 심리의 내용·청구인의 공격과 구체적인 방어의 내용 및 범위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준용조항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청구인은 준용조항이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지만, 이는 합헌적인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재판청구권에 관한 주장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주장이다. 그런데 절차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성격이 강하므로, 그에 관하여는 상대적으로 폭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 특히,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의 심판절차에 적용되거나 준용될 법령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는 헌법원리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입법형성의 자유가 있는 영역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준용조항이 헌법 제27조 제1항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여 공정성을 훼손할 정도로 현저히 불합리한 입법형성을 함으로써 그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기본권 침해 여부 ① 다른 법령을 준용하는 입법방식은 불완전한 법률을 보완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서 다른 법률에 규정된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용한 입법기술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법이나 심판에 관한 규칙에 절차진행규정이 없어 헌법재판의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재판의 기능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 이에 준용조항은, 일정한 요건 아래 헌법재판소법 이외의 다른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여 불충분한 절차진행 규정을 보완하고 원활한 정당해산심판 절차진행을 도모함으로써 신속하고 적정한 재판실현을 가능하게 하여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기능을 하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② 준용조항은 정당해산심판절차에 있어 다양한 절차법 중에서도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형사소송과 행정소송 등 소송절차 일반에 널리 준용되는 일반 절차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형사소송법 제65조, 제477조,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등), 특별한 절차진행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법령에 비해 더 광범위하게 절차 미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보다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해산심판청구에서 청구인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 이외에 다른 절차법을 준용하는 것이 최선의 입법이라거나 당사자에게 항상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예컨대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할 경우 압수와 수색 등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할 경우 취할 수 없는 증거방법이 활용되는 등 오히려 청구인에게 불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준용조항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만 보충적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그 준용을 배제하도록 함으로써, 일률적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함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란, 다른 절차법의 준용이 헌법재판의 고유한 성질을 훼손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헌법재판의 성질, 특히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에 반하는지 여부는, 정당의 법적성격·정당보호와 헌법보호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준용절차 및 준용대상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헌법재판소가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절차에서 특정한 법령의 준용 여부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에 따라 정당해산에 관한 독자적인 심판권을 부여받은 헌법재판소의 고유 권한에 속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헌법에서 정당해산에 관한 심판권을 부여한 취지에 부합하도록 정당해산심판의 요건뿐만 아니라, 제출된 증거의 성격이나 목적·입증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판절차에서 적용될 법률을 결정해야 한다.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 중 어떤 부분이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준용되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구체적인 법률해석에 관한 문제이다. 청구인은, 사적 이익의 조정과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하여 당사자들 사이의 상대적 진실을 확정하는 민사소송절차에 따라 증거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실체적 진실이 아닌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정당해산 여부가 판단될 염려가 크므로, 적어도 증거조사와 사실인정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이 준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조사와 사실인정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실체적 진실과 다른 사실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 규정은 헌법과 정당을 동시에 보호하는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에 반하는 것으로 준용될 수 없을 것이다. 또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준용이 배제되어 법률의 공백이 생기는 부분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에 맞는 절차를 창설하여 이를 메울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법률의 공백이 있는 경우 정당 해산심판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맞는 절차를 창설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이에 근거하여 헌법정신에 맞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이다. ③ 결국, 준용조항은 헌법재판에서의 불충분한 절차진행규정을 보완하고, 원활한 심판절차진행을 도모하기 위한 조항으로, 그 절차 보완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소송절차 일반에 준용되는 절차법으로서의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만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규정하여 정당해산심판의 고유한 성질에 반하지 않도록 적용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경우란, 다른 절차법의 준용이 헌법재판의 고유한 성질을 훼손하지 않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당해 헌법재판이 갖는 고유의 성질·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의 목적 및 성격의 차이·준용 절차와 대상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준용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즉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가처분조항의 위헌 여부 (1) 헌법재판에서 가처분의 의의 헌법재판은 사안의 성질에 따라서 종국결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잠정적인 권리보호수단을 두지 않는다면 종국결정이 선고되더라도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되어 심판청구 당사자나 헌법질서에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헌법의 규범력을 약화시켜 헌정질서에 위해를 초래하게 하므로, 그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잠정적인 긴급조치로서 가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에 헌법재판소법에서는 권한쟁의심판(제65조)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에서 별도의 가처분 규정을 두고 있으며(제57조, 가처분조항),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행정소송법과 민사소송법 등을 준용하여 헌법소원심판에서도 가처분을 인정해 오고 있다(헌재 2000. 12. 8. 2000헌사471 등 참조).

