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헌마103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일반기준 제7조 제1항 본문등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17헌마103, 2020. 4. 23., 기각] 【판시사항】 가. 만성신부전증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수가의 기준을 정액수가로 규정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6. 12. 30. 보건복지부고시 제2016-272호, 이하 ‘의료급여수가기준’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본문(이하 ‘정액수가조항’이라 한다)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혈액투석 정액수가에 포함되는 비용의 범위를 정한 의료급여수가기준 제7조 제2항 본문(이하 ‘정액범위조항’이라 한다, 정액수가조항과 정액범위조항을 총칭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다. 심판대상조항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라. 심판대상조항이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마. 심판대상조항이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의료급여수가기준은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영역이어서 구체적인 수가기준을 반드시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거나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이 행위별수가나 포괄수가만을 예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정액수가조항은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을 정한 것이어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정액범위조항에 사용된 ‘등’은 열거된 항목 외에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다른 조항과의 유기적ㆍ체계적 해석을 통해 그 적용범위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정액수가제는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안정성을 확보하여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수가기준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혈액투석 진료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대체조제의 가능성,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진료비용 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화된다고 볼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의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한정된 재원의 범위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더 크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라.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급여의 수준이 국가가 실현해야 할 객관적 내용의 최소한도의 보장에도 이르지 못하였다거나, 국가가 국민의 보건권 등을 보호하는 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마. 한정된 의료급여재정의 범위 내에서 적정하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행 정액수가제와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도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판시사항 다. 마.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정액수가는 건강보험환자에 대한 평균진료비용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금액으로 20년 가까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 현행 정액수가제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른 진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같은 수가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는 진료 결과 정액수가를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도 의사는 초과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 현행 정액수가제는 의사로 하여금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 정액수가의 범위 내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료만을 하도록 유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의사의 진료재량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에 관한 고려 없이 일률적ㆍ획일적으로 정액수가를 적용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진료계약의 당사자로서 진료계약에 따른 유효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의 하나로서 의료행위선택권을 가진다. 그런데 현행 정액수가제는 재정의 한계를 이유로 외래 혈액투석진료를 받는 수급권자에 대하여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급권자로서는 의료급여의 범위 내에서 진료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일부 또는 전부의 비용을 부담하여 추가적인 진료를 받을 것인지조차 선택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수급권자에 대하여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최소한의 선택권조차 보장하지 아니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6. 12. 30. 보건복지부고시 제2016-272호) 제7조 제1항 본문, 제2항 본문 【참조조문】 의료급여법(2013. 6. 12. 법률 제11878호로 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제2항, 제3항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6. 12. 30. 보건복지부고시 제2016-272호) 제1조 제1항, 제7조 제1항 단서, 제2항 단서, 제3항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8. 7. 1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8-143호) 제7조 제1항, 제2항, 제3항 【참조판례】 나. 헌재 2004. 7. 15. 2003헌바35등, 판례집 16-2, 77
다. 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판례집 14-2, 410헌재 2003. 12. 18. 2001헌마543, 판례집 15-2, 581헌재 2007. 8. 30. 2006헌마417, 판례집 19-2, 341헌재 2010. 9. 30. 2008헌마758, 판례집 22-2, 739헌재 2018. 7. 26. 2016헌마431, 판례집 30-2, 112
라. 헌재 2009. 9. 24. 2007헌마1092, 판례집 21-2, 765헌재 2009. 11. 26. 2007헌마734, 판례집 21-2, 576헌재 2012. 2. 23. 2011헌마123, 판례집 24-1, 365
마. 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판례집 14-2, 410헌재 2007. 8. 30. 2006헌마417, 판례집 19-2, 341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정○○ 외 3인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세승
담당변호사 현두륜외 2인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정○○은 2016. 2. 26. 의사면허를 취득
한 의사, 청구인 김○○은 2008. 4. 28.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2016. 3. 2. 내과전문의자격을 취득한 의사, 청구인 한○○는 2010. 3. 24.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2015. 3. 2. 내과전문의자격을 취득하였으며 대한신장학회로부터 2016. 7.부터 2021. 6.까지 신장투석전문의자격을 인정받은 의사이고, 청구인 진○○은 2016. 2. 17.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의 자격을 취득하여 외래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만성신부전증환자이다.
나. 청구인들은,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 본문, 제2항 본문이 만성신부전증환자의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의료급여수가를 정액수가로 규정하여 의사인 청구인 정○○, 김○○, 한○○(이하 ‘의사인 청구인들’이라 한다)와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청구인 진○○(이하 ‘수급권자인 청구인’이라 한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7. 2. 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만성신부전증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의 의료급여수가의 기준을 정액수가로 규정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6. 12. 30. 보건복지부고시 제2016-272호, 이하 ‘의료급여수가기준’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본문, 제2항 본문(이하 제7조 제1항 본문을 ‘정액수가조항’, 제2항 본문을 ‘정액범위조항’이라 하고, 위 조항들을 총칭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6. 12. 30. 보건복지부고시 제2016-272호)
제7조(혈액투석수가) ① 만성신부전증환자가 외래 혈액투석시에는 의료급여기관종별에 불구하고 1회당 146,120원(코드 O9991)의 정액수가로 산정한다. (단서 생략)
② 외래 1회당 혈액투석 정액수가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을 포함한다. (단서 생략)
[관련조항]
의료급여법(2013. 6. 12. 법률 제11878호로 개정된 것)
제7조(의료급여의 내용 등) ① 이 법에 따른 수급권자의 질병ㆍ부상ㆍ출산 등에 대한 의료급여의 내용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진찰ㆍ검사
2. 약제(藥劑)ㆍ치료재료의 지급
3. 처치ㆍ수술과 그 밖의 치료
4. 예방ㆍ재활
5. 입원
6. 간호
7. 이송과 그 밖의 의료목적 달성을 위한 조치
② 제1항에 따른 의료급여의 방법ㆍ절차ㆍ범위ㆍ한도 등 의료급여의 기준에 관하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 등에 관하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다.
