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두33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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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공사비등부과처분취소청구의소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7두33985, 판결] 【판시사항】 [1] 지방자치단체인 수도사업자가 수도시설 중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 부담에 관하여 실제 공사비용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고시가 정하는 정액공사비를 부과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2] 수도시설 중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 부담에 관하여 시장이 정한 정액 급수공사비 고시가 개별 산정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급수공사비를 정하여 비용부담의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 그 고시가 위법한지 여부(적극) [3] 법원이 법률 하위의 법규명령, 규칙, 조례, 행정규칙 등이 위헌·위법인지를 심사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재판의 전제성’의 의미 및 법원이 구체적 규범통제를 통해 위헌·위법으로 선언할 심판대상은 해당 규정 중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조항에 한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수도법 제70조, 제38조 제1항 단서, 울산광역시 수도급수 조례 제13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제3항의 내용·취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수도시설 중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이하 ‘급수공사비’라 한다) 부담에 관하여 위 조례가 정액제를 도입한 것 자체가 법령의 취지에 반하거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수도사업자가 실제 공사비용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고시가 정하는 정액공사비를 부과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① 정액제를 채택할 경우 매번 급수공사를 할 때마다 공사비를 산정할 필요가 없고, 수요가(需要家)별로 별개의 수도관을 부설함으로써 시설을 중복하여 비효율적으로 설치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등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② 급수공사비를 정액으로 함으로써 일반주택과 공동주택 사이 및 농어촌 지역과 도시 지역 사이의 급수공사비 부담에 관한 형평을 도모할 수 있고, 나아가 과다한 급수공사비 때문에 농어촌 지역 거주자 등이 급수공사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수도사업자가 모든 국민에 대한 수돗물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해야 한다는 수도법 제2조 제6항의 취지에 부합한다. ③ 실공사비는 급수설비를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이 기존의 배수관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급수공사비를 실비로 정할 경우 주택의 규모, 세대수 등이 비슷해도 위와 같은 우연한 사정에 따라 신청인이 부담할 공사비가 크게 달라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정액제를 채택하면 이러한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 [2] 수도시설 중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이하 ‘급수공사비’라 한다) 부담에 관하여 정액제를 채택하는 경우 그에 따라 산정한 급수공사비가 실제 공사비와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액제를 도입하면 주민들은 그러한 편차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정액 급수공사비 제도에서도 비용부담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가급적 관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산정요소를 정확하게 반영하여 편차가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이 정한 정액 급수공사비 고시가 개별 산정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급수공사비를 정하여 비용부담의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 그러한 고시는 조례의 위임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에도 반하여 위법하다. [3] 법원이 법률 하위의 법규명령, 규칙, 조례, 행정규칙 등(이하 ‘규정’이라 한다)이 위헌·위법인지를 심사하려면 그것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재판의 전제’란 구체적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이어야 하고, 위헌·위법인지가 문제 된 경우에는 규정의 특정 조항이 해당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조항이 위헌·위법인지에 따라 그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법원이 구체적 규범통제를 통해 위헌·위법으로 선언할 심판대상은, 해당 규정의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경우 나머지 부분이 유지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해당 규정 중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조항에 한정된다.

【참조조문】 [1] 수도법 제2조 제6항, 제38조 제1항, 제70조 [2] 수도법 제2조 제6항, 제38조 제1항, 제70조 [3] 헌법 제107조 제2항

【참조판례】 [2]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두19239 판결(공2009하, 2024) / [3] 대법원 2002. 9. 27.자 2002초기113 결정(공2002하, 2652)


【전문】 【원고, 피상고인】 현대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신 담당변호사 조주영)

【피고, 상고인】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동부사업소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7. 1. 13. 선고 2016누2294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원칙적으로 수도사업자가 수도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수도사업자인 경우 수도시설 중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이하 ‘급수공사비’라 한다) 부담에 관하여 조례로 정할 수 있다(수도법 제70조, 제38조 제1항 단서). 그 위임에 따라 「울산광역시 수도급수 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라 한다) 제13조 제1항은 급수공사 신청인이 급수공사비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제12조는 급수공사비는 자재비, 시공비, 도로굴착복구비, 설계수수료, 시공자재검사수수료, 준공검사수수료, 방수 및 검침기의 합계액으로 하되(제1항), 정액제로 하며, 그 금액은 시장이 별도로 고시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3항).

