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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도1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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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 그의 진술이 기재된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도13945,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하였으나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닌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이때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의 증거능력 유무(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경우까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본래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이 보장된 증거조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에 대하여 예외를 정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취지에 반하고 정의의 관념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아 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 참고인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그 후 증언거부의 사유가 소멸된 시점에 증인이 재차 법정에 출석하여 또다시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그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49조, 제150조, 제151조 제1항, 제161조 제1항, 제310조의2, 제312조, 제313조, 제314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도3619 판결(공2006하, 1202),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2602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도12 판결,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공2012하, 1155),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7115 판결(공2016상, 495), 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9상, 917)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구재일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18. 8. 16. 선고 2018노39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이하 ‘필로폰’이라 한다)을 매매, 소지, 관리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고인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다. 피고인은 2017. 3. 27. 19:10경 고양시 ○○○구△△로에 있는 □□역 앞 노상에서 공소외 1로부터 64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공소외 1에게 필로폰 약 41.5g을 교부하여 필로폰을 매매하였다.

나. 공소외 1에 대한 관련사건의 경과 1) 공소외 1은 총 11회에 걸쳐 필로폰 매매 등을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2017. 4. 24.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로 기소되었고, 제1심은 2017. 10. 13. 징역 4년을 선고하였다. 그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범죄사실은 “공소외 1이 2017. 3. 27. 19:10경 고양시 ○○○구△△로에 있는 □□역 앞 노상에서 ‘◇◇◇◇’(피고인의 별명)에게 64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필로폰 약 41.5g을 교부받아 이를 매입한 후 판매를 위하여 소지하였다(매매 및 소지).”라는 부분이다. 2) 공소외 1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후 2018. 1. 31.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였다. 변경된 공소사실에 따라 항소심이 인정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범죄사실은 “공소외 1이 2017. 3. 27. 19:10경 고양시 ○○○구△△로에 있는 □□역 앞 노상에서 공소외 2에게 매매할 필로폰 약 41.5g을 소지한 채 공소외 2를 기다리던 중 경찰관에게 체포되어 미수에 그쳤다(매매미수).”라는 부분이다. 3) 공소외 1이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2018. 5. 15.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다. 이 사건에서 공소외 1이 증언을 거부한 경과 1) 공소외 1은 2017. 11. 24. 제1심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였으나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공소외 1은 선서 및 증언거부의 사유로 현재 자신의 관련사건이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소외 1은 2018. 1. 17. 제1심 제7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2) 제1심은 2018. 2. 7.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다. 3) 검사는 원심에서 다시 공소외 1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공소외 1은 2018. 6. 19.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라고 진술하며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라. 원심의 판단 1) 공소외 1의 제1심에서의 각 증언거부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공소외 1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는 자신의 관련사건이 확정된 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른 증언거부권은 인정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면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여야 하는데 공소외 1은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다.”라고만 하였다. 따라서 공소외 1의 증언거부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이하 통칭하여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라 한다)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따라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3) 경찰 및 검찰이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은 위법하므로, 이에 따라 획득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통화내용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증거능력이 없다.

마. 검사의 상고이유 요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증거법칙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1)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제1심 제7회 공판기일 이전에 공소외 1에 대한 관련사건 범죄사실 중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매입하였다’는 부분은 공소장변경으로 공소사실에서 제외되었으므로, 공소외 1이 제1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증언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또한 공소외 1이 원심에서 증언을 거부한 것은 자신의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후이므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공소외 1이 관련사건의 검찰에서 한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으므로,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2) 경찰이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 대하여 실시한 압수는 임의제출물 압수로서 적법하다. 설령 이를 임의제출물 압수로 볼 수 없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위 휴대전화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하는 절차를 거친 이상 경찰의 압수와는 별개의 새로운 압수절차로서 독자적인 위법 사유가 없으므로 경찰 단계에서의 위법과는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 따라서 위 휴대전화에서 획득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통화내용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증거능력이 있다.

