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다23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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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연장을위한]대여금반환청구의소(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後訴)의 형태에 관한 사건)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종래 대법원은 시효중단사유로서 재판상의 청구에 관하여 반드시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로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널리 시효중단사유로서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이와 같은 법리는 이미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그 판결상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이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와 같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 전소와 소송물이 동일한 이행소송이 제기되면서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를 진행하는 데에 있다. 채무자는 그와 같은 후소에서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도록 강요되고 법원은 불필요한 심리를 해야 한다. 채무자는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며 그 금액도 매우 많은 편이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종래 실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고, 채권자는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의 의견]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행소송을 허용하는 현재 실무의 폐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법리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고, 이행소송 외에 굳이 이를 허용할 실익이나 필요도 크지 않아 보인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의 이행소송은 대법원판결을 통해 허용된 이래 30년 이상 실무로 정착되었고 그동안 큰 문제점이나 혼란도 없었다. 최근 대법원판결에서도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이행소송이 허용됨을 재확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삼스레 이행소송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굳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라는 낯설고 설익은 소송형태를 추가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당사자의 편리보다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입법을 통하여 받아들여야 할 사항이지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물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에 비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정책적 측면까지 고려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문제가 많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굳이 무리하게 도입할 이유가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165조 제1항, 제168조 제1호, 제170조, 제178조, 제473조, 민사소송법 제98조, 제216조, 제218조, 제248조[소의 제기], 제250조, 민사집행법 제35조, 제44조, 제53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7. 17. 선고 2015나201967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 2. 말경 6,000만 원, 1997. 4.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 11. 11.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 12. 7.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② 원고는 2014. 11. 4.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제1심은 피고가 소장 부본을 송달받고서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자, 청구의 표시로 위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 대여금반환 사건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 청구’와 같이 기재하여 무변론으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원심에서 피고는, 파산절차에서 면책결정이 확정되었으므로 이 사건 판결금 채권에 대하여도 면책되었다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판결금 채권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를 누락하였으므로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재항변하였다. 원심은 제1심과 같이 청구원인에 관한 요건사실로 청구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특정하지 아니한 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억 6,000만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고, 원고가 위 판결금 채권의 소멸시효 연장을 위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기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1억 6,000만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그런 다음 피고의 위 항변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이 사건 판결금 채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정한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피고에 대한 면책허가결정에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판결금 채무에 관하여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의 채무자 악의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에 관하여 본다. 가.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그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 확정판결의 전소(前訴)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후소(後訴)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종래 위와 같은 후소가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이라 하더라도 소의 이익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여 왔고, 이러한 법리는 위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도 재확인되었다.

나. 1) 민법 제168조 제1호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청구’를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170조는 ‘재판상의 청구’의 시효중단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시효제도의 존재 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사유가 되는 것이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여기서 재판상의 청구라 함은 통상적으로는 권리자가 원고로서 시효를 주장하는 자를 피고로 하여 실체법상의 권리관계를 소송물로 하여 소의 형식으로 주장하는 경우를 가리키지만, 이와 반대로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이에 포함되고(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권리자가 원고로 되어 소의 형식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위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처럼 종래 대법원은 시효중단사유로서 재판상의 청구에 관하여 반드시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로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널리 시효중단사유로서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이와 같은 법리는 이미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그 판결상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후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이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많은 법리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아래에서 보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역시 판결이 확정된 채권의 채권자가 그 채권을 재판상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하는 것으로서, 재판상의 청구인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한 형태로 허용되고, 채권자는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 또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하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필요성과 내용에 대하여 본다.

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관한 종래 판례와 실무의 주된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후소의 소송물은 원칙적으로 전소의 소송물과 같다.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다시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만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 2) 후소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도 후소 판결은 이미 확정된 전소 판결의 내용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후소 법원으로서는 그 확정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채무자는 청구원인인 요건사실을 부인할 수 없고 전소 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의 사유를 들어 항변할 수 없으며, 후소 법원도 이와 같은 사유를 들어 채권자의 후소 청구를 배척할 수 없다. 3) 반면, 후소 판결의 기판력은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발생하므로, 채무자는 전소 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사유를 후소에서 주장할 수 있고 후소 법원은 이에 관하여 심리 및 판단을 하여야 한다.