③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항에 따라 의료급여의 기준을 정할 때에는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6. 12. 30. 보건복지부고시 제2016-272호)
제1조(급여비용 산정) ① 의료급여기관의 급여비용 산정은「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제21조 제2항 및 제3항,「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8조 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고시한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이하 “상대가치점수”라 한다.)에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고시한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의내역”의 단가를 곱한 금액과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제22조에 따라 결정된 금액을 합하여 산정한다. 다만, 제2조부터 제14조의2에서 정하는 급여비용의 산정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7조(혈액투석수가) ① (본문 생략) 다만, 약사법 제23조 제4항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처방전을 발행하여 진료한 경우에는 제1조에 의한다.
② (본문 생략) 다만 혈액투석을 위한 정맥내 카테타삽입술 비용은 별도로 산정할 수 있다.
③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증환자가 동일날 다른 상병으로 다른 진료과목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경우, 이에 대한 급여비용은 제1조의 규정에 의하여 별도로 산정한다.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8. 7. 1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8-143호)
제7조(혈액투석수가) ① 만성신부전증환자가 외래 혈액투석시에는 의료급여기관종별에 불구하고 1회당 146,120원(코드 O9991)의 정액수가로 산정한다. 다만, 약사법 제23조 제4항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처방전을 발행하여 진료한 경우에는 제1조에 의한다.
② 외래 1회당 혈액투석 정액수가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 제제를 포함한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을 포함한다. 다만, 혈액투석을 위한 정맥내 카테터삽입술 또는 혈관중재시술 등의 비용은 별도로 산정할 수 있다.
③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동일 날 만성신부전 관련 합병증이 아닌 다른 상병으로 진료를 받는 경우, 이에 대한 급여비용은 제1조의 규정에 의하여 별도로 산정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정액수가조항의 근거법령인 의료급여법 제7조 제2항 후문은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법률에 규정하지 아니한 채 의료급여수가기준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고, 정액수가조항은 모법이 예정하고 있는 행위별수가 또는 포괄수가를 벗어나 정액수가를 규정함으로써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
나. 정액범위조항은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여 정액수가가 적용되는 혈액투석행위의 구체적인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다. 정액수가조항은 만성신부전증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수가를 정액수가로 규정하면서 의료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물가상승, 최저임금상승에 따른 비용의 증가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진료원가의 80%에 불과한 낮은 금액을 유지하고 있고, 환자에 따라 진료내용과 투여되는 약제의 종류가 달라 그 비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정액범위조항에 의하여 모든 비용이 일률적으로 정액수가에 포함된다. 이로 인하여 의사인 청구인들은 적절한 진료비용을 지급받지 못하고 진료의 자유가 제한되어 직업수행의 자유와 재산권 및 평등권 등을 침해받고, 수급권자인 청구인은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어 보건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받는다.
4. 판 단
가. 의료수가제도와 혈액투석 정액수가제도의 의의
(1) 의료급여제도와 의료수가기준의 개요
의료급여제도는 생활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의료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제도인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이 법에 따른 급여의 종류 중 하나로 수급자에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각종 검사 및 치료 등을 지급하는 의료급여를 규정하면서, 의료급여에 필요한 사항은 의료급여법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7조 제1항 제3호, 제12조의3).
의료급여법은 의료급여의 내용으로 건강보험에 따른 요양급여와 동일하게 ‘진찰ㆍ검사, 약제(藥劑)ㆍ치료재료의 지급, 처치ㆍ수술과 그 밖의 치료, 예방ㆍ재활, 입원, 간호, 이송과 그 밖의 의료목적 달성을 위한 조치’를 규정하면서, 의료급여의 방법ㆍ절차ㆍ범위ㆍ한도 등 의료급여의 기준에 관하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 등에 관하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각 위임하고 있다(의료급여법 제7조 제1항 내지 제3항).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인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은 의료급여의 적용기준, 방법 및 범위(의료급여대상)에 대하여 규정하면서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따르도록 하여 건강보험과 동일하게 규율한다(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3조, 제6조, 제8조 등).
의료수가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대가를 말한다. 의료수가의 지급체계인 수가제도는 일반적으로 그 지급단위에 따라서, 제공된 서비스의 항목별로 비용을 정하는 행위별수가제, 일정한 서비스의 묶음을 지급단위로 하는 포괄수가제, 환자의 수를 기초로 보수를 지급하는 인두제, 일정 기간의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총액으로 보상하는 총액예산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포괄수가제에는 다시 지급단위를 외래방문 건으로 하는 경우, 입원 1일로 하는 경우, 입원 건으로 하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수가제도는 단기적으로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와 환자가 그 서비스를 소비하는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양, 의료 인력이나 시설의 분포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한 국가의 의료보장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바람직한 의료보장제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의학의 새로운 발전과 기술개발을 도모하면서도,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을 최소화하고 투입된 자원의 질과 양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가제도의 존재가 이상적이라고 할 것이나, 다양한 수가제도 중 위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기 어렵다. 또 같은 방식이더라도 의료서비스의 수준과 의료산업의 상황, 사회구성원의 인식수준 등에 따라 실질적인 현상은 매우 다르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같은 국가에서도 구체적인 수가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그 적용결과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여러 국가들은 자국의 실정에 맞게 여러 수가제도를 혼합하거나 변형하여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요양기관이 한 급여행위 및 약제ㆍ치료재료 등의 내용과 양에 따라 급여비용이 정해지는 행위별수가제를 원칙으로 하여 진료행위별 상대가치를 정하여 행위별 상대가치점수에 유형별 점수당 단가를 곱한 결과를 수가산정의 기준이 되도록 규정하는 한편, 요양병원 입원진료, 특정 질병군,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등에 대해서는 1일당 또는 입원건당 상대가치점수로 산정하는 포괄수가제를 병용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2항, 제3항, 제22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 제2항, 제4항,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의내역’).
의료급여법의 위임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의료급여수가기준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수가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의료급여에 대한 수가기준에 있어서도 원칙적으로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되나, 다만 의료급여기관 종별가산율이나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 등 일정한 경우 예외가 규정되어 있다(의료급여수가기준 제1조 제1항, 제2조 내지 제14조).