2.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가. 제1심에서의 증언거부에 따른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라고 정함으로써, 원진술자 등의 진술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지 아니하는 전문증거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사유로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를 들고 있다. 위 증거능력에 대한 예외사유로 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사망, 질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라고 각 규정한 것에 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 예외사유의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요소를 강화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누구든지 자기 또는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제148조), 또한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서업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약종상, 조산사, 간호사,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사람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제149조 본문), 증인에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위와 같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문언과 개정 취지, 증언거부권 관련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49조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검사의 주장과 같이 관련사건에서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공소외 1이 이 사건 제1심 제7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할 당시 형사소송법 제148조에서 정한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때의 증언거부권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이 공소외 1의 제1심에서의 증언거부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법칙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에 따른 증거능력 1)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형사소송법은 헌법이 요구하는 적법 절차를 구현하기 위하여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본래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이 보장된 증거조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을 채택하고 있다.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인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는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법관은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이 형사소송절차 진행 및 심리 과정에서 원칙적이고 실질적인 지배원리로서 충실히 기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그 예외는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의한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형해화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형사소송법이 정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도12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은 제310조의2에서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로써 사실을 직접 경험한 사람의 진술이 법정에 직접 제출되어야 하고 이에 갈음하는 대체물인 진술 또는 서류가 제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전문법칙을 선언하고, 전문법칙의 예외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311조 내지 제316조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제312조와 제313조는 참고인 진술조서 등 서면증거에 대하여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고, 제314조는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진술할 수 없는 때 다시 예외적으로 그 진술 없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문법칙의 예외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예외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대하여 다시 그 요건마저 갖추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그 적용 범위를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나)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313조 제1항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에 관하여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였다. 2007. 6. 1.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제312조 제4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은 구 형사소송법이 정한 원진술자의 진정성립 인정 요건 외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 즉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될 것을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으로 추가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음을 선언하였다.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형식적·절차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효과적인 것이어야 한다. 또한 원진술자의 진술 없이 전문증거에 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예외사유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그동안 ‘사망, 질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서,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로, 다시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로 거듭 바뀌며 그 예외사유의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음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위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을 강화하고 전문법칙의 예외사유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온 취지는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로 인정되지 않는 증언거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아야 한다. 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의 규정 내용과 그 개정 취지에 따라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정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요건 충족 여부는 엄격히 심사하여야 한다는 점을 여러 판례를 통해 확인해 왔다. 먼저 제314조가 규정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공판이 계속되는 기간 동안 임상신문이나 출장신문도 불가능할 정도의 중병임을 요한다고 하였고(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도3619 판결 참조), ‘외국거주’에 대해서는 원진술자가 외국에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공판정에 출석시켜 진술하게 할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등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하며, 해당 국가와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이 체결된 상태라면 우선 사법공조의 절차에 의하여 증인을 소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고, 소환을 할 수 없는 경우라도 외국의 법원에 사법공조로 증인신문을 실시하도록 요청하는 등의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711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소재불명’에 해당하려면 소환장이 송달불능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재탐지촉탁까지 하여 소재수사를 하였는데도 그 소재를 확인할 수 없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260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제314조가 규정하는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은 개인의 신체적 사유나 법정 출석에 따른 장소적, 거리적 제한 내지 출석을 고지할 수 없는 사정 등이 있어 물리적으로 증인이 법정에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나오더라도 진술을 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경우라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 증언거부는 위와 같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의 경우에 준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검사의 주장과 같이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 증언거부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된다고 본다면, 피고인으로부터 반대신문의 기회를 박탈하고 전문법칙 예외사유의 범위를 넓혀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용인하는 것이 된다.