라. 위와 같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1) 우선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의 소가 제기된 결과 그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청구권의 존부와 범위를 새로이 심사하여 판단하는 것은 채권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사항을 심리·판단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결과는 당사자의 사적자치를 대원칙으로 하는 민사법체계와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를 제기하는 채권자의 진정한 의사는 이미 기판력과 집행력이 있는 청구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단지 그 시효소멸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외에 채권자 입장에서 이미 기판력과 집행력이 있는 청구권에 관하여 다시 동일한 내용의 이행판결을 받을 이유나 필요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채권자의 진의와 무관하게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청구권의 실체적 존부와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하게 된다. 심지어 채권자는 이미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을 유효하게 보유함을 전제로 앞으로도 이를 계속 보유하기 위해 후소를 제기하는 것임에도, 채무자의 항변 여하에 따라서는 청구권의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다.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를 제기한 채권자의 실질적인 의사를 감안하면, 후소에서 채무자의 항변이 받아들여져 청구권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것과 같은 결과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재판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후소를 제기한 채권자의 의도와 목적은 오로지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을 계속 보유함을 전제로 하여 그 시효중단의 법률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일 따름이므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구조도 그에 맞게 설계되면 충분하며 채권자가 가진 청구권의 실체적 존부와 범위를 재심사하는 절차이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2)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미 판결이 확정되어 기판력과 집행력이 있는 전소 판결이 유효하게 존재함에도 그것과 같은 소송물을 대상으로 다시 심사를 하는 점에서 여러 문제가 야기된다. 가) 위와 같은 형태의 소송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지 여부와 그 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채무자의 원고적격자로서의 법률적 지위를 침해하는 한편, 당사자와 법원으로 하여금 무익한 절차를 반복하게 만든다. (1)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과 집행력이 생기고 이는 재심 등에 의해 판결이 취소되거나 청구이의의 소에 의해 집행력이 배제되지 않는 한 영구적인 것이다. 한편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이 변제 등 그 변론종결 후의 사유로 소멸 또는 감축된 경우에는, 채무자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사유를 주장·증명함으로써 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할 수 있고, 채권자는 그 소송에서 항변으로써 그와 같은 사유의 부존재 또는 무효를 주장하여 다투는 것이 원칙적 모습이다. 이 경우 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지 여부 및 그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채권자가 시효중단을 위해 이행소송을 제기해 온 경우 후소 판결의 기판력은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발생하므로, 채무자는 후소의 변론종결 시까지 전소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변제, 상계, 소멸시효의 완성 등 실체적 사유를 빠짐없이 주장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소에서도 전소 판결과 동일한 판결이 선고될 수밖에 없고 그 기판력이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발생하게 되어, 채무자는 전소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청구이의사유를 들어 후소 판결에 기한 집행을 저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채무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적절한 시기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에도, 채권자가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사실상 그에 응하여 위와 같은 사유를 조기에 제출하도록 강요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심지어 채무자가 후소에서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제출하여 승소하더라도 전소 판결의 집행력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므로, 채권자가 전소 판결에 기해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경우, 채무자가 그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전소 판결을 대상으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후소에서 주장했던 청구이의사유를 다시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후소에서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제출하고 심리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 채무자에게는 근거 없이 특정한 소송행위를 하도록 강요함과 동시에 무익한 절차를 반복하도록 하는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2)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의 결과 경우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심리가 행해지고 법원과 당사자의 노력과 자원이 낭비되는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를 제기한 채권자의 실질적인 의도는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키는 데에 있다. 채권자의 의사가 그러함에도 후소 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결과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고 채권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여야 하며, 법원은 그 존부에 관해 심리하고 판단하여야 한다. 하지만 채권자가 전소 확정판결을 받고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임박하도록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채무자에게 집행할 만한 별다른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가 별다른 의미가 없어, 채권자가 강제집행에 착수하지 않는 이상 굳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려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이 제기되는 결과 채무자는 부득이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하게 되고 채권자는 답변을 하며, 법원은 그에 대한 심리와 판단을 하게 된다. 이는 채권자가 의도한 효과도 아닐 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법원 모두에게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하는 결과이다. 나)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동일한 청구권에 관하여 집행권원이 추가로 발생하고, 이는 이중집행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시효중단을 위해 제기된 후소에서 이행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면 그 판결은 기판력과 함께 집행력을 갖게 된다. 앞서 보았듯이 판결의 기판력이나 집행력은 원칙적으로 영구히 존속하므로, 위와 같은 후소 판결의 선고로 동일한 청구권에 대하여 유효한 집행력을 가진 두 개의 집행권원이 존재하게 되고, 이는 이중집행의 위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나의 집행권원에 대해서도 여러 통의 집행문이 부여될 수는 있다. 그러나 여러 통의 집행문 부여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재판장의 명령이 있어야 집행문을 내어 줄 수 있다. 재판장은 그 명령에 앞서 채무자를 심문할 수 있고, 만일 심문 없이 여러 통의 집행문을 내어 주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사유가 판결원본과 집행문에 기재되므로 이를 통하여 이중집행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민사집행법 제35조 참조). 반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에서 이행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전소 이행판결과 후소 이행판결을 연계하여 관리하면서 집행문 부여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결국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여러 통의 집행문 부여의 필요성에 관한 별다른 심리 없이 새로운 집행권원을 발생시키고, 필연적으로 이중집행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는 채권자에 대하여 이중집행을 통제하고자 하는 민사집행법의 취지를 잠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처사이다. 심지어 현재 대다수의 실무는 후소 이행판결에 대해 가집행 선고를 붙임으로써 이중집행이 가능한 시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다)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후소의 적법 여부가 지극히 불분명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고, 그 기간 동안 시효중단 조치를 금지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기판력에 저촉되므로, 예외적으로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만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 그러나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법관에 따라서는 예를 들어 전소 판결 확정 후 8년만 지나도 시효완성이 임박하였다고 인정할 경우가 있는 반면 적어도 9년은 지나야 된다고 판단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소송의 적법 요건인 소의 이익의 존부에 대한 판단이 이처럼 불분명한 기준에 의해 결정되고, 법관의 재량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절차의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한편 현재의 대다수 실무와 같이 전소 판결 확정 후 ‘9년 전후의 장기간’이 지나야 시효완성이 임박한 것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9년이라는 ‘시효중단 조치 금지기간’을 설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채무자에게 압류할 만한 재산이 없고 채무자의 승인을 얻을 수도 없어 ‘재판상의 청구’가 유일한 시효중단 수단인 상황에서 이러한 근거 없는 금지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른 시효중단 사유인 압류, 가압류나 승인은 기간의 제한이 없는데, 그와 대등한 관계에 있는 ‘재판상의 청구’에 대해서만 그와 같은 기간을 설정할 근거 또한 없다. 라) 채무자가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에 해당하는 후소의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그 비용의 액수 또한 적지 않다. 현행법상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집행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한편, 민법 제473조 본문은 변제비용을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비용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예컨대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는 기판력과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소와는 달리 단지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제기하는 것으로, 그 소송 자체가 채권의 관리·보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행 실무는 예외 없이 시효중단을 위한 채권자의 후소에 있어서 그 소송비용을 패소한 피고(채무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후소에서 원고와 피고가 모두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 소송목적의 값에 따라 피고가 부담해야 하는 인지대와 쌍방의 변호사보수 등 소송비용이 판결 원금의 수십 퍼센트에 달하기도 한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는 성질상 확정된 청구권의 관리·보전행위임에도 그것이 일반적인 이행소송의 형태로 제기되는 바람에 소송비용으로 취급되어 채무자가 상당한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불합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의 형태에 관하여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1)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와 같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 전소와 소송물이 동일한 이행소송이 제기되면서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를 진행하는 데에 있다. 