(2) 정당활동의 자유와 한계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데, 정당의 자유에는 정당설립의 자유만이 아니라 정당활동의 자유도 포함된다(헌재 2006. 3. 30. 2004헌마246 참조). 정당의 설립만이 보장되고 설립된 정당이 언제든지 다시 금지되거나 정당의 활동이 임의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헌법은 정당활동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다만, 정당활동의 자유는 국민의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전제 아래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하여 정당의 조직과 활동의 자유가 가지는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4항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라고 한 것 역시 정당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활동의 자유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되고, 가처분조항은 이에 근거하여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이다. 그러므로 가처분조항이 헌법의 수권 없는 법률의 규정으로 위헌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가처분조항이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가처분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했는지 여부가 심사기준이 된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① 가처분은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잠정적인 권리 보호를 위해서 일정한 사전조치가 필요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하는 잠정적인 조치이다. 가처분은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불이익의 발생을 예방하고 불가피한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행해진다. 이와 같은 잠정적인 권리보호수단을 두지 않는다면, 종국결정이 선고되더라도 그 실효성이 없어 당사자나 헌법질서에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정당해산심판이 갖는 헌법보호라는 측면에 비추어 볼 때,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해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는 정당의 활동을 임시로 정지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가처분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② 정당해산심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그 인용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인용범위도 가처분의 목적인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된다. 가처분조항에 따라 정당의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해산의 요건이 소명되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신중하고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만 정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에 불과하므로, 정당활동의 자유를 형해화시킬 정도로 기본권 제한의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볼 수 없다. 정당해산심판의 종국결정이 선고된 뒤 그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후조치만으로는 종국결정 이전에 발생할 수 있는 헌법질서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어려워 헌법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정당해산심판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또 사전적 조치인 가처분 제도와 동등하거나 유사한 효과가 있는 덜 침해적인 사후적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가처분조항은 침해최소성의 요건도 충족하였다. ③ 가처분조항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정당해산심판의 실효성 확보 및 헌법질서의 유지 및 수호라는 공익은, 정당해산심판의 종국결정 시까지 잠정적으로 제한되는 정당활동의 자유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하였다. ④ 따라서 가처분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준용조항은 청구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고, 가처분조항은 청구인의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의 별개 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김이수의 별개의견 준용조항은 정당해산심판의 경우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준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모든 절차흠결 상황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예외 없이 준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다. 이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라는 적용요건의 해석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바, 정당해산심판의 특수성에 기초하여 준용조항에 대한 제한해석의 필요성 및 해석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가. 정당해산심판의 특수성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은 위헌적인 법률이나 공권력 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함을 그 목적으로 함에 반해, 정당해산심판은 정당과 그 당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을 더 이상 유지·존속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적인 정당해산결정을 통하여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심판절차에서 동일하게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준용되는 다른 헌법재판과 달리,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의 강제해산을 통해 헌법상 기본권인 정당의 자유, 결사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정당해산심판은 공권력의 주체인 정부가 청구인이고, 기본권의 주체인 정당이 피청구인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절차적 지위의 대등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정당해산심판의 목적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해산하여 헌법질서를 수호·유지하는 것에 있고, 그 결과 위헌정당의 강제해산과 정당재산의 국고귀속이라는 침해적 조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대등한 사인간의 법적 분쟁에서 사법적 권리를 확정하고 실현하는 민사소송과 그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민사소송에서의 절차규정인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함에 있어서도 그 준용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나. 준용범위에 관한 해석 정당해산심판의 준용법령이 특히 문제되는 영역은 증거와 사실인정에 관한 부분이다. 이는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상의 증거규정의 차이로 인해, 준용법령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전제인 사실인정 절차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사실인정의 내용 및 최종적 판단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과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상충되는 경우로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준용이 절차진행상 필수불가결하게 요청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그것을 준용함으로써 현저히 피청구인 정당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범위 내에서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정당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증거제출의 당사자, 증거의 성질 및 입증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나, 정당해산심판의 청구인인 정부가 증거로 제출하는 수사서류는 대부분 공문서라는 점, 이에 대한 진정성립 추정 시 사실상의 입증책임을 정당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어 정당의 방어권 행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민사소송법상 공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규정은 정당해산심판절차에 준용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당해산심판의 증거조사절차 중 서증조사 절차에 있어서는 민사소송법 제356조의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에 관한 규정 대신,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이하에 규정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제한에 관한 규정을 준용함으로써 증거능력의 인정범위를 제한함이 상당하고, 또한 위법수집증거와 임의성이 의심되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제309조 및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함이 상당하다고 보이며, 이는 정당존립의 특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 생각된다.

다. 결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당해산심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준용범위는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며,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과 정당보호를 위한 헌법정신에 비추어 적어도 정당해산심판절차의 증거조사 중 서증조사 절차에 있어서는 민사소송법상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에 관한 규정등은 준용할 수 없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제한해석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준용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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