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을 해석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을 채택하고 이를 강화하여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온 형사소송법의 취지 및 이에 따른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반한다. 라) 대법원은 이미 2012. 5. 17. 선고한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가 아닌 경우를 비교하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증인의 증언거부가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는 피고인과는 상관없는 증인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이고, 피고인으로서는 증언거부권이 인정되는 증인이건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증인이건 상관없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증인의 증언거부권의 존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의 해당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피고인의 형사소송절차상 지위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한다. 더구나 사안에 따라서는 증인의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명확히 판별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따라 증인의 수사기관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을 달리하는 것은 형사소송절차의 안정마저 저해할 우려가 있다. 마) 다만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경우까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본래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이 보장된 증거조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에 대하여 예외를 정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취지에 반하고 정의의 관념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바)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를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면, 참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놓고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죄가 없는 피고인이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증인이 증언거부권이 없음에도 사실상 증언을 회피함으로써 자신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피고인의 면전에서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허위일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반대신문을 통하여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진위 여부를 음미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형사소송법 제161조 제1항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한 때에는 결정으로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하여 제재규정을 두고 있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등에서는 증인의 신변안전 조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는 증언거부에 대하여는 실효적인 제재수단을 도입하거나 증인보호제도를 정비하는 등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통하여 증언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지, 전문법칙 예외규정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2) 이 사건에서 관련사건 판결이 원심 증인신문기일 이전에 확정되었고 공소외 1이 원심에서 형사소송법 제150조에 따라 증언거부사유를 소명하지 않은 채 증언을 거부하였으므로, 공소외 1이 원심에서 증언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공소외 1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정한 전문법칙의 예외사유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법칙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3. 휴대전화 압수의 적법성과 이에 저장된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경찰 단계에서의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는 적법한 임의제출물 압수라고 볼 수 없고, ② 검찰 단계에서의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 역시 적법한 임의제출물의 압수라고 볼 수 없으며, 검사가 위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종전 위법상태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서 획득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법칙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단은 법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다수의견의 논리는 필요하지도 않다. 아래에서 다수의견의 문제점을 차례대로 논박한다.

나.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1) 대법원은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만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그 근거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지극히 정당하다. 다수의견은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고 있다. ①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을 채택하고 이를 강화하여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온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 ②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가 아닌 경우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③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가 아닌 경우를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와 동일하게 취급하였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한 위 근거들은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논리적 흠결을 갖고 있다. 다수의견의 문제점을 차례로 살펴본다. 2)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의 취지에 맞게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과 조화되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전문법칙을 천명하면서도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둔 것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형사소송의 지도이념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데 그 목적과 취지가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해석할 때에는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물론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이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고, 어느 하나만을 일방적으로 우선시하여서는 안 된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밝혔듯이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라고 규정한 것에 비하면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그 예외사유의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이는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요소를 강화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와 같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문언과 개정 취지만으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문언 및 개정 취지와 더불어 증언거부권 관련 규정의 내용을 함께 살펴본 후 “형사소송법이 증인에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라고 명시한 다음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49조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하는 전제로서 “위 변호사는 원심 제6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였으나 증언하여야 할 내용이 피고인 회사로부터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소명한 후 재판장으로부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증언을 거부한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즉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인에 대한 증언거부권의 보장을 이유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굳이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라는 것을 근거로 들 필요가 없다. 단지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면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간단히 판시하면 되었을 것이다. 다수의견의 논리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3) 다수의견은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가 아닌 경우 모두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근거가 아니다. 