채무자는 그와 같은 후소에서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도록 강요되고 법원은 불필요한 심리를 해야 한다. 채무자는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며 그 금액도 매우 많은 편이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이를 제기한 채권자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의 법률적 지위마저 불안정하게 한다. 그럼에도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만이 제기되어 온 것은 종래 ‘재판상의 청구’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가 이행소송이라고 하는 고정 관념에 따라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집행력에 관한 깊이 있는 고찰 없이 단지 기판력 저촉을 우회하는 수단으로서 시효완성이 임박했다는 모호한 기준에 기초하여 이를 규율해 오면서도, 보다 적정하고 효율적인 절차적 도구를 고안함으로써 위와 같은 불합리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데 그 원인이 있다. 2) 위와 같은 종래 실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고, 채권자는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그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전소의 소송물이 실체법상 구체적 청구권의 존부임에 반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송물은 청구권의 실체적 존부 및 범위는 배제된 채 판결이 확정된 구체적 청구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를 통한 시효중단의 법률관계에 한정된다. 그 판결은 전소 판결로 확정된 청구권의 시효중단 외에 다른 실체법상 효력을 가지지 않으므로 그 소송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등을 포함한 청구권의 존부 및 범위와 같은 실체적 법률관계에 관한 심리를 할 필요가 없다. 채권자는 청구원인으로 전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점과 그 청구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가 제기되었다는 점만 주장하고 전소 판결의 사본과 확정증명서 등으로 이를 증명하면 되며 법원도 이 점만 심리하면 된다. 채무자는 설사 전소 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청구이의사유가 있더라도 이를 주장할 필요가 없고, 법원은 채무자가 이를 주장하더라도 심리할 필요가 없다. 채무자 입장에서 굳이 시효중단을 위한 소제기가 있다는 점을 다툴 필요나 실익이 없으므로 후소 판결은 제1심에서 자백간주 등에 의한 무변론판결 등으로 종결되고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법원은 청구원인으로 전소 판결이 확정된 사실과 그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가 제기된 사실만 심리하여 인정하면 된다. 채권자는 전소 판결이 확정되고 적당한 시점에 이와 같은 후소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시기에 관하여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할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 단지 불필요하게 단기간 내에 소제기를 반복하는 경우 소권 남용의 일반론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후소는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로서 역할을 하므로, 후소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후소의 제기로 중단되었다가 후소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채무자는 위와 같은 후소 판결의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라도 전소 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사유에 기하여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그 청구이의사유의 존재 여부는 여기서 비로소 심리된다. 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의할 경우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데서 오는 불합리를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전소 판결과 후소 판결의 소송물이 달라 이행판결(전소 판결)의 기판력의 표준시가 그대로 유지되므로, 후소에서 전소 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청구이의사유에 대하여 심리할 필요가 없다. 이는 단지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의 시효중단만을 의도한 채권자의 의사에 가장 부합하며, 채무자는 그 소송절차에서 청구이의사유를 제출하고 증명하도록 강요되지도 않는다. 법원도 많은 경우에 무익하고 불필요한 심리를 위한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게 된다. 전소와 소송물이 달라 동일한 청구권에 대해 집행권원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중집행의 위험도 없다. 또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기적 제한이 없으므로, 소의 적법 여부가 소멸시효기간 경과의 ‘임박’이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통상 채권자는 판결이 확정된 후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시점에 소를 제기하게 되겠지만, 예컨대 장기간 해외체류 후 귀국할 예정인 채권자는 그보다 앞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제기해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 보전을 위하여 소를 제기한 것이므로 그 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실무를 운용함으로써 채무자가 상당한 정도의 액수에 달하는 채권자의 채권관리·보전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채무자(피고)의 무익한 주장·증명과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로 하여금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시킬 여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확인을 구하는 극히 단순한 형태의 소송으로서, 별다른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하는 소송의 실질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형태의 소송에 대해 소송목적의 값을 특히 낮게 책정함으로써 그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

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에서 ‘이행소송’만을 허용하는 현행 실무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현행 실무는 아마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재판상의 청구’로 볼 수 없다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이미 판례는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뿐만 아니라,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 또는 ‘피고로서 응소하는 경우’에도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존 판례의 입장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엄연히 채권자가 소의 제기를 통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서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하는 때에 해당하여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2) 현행 실무는 앞에서 지적된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행 실무는 후소 판결에서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까지 반영할 수 있어 기판력과 집행력의 범위를 새롭게 일치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기판력과 집행력의 범위를 새롭게 일치시킨다는 의미가 분명하지는 아니하나, 일응 전소 변론종결 후에 채권의 일부 변제 등으로 채권이 감축된 경우 현재 남아 있는 채권에 대해 후소 판결을 받음으로써 양자의 현실적 범위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결 확정 후 채권이 일부 소멸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청구이의의 소로써 다투면 되고, 굳이 현실적으로 남아 있는 채권에 대해 기판력과 집행력을 얻기 위해 다시 이행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후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전소 판결의 집행력은 여전히 존속하므로, 과연 위와 같이 기판력과 집행력을 새로이 일치시킨다고 하는 것을 이행소송의 장점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위와 같은 이점만 있으면 동일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면, 이는 기판력의 법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소 판결의 기판력을 부인하지 않는 한 단지 전소 판결 확정 후 감축된 채권에 대해 새로이 기판력과 집행력을 얻기 위하여 전소와 소송물이 동일한 후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이 동일한 청구권에 기초하여 서로 중복되는 여러 집행권원을 만들어 내고, 이중집행의 위험은 채무자가 청구이의의 소로써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이행소송 형태의 후소를 통해 채권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청구이의사유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채무자의 청구이의의 소 제기에 관한 자유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도록 하고, 여러 통의 집행문 부여 신청의 당부에 관한 심사를 회피함으로써 법을 위반하여 여러 통의 집행문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며, 통상 상당한 금액에 이르는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채무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한다. 더구나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당사자와 법원으로 하여금 불필요하고 무익한 주장과 증명을 위해 비용과 노력을 소모하도록 한다. 이와 같은 명백한 불합리와 비효율에 대해 별다른 대안의 제시 없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 위와 같은 논의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1)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전소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동일한 청구의 후소를 제기하면 그 후소는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여 그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 즉 종래 오랜 기간에 걸쳐 실무상 정착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서 이행소송은 여전히 허용된다. 아울러 채권자가 굳이 전소 판결 외에 별도의 집행권원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채권 자체를 대상으로 그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허용된다. 