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다2020
약속어음금 [대법원 1978. 3. 14., 선고, 77다2020, 판결] 【판시사항】 가. 약속어음 금액란 부당보충이 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나. 백지어음 금액란이 보충된 경우에 보충권의 내용에 관하여 발행인에 확인하지 아니한 것이 어음취득에 있어 중과실이 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약속어음의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경우에는 어음법상의 어음의 위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나. 어음금액이 백지인 어음을 취득하면서 보증권한을 부여받은 자의 지시에 의하여 어음금액란을 보충하는 경우 보충권의 내용에 관하여 어음의 기명날인자에게 직접 조회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득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
【참조조문】 어음법 제10조 , 제77조 제2항
【전문】
【원고, 피상고인】
안주현
【피고, 상고인】 박강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원
【원 판 결】 광주지방법원 1977.10.6. 선고 77나10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제1점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원심판결 설시의 본건 약속어음의 백지부분(금액란부분)에 대한 보충권을 소위 김경열에게 부여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원판결에 소론 심리미진, 석명권불행사 등의 위법사유 있음을 단정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나) 제2점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본건 어음에 관하여 부여된 보충권의 한도액인 금136,000원을 초과하여 금액란에 3,500,000원으로 부당보충이 된 것으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또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본건의 경우에는 어음법상 보충권의 남용에 해당되고 어음법상의 어음의 위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의 조처도 정당하다.
왜냐하면 어음의 위조라고 하는 것은 어음행위자의 명의를 조작하는 것을 말하는데 백지어음의 부당보충의 경우에는 그 보충으로 인하여 완성된 어음행위의 주체는 의연히 당초의 어음행위자 그대로이고 다만 합의된 내용과 상이한 기재가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어음의 위조와 보충권의 남용은 그 개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며 논지지적의 본원 판결은 형사법적 측면에서 다룬 판결로서 그 판결이 어음의 백지부분인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어음을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 어음법의 측면에서도 어음의 위조의 법조에 따라서 가려져야 하고 어음법 제77조 제2항, 제10조의 백지어음취득에 관한 법조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니 그 판결이 원판결의 결과에 방해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다) 제5점에 대한 판단,
소론 주장들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판결에 소론 강행법규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불공정한 법률행위 내지는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등에 관한 판단을 잘못한 위법이 없다. 논지도 이유없다.
(라) 제3, 4점에 대한 판단,
어음법 제77조 제2항, 제10조의 규정에 의하면 백지어음을 발행한 자는 보충권에 관하여 미리 합의한 것과 다른 보충을 한 어음을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없이 취득한 소지인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 바, 본건에 있어서는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로부터 백지어음부분에 대한 보충권한을 부여받은 위 김경열의 지시에 의하여(김경열이가 원고로 하여금 금액란을 보충하게 하여) 원고가 금액란을 3,500,000원으로 보충하였다는 것이니 원고가 본건 어음을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없이 취득하였다면 원고는 위 법조에 의하여 보호받게 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판결에 소론 백지어음의 선의취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여기서 「원고가 위 법조 소정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본건 어음을 취득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피고의 항변내용은 「원고는 고등교육을 받은 자로서 어음거래를 많이 하여 온 경험이 있고 피고가 발행한 유가증권을 위 김경열로부터 여러 차례 교부받아 그것이 결재되었었는데 본건 어음과 같이 금액란이 백지로 발행된 적은 없었으며 본건 어음에 보충된 금액이 금 3,500,000원이나 되는 거액이고 또 원,피고는 서로 아는 처지로서 본건 어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화 등으로 백지어음이 발행된 사실과 금액의 보충한도등을 쉽게 조회하여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고 원고가 본건 어음을 취득한 것은 중대한 과실에 인한 것이라」는 것이고, 이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피고의 그러한 주장만으로는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니 피고의 주장은 이유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백지어음의 백지부분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면 하나는 어음금액이 백지로 된 경우와 같이 가장 중요한 사항인 어음금액에 관하여 또 그 범위가 한정되는 것이 통상적인 사항이 백지로 된 경우이고, 또 하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아니한 사항으로서 한정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그밖의 사항 특히 수취인이 백지로된 경우등인바, 어음금액이 백지로 된 전자의 백지어음을 본건의 경우처럼 원고가 그를 취득할 당시에 위 김경열의 지시에 의하여 원고자신이 본건 어음금액란을 보충한 경우에 있어서 원고가 보충권의 내용에 관하여 본건 어음의 기명날인자(피고)에게 직접 조회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취득자인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에 설시한 피고의 항변사실은 오히려 원고의 본건 어음취득이 중대한 과실에 인한 것임을 긍인하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음은 위법조 소정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할것이며 피고의 항변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피고는 당초의 합의에 따른 책임만을 지게 될 것이므로 원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니 이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2) 그러므로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세(재판장) 한환진 안병수 정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