(2)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에 대한 정액수가제의 도입 경위와 현황
2000년대 초반부터 의료급여 진료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의료급여재정에 위기가 발생하였다. 이에 의료급여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추진되었고 2008. 4.부터 차상위계층이 건강보험으로 전환됨에 따라 잠시 진료비용의 증가 추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차상위계층을 제외한 실질적인 의료급여 진료비용 증가율은 크게 줄어들지 아니하였고, 의료급여제도로 보호받는 대상의 범위가 늘어나지 아니하였음에도 재정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액진료비 환자군이 진료비용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고, 특히 만성신부전증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신부전증은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바, 전체 환자의 70% 이상이 당뇨병(48.8%)과 고혈압(19.8%)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신부전증환자의 경우 한번 혈액투석 진료를 받기 시작하면 신장이식을 하지 않는 한 투석진료를 중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 환자의 수는 매년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1980년에 198명의 혈액투석환자가 보고되었으나 20년이 지난 2000년에는 80배가 넘는 15,853명의 혈액투석환자가 보고되었으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8년을 기준으로 혈액투석환자는 77,617명에 이른다).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급여 재정의 안정을 위하여 2001. 11. 1. 보건복지부고시 제2001-56호로 의료급여수가기준을 개정하여 제7조에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에 대한 정액수가제를 도입하였다. 위 개정에 따라 정액수가조항은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외래 혈액투석을 받는 경우 의료기관 종별에 관계없이 의료기관에 일괄적으로 1회당 136,000원의 금액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정액범위조항은 정액수가에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더하여 제7조 제2항 단서와 제7조 제3항은 혈액투석을 위한 정맥내 카테타삽입술 비용과 동일 날 다른 상병으로 다른 과목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경우의 급여비용은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산정하도록 규정하였다.
이후 의료급여수가기준이 2014. 4. 1. 보건복지부고시 제2014-50호로 개정되면서 정액수가조항 중 금액 부분만 1회당 146,120원으로 개정되었고, 이후 위 금액은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다만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인 2018. 7. 1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8-143호로 개정된 의료급여수가기준은 정액수가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액범위조항 중 ‘Erythropoietin제제 등’ 부분을‘Erythropoietin제제를 포함한’으로 개정하고, 제7조 제2항 단서의 별도로 산정할 수 있는 비용에 ‘혈관중재시술 등’을 추가하였으며, 제7조 제3항의 ‘동일 날 다른 상병으로 다른 진료과목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경우’ 부분을 ‘동일 날 만성신부전 관련 합병증이 아닌 다른 상병으로 진료를 받는 경우’로 개정함으로써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급여비용을 확대하였다.
한편 2018년을 기준으로 신대체요법을 받는 환자는 총 103,984명이고 그 중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약 75% 정도인 77,617명이며, 혈액투석환자 중 주 3회의 진료를 받는 비율은 92.3%에 이른다. 또한 혈액투석을 포함한 신대체요법 환자 중 건강보험대상자는 79%,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8%, 차상위계층은 3%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청구인들은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의 수가기준을 정액수가로 정한 정액수가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고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였으며, 정액수가에 포함되는 급여의 범위를 정한 정액범위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보건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2) 그런데 정액수가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실질적으로 의료급여법 제7조 제2항 후문이 입법위임을 하면서 위임의 구체적 기준이나 범위를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정액수가조항이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이 예정하고 있지 아니한 정액수가를 규정함으로써 위임한계를 일탈하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따라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아니하고, 정액수가조항이 상위법령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를 일탈하여 법률유보원칙을 위배한 것인지에 대하여만 판단한다.
(3) 의사인 청구인들은 정액수가조항으로 정한 금액이 혈액투석 진료행위에 소요되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아서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은 사적 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로서, 구체적인 이익이 아니라 단순한 이익이나 재화의 획득에 관한 기회 등은 재산권 보장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위 조항이 의사인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위 청구인들은 행위별수가제를 적용받는 다른 전문과목과 비교할 때 정액수가조항과 정액범위조항이 외래 혈액투석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에 대하여 행위별수가가 아닌 정액수가를 규정하여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주장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으로서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함께 살펴 볼 수 있으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수급권자인 청구인은 정액수가제로 인하여 차별적이고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고, 다른 진료를 받는 의료급여환자 및 건강보험환자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 취급을 받고 있어 보건권과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 청구인의 주장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정액수가제 하에서는 행위별수가제에 비해 의료기관의 비용 문제로 사실상 의료서비스가 제한됨으로 인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고,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급여대상에 포함되나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약제 등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이므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과 함께 의료행위선택권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 검토한다.
한편 의료급여환자가 건강보험환자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취급을 받고 있다는 평등권 침해 주장은 결국 수급권자인 청구인이 제공받거나 선택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제한되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 및 의료행위선택권이 침해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같은 내용이므로 별도로 검토하지 않는다.
(5)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정액수가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정액범위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정액수가조항과 정액범위조항(심판대상조항)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 및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다.