후소에서 청구이의사유를 심리하는 등의 동일한 문제가 있는 이행소송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 이상, 동일한 청구권에 대해 중복되어 집행권원을 발생시키는 문제점을 제거한 위와 같은 형태의 소송을 불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 한편으로 전소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는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시효중단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실체관계에 관한 다툼이 있어 채권자가 특별히 이행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채권자 입장에서 굳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보다 손쉽게 시효중단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확인소송은 이행소송에 의한 후소 제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종래 판례가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로 인정하여 온 다양한 유형의 소송 또는 소송행위에 더하여 재판상의 청구의 유형을 추가하는 것으로서, 권리자가 재판상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널리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3) 위와 같은 형태의 소송들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제기하는 채권자가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다. 4) 앞에서 보았듯이 원고는 전소 판결인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 대여금 사건의 승소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 연장을 위하여 동일한 청구인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원고는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재판상의 청구로서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다는 점에 대한 확인청구를 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으나, 이 사건과 같은 형태의 이행소송도 여전히 허용되고, 전소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음이 인정되므로 소의 이익도 있다. 다만 원고가 이행소송 형태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에도, 원심이 이 사건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을 하면서 판결 효력의 전제가 되는 청구의 특정 없이 단지 전소 판결의 확정사실과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요건사실로 기재한 것은 다소 충분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청구원인은 전소 청구원인과 같고 통상의 이행의 소와 다르지 않으므로, 후소 판결 이유에도 전소 청구원인과 같은 정도의 요건사실을 기재해 주어야 한다. 원심과 같은 설시만으로도 전소 판결의 청구원인 요건사실에 대한 기재가 포함된 것이라고 못 볼 바 아니지만, 청구원인이 무엇인지는 판결 이유에 보다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원심의 위와 같은 요건사실의 설시는 원고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제기해 온 경우에 기재하여야 할 요건사실의 설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지만, 이행소송인 이 사건에서의 요건사실 설시로는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에 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의 의견과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이 있다.

4.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에 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의 의견 가. 이 사건에서 상고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고 상고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르지 아니하다. 다만 방론 부분에서 다수의견이 밝히고 있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행소송을 허용하는 현재 실무의 폐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법리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고, 이행소송 외에 굳이 이를 허용할 실익이나 필요도 크지 않아 보인다.

나. 이행소송을 허용하는 현재의 실무에 문제가 많다고 보이지 않는다. 1) 이행소송의 허용으로 인하여 무익한 절차가 반복된다거나 당사자와 법원에게 불필요한 심리를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시효중단을 위하여 후소가 제기된 경우 후소 판결은 전소 확정판결의 내용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후소 법원으로서는 그 확정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 없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즉 후소 법원은 청구원인의 요건사실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 없고 전소 변론종결 이전의 사정에 대해서도 심리할 수 없다. 이는 확립된 판례이자 실무이다. 실무상 후소에서 불필요한 심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채무자가 청구이의사유로 주장할 수 있는 사유가 주로 이에 해당할 것이다)은 후소에서 심리될 수 있고 후소 판결의 기판력 표준시는 후소 변론종결 시가 되므로, 채무자는 변제 등의 청구이의사유를 후소에서 빠짐없이 주장해 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그러나 이는 채무자로서 당연히 감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채무자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적절한 시기에 청구이의 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고 하여 그것이 부당하다거나 채무자의 법률적 지위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또한 채무자의 응소를, 반드시 응소를 강요당한다는 ‘의무’로서의 측면만 강조하여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채무자는 상황에 따라 응소 여부 및 그 범위 등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권리’로서의 측면도 있다. 아울러 채무자 입장에서는 굳이 스스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보다는 채권자가 제기한 후소에서 그러한 사유를 항변으로 제기하는 것이 더 간편할 수 있고, 항변으로 주장한다고 하여 주장이나 증명에 더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소송경제나 분쟁의 1회적 해결의 측면에서도 이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위와 같은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에 대한 심리가 채권자가 의도하지 아니한 불필요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 채권자가 선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소송 형태는 이행소송일 것이다.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채권자의 의사가 오로지 시효중단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채권자가 후소를 제기하는 주된 목적은 시효중단인 경우가 많을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후소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청구권의 실체적 존부와 범위를 다시 정하는 것이 채권자의 후소 제기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라거나 전혀 불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채권자는 후소에서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까지 반영함으로써 기판력과 집행력의 범위를 새롭게 일치시킬 수 있고, 기판력의 표준시를 후소 변론종결 시로 늦춤으로써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을 근거로 채무자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2) 집행권원의 추가로 인한 이중집행의 위험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중집행의 위험은 비단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집행권원에 대해서도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여러 통의 집행문이 부여될 수 있다. 주채무자와 보증인에 대하여 따로 소가 제기되어 중첩되는 금액에 관하여 별개의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채권자가 집행권원이 2개임을 기화로 후소 판결로 확정된 금액을 넘어서서 집행을 시도한다면, 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또한 여기서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채무자에게 자력이 없어 전소 판결 확정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때에 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자력이 없는 채무자가 이중으로까지 집행을 당할 경우가 과연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지도 의문이다. 3)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적법 여부가 지극히 불분명한 기준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한 문제가 크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전소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 그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라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개별 사건마다 그 기준에 큰 차이가 나고 있지는 않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도 가급적 10년의 경과가 최대한 임박한 시점에 후소를 제기하는 것이 경제적이므로,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무분별하게 후소가 제기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경우 후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기에 제한이 없어 언제든지 후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인 듯하나, 후소를 지나치게 빨리 제기하면 시효중단을 위한 소로서의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4) 후소 소송비용을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권자가 후소를 제기한 근본적인 이유는 전소 승소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소송비용을 패소 당사자인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민사소송법 원칙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이나 형평에도 맞는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채무자가 무자력인 경우가 보통이므로, 실제로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후소의 소송비용까지 받아낼 수 있는 경우도 별로 없을 것이다. 즉 후소 소송비용을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하더라도, 실제 현실에서는, 다수의견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결과(다수의견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실무를 운용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한편 이처럼 후소의 소송비용은 종국적으로 채권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많은데, 굳이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후소를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후소 제기를 포기할지 여부를 채권자 스스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후소가 남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보인다.