왜냐하면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일단 반대신문권이 실현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하여 구체적인 개별 상황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 되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위 사정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 여부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 의미를 가질 뿐 실제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사정이다. 오히려 증언거부권이 없는 증인이 법원의 소환에 불응하며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함으로써 구인장이 집행불능이 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경우와 증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는 모두 법정에서의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이 두 경우를 달리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증언거부권이 없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 여부에서 그 의미가 현저하게 다르다. 가) 형사사법작용에 관한 대표적인 법률인 형사소송법은 진실 발견을 위하여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을 하는 것을 모든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제146조). 다른 한편으로는 소송법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 내지 이념 및 이와 긴장·대립관계에 있을 수 있는 증인의 기본권 내지 이익 또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이 증인신문과 관련하여 마련한 여러 제도와 상세하고도 구체적인 절차 조항들은 모두 이러한 가치, 권리, 이익의 균형·조화 속에서 적법 절차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형사소송법은 증인신문에 관하여 진지하고도 엄숙한 절차 규정을 두어 증인에게 진실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이를 어길 때에는 위증의 벌을 부과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자신에 대한 소송절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출석하여 선서하고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증인을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진술 대신 침묵할 수 있는 증언거부권 제도를 두고 있다. 즉 자기나 자기와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 법정대리인 및 후견감독인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 있는 증언, 변호사, 의사, 종교의 직 등 일정한 직역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증언 등에 대해서는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제148조, 제149조). 증언거부권 제도는 증인에게 증언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대법원 2010. 1. 21. 선고 2008도94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할 의무는 형사소송법의 중요한 이념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이러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근본적인 이념을 양보하여 일정한 사정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부여한 경우에만 증언의무가 면제된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148조에서 정한 증언거부권은 헌법 제12조에서 정한 자기부죄거부특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러한 증언거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대법원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비록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이념을 희생하더라도 그의 수사기관 진술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하도록 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면 증언을 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로 부여된 증언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오히려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동일하게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무의미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증언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증언을 강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 제12조, 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49조의 취지에 반한다. 한편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는 스스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거부의 의사를 명백히 밝힌 셈이므로 그러한 의사를 번복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명시한 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의 사유보다 그의 진술을 청취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명백한 사유이다. 따라서 증인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그것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든 증언거부권이 없음에도 사실상 증언을 회피하는 것이든 관계없이 모두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다만 대법원은 앞에서 본 것처럼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증언거부권을 법률로써 보장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여 제한적인 해석을 한 것이다. 즉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증인의 증언거부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피고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반면 증언거부권이 없는 증인의 경우에는 증언의무가 있다. 또한 진실을 진술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위증의 벌을 받는다. 이러한 의무를 불이행하여 마음대로 증언을 거부한 경우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의무불이행 상황에서 형사소송법의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이념을 양보하여서는 안 된다.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 사람에게 수사과정에서 한 진술을 무력화시킬 권능을 부여할 수는 없다. 나)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다수의견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증언거부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판절차에서 증언을 거부한 경우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조서의 낭독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면 증언거부권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증언거절의 결의가 확고하고 번의하여 증언할 가능성이 적을 때에는 ‘공술불능’으로 보아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제6조의 피고인의 증인 대면권을 근거로 반대신문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와 같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각국의 입법정책에 따라 다양하게 규율될 수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과 일본은 증언거부권이 없는 증인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의 내용이 증거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6조에 명시된 피고인의 증인 대면권을 근거로 이와 달리 보고 있고, 배심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의 수사 및 재판 제도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와 같이 보더라도 아래에서 보게 될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며 형사소송법에서 인정되는 법률상 권리이다(헌법재판소 2013. 12. 26. 선고 2011헌바10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반대신문권의 보장과 증거능력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입법정책과 법률해석의 문제이며, 우리의 형사소송법 제도 아래에서 인정되는 여러 이념들과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근거가 빈약하다. 4) 다수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입법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태도는 현행 형사소송 제도 아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도외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 가)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1) 현재 법원에 계속 중인 수많은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비롯한 참고인들의 수사기관 진술에 대하여 부동의 의견을 밝힌 다음 그들을 상대로 증언을 거부해줄 것을 회유·협박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현행법상 피고인이 증인에게 증언거부를 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규정은 없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무분별하게 일어날 것이다.