다. 정액수가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다양한 수가제도가 존재하나 바람직한 수가제도로서의 요건을 충족하는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운용방식 등에 따라 그 적용결과는 매우 달라진다. 따라서 의료급여에 대하여 어떠한 수가기준을 규정할 것인가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 외에도 예산을 고려하여 무분별한 의료비용의 발생을 통제하고, 불필요한 행정관리비용을 줄이는 등의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문적이고 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영역에 해당한다. 의료급여법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어느 하나의 수가기준을 법정하여 두지 아니한 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수가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의료급여법 제7조 제2항). 국민건강보험법 역시 수가기준과 관련하여 ‘요양급여비용은 공단의 이사장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약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계약으로 정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 제1항)라고만 규정할 뿐 행위별수가제 또는 포괄수가제와 같은 구체적인 수가제도를 법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시행령에서 ‘계약의 내용은 요양급여의 각 항목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의 점수당 단가를 정하는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행위별수가제의 기초만을 규정하는 한편, 요양병원 입원진료, 특정 질병군,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등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를 병용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3항).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구체적인 수가기준을 반드시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거나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이 행위별수가나 포괄수가만을 예정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바, 정액수가조항은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을 정한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정액범위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명확성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그러나 법률이란 그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모든 사람과 모든 개별적인 경우에 대하여 적용되는 일반ㆍ추상적 규범으로서 그 본질상 규율하고자 하는 생활관계에서 발생가능한 모든 법적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서술적인 방식으로 법률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느 정도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개념 또는 변화하는 사회현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법률이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법률해석을 통하여 행정청과 법원의 자의적인 적용을 배제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면 법률의 명확성원칙에 부합한다(헌재 2004. 7. 15. 2003헌바35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정액범위조항의 ‘외래 1회당 혈액투석 정액수가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을 포함한다’라는 규정이 명확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먼저 위 조항에 사용된 ‘등’은 명사나 어미 ‘는’ 뒤에 쓰여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거나, 두 개 이상의 대상을 열거하는 명사 다음에 쓰여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인바, 위 규정에서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와 관련하여서는 ‘등’ 다음에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를 포괄하는 개념의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가 쓰인 점에 비추어, 여기에서의 ‘등’은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는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와 그 밖의 이와 같은 종류의 약제로서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을’에서의 검사료 다음의 ‘등’ 역시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와 그 밖의 이와 같은 종류의 약제로서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검사료 및 그 밖의 이와 같은 종류의 비용, 즉 혈액투석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2018. 7. 1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8-143호로 개정된 의료급여수가기준은 위 규정 중 ‘Erythropoietin제제 등’ 부분을‘Erythropoietin제제를 포함한’으로 개정하였는바, 개정된 의료급여수가기준에서도 마찬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나아가 의료급여수가기준은 정액범위조항에 더하여 제7조 제2항 단서와 제7조 제3항을 통하여 정액수가와 별도로 산정되는 급여비용의 범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액범위조항에 포함되는 급여비용의 범위는 제7조 제2항 단서와 제7조 제3항에 규정된 별도로 산정되는 급여비용의 범위와의 유기적ㆍ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정액범위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마. 심판대상조항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급여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대한 급여지급방식에 관한 것이나, 본질적으로는 의사의 전문적 의료서비스 제공의 대가, 즉 보수의 결정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심판대상조항은 급여비용의 지급방식을 1회당 정액수가로 정함으로써 의사가 구체적 진료행위의 종류와 질, 범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의료급여 수가기준을 1회당 정액수가로 정하고 그 정액수가에 포함되는 급여내용의 범위를 규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의사인 청구인들이 일률적으로 정액의 보수만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행위의 종류와 질 및 범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침으로써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헌재 2007. 8. 30. 2006헌마417; 헌재 2010. 9. 30. 2008헌마758; 헌재 2018. 7. 26. 2016헌마431 참조).
(2)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의료급여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의료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의료급여법 제1조). 의료급여제도는 사회적 약자의 의료비 지출을 부조하며 최소한의 보장 장치의 역할을 담당함과 동시에 저소득 취약계층이 의료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지출로 더 극도의 빈곤상태로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헌재 2018. 7. 26. 2016헌마431).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만성신부전증환자의 수 및 진료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의료급여 진료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짐으로 인하여,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범위 내에서 만성질환자의 특성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이고 적정하게 공급하고, 보다 많은 수급권자들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도입된 정액수가제는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진료비용을 적절한 범위로 통제하여 행위별수가제가 안고 있던 과잉진료와 이에 따른 과다한 진료비용 지출이라는 문제점을 해소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적정한 의료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정액수가제는 의료급여기금의 범위 내에서, 급여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 의료급여법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적정한 것으로 평가된 방식으로서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다.
(3)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의료급여수가제도는 급여를 시행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는 재정의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이 제공한 업무량과 투여자원 및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적정하고 공평하게 산정된 금액이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과잉 또는 과소진료를 방지하고, 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헌재 2003. 12. 18. 2001헌마543 참조). 의료급여수가기준을 규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 이러한 성격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에 소요되는 약제 또는 재료비를 별도로 산정하고, 의료서비스 행위 하나하나에 대하여 항목별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서 의사의 개별 진료행위에 대하여 직접적인 보상이 이루어짐에 따라 의학기술의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개발을 도모할 수 있고 환자에게 의료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의료기관의 수입을 높이기 위한 과잉진료, 과잉검사, 과잉투약을 초래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진료항목이나 비급여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어 의료공급과 진료형태의 왜곡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일정한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행위의 수를 늘리기 위해 각 치료행위의 시간을 줄임으로써 서비스의 부실을 가져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급여청구와 심사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정액수가제는 과소진료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와 의료기관이 위험한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고, 비용이 많이 드는 신기술이나 진료방식을 회피하는 현상을 보일 수 있는 단점이 있는 반면,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통하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료행위를 하도록 도모하고, 과잉진료 및 의료서비스 남용을 억제하도록 유인하여 적정량의 의료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방법이 간편하여 행정비용이 감소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건강보험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 등을 통하여 조성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금으로 운용되나, 의료급여는 국고보조금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조성된 의료급여기금으로 운용되므로 재정현실을 고려할 것이 요구된다. 