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법리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고, 이를 인정할 실익도 크지 않아 보인다. 1) 다수의견이 제안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아래와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즉 채권자는 후소로써 채무자를 상대로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한다. 후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기에 특별한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이러한 후소에서 채권자는 전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점만 주장·증명하면 되고,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청구이의사유)은 심리 대상이 아니다. 후소의 소송물은 전소의 소송물과 다르므로 전소 판결에서 확정된 소송물에 관한 기판력의 표준시는 여전히 전소 변론종결 당시로 유지된다. 따라서 채무자는 후소에서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주장·증명할 필요가 없고, 후소 판결 확정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청구이의사유에 대해서 주장하면 된다. 전소 판결 확정일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 후소가 제기되더라도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하고, 다만 채무자는 언제라도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후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음을 주장할 수 있다. 2) 그러나 우선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과연 ‘소송’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소송은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말하는 소송의 대상은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이다. 이러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다툴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러한 사실이 판결로써 확인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 어떠한 법적인 효력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소 제기 사실의 확인’은 소송의 대상이 아니라 ‘증명서’를 신청할 사항이다. 법원으로부터 소제기증명을 받으면 될 것을 가지고 상대방을 상대로 ‘소제기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피고가 다툴 수도 없고 다툴 필요도 없는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현재의 권리·법률관계이어야 하고 ‘사실’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물론 ‘증서의 진정여부를 확인하는 소’(민사소송법 제250조) 등 그 예외가 있지만,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실관계(후소를 제기하였다는 사실)가 이러한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러한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다툴 여지가 없고 다툴 필요도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송물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를 통한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라고 하고 있고, 그 판결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청구권의 시효중단’이라는 실체법상 효력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설명에 의하더라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대상은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일 뿐이다. 그러한 사실 자체만으로는 곧바로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한 ‘재판상의 청구’가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있었다는 점 등까지 인정이 되어야 ‘시효중단’이라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다수의견 스스로도, 채무자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전소 판결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는 후소 판결 확정 여부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후소 판결 자체만으로는 시효중단의 효력 발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그 청구취지 자체가 ‘후소 제기 사실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일 뿐이다. 이를 가지고 채권자가 어떠한 ‘청구’나 ‘권리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시효중단은 재판상의 청구의 효과 중 하나일 뿐이다. 시효중단만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따로 존재한다고 보고, 그러한 소송을 거치면 재판상의 청구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은 순환론적 모순이다. 한편 다수의견이 근거로 삼고 있는 위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채권자가 ‘해당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거나 ‘응소의 방법으로 해당 권리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경우 ‘재판상의 청구’로 볼 수 있다고 한 것으로서, 실체적 권리 자체는 확인이나 주장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과는 기본 전제 자체가 다르다. 요컨대, 다수의견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입법론적으로는 몰라도 현재의 민사소송의 틀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이다. 3) 위와 같은 법리적인 문제 외에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있고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경우 오히려 이행소송의 경우보다 당사자의 불편이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행소송의 경우 지급명령이나 이행권고결정을 통해 채권자가 굳이 판결 절차를 거칠 것 없이 손쉽게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엄연히 ‘확인소송’이므로 반드시 판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송목적의 값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문제인데, 시효가 중단되는 채권의 가액으로 볼 경우 이행소송의 경우와 마찬가지가 되고, ‘소가를 산출할 수 없는 경우’로 보아 5,000만 원으로 볼 경우(민사소송 등 인지규칙 제18조의2)에는 이행소송의 경우보다 소송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경우 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실무를 운용하고 소송목적의 값도 특히 낮게 책정하여 소송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제소기간에 제한을 두어서도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현재보다 훨씬 더 용이하게 해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 자체에도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은 방향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민사소송법 제98조에서 엄연히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소송비용을 승소자인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실무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만약 그러한 실무 운용이 가능하다면 시효중단 목적의 이행소송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소송비용을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하면 그만인 것이다. 4) 원칙에 대한 예외는 분명하고 최소한이어야 한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기판력 원칙에 대한 예외이다. 예외를 인정하면서 다시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소송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의 이행소송은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1761 판결을 통해 허용된 이래 30년 이상 실무로 정착되었고 그동안 큰 문제점이나 혼란도 없었다. 최근의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이행소송이 허용됨을 재확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삼스레 이행소송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굳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라는 낯설고 설익은 소송형태를 추가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당사자의 편리보다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상과 같이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 둔다.