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뿐이므로(형사소송법 제161조 제1항) 증인으로서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증언을 거부할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피고인이 과태료 대납을 약속하거나 그 이상의 금품 제공을 약속하고 증언거부를 회유하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다수의견이 언급하고 있는 현행법상 증인의 신변안전 조치에 관한 규정들은 그 적용대상이 일부 특정한 범죄들에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회유에 의한 자발적인 증언거부에 대하여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형사소송법이 국민에게 부여한 증언의무는 하루아침에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특히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 마약·조직폭력범죄, 성범죄, 재산범죄 등 물적 증거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참고인의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사건, 사회적 법익 또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범죄, 현실적인 법익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되는 추상적 위험범 등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발생할 것이다. 친고죄 규정을 폐지한 여러 성폭력범죄에서는 증언을 거부하게 하여 무죄판결을 받기 위한 시도가 횡행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친고죄 규정을 폐지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형사절차가 민사상 피해회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2) 다수의견은,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것이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그 의미가 매우 불분명하다. 피고인이 증인을 회유·협박하여 증언을 거부하도록 하는 경우가 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이 증인을 회유·협박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증인이 증언거부권이 없음에도 증언을 거부할 것인지는 그가 실제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거부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증언거부에 관하여 피고인의 회유·협박이 개입된 사안에서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실제로 증언을 거부하였다는 것은 곧 피고인의 증인에 대한 회유·협박이 성공하였음을 의미한다. 즉 피고인의 회유에 의하여 증언을 거부한 증인은 이미 경제적 대가 등을 약속·제공받은 상태에서 굳이 회유가 있었다는 점을 사실대로 진술할 이유가 없고, 피고인의 협박에 의하여 증언을 거부한 증인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위해 등을 우려하여 협박이 있었다는 점을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증인이 피고인의 회유·협박에 의하여 증언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당해 피고사건에서 밝혀내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다수의견의 예외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수사기관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기 위해 증인을 회유·협박하여 증언을 거부하게 하는 사례는 여전히 만연할 것이다. (3) 위증죄 역시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위증죄로 처벌받을 우려가 있는 증인은 증언을 거부하고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피고인이 과태료 이상의 금품을 약속할 경우 이를 거절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로 인하여 모해위증죄를 제외하고는 위증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사실상 사라질 것이다. 우연히 타인의 성범죄를 목격한 사람, 교통사고를 목격한 사람, 폭력 사건을 목격한 사람 등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제3자는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나 피해자를 본 후 또는 방청석에 있는 관계자들의 태도 등에 영향을 받아 증언거부를 선택하면 어렵지 않게 자신의 우연한 경험으로 인한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로써 수사기관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사실대로 이루어진 진술마저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실체적 진실 발견은 물론 현저하게 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4) 다수의견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증인의 소재탐지나 구인장의 집행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이유가 없게 된다. 소재탐지촉탁을 받은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소재탐지를 하여 증인을 출석하게 하거나 구인장을 적극적으로 집행하여 증인을 출석하게 하였는데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면 그의 수사기관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만다. 반면에 소재탐지 또는 구인장의 집행을 소극적으로 하여 증인의 소재가 불명인 것으로 판명되거나 구인장이 집행불능 상태가 되면 증인의 수사기관 진술에 증거능력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으로서는 증인에 대한 소재탐지나 구인장의 집행에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수사기관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오히려 형식적이고 소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5)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목적은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기소 후에는 충실한 공소유지를 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은 증인이 법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을 예상하지 않고 수사를 하였다.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증인의 수사기관 조서에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과 달리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위증죄의 부담을 안고 증언에 임하여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것을 전제로 충실하게 참고인 조사를 하여 그 진술을 조서로 남김으로써 설령 증인이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더라도 조서의 내용을 토대로 유죄 인정이 가능하도록 수사를 하여 왔다. 그러나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증인은 과태료를 부담하는 외에는 아무런 제재 없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증언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수사기관으로서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후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되기까지 짧지 않은 기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증인이 증언 또는 증언거부를 결심하는 데에 여러 사정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해자인 증인의 피해감정 또한 상당 부분 약화될 수 있다. 수사기관은 장래에 증인이 증언거부를 할 것인지 여부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물적 증거를 수집하고 참고인 조사를 하여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될 때에는 기소를 하면 족하다. 공판과정에서 증인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증언을 거부하면 증언을 얻을 수 없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기재된 조서의 증거능력도 없게 되고, 반대로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지 않고 스스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면 그 증언을 증거로 사용하면 될 것이므로, 결국 수사기관으로서는 참고인의 진술에 대하여 조서를 작성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없게 된다. 어떠한 사건에서 증인들이 모두 증언을 거부한다면 그 사건에서는 진술증거들이 전혀 없게 되는 결과가 된다. 이제는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는 이상 그 사유를 따질 필요도 없이 그의 진술조서는 더 이상 증거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는지 여부는 그가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만 의미가 있을 뿐이고, 그 외에는 아무런 법률적 차이가 없게 된다. 이렇듯 다수의견에 따른 앞으로의 수사 및 공판 실무는 기본적으로 수사 단계에서의 참고인 진술조서를 진술증거로 인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체계와 들어맞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우리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참모습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6) 다수의견의 해석에 따른다면, 현재의 형사소송 제도 아래에서 검사가 증인의 증언거부에 대비하여 취할 수 있는 수단은 형사소송법 제184조에서 정한 증거보전 절차일 것이다. 검사는 유무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참고인의 진술이 법정에서의 증언거부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유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며 수사 단계에서 증거보전 절차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래에 증언을 거부할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증거보전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단순히 증언거부의 염려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증거보전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설령 증거보전 청구가 받아들여져 증인신문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이는 수소법원에 의한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나) 위와 같은 문제는 다수의견에 따른 판결이 선고되면 곧바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이러한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그 책임을 입법부에 미루려 한다. 