더구나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의료급여 수급자의 수는 1,484,671명으로 그 비율이 전체 인구의 3%에도 미치지 못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차상위계층은 의료급여 수급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의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보장과 의료급여 수급권자 범위의 확대 사이에서 한정적인 재원을 균형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일반적으로 주 3회, 1회 당 4시간 정도, 병원의 인공신장실에서 투석기를 이용하여 사구체 역할을 하는 필터(투석막)를 통해 체외에서 기계적으로 혈액에 있는 요독과 과다한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의사는 정기적으로 환자의 빈혈 및 혈청 철 저장 상태, 혈액화학검사(간기능, 혈청 알부민, 칼륨, 칼슘, 인 등의 각종 전해질수치) 등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여 투석 치료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하고, 조혈제, 철분 등 약제의 투여방법과 용량 등을 조절한다. 이러한 혈액투석 진료과정에 비추어 보면, 혈액투석 진료는 그 내용과 진료행위의 소요시간, 필요한 재료, 약제의 종류 면에서 비교적 정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액수가제는 총액만을 제한할 뿐이므로 의사는 대체조제가 가능한 의약품으로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액수가제로 인하여 의사의 진료행위가 제한되는 정도가 크지 아니하다. 급여대상에 포함되나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약제ㆍ치료재료와 관련하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나 다른 의료급여의 경우에는 약제ㆍ치료재료 비용의 전액을 환자본인이 부담하도록 하여 처방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외래 혈액투석 진료에서는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약제ㆍ치료재료비용도 정액수가에 포함되어 환자로부터 별도의 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 따라 사실상 처방이 제한된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혈액투석 치료가 비교적 정형적이라는 점, 급여기준은 기본서, 임상진료지침, 임상연구 논문, 학회의견 등을 반영하여 의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에 따라 정해지는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사정만으로 진료행위의 제한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 정액수가제와 달리, 정액수가에 포함되는 급여를 한정하여 규정하고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치료행위나 약제 등을 별도로 규정한 다음 이에 대해서만 행위별수가제 등의 차등적 수가를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지적되어 온 문제점, 즉 과잉진료로 인한 진료비상승과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항목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 항목이나 환자본인부담의 약제를 유도함으로써 의료공급의 형태와 진료의 내용이 왜곡되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인 2018. 7. 1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8-143호로 개정된 의료급여수가기준은 외래 혈액투석 의료급여수가에 관한 정액수가제도와 수가금액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급여를 ‘혈액투석을 위한 정맥내 카테터삽입술’에서 ‘혈액투석을 위한 정맥내 카테터삽입술 또는 혈관중재시술 등’으로, ‘다른 상병으로 다른 진료과목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경우’에서 ‘만성신부전 관련 합병증이 아닌 다른 상병으로 진료를 받는 경우’로 각 확대함으로써 계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점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었고, 실질적으로 정액수가가 인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적정하게 공급하고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증가로 인한 의료급여기금의 낭비를 막아 궁극적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료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의사인 청구인들이 최신 의료기술 및 신약을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보다 다양한 진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청구인들이 입게 되는 이러한 불이익이 공익에 비하여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그와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바. 심판대상조항이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 침해 여부
(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보건권의 의의 및 법적 성격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 제34조 제2항에서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과 아울러 제34조 제5항에서 “신체장애자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규정들은 생활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질환자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에 대응하여 국가에게 생활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질환자를 보호할 헌법적 의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34조 제1항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일종으로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권리는 국가가 재정형편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을 통하여 구체화함으로써 법률적 권리로 인정된다(헌재 2009. 11. 26. 2007헌마734 참조). 의료급여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의료급여수급권도 이러한 법률적 권리에 해당하는데, 다만 그 보장수준이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로 되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한편,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민의 보건에 관한 권리는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2012. 2. 23. 2011헌마123 참조).
(나) 심사기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생활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헌법의 규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지만 그 기속의 의미는 동일하지 아니하다. 입법부나 행정부에 대하여는 국민소득, 국가의 재정능력과 정책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으로 모든 국민이 물질적인 최저생활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에 맞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행위의 지침, 즉 행위규범으로서 작용하지만 헌법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국가기관, 즉 입법부나 행정부가 국민으로 하여금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하여 객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국가기관의 행위의 합헌성을 심사하여야 한다는 통제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가 행하는 생계보호가 헌법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최소한도의 내용을 실현하고 있는지 여부는 결국 국가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함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를 취하였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인데 생계보호의 구체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입법부 또는 입법에 의하여 다시 위임을 받은 행정부 등 해당 기관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든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2009. 11. 26. 2007헌마734 참조).
한편, 헌법 제36조 제3항의 보건권과 관련해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건강의 유지에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에 대응하여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국가의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심사기준이 된다(헌재 2009. 11. 26. 2007헌마734 참조).
이 사건에서 수급권자인 청구인이 주장하는 보건권의 내용은 외래 혈액투석 치료를 받음에 있어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요ㆍ충분한 의료적 급부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내용과 중첩되므로 이하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보건권의 침해 여부를 함께 판단한다(헌재 2012. 2. 23. 2011헌마123 참조).
(다) 판단
심판대상조항이 생활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질환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최소한도의 내용을 실현하고 있는지의 여부 내지 이들을 위한 보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국가의 보호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여부는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함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를 취하였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인바, ‘인간다운 생활’이란 그 자체가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그 나라의 문화의 발달, 역사적ㆍ사회적ㆍ경제적 여건에 따라 어느 정도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최소한도의 조치’ 역시 국민의 사회의식의 변화, 사회ㆍ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가변적인 것이므로,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급여의 수준을 구체적으로 결정함에 있어서는 국민 전체의 소득수준과 생활수준, 국가의 재정규모와 정책, 국민 각 계층의 상충하는 갖가지 이해관계 등 복잡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헌재 2009. 9. 24. 2007헌마1092; 헌재 2009. 11. 26. 2007헌마734 등 참조).