5.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 가. 다수의견이 방론에서 취하고 있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에는 그대로 동의하기 어렵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입법을 통하여 받아들여야 할 사항이지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소제기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것으로, 그 점에 관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분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송은 확인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분쟁이 있는 경우와 구별된다는 점에서 이른바 ‘형식적’ 확인소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확인소송에서 상대방은 다툴 여지가 전혀 없어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특히 다수의견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위와 같은 확인소송을 추가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라서 법률의 개정 없이는 확인의 이익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물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예를 들어, 2000. 1. 1.자 대여를 원인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전소(前訴) 판결이 있은 경우에,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後訴)로 ‘2000. 1. 1.자 대여에 기초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100만 원의 채권이 있음을 확인한다.’는 확인청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에는 이행청구는 물론 그 권리 자체의 확인청구도 포함된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형태의 확인소송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과 달리, 구체적인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형태이므로 종래 판례의 태도나 학설에 따르더라도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기판력 작용에 대한 예외로서 시효중단을 목적으로 한 이행소송을 허용하는 이상,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시효중단을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형태의 확인소송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방법으로 청구권 확인소송을 택할 경우 후소에서 같은 청구권에 관하여 집행권원이 추가로 생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행소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이중집행의 위험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다. 두 가지 형태의 확인소송을 간략히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청구권 확인소송은 이행소송과 마찬가지로 전소 판결에 따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만료가 임박한 때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위와 같은 시기의 제한 없이 언제든지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채권자 입장에서 굳이 시효기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제기할 이유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이 점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장점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2) 확인소송에서는 이행소송과는 달리 집행권원이 추가로 생성되지 않아 이중집행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청구권 확인소송과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중집행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청구권 확인소송을 인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3) 청구권 확인소송에 의할 경우 이행소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판력의 표준시는 후소 변론종결일이 되므로, 전소 판결 변론종결일 후의 사정은 후소의 심리대상이 된다.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후소에서 주장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후소 변론종결일 후에 다시 주장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는 위 청구이의사유를 심리할 수 없고, 채무자는 후소 판결과 관계없이 언제라도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 다수의견은 후소에서 청구이의사유를 심리하는 것에 따른 문제점이 많다고 주장하나,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의 의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러한 결과가 반드시 부당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4) 청구권 확인소송에서 채권이 존재한다는 판결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되면, 그 채권은 민법 제165조 제1항에서 정한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 해당하여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 된다. 이와 달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는 승소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 판결이 민법 제165조 제1항에서 정한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서 말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청구권 확인소송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보다 채권에 관한 권리관계가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라. 청구권 확인소송에 비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정책적 측면까지 고려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문제가 많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굳이 무리하게 도입할 이유가 없다. 또한 이행소송과 청구권 확인소송의 경우 그 심리방법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채권자가 어느 소송을 선택하든 채무자나 법원이 별다른 혼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심리방법이 전혀 다르므로 이로 인한 혼란도 클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자는 다수의견은 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확정판결이 있은 후에 시효완성에 임박하여 시효중단을 위해 다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데서 오는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성을 지적한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실무를 운용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주장도 현행 민사소송법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서 이 문제도 입법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방론에서 다수의견이 취하고 있는 견해에는 그대로 따를 수 없다는 점을 별도의 의견으로 개진한다.

6.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가.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함에 있어 전소와 소송물이 동일한 이행소송의 형태로만 제기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는,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 외에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를 소송물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고, 오히려 후자의 방식이 원칙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다수의견이 지적하듯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현행 실무의 태도는 법리적으로 무리일 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문제점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어서,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면서도 중요하다. 다수의견이 대안으로 제시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이론적으로도 타당하고 실무상으로도 적절하다. 이하에서 그에 관한 몇 가지 근거에 관하여 보충하고자 한다. 1)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는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을 앞으로도 그대로 보유함을 전제로 단지 소멸시효를 연장하기 위하여 제기하는 소송으로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에서 그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청구권의 실체적 존부와 범위를 다시 심리하고, 이미 집행력 있는 확정판결을 보유한 채권자에게 다시 이행판결을 부여하는 것은 당사자가 의도하지도 않은 효과로서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채권자가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한 이상 그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기판력을 갖는 새로운 이행판결을 받고자 하는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후소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라는 실질을 무시한 형식적인 지적에 불과하다. 채권자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전소와 동일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후소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청구권의 존부와 범위를 다시 판단받고자 하는 의사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기존의 판례와 실무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그의 의사에 더 부합하는 절차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데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2) 채권자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해 오는 경우 채무자는 자신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주장·증명하면 되는 사유를 위 소송에서 제출하도록 강요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차단효가 발생하여 추후 후소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행해지더라도 이를 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지 여부와 그 시기에 관해 채무자가 가지는 자율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된다. 무릇 어떤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자는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의 정리와 증거의 수집을 마쳐 모든 상황이 무르익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고, 그와 같은 법률적 지위와 이익은 함부로 무시되어서는 아니 된다. 