그러나 형사재판과 수사절차에서 위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변화는 법원의 판결이 아닌 입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입법절차에서는 관계 기관을 비롯한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관하여 심도 깊은 검토를 거친 후 유연하고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규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시행에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급격한 변화로 인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인적, 제도적 여건을 갖추어 나갈 수 있다. 대법원이 다수의견에 따라 판결을 선고한다면 국민과 사회는 하루아침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와 문제점을 떠안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다수의견에 따른 해석을 보완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이 속출할 것이고, 수사와 형사재판 절차는 장기간 혼돈상태에 빠지게 되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여야 한다. 과연 대법원이 아무런 사전 준비절차 없이 다수의견의 법리를 선언하여 수사와 재판 절차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 그 책임을 국회로 넘겨 입법으로 이를 수습하게 할 만큼 다수의견에 따른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 수사기관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해석문제이다. 이러한 법률해석은 우리의 형사사법질서 전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를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위와 같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려면 여러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러한 해석이 우리 법질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법질서 전체와 조화될 수 없는 법률해석을 한 판결을 선고하면서 입법부로 하여금 나머지 법질서를 그 해석에 맞게 바꾸라고 하는 것은 사법의 역할과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른 법리 선언이 형사사법 전반에 걸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사회와 국민에게 미치는 파장도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단지 기우에 불과하기를 바라면서, 보다 더 신중한 접근과 규범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5) 반면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대법원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하지 않고,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만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수의견이 문제 삼고 있는 내용은 모두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거나 종래의 법률해석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증언거부권의 존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의 해당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피고인의 형사소송절차상 지위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명시되어 있는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의 사유도 모두 피고인과 무관한 우연한 사정의 존부를 규율한 것들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문제제기는 타당하지 않다. 또한 다수의견은 증인의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를 판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로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증언거부권이 갖는 의미에 관하여는 앞에서 상세히 살펴보았고,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별하기 쉽지 않다면 증언거부권이 있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다수의견의 위 지적도 설득력이 없다. 다수의견은 참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놓고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오히려 죄가 없는 피고인이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허위일 수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였다고 해서 수사기관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서 정한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라는 요건으로 해결될 수 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의 의미를 ‘그 진술의 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증명된 때’라고 해석한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그 진술이나 조서의 작성과정에 뚜렷한 절차적 위법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넘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어 그에 기초하여 법원이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더라도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1도6035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참고인 소재불명 등의 경우에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에 대하여 다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참고인의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대법원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인정함에 있어 매우 엄격한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사항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의 인정 여부에 관한 엄격한 판단을 통하여 진술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함으로써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예컨대 수사기관에서 변호인의 참여하에 피고인과 참고인의 대질신문이 실시되어 이들에 대한 추궁 및 반박이 심도 있게 진행됨으로써 조사가 충실히 이루어지고, 이와 더불어 다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참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진술증거에 증거능력을 부여하여 법관이 자유심증에 따라 그 증거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부합한다. 그렇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는 증언거부를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일률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실체적 진실에 이를 수 있는 길을 가려내지 않은 채 모든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리는 것과 다름없어 부당하다. 6)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언거부권을 법률로써 보장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여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한적인 해석을 한 것이다. 따라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위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다. 판례는 그 변경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비록 판례의 변경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고 국민이 그에 따른 법률관계의 변화를 감수할 것이 예정되어 있더라도 그렇다. 그래야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고 국민이 판례를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어 판례가 진정한 규범력을 가지게 된다. 법률 규정에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그 해석과 관련하여 오랜 기간 동안 일정한 방향으로 대법원 판례가 축적된 경우에는 그 판례 변경에 더욱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축적된 판례의 견해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견해가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거나 해당 법률 규정의 취지를 현저히 벗어나게 되는 등 이를 바꾸는 것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짐으로써 그로 인하여 법적 안정성이 희생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새로운 법적 견해가 다소 낫다거나 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축적된 판례의 견해를 바꾸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례 법리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현재까지 법률 규정에 의미 있는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와 상황이 변한 것도 없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례 법리에 따르는 것이 정의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거나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취지를 현저히 벗어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견에 따라 판례를 변경하였을 때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문제가 발생된다는 것을 앞에서 살펴보았다. 