만성신부전증환자의 수 및 진료비용의 증가 추세, 심판대상조항이 도입된 경위, 행위별수가제와 정액수가제의 장단점 등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도입된 정액수가제는 이와 같은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진료비용을 적절한 범위로 통제하여 행위별수가제가 안고 있던 과잉진료와 이에 따른 과다한 진료비용 지출이라는 문제점을 해소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적정한 의료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받는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는 정액수가제를 도입하기 전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의료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가져오게 될 뿐만 아니라 과잉진료나 진료형태의 왜곡을 막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또한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라 일정한 경우는 정액수가에 포함하고 특별히 추가 약제 등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별도의 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로써 자칫 정액수가에 의한 기본진료가 부실화될 우려가 있고 별도의 비용 산정이 이루어지는 약제 등의 처방을 유도할 수 있어 결국 정액수가 외의 별도의 재정소요를 발생케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아울러 앞서 본 바와 같이 혈액투석 진료는 그 내용과 진료행위의 소요시간, 필요한 재료, 약제의 종류 면에서 비교적 정형적이고,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2018. 7. 1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8-143호로 의료급여수가기준이 개정됨으로써 그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점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으로 보장되는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의료급여의 수준이 국가가 실현해야 할 객관적 내용의 최소한도의 보장에도 이르지 못하였다거나 의료재정의 한계 내에서 의료급여 수준을 결정함에 있
어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였다고는 보기 어렵고, 생활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질환자를 위한 보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국가의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의료행위선택권 침해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 제한
의료소비자는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 의료행위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에는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의료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선택할 권리도 포함된다. 따라서 의료소비자는 의료급여제도에 따라 제공되는 급여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자신의 비용으로 별도의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다(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헌재 2007. 8. 30. 2006헌마417 등 참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수급권자인 청구인은 의료급여법상 급여대상에 포함되나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약제ㆍ치료재료 등을 본인부담으로도 선택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외래 혈액투석 치료에 있어 의료급여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외에 별도의 의료서비스를 청구인 자신의 비용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것이어서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의료행위선택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
(나) 의료행위선택권 침해 여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정액수가제는 혈액투석에 소요되는 과도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의료급여재정을 안정화하여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료급여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혈액투석은 진료의 내용과 진료행위의 소요시간, 필요한 재료, 약제의 종류가 비교적 정형화 되어 있고, 혈액투석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분리하여 투석진료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기능을 가진 투석기를 이용하여 동일한 의사와 간호사의 관리 하에 급여기준에 부합하는 투석액과 재료를 사용하여 투석진료를 시행하므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와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받게 되는 기본진료의 질에 크게 차이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또한 약제에 대한 세부적인 급여기준은 기본서, 임상진료지침, 임상연구 논문, 학회의견 등을 반영하여 의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에 따라 정해지는 점에 비추어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약제 등의 처방이 혈액투석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료재정의 범위 안에서 의료행위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급여대상에 포함되나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약제 등을 전액본인부담으로 인정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이 경우 비용부담능력이 있는 수급권자들만 추가 약제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수급권자들의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추가비용부담에 의한 약제 등의 처방이 가능하게 되면 기본적인 정액수가에 의한 진료의 질이 떨어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영역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명한 영역으로서, 수급권자 입장에서는 그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가격, 내용을 불문하고 의사가 권유하는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과잉진료나 본인부담 약제 등의 유도 등에 따른 진료비용의 과중한 부담이 발생하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정된 의료재정의 범위 내에서 적정하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의료행위선택권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의료재정의 범위 내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의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현행 정액수가제와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우리는, 정액수가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정액범위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심판대상조항이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보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법정의견과는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진료계약의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의 권리와 의무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요청하고 의사가 그 요청에 응하여 진료행위를 개시하면 진료계약이 성립된다. 의사는 환자와 체결한 진료계약에 따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가 있고, 환자는 유효ㆍ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신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환자가 보수를 지급할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급여제도를 통하여 국가의 재원으로 마련된 의료급여기금에서 의사가 제공한 의료서비스에 상응하는 대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게 된다.
의사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감염을 예방하며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고, 진료거부금지, 설명의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의무 등을 지며(의료법 제4조 제1항, 제15조, 제24조의2, 제45조), 이러한 의무는 환자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는지를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의료법은 환자에게 진료의사 선택권 등을 부여하고 있는데(의료법 제46조), 이 역시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수지급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적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료급여법령이 정하고 있는 의료급여의 보장범위에 관한 규정들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외래 혈액투석 진료에 대해서 특별히 급여기준을 제한하거나 급여비용의 부담을 달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진료에 관하여 의료급여기관이 지급받는 수가를 146,120원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의사에 대하여는 실질적으로 146,120원을 상한으로 하는 의료서비스만을 선택하도록 강제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환자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하여는 위 금액을 초과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하여 의료행위선택권을 제한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가기준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준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정액수가제는 만성신부전증환자의 수 및 진료비용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하여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부담이 가중되자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진료비용을 제한함으로써 재정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된 수가기준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비탄력적인 정액수가제의 부당성
행위별수가제의 경우 의료행위에 소요되는 시간ㆍ노력 등의 업무량, 인력ㆍ시설ㆍ장비 등 자원의 양, 급여의 위험도 및 발생빈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한 상대가치 점수에 매년 정해지는 유형별 점수당 단가를 곱하고, 여기에 다시 의료급여기관 종별 규모에 따른 시설, 인력 장비 등의 투자비용 등을 감안한 가산율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구체적인 수가가 산정된다. 여기에서 점수당 단가는 물가상승률 등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매년 변동되므로 이를 기초로 산정되는 수가금액 역시 조정되는바, 최근 3년간 건강보험 평균 수가는 매년 2% 이상 인상되어 왔다(2017년 2.37%, 2018년 2.28%, 2019년 2.29% 인상됨,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2019. 12. 6.자 사실조회결과).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정액수가제는 점수당 단가와 연동되지 아니하고, 정기적으로 금액을 재산정하는 절차도 예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의료서비스의 수준, 의료산업구조의 변화, 경제상황의 변동뿐만 아니라 의료급여기금 재정상황의 변화 역시 반영되기 어려운 비탄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가기준을 법령에 규정하지 아니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고시에 위임하는 취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영역인 의료급여의 대상과 범위를 미리 법령에서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정액수가제는 2001. 11. 1. 도입 당시 그 금액이 136,000원으로 규정된 후, 13년만인 2014. 4. 1. 고시의 개정으로 146,120원으로 소폭 인상되었고, 2018. 7. 17. 정액수가에 포함되는 급여의 범위가 일부 조정되었을 뿐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변화하는 의료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나)실질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액수가금액의 문제점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하는 정액수가 146,120원은 2018년을 기준으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1회당 평균 진료비용인 187,198원(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2019. 12. 6.자 사실조회결과)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18. 10. 1.을 기준으로 외래 혈액투석 진료의 상대가치 점수와 점수당 단가를 기초로 하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의 외래 혈액투석 1회당 기본진료수가를 산정하면, 약제비용과 검사비용을 제외한 금액만으로도 146,036원(혈액투석수기료 100,429원 + 재료대 33,900원 + 투석액 11,707원)으로 계산되는바, 이에 의하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현행 정액수가 146,120원은 약제비용과 검사비용은 전혀 반영할 수 없는 낮은 금액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정액수가제하에서 의사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진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기본적인 진료 외에 추가 약제를 처방하고 검사를 실시한다면 정액수가를 초과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손실로 남게 된다. 여기에 점수당 단가는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여 매년 인상된다는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의 외래 혈액투석 1회당 평균 진료비용과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외래 혈액투석 진료에 대한 정액수가의 차이가 점점 더 확대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만성신부전증은 고령화 및 이에 따른 만성질환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질병으로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그 환자수와 진료비용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평균적으로 주 3회, 1회당 4시간이 소요되는 혈액투석 진료의 특성상 환자가 안정적인 소득활동에 종사하는 것도 쉽지 아니하고, 이러한 이유로 전체 혈액투석 환자 중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비중은 18%, 차상위계층은 3%(2018년 기준)에 이른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의료급여기금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재정 부담을 합리화하여야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현행 정액수가제하에서 의사들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진료의 질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 부담하게 되는 손실금액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결국 이러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의사들로서는 의료의 질을 포기하더라도 정액수가의 범위 내에서 진료행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어 진료행위의 자유가 제한되는 영역은 더욱 확대된다.