간혹 법률에서 일정한 제소기간을 정한 경우라도, 적어도 그 기간 내에서는 원고가 언제 소를 제기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상법 제529조 제2항이 합병무효의 소는 그 등기가 있은 날로부터 6월 내에 제기하도록 규정한 취지에는, 합병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에 더하여, 합병과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법률효과를 가진 조직법적 행위에 대해 원고가 그 소송에 관한 주장을 정리하고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데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6개월의 제소 준비기간을 부여한 취지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회사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 등을 상대로 합병등기 다음 날 ‘합병무효사유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주주 등으로 하여금 정리되지 않은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정당한 소송행위라고 할 수 있는가? 이는 주주 등에게 보장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자가 후소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이는 채권자로 하여금 민사집행법이 예정하지도 않은 ‘청구이의사유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편 후소에서 채무자가 유효하게 청구이의사유를 주장·증명하여 채권자 패소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전소 판결의 집행력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역으로 채권자는 전소 판결에 기해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고, 채무자는 결국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집행행위가 소송사기로 평가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집행 자체는 유효하여 집행에 따른 결과를 부인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후소를 다른 형태의 소송으로 제기한 경우에는 필요하지 않았을 청구이의사유에 관한 주장을, 이행소송으로 제기해 온 바람에 제출하였으나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무익한 소송행위로 될 수 있는 것이다. 3)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제기는 채권의 관리·보전행위이므로, 성질상 그로 인한 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그 비용이 곧 소송비용이다 보니, 이 사건 원심을 포함하여 현행 실무는 예외 없이 그 비용을 패소한 채무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라는 이유만으로 소송물이 같은 이행소송에서 소송목적의 값을 달리 취급하거나 소송비용을 승소자인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이행소송으로 제기하는 한 위와 같은 결론 자체는 부득이한 것이나,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이와 같은 비용이 그 액수 측면에서도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1억 원의 대여금청구를 하는 후소에서 쌍방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3심까지 거쳐 채권자가 승소한 경우 채무자가 부담해야 할 채권자의 소송비용액은 인지대와 변호사보수(2018. 3. 7. 개정되기 전의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의하여 산정)만 하더라도 16,447,500원에 달한다. 통상 채무자도 채권자와 비슷한 금액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상정할 수 있고, 그 비용도 결국 채무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시효중단을 위하여 원금의 30%가 넘는 비용을 요구하는 소송제도는 결코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다. 앞에서 본 문제들은 모두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 전소와 소송물이 동일한 이행소송이 제기되는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미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동일한 청구권에 기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 소는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법령에 보다 간이하고 경제적인 특별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이를 소구함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소송절차는 그 속성상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하고도 적절할 것을 요구한다.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원칙적으로 확정된 전소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인 원고가 실질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사항을 심리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절차가 무익하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소송제도의 기본적인 속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채무자의 지위를 지나치게 불리하게 만들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후소를 접하는 채무자는 이미 전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동일한 청구를 또 제기당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각각의 문제점들에 대하여 이를 해결할 개별적인 방안이 존재한다면 그 방안들의 조합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겠으나, 후소로 전소와 소송물이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이상 그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전소와 소송물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전소 판결과는 소송물을 달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통해 같은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채권자는 보다 손쉽게 시효중단이라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기판력의 법리와 소송제도의 기본원리, 그리고 민법과 민사집행법의 법리에 보다 더 부합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라.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의 청구’로 볼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하여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는 다수의견이 적절히 밝힌 바와 같이 ‘재판상의 청구’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확인소송으로서 ‘확인의 이익’도 있다. 1) 민법은 제168조 제1호에서 시효중단사유로 ‘청구’를 규정하고, 제170조부터 제174조까지 그 구체적 형태로서 재판상의 청구와 파산절차참가, 지급명령, 화해를 위한 소환과 임의출석, 최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민법이 청구를 시효중단사유로 삼은 것은 그것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 즉 권리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이익을 얻게 될 자에 대하여 그의 권리내용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시효의 기초가 되는 사실상태를 뒤집는다는 점에 있다. 재판상의 청구의 원칙적 형태는 소의 제기로서, 채권자가 원고가 되어 법원에 소송절차를 개시하는 때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게 된다. 그 소송의 형태는 이행소송은 물론 확인소송 등을 포함한다. 그런데 판례는 이러한 재판상의 청구가 반드시 소의 제기여야 한다거나, 청구된 권리 자체가 소송물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일찍이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다569 판결은 ‘재판상의 청구를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와 일치시켜 고찰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 앞에서 본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에도 시효중단 사유로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고 하였으며,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은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한 확정판결의 피고가 재심의 소를 제기하여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것은 상대방의 시효취득과 양립할 수 없는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표명한 것이므로, 이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가 되는 재판상의 청구에 준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6다26961 판결 참조). 즉 판례는 이른바 ‘권리행사설’의 입장에서 시효중단의 근거를 권리자가 어떤 방법이나 형식에 의하더라도 그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권리 위에 잠자지 않는 자임을 표명하는 한편 시효의 기초인 사실상태를 파괴하는 데 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민법이 청구를 시효중단사유로 삼고 있는 취지와 재판상의 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의 태도를 고려하면, 시효중단사유로서 ‘재판상의 청구’의 의미를 반드시 이행청구나 권리 자체에 대한 확인청구로 제한하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였다는 점에 관한 확인을 구하는 것도 채권자가 소의 제기라는 방식을 통해 그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자신이 권리 위에 잠자지 않는 자임을 표명한 때에 해당함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그로써 시효의 기초인 권리불행사의 사실상태가 파괴되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므로, 위와 같은 확인소송도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또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그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확인의 소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나 그 종류나 성질에는 제한이 없고, 어떠한 법률관계로부터 현재 또는 장래의 법적 효과가 파생되면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의 문제는 국민의 재판청구권 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므로, 과거의 경직된 태도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종래 판례는 확인의 소로써 위험·불안을 제거하려는 법률상 지위는 반드시 구체적 권리로 뒷받침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 법률상 지위에 터 잡은 구체적 권리 발생이 조건 또는 기한에 걸려 있거나 법률관계가 형성과정에 있는 등 원인으로 불확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보호할 가치 있는 법적 이익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2429 판결,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2156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확인의 이익을 확대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판결이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채권자의 법률적 지위와 연관되어 있다. 즉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제기할 당시 실체법적으로는 전소 판결에서 확정된 채권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지 여부가 불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장래 그 채권의 시효소멸 여부, 즉 채권의 존부라고 하는 법적 효과가 파생되어 나오므로,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의 유무는 단순한 ‘사실’의 문제가 아닌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또한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어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다시 동일한 청구의 후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한 보다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확인의 이익을 널리 인정하여 위와 같은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여야 한다.