다수의견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보다 다소 낫다거나 합리적이라고 볼 수조차도 없다. 다수의견은 판례를 변경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 그리고 다수의견의 법리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필요하지도 않다.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에 따른 판시를 하지 않더라도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아 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검사가 그 후 후발적 사정으로 증언거부의 사유가 소멸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그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무관하게 공판정에서 오로지 사건의 실체에 관한 증인의 법정진술을 직접 청취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이때 증인이 증언거부의 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종전과 동일하게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이미 증거능력이 부정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만일 이러한 경우에도 증언거부권이 소멸되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미 증거능력이 부정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게 한다면 당초 증인의 증언거부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증거신청 또는 재판의 진행 정도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 증인과 피고인의 지위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한다. 이는 증인이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에 대하여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된 후 다시 검사가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부여하기 위하여 재차 증인신청을 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요컨대,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아 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 참고인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그 후 증언거부의 사유가 소멸된 시점에 증인이 재차 법정에 출석하여 또다시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그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라. 이러한 법리에 따라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공소외 1이 원심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였으나 이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따라 공소외 1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공소외 1이 제1심에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함으로써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원심에서 공소외 1이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다시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이 공소외 1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간 것은 잘못이라고 하겠으나,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결론은 정당하다. 한편 원심은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서 획득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배척하였는데,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법칙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결국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법칙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마. 이와 같이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이 사건의 결론에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 가. 별개의견은, 대법원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이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위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인이 형사소송법 제149조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그 쟁점에 국한하여 판단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2007년 개정된 이후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가 증거능력을 가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지금까지 대법원의 판단이 없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학계에서는 이 사건 쟁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대립되어 있고, 하급심 판결례도 나뉘어져 있는 실정이다. 이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 범위를 분명히 함으로써 종래 하급심에서 있었던 실무상의 혼란을 정리하는 의미를 가진다.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정한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서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물리적으로 증인이 법정에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나오더라도 진술을 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자신이 관여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증언을 하게 된 증인은 사실대로 증언하면 그 범죄사실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자기부죄거부특권을 구체화하여 증언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증언으로 인하여 자신이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법정에서 진술을 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마당에, 증언을 하더라도 자신이 형사상 처벌을 받을 염려가 없어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증인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경우’에 해당할 여지는 더욱 없다. 오히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가 아닌 경우 역시 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한 논리적 전제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해석할 때에는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물론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이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고, 어느 하나만을 일방적으로 우선시하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는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형사재판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와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이념은 서로 대립적인 관계에 있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우월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관은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이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물론 두 이념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어느 이념을 보다 중시할 것인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이러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증언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참고인이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진실한 것으로 밝히지 못하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이는 증언을 회피함으로써 위증죄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그러한 진술은 그 내용이 객관적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별개의견은, 참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놓고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죄가 없는 피고인이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의 우려에 대하여, 이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엄격한 판단을 함으로써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별개의견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를 적용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그 진술이나 조서의 작성과정에 뚜렷한 절차적 위법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넘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어 그에 기초하여 법원이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더라도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상 