나. 이러한 관련 규정의 내용·취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례가 정액제를 도입한 것 자체가 법령의 취지에 반하거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수도사업자가 실제 공사비용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고시가 정하는 정액공사비를 부과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1) 정액제를 채택할 경우 매번 급수공사를 할 때마다 공사비를 산정할 필요가 없고, 수요가(需要家)별로 별개의 수도관을 부설함으로써 시설을 중복하여 비효율적으로 설치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등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2) 급수공사비를 정액으로 함으로써 일반주택과 공동주택 사이 및 농어촌 지역과 도시 지역 사이의 급수공사비 부담에 관한 형평을 도모할 수 있고, 나아가 과다한 급수공사비 때문에 농어촌 지역 거주자 등이 급수공사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수도사업자가 모든 국민에 대한 수돗물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해야 한다는 수도법 제2조 제6항의 취지에 부합한다. (3) 실공사비는 급수설비를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이 기존의 배수관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급수공사비를 실비로 정할 경우 주택의 규모, 세대수 등이 비슷해도 위와 같은 우연한 사정에 따라 신청인이 부담할 공사비가 크게 달라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정액제를 채택하면 이러한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

다. 정액제를 채택하는 경우 그에 따라 산정한 급수공사비가 실제 공사비와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액제를 도입하면 주민들은 그러한 편차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정액 급수공사비 제도에서도 비용부담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가급적 관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산정요소를 정확하게 반영하여 편차가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해야 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두19239 판결 참조). 이 사건 조례 제12조 제1항이 급수공사비는 공사와 관련된 비용의 합계액으로 한다고 규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취지이다. 따라서 시장이 정한 정액 급수공사비 고시가 개별 산정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급수공사비를 정하여 비용부담의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 그러한 고시는 조례의 위임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에도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라. 법원이 법률 하위의 법규명령, 규칙, 조례, 행정규칙 등(이하 ‘규정’이라 한다)이 위헌·위법인지를 심사하려면 그것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재판의 전제’란 구체적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이어야 하고, 위헌·위법인지가 문제 된 경우에는 규정의 특정 조항이 해당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조항이 위헌·위법인지에 따라 그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2. 9. 27.자 2002초기113 결정 등 참조). 따라서 법원이 구체적 규범통제를 통해 위헌·위법으로 선언할 심판대상은, 해당 규정의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그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경우 나머지 부분이 유지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해당 규정 중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조항에 한정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조례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정액제 급수공사비 변경 고시」(2012. 6. 7. 울산광역시 고시 제2012-127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는 공동주택에 관하여 50~100세대를 기준으로 7단계로 구간을 나누어, 최소 50세대 이하 228,000원부터 최대 401세대 이상 210,000원까지 구간별로 세대당 정액공사비를 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적용세대50세대 이하51~100101~150151~200201~300301~400401세대 이상공사비(원)228,000218,000215,000213,000212,000211,000210,000

나.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 1,897세대에 급수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급수공사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2015. 8. 11.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고시 중 ‘401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급수공사비 단가 210,000원/세대 부분(이하 ‘이 사건 고시 조항’이라 한다)을 적용하여 원고에게 급수공사비 398,370,000원(= 210,000원 × 1,897세대)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급수공사비 부과처분’이라 한다).

다. 피고가 시행한 급수공사에 실제로 든 비용은 공사도급액, 관급자재대를 모두 합산해도 31,873,630원에 불과하여, 부과금액이 실제 공사비의 약 12배에 이른다.

3. 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고시 조항의 내용은 조례의 위임 취지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고시 조항은 401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하여 세대수 증가에 따른 공사비 감액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수천 세대에 이를 수 있는데도 401세대 이상의 모든 공동주택에 대하여 동일한 공사비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세대수의 상한을 지나치게 낮게 정하여 최근 신축되는 공동주택의 규모와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2) 그 결과 1,897세대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원고의 경우 실제 공사비의 약 12배에 달하는 정액공사비를 부담하게 되었는데, 정액공사비 제도의 필요성이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실제 공사비와 편차가 지나치게 크게 난다. (3) 울산광역시장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기준 세대수를 1,500세대로 상향조정하고 7단계의 구분 산출 방식을 수식에 의한 계산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상수도 정액제 급수공사비 변경 고시」(2016. 12. 8. 울산광역시 고시 제2016-224호, 이하 ‘현행 고시’라 한다)를 제정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적용세대50세대 이하51~1,5001,501세대 이상공사비(원)150,000150,000-(50×세대수)75,000

나. 이 사건 고시 조항이 위법·무효인 이상, 이를 적용하여 한 급수공사비 부과처분은 부과금액이 실제 공사비에 근접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급수공사비 부과처분의 경우 부과금액이 실제 공사비의 약 12배에 달하므로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 물론 이 사건 고시 조항이 위법하다고 해서 원고에게 반드시 실제 공사비만 부담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례에서 정액제를 규정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고, 이미 울산광역시장이 고시 조항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내용의 현행 고시를 제정하였으므로, 피고는 위법성이 제거된 현행 고시를 적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급수공사비를 다시 부과할 수도 있다.

4. 원심이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판대상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이 사건 고시 조항’에 한정하지 않고 ‘이 사건 고시 전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이 사건 고시 조항을 적용한 이 사건 급수공사비 부과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액 급수공사비 제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