마.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허용되지 않고 이행소송만 허용된다고 하는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의 의견(이하 ‘의견1’이라고 한다)과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청구권의 실체적 확인을 구하는 소송만이 허용될 수 있다고 하는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이하 ‘의견2’라고 한다)에 관하여 본다. 1) 의견1은 어차피 하나의 집행권원에 대해서 여러 통의 집행문이 부여될 수 있고, 주채무자·보증인과 같이 중첩되는 채권에 대해 별개의 판결이 확정될 수도 있으므로, 집행권원의 추가로 인한 이중집행의 우려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분 주장은 다수의견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문제는 민사집행법이 여러 통의 집행문 부여에 관한 절차를 정하고 있음에도, 후소의 심리 과정에서는 그 절차가 준수되지 않고 준수가 요구되지도 않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여러 통의 집행문 부여를 질서 있게 통제하고 관리하고자 하는 민사집행법의 취지가 잠탈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또한 이와 같은 문제점은 채무자와 청구권이 동일할 것을 전제로 한다. 주채무자와 보증인에 대해 별개의 판결이 확정되어 서로 다른 집행권원이 발생하고 이에 대해 각별로 집행문이 부여되는 것은 채무자와 청구권이 달라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문제점과 차원을 달리하는 것임에도, 의견1이 이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의견1은, 원칙에 대한 예외는 분명하고 최소한이어야 하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기판력 원칙의 예외이므로, 다시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소송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원칙에 대한 예외가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판결이 갖는 효력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므로, 그 예외를 널리 인정하는 것은 자칫 소송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학설상 기판력의 예외로서 승소 확정판결이 있음에도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례로 판결원본이 멸실되어 집행문을 부여받을 수 없게 된 경우(대법원 1981. 3. 24. 선고 80다1888, 1889 판결 참조), 판결 내용이 특정되지 아니하여 집행을 할 수 없는 경우(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7658 판결 참조) 등이 소개되고 있으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기판력의 예외라고 볼 수 없다. 판결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를 사후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고, 전소 판결의 내용이 특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기판력의 범위 또한 특정할 수 없어, 이를 특정한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그것과 같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유일한 기판력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기판력의 법리는 민사소송의 토대를 이루는 핵심적 원리이다. 의견1과 같이 그 예외를 인정하려면 재심제도에서 보듯이 입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바로 이러한 기판력의 법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기판력의 예외적 형태인 이행소송만을 허용하자는 전제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또 다른 예외이니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다수의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의견2가 제시하는 형태의 청구권 확인소송도 가능함은 이미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은 의견2는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동일한 청구권에 대하여 중복하여 집행권원이 발생하고 민사집행법이 정한 여러 통의 집행문 부여 절차가 잠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청구권 확인소송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한 점을 제외하고는 앞에서 본 이행소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의견2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나 타당할 수 있는 의견이다.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송에 드는 비용과 노력 및 효과가 동일하다면 새로운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는 이행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굳이 위와 같은 형태의 청구권 확인소송을 제기할 아무런 동기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대한 심리와 처리에 관하여 몇 가지 보충하고자 한다. 1)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주문의 기재는 장차 사례의 축적에 의해 자연스럽게 실무가 정립될 것이다. 위 소송의 소송물이 청구권의 실체적 존부와 범위와는 무관하게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후소를 제기하였다는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문에서는 당사자와 법원, 선고일자, 사건번호 등으로 이미 확정된 전소 판결을 적절히 특정한 후 그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를 예로 들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수원지방법원 2004. 11. 11. 선고 2003가합15269 대여금 사건의 판결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하여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확인한다.”는 정도의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송비용과 관련하여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위 소송은 실질이 채권의 관리·보전행위이므로, 채권자가 원고로서 승소하더라도 그 소송비용을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으로 위 소송은 그 청구원인이 전소 판결의 확정과 후소의 제기 사실뿐이고, 심리가 극히 단순하며 채무자가 이를 다툴 여지도 없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 소송목적의 값을 대폭 낮추어 정하는 특칙을 둠으로써 소를 제기하는 채권자의 인지대와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등을 정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사. 1) 절차법은 실체법상의 권리와 상태를 가장 잘 구현하도록 구축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행정법이 없으면 행정소송법이 필요 없고, 회사제도가 없으면 회사 관련 소송절차가 존재할 이유가 없듯이, 절차법은 실체법질서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절차법이 불충분하여 실체법상의 권리 실현이 제한되거나 실체법질서가 어느 정도 변용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실체법상의 권리나 질서가 형해화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재판상의 청구를 압류, 가압류, 가처분이나 승인 등 다른 시효중단사유와 동등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 그에 대해서만 특별히 9년이라는 시효중단조치 금지기간을 설정해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소송비용은 일반 소송비용과 달리 그 실질이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으로서, 실체법상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함은 앞서 보았다. 그럼에도 현행 실무상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전소와 소송물이 동일한 이행소송이 제기되는 결과 전소 판결 확정 후 9년 상당이 경과하지 않으면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하여 불허하고, 후소의 비용을 오로지 절차법적 측면에서 소송비용으로 취급하여 이를 채무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는 명백히 실체법질서에 반하는 결과로서, 실체법질서가 절차법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견해를 발견할 수 없으나, 이는 집행권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소와 그 시효중단만을 목적으로 하는 후소의 본질적 차이에 대한 인식부족 탓에 양자를 구별하여 고찰하지 못하는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시효중단을 위한 소송제도로 인한 이와 같은 민법 질서의 변형은 절차법이 근거 없이 실체법에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그러므로 그 해결책도 절차법 내에서 찾아야 한다.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이 절차법질서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민법 질서를 무단히 변형시키는 데 반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후소의 소송물을 별개로 파악하여 실체법질서에 변형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절차법의 테두리 내에서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민법 질서를 수호함과 아울러 청구이의의 소 제기에 관한 채무자의 자율권 침해나 집행권원이 중복하여 발생되는 다른 절차상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와 동일한 현행 실무는 일견하여 원칙에 충실하고 일관성 있는 듯이 보이는 반면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그 소송물이 다르다는 이유로 원칙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피상적인 모습일 뿐이다. 진실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전소와 후소의 성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실체와 절차 법률관계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바람직한 법질서의 모습을 구축하는 소송형태라는 점이다. 2) 앞서 보았듯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과 동일한 소송물에 기해 다시 소를 제기하는 데에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법리 및 실무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① 청구이의사유 부존재 확인소송의 창설 ② 민사집행법 규정을 잠탈한 여러 통의 집행문 부여 ③ 9년의 시효중단조치 금지기간 설정 ④ 채권 관리·보전비용의 채무자 전가 ⑤ 입법적 근거 없는 기판력의 예외 인정 비록 위와 같은 문제점에 불구하고 채권자가 후소로서 이행의 소를 선택하여 제기하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그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히려 향후에는 새로운 방식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원칙적인 모습으로 실무가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행소송 형태의 후소가 가지는 여러 문제점을 명백히 인식하고서도, 그것을 단지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하는 의견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과 국가로 하여금 불필요하게 자원을 낭비하도록 소송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마치 국가가 인프라를 잘못 구축하여 그것이 사회간접자본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간접비용’을 가중시켜 국민과 국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과 같다. 현행 실무가 안고 있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개선책을 강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당사자와 법원 모두에게 더 효율적이면서도 실체법질서를 가장 잘 구현하는 절차적 도구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향후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원칙적인 형태로 활용되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주심)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