증인의 출석과 증언 확보를 위한 여러 규정이 있음에도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을 출석시켜 진술을 받아낸 수사기관이 그 참고인으로 하여금 법정에서 증언을 하게 하는 데 실패하였다면 이러한 사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 전문진술의 신용성의 보장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법관이 원진술을 통하여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도 없거니와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은 관철되어야 하고, 그것이 곧 실체적 진실에도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른 판결이 선고될 경우 우려되는 사항들을 지적하고 있다. 1)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피고인이 증인을 회유·협박하는 현상이 무분별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증인을 회유·협박하여 증언을 거부하게 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럼에도 별개의견은, 증인이 피고인의 회유·협박에 의하여 증언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밝혀내기가 대단히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증인을 회유·협박하는 사례가 여전히 만연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유죄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그 일이 쉽지 않다는 사정은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 2) 별개의견은, 증언의무를 저버린 사람에게 수사과정에서 한 진술을 무력화시킬 권능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에서의 증언을 거부한 사람은 피고인의 면전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재현하지 못하고 반대신문에도 대응할 수 없으며, 위증죄로 처벌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사기관에서 한 내용과 동일한 진술을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도 증거능력의 유무를 심사하는 단계에서 배척하는 것이 옳다. 또한 증인이 수사과정에서 한 진술을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증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사의 역할이자 책무이다. 만약 검사가 증인의 증언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형사소송법이 예정하는 당연한 귀결일 따름이다.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증인의 증언의무 불이행이라는 사정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이라는 절차적 정의를 포기하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3) 별개의견은, 증인에 대한 ‘구인장 집행불능’ 사유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쟁점도 법정에서의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함에도 실제로 구인장의 강제력에 기하여 법정에 출석하였다면 증언거부를 하지 않고 증언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단순히 증인에 대한 구인장이 집행불능인 것과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의 면전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것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한편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증인에 대한 소재탐지나 구인장의 집행에 최선을 다하여 증인이 법정에 출석한 후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나, 반면에 소재탐지나 구인장 집행을 소극적으로 하여 소재불명으로 판명되거나 구인장 집행불능 상태가 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되므로, 수사기관으로서는 소재탐지나 구인장의 집행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별개의견도 지적하듯이 대법원은 소재불명이나 구인장 집행불능 등의 사유를 판단할 때 증인의 법정 출석을 위한 가능하고도 충분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부득이 증인의 법정 출석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정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수사기관이 소재탐지나 구인장의 집행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소재불명이나 구인장 집행불능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수사기관 진술에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수사기관이 소재탐지나 구인장의 집행을 소홀히 하였음에도 최선을 다한 것과 같은 외관을 작출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우려 때문에 이 사건 쟁점에 대하여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한다면 이는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라. 별개의견은 이 사건 쟁점에 관한 판단이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해석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수의견의 해석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형사재판과 수사절차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변화이므로 이는 판결이 아닌 입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라 판결을 선고한다면 국민과 사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와 문제점을 떠안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쟁점은 별개의견도 인정하듯이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해석 문제이다. 입법기술상 위 조항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라고 추상적,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미를 분명하게 해석하는 것은 사법부 본연의 역할이자 임무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 하급심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채택한 판결들이 선고되고 있으므로 대법원이 이 사건 쟁점에 대한 판단을 언제까지나 회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입법이 이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대법원이 통일적인 법률해석을 하여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법리 선언이 이루어진 이후에 이를 보완하는 입법이 뒤따른 예는 얼마든지 있다. 대법원이 선언할 예정인 법리에 대하여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입법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그 법리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대법원이 최종적인 법률해석이라는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 쟁점이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해석 문제인 이상 법원은 올바른 법리를 선언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의 견해는 결코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입법에 관여하는 것도 아니다.

마. 별개의견은, 이 사건 쟁점에 관한 문제는 각국의 입법정책에 따라 다양하게 규율될 수 있다면서 우리 형사소송 제도가 독일과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대륙법계라고 전제하고, 독일과 일본은 증언거부권이 없는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 수사기관 조서의 내용이 증거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은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도입하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므로, 더 이상 대륙법계라는 틀로 우리 형사소송법의 해석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별개의견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미국은 수정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반면, 우리는 형사소송법에서 인정되는 법률상 권리이므로 근본적으로 달리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명백하게 법률상 권리로 인정되고 있는 이상 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석론을 전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바. 별개의견은, 이 사건 쟁점에 관한 다수의견의 법리가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쟁점은 원심에서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 주된 다툼의 대상이었고, 원심도 이에 대해 정면으로 판단하였으며, 검사의 상고이유 중 핵심적인 내용도 바로 이 사건 쟁점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이 사건 쟁점에 대하여 견해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당사자가 가장 주되게 다투는 쟁점에 대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학계의 견해와 하급심의 판단이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취할 마땅한 태도도 아니다. 별개의견이 다수의견에 따른 법리가 형사소송절차에 미칠지도 모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하여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역량과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다수의견에서 밝힌 법리가 형사사법의 이념을 실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주심)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