(다)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른 진료행위의 제한
혈액투석 진료에 정형적인 측면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만성신부전증에 이르게 된 원인질환, 환자의 나이, 성별, 체격, 식생활, 환자에게 남아 있는 신기능의 정도, 합병증의 유무와 종류 등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환자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고, 같은 환자의 건강상태도 계속 변화하므로 주기적인 검사를 통하여 구체적인 처방내역을 달리할 필요성이 있음은 다른 질병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그런데 현행 정액수가제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의 차이와 그에 따른 진료 난이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환자의 구체적인 건강상태에 따른 맞춤 진료가 아니라 획일적인 기본진료만을 강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앞서 본 바와 같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의 외래 혈액투석 1회당 진료수가 중 약제비용과 검사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146,036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가 추가비용의 발생으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외래 혈액투석 진료를 받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적절한 약제를 처방하고 검사를 실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액범위조항에 의하면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 당일 투여된 약제’가 모두 정액수가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의사로서는 수급권자인 환자에게 유효하고 적절한 진료를 위해 정액수가의 범위를 넘는 추가적인 약제를 사용하더라도 수급권자로부터 별도로 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하여 약국에서 구입하게 할 수도 없다. 만일 의사가 위와 같은 약제비용을 수급권자로부터 지급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하도록 한 경우 이를 수급권자에게 되돌려 주거나 약값에 해당하는 비용이 환수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므로 사실상 이러한 처방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2018. 7. 17. 의료급여수가기준 제7조 제2항, 제3항의 개정으로 별도의 청구가 가능한 급여의 폭이 확대되기는 하였으나, 위 개정과 관련한 보건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의 의료급여 혈액투석기준 확대 관련 질의ㆍ응답 자료에 의하면, Cinacalcet 제제(이차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제)와 Polystyrene sulfonate calcium 제제(고칼륨혈증 치료제) 등은 별도 산정에서 제외됨을 명시하였고, 또한 고혈압ㆍ빈혈 등은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통상적으로 발생하여 혈액투석 진료만으로도 진료가 가능한 상병으로서 별도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응답하였다. 따라서 고시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수경구약제에 포함되지 않는 약제를 포함하여 고혈압ㆍ빈혈 등으로 처방되는 약제비용
이 모두 정액수가의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별도의 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음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라) 유사한 수가조항의 개정경과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급여수가의 경우, 외래 혈액투석과 마찬가지로 정액수가제로 운용되다가 2017. 3. 8. 개정으로 외래진료수가 부분은 행위별수가제로 전환되었고, 2018. 7. 17. 개정으로 입원진료 및 낮병동 수가 부분은 점수제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입원진료 및 낮병동 수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점수는 일정하게 규정되어 있으나 여기에 곱하는 점수당 단가는 매년 변동됨에 따라 의료급여수가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또한 2019. 4. 5. 개정으로 종전의 ‘정신질환에 대한 정액수가에는 진찰료ㆍ입원료ㆍ투약료ㆍ주사료ㆍ정신요법료ㆍ검사료 등 환자진료에 필요한 제반비용이 포함’이라는 규정이 ‘정신질환에 대한 정액수가는 약제를 제외한 진찰료ㆍ입원료ㆍ투약료ㆍ주사료ㆍ정신요법료ㆍ검사료 등 환자진료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점수제에 의한 정액수가에서 약제비용을 분리 청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액수가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에 따라 적합한 약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신설될 당시, 현행 혈액투석 정액수가제와 유사하게 사회복지법인이 개설한 의원급(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의료급여기관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 경우 초ㆍ재진을 불문하고 진찰ㆍ처방ㆍ투약 및 조제ㆍ각종 검사ㆍ처치 및 수술ㆍ이학요법 등 당일에 이루어지는 모든 급여행위에 대하여 내원 1일당 8,380원의 정액수가로 산정하는 규정도 의료급여수가기준 제8조로 함께 신설된 바 있다. 그러나 위 규정에 대하여 ‘사회복지법인 부설 요양기관에 대한 방문당 수가제 부분은 위 요양기관들을 다른 요양기관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그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수단 사이에 균형을 잃고 있어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고(서울행정법원 2004. 11. 11. 선고 2003구합24021 판결), 위 판결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6. 1. 10. 선고 2004누26200 판결)을 거쳐 확정됨에 따라, 위 규정은 2006. 5. 1. 삭제되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상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요양병원, 질병군별 포괄수가제,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경우에는 급여의 상대가치 점수를 함께 정하여 고시하도록 되어 있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정액수가제와는 달리 점수당 단가의 인상에 의한 수가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3항,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 제2항 내지 제5항).
