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다107
수표금 [대법원 1982. 6. 8., 선고, 81다107, 판결] 【판시사항】 가. 지급거절 선언의 방법 나. 취소원인이 종료되기 전에 한 추인의 효력
【판결요지】 가. 수표의 지급거절선언은 수표자체에 기재하여야 하고 수표가 아닌 지편에 되어있는 지급인의 지급거절선언은 가사 그 지편이 수표에 부착되어 간인까지 되어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부적법하다. 나. 강박에서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으면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기 전이므로 이때에 한 추인은 그 효력이 없다.
【참조조문】 가.
수표법 제39조 제2호 나. 민법 제144조
【전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한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훈종, 송영욱, 이유영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0.12.4. 선고 80나124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 1 점을 본다.
수표의 소지인이 적법한 기간내에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였으나 그 지급을 받지 못한 경우에 소구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그 지급거절을 증명하는 방법의 하나로 갖추어야 할 지급인의 지급거절선언은 수표법 제39조 제2호의 규정상 수표 자체에 기재한 것이어야만 하므로 수표가 아닌 지편에 기재한 지급인의 지급거절선언은 비록 그 지편을 수표에 부착시키고 부착부분에 간인을 하였다 하더라도 수표 자체에 기재한 것이 아니어서 수표법 제39조 제2호 소정의 지급거절선언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므로 이와 다른 견해를 내세워 거기에 수표법 제39조 제2호의 규정에 관한 해석을 그릇친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채택할 수 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2점을 본다. 피고가 소외 이성통상주식회사의 원고 은행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 중의 일부를 인수하는 약정을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소외 1주식회사(대표이사 소외 2, 이하 소외 회사라고 줄여 쓴다)가 원고 은행과 거래를 하던 중 1977.8.27부터 1978.2.28까지 사이에 6회에 걸쳐 외국은행발행의 신용장이나 선박소유자 발행의 선하증권을 위조하여 원고 은행으로 하여금 하환어음을 매수케 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 은행에게 그 매입대금 미화 금 1,053,325달라 48센트(한화 금 510,876,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하여 원고 은행의 고발에 따라 원판시 수사기관이 그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피고가 위 소외 회사의 화환어음 부정매도 사건에 공모, 가담하였을지도 모른다는 혐의를 두고 피고에 대한 내사를 하던 중, 피고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78.7.26. 14:00경 수사관 2명을 시켜 연행한 후 그날밤 10:00까지 조사를 하는 일방, 피고에게 원고 은행이 위 소외 회사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일부를 변상하도록 강력히 종용하다가 피고가 이에 불응하자 구속영장도 발부받지 않은 채 피고에게 수정을 채워 경찰서보호실에 호송하여 그 다음날 13:30경까지 유치하고, 그날 14:00경 수정을 채우고 포승으로 묶어 수사관실에서 다시 호송하여 오게 한 후 원고 은행 지점장 소외 3, 원고 은행 검사부장 소외 4, 감사 소외 5 등이 합석한 자리에서 동인 등이 원고 은행이 입은 손해중 금 203,000,000원을 피고가 변상하고 문제를 원만하게 일단락 지을 것을 종용하므로 약 3시간 동안의 논의끝에, 만약 동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면 구속이 되어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명예도 손상되고 사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받게 될 것이라고 외포심을 느낀 나머지, 같은 날 17:00경 위 소외 회사의 원고 은행에 대한 채무를 원고 은행이 요구하는 금 203,000,000원의 채무를 피고가 인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여, 그 이행을 담보하는 의미에서 그 액면 상당의 수표를 발행하여 주고 석방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고, 한편 피고는 혐의내용이 무실한 것으로 밝혀지고 위 소외 회사의 화환어음 부정매도사건의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증거가 없어 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조차 되지 아니하였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비록 피고가 수사과정에서 고문이나 폭행을 당한바 없었다 하더라도 피고의 채무인수에 관한 원판시 의사표시를 수사기관과 원고측의 강박에 인한 것이었다고 못볼바 아니므로 이와 같이 본 원심판단은 수긍되고, 소론 지적의 당원판결들은 사안을 달리하는 것들이어서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 못되므로 원심판결에 민법 제110조 제1항의 해석을 그릇친 위법이나 판례위반의 위법이 있다할 수 없으며, 피고가 수사기관에 연행되기 이전에 원고측과의 사이에 원고의 손해를 변상하고 형사사건을 해결하는 문제에 관하여 소론과 같은 협의를 한 사실이 있었다고 하여 피고의 의사표시를 강박에 의한 것이라고 본 원심과 결론이 반드시 달라져야 된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그 점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한 조치를 위법이라 할 수도 없다. 또한 원심은, 그 판시내용의 강박이 수사기관과 원고측에 의하여 공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으로서, 제3자가 강박을 행한 경우에 지나지 아니하고 원고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취소할 수 없다는 소론 주장을 배척한 취지이므로, 원심판결에 이 점에 관한 판단유탈의 위법은 없고, 제3자가 강박을 행한 경우로 보지 아니한 원심판단은 그 인정사실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는 바이므로 거기에 민법 제110조 제2항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결국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3. 같은 상고이유 제3점을 본다. 원심이 확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게 소론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때가 그 판시와 같은 강박에 의하여 채무인수의 의사표시를 한 후 구금상태에서 풀려 나온지 8일째 되는 날이었고, 뿐만 아니라 피고가 풀려 나온지 4-5일이 경과된 뒤에 수사기관에서 피고를 다시 소환하여 사건이 완결된 것이 아니니 원고측과의 약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독촉한 사실까지 있었다면, 피고는 시간적으로보나 그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아직 원판시강박에서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같은 이유로 피고의 근저당권설정계약서작성 및 교부행위는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기 전에 한 추인에 불과하여 추인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가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 이유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정태균 김덕주 오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