(마)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이 가능한지 여부
법정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 과도한 진료비용의 발생을 통제할 필요성이 있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정기적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여 수가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거나, 환자의 나이, 성별, 체격, 원인질환, 중증도 등 개별적인 상태에 따라 일정한 경우에는 정액수가에 포함하고, 특별히 추가적인 약제 등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별도의 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하는 방법 또는 추가적인 약제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환자가 부담하는 방법 등의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의사들의 진료행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개정된 정신질환 입원진료 및 낮병동 수가와 같이 점수제를 도입하여 미리 규정된 점수에 매년 변동되는 점수당 단가를 곱하여 수가를 산정함으로써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하되, 진료난이도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점수에 차이를 두어 총액에 있어서는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범위 내에서 의료서비스의 적절한 제공을 도모하면서도 의사의 진료재량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의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시도를 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정액수가를 적용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이 외래 혈액투석 진료비용을 제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한정적인 재원의 범위 내에서 만성질환자의 특성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보다 많은 수급권자들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진료비용의 제한을 통하여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안정적인 운용을 도모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보건의 향상과 사회복지의 증진이라는 의료급여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최종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정액수가제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와 이에 기초한 진료에 따른 비용의 차이를 반영할 수 없도록 일률적인 수가금액을 정하고,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의 평균적인 진료비용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금액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액수가에는 진찰료, 투약료 및 처방전, 주사료, 마취료, 이학요법료, 정신요법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 치료료, 특수장비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되는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약제와 치료방법이 적용된 결과 146,120원을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초과비용이 전보될 수 없고, 146,120원 미만의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차액이 의료기관의 이익으로 귀속되는 상황을 야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로 하여금 146,120원의 범위 내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료만을 시행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진료비용 자체는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국민보건의 향상과 사회복지의 증진이라는 의료급여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지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반면, 이로 인해 의사인 청구인들이 입게 되는 진료행위 자유의 제한이라는 불이익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심판대상조항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갖추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환자가 자신의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진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의료행위선택권은 헌법 제10조 전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의 하나로 보호되고, 진찰ㆍ검사, 약제ㆍ치료재료의 지급, 처치ㆍ수술과 그 밖의 치료 등은 모두 의료목적의 달성을 위해 일련의 과정으로서 의료행위선택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의료행위에 포함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현행 정액수가제에 의하면 외래 혈액투석을 받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경우 다른 질병으로 진료를 받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및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와는 달리 정액수가인 146,120원의 범위를 벗어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없고, 급여대상에는 포함되나 급여기준을 벗어나는 약제나 치료재료 등에 대해서 본인의 부담으로 이를 선택하고자 하여도 선택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서는 자신이 65세 이상이든, 8세 미만이든, 원인질환이 당뇨병이든, 고혈압이든 또는 선천적 질환이든, 합병증의 종류가 무엇이든 언제나 146,120원의 범위에서 의료행위의 질과 내용, 범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결과를 야기한다.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되는 건강보험이나 그 밖의 의료급여 역시 수가기준을 통하여 급여의 지급대상과 범위 및 기준을 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가능한 의료행위의 범위의 한계를 정하고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한 것이다(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의2).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한계에 따라 국가재정으로 보장할 수 있는 진료행위의 범위가 제한될 수는 있으나, 환자인 수급권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건강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종류와 질, 범위 자체를 재정의 한계만을 근거로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서는 외래 혈액투석이 아닌 다른 진료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다만 의료급여기금의 재정상황에 비추어 의료급여에 포함될 수 없는 진료에 대해서 본인의 부담으로 추가 약제나 치료재료를 처방받을 것인지, 아니면 급여의 범위 내에서 진료를 받을 것인지도 선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현행 정액수가제는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와 이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선택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단일의 정액수가를 규정함으로써 선택권을 제한한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만성신부전증의 원인질환, 환자의 나이, 성별, 체격, 식생활, 환자에게 남아 있는 신기능의 정도, 합병증의 유무와 종류 등의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환자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고, 같은 환자의 건강상태도 계속 변화하므로 주기적인 검사를 통하여 처방내역을 달리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진찰료는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으로서 이를 줄일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결국 의료기관으로서는 약제와 검사료 또는 의료 인력의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부족한 비용을 충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인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혈액투석기관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혈액투석기관 적정성 평가에서 등급이 높은 기관일수록 약제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 역시 이러한 현상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현행 정액수가제에 의하면 의료기관으로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하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와 동일한 처방을 하거나, 정액수가에 맞추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에 대한 진료내용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진료만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의료행위의 질적 차이는 의사 개인의 양심에 달려있을 뿐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하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와 동일한 처방을 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진료를 꺼리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서는 질 낮은 최소의 진료만을 통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의료기관으로 내몰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다.
(다) 한편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약제 등 의료행위의 선택가능성을 보장할 경우 자칫 정액수가에 의한 기본진료가 부실화되고 별도의 비용부담이 이루어지는 약제의 선택이 사실상 강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투석진료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와 감시ㆍ감독 시스템의 확충, 투석기관인증제 등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를 통하여 해결해 나아가야 할 문제라고 할 것이고, 이를 우려하여 현행과 같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고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일정한 경우에는 정액수가 또는 포괄수가로 정하고, 특별히 추가적인 약제 등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별도 수가를 도입하거나,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한계로 인하여 의료급여에 포함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약제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환자인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부담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의료급여기금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오지 아니하면서 환자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행위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외래 혈액투석 진료를 받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하여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최소한의 의료행위선택권조차 보장하지 아니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3) 법익의 균형성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급여 수급권자 역시 진료계약의 당사자로서 의사로부터 진료계약에 따른 유효ㆍ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자신의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진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심판대상조항이 도모하고자 하는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안정성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의료급여제도의 운용이라는 공익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환자인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입게 되는 자신의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진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의 제한이라는 불이익역시 가볍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4)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한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한다. 나아가 위헌 여부에 관하여 개정 전 고시와 개정 후 고시의 결론이 같을 것이 명백할 경우에는, 개정 후 고시까지 심판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헌재 2007. 7. 26. 2003헌마377; 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의료급여수가기준 제7조 제2항 본문은 2018. 7. 1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8-143호로 개정되었으나 그 개정내용은 ‘Erythropoietin제제 등’이라는 표현을 ‘Erythropoietin제제를 포함한’이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여 개정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적인 내용에는 변함이 없고, 위 개정내용이 현행 의료급여수가기준에도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뿐만 아니라 현행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9. 12. 27. 보건복지부고시 제2019-307호로 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본문, 제7조 제2항 분문 역시 그 위헌 여부에 관한 결론이 같음이 명백하므로 심판대상을 확장하여 함께 위헌을 선언함이 타당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