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다카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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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편집]

가.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 소정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의 "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 의 의미.

나.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섭외사법 제44조 제5호에 의해 동법 제13조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소극)

다. 선하증권 약관에 규정된 준거법 규정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라. 선박사용인의 과실인정과 운송인의 불가항력 항변

마. 해상운송 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의 관계(청구권 경합설)

바.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의 불법행위 책임에의 적용 여부(적극)

사.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의 불법행위 책임에의 적용제한

아. 면책약관에 대한 상법 제790조의 적용범위

【판결요지】[편집]

가.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의 성립 및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이라 함은 불법행위를 한 행동지 뿐만 아니라 손해의 결과 발생지도 포함하므로 화물을 운송한 선박이 대한민국의 영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손해발생이 계속되였다면 대한민국도 손해의 결과발생지에 포함된다고 보는것이 타당하고, 이 경우 대한민국의 영역에 이르기 전까지 발생한 손해와 그 영역에 이른 뒤에 발생한 손해는 일련의 계속된 과실행위에 기인한 것으로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통틀어 그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청구에 관하여 대한민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할수 있는 것이다.

나. 섭외사법 제44조 제5호는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아닌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까지도 섭외사법 제13조를 배제하고 선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라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선하증권약관에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는 계약에 적용될 준거법이 규정되어 있어도 이 규정이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까지 그 준거법을 배타적으로 적용키로 한 취지라고 해석되지 않는다.

라. 해상운송에 있어서 운송물의 선박적부시에 고박 · 고정장치를 시행하였으나 이를 튼튼히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항해중 그 고박 · 고정장치가 풀어져서 운송물이 동요되어 파손되었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의 책임조건인 선박사용인의 과실을 인정할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청구에 대하여 운송인이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이유로 그 불법행위 책임을 면하려면 그 풍랑이 선적 당시 예견 불가능한 정도의 천재지변에 속하고 사전에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마. 해상운송인이 운송 도중 운송인이나 그 사용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운송물을 감실 훼손시킨 경우, 선하증권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아울러 소유권 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취득하며 그 중 어느 쪽의 손해배상 청구권이라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바.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에 관하여 법률상 면책의 특칙이 있거나 또는 운송계약에 그와같은 면책특약을 하였다고 하여도 일반적으로 이러한 특칙이나 특약은 이를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는한 당연하는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나, 운송물의 권리를 양수하여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그 소지인이 된 자는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취득함과 동시에 목적물의 점유를 인도받은 것이 되어 운송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운송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 위 책임을 아울러 추궁할 수 있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한 면책약관은 채무불이행 책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당사자 사이에 불법행위 책임은 감수할 의도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책임에 적용키로 하는 별도의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당연히 불법행위 책임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

사.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이라 할지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약관의 상법 제787조내지 제789조의 규정에 저촉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아. 상법 제790조는 면책약관 중 전반적인 책임을 제외하거나 또는 특정손해에 대한 책임을 제외하는 이른바 책임제외 약관과 입증책임을 변경하거나 청구에 조건을 붙이는 책임변경약관 등에 적용되고 책임결과의 일부를 감경하는 배상액제한 약관은 이에 저촉되지 않는다.

[전원합의체판결: 본판결로 1980.11.11 80다1812 판결폐기]

【참조조문】[편집]

가.나.다.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 나. 제44조 제5호 다.사.바.아. 상법 제814조 라. 제789조 제2항2호 마.바.사. 제788조 바.사. 제789조 사.아. 제790조 사. 제787조

【참조판례】[편집]

대법원 1962.6.21. 선고 62다102 판결

1977.12.13. 선고 75다107 판결

1980.11.11. 선고 80다1812 판결

【전 문】[편집]

【원고, 피상고인】 대한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외 9인

【피고, 상고인】 레데리에트 에이 피 묄러주식회사(REDERIET. A.P. MOLLER A/S)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주, 한복, 한만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1982.8.9. 선고 82나4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주의 상고이유 1점 및 같은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복, 한만춘의 상고이유 2점을 본다.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의 성립 및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이라 함은 불법행위를 한 행동지 뿐만 아니라 손해의 결과발생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풀이함이 타당하다.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 회사는 송하인인 소외 쿠에네 앤드 나겔(Kuene & Nagel)과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가 용선한 선박에 화물을 적재하여 1979.7.16 서독 브레맨항을 출발하였는데 위 선박의 선원 기타 선박사용인은 화물적부시에 선박의 동요에도 화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박·고정장치를 튼튼히 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하여 위 선박이 1979.7.31 인도양의 세코트타섬 옆을 통과 할 무렵 태풍으로 이 사건 화물의 고박이 풀어져 위치가 뒤틀리게 되고 태풍경과후에도 이를 완전히 재정비하지 않은 과실로 그해 8.20 포항항에 입항할 때까지 화물이 계속 동요되고 서로 부딪쳐서 그 일부 화물이 파손된 사실을 인정하였는 바,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증거로 한 것들을 살펴보면 위 원심인정에 수긍이 가며, 특히 갑 제12호증에 보면 포항항구에 도착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이 사건 화물이 원래의 적부위치로부터 벗어나고 일부상자가 심히 파손된 상태로 있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고 이를 다른 원심거시 증거와 합쳐보면 이 사건 선박이 포항항에 도착할때까지 고박·고정장치를 정비하지 아니한 채로 항해를 계속함으로써 화물의 동요와 파손이 계속된 사실을 추정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의 영역에 도착 할 때까지도 손해발생이 계속되었다면 대한민국도 손해의 결과 발생지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바, 이러한 경우에 대한민국의 영역에 이르기 전까지 발생한 손해와 그 영역에 이른 뒤에 발생한 손해는 일련의 계속된 과실행위에 기인한 것으로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통틀어 그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청구에 관하여 대한민국법을 그 준거법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조치는 정당하고 아무런 위법이 없다.

논지는 섭외사법 제44조 제5호에 의하면 선장과 해원의 행위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책임범위는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은 선적국법인 덴마크국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위 규정이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까지도 섭외사법 제13조를 배제하고 선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라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

또 논지는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발생된 선하증권 약관 제32조에 보면 이 사건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는 계약에는 영국법을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은 영국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나, 위와 같은 규정이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서도 영국법을 배타적으로 적용키로 한 취지라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또 논지는 공해를 항해중인 선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관한 준거법은 선적국법인데 이 사건선박은 위 손해발생 당시 공해를 항해 중이었으므로 선적국법인 덴마크국법이 준거법이라는 것이나, 설사 공해를 항해 중 손해일부가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앞서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손해의 결과발생지에 포함되는 대한민국의 법을 준거법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2.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주의 상고이유 2점 및 같은 소송대리인변호사 한복, 한만춘의 상고이유 1점을 본다.

해상운송에 있어서 운송물의 선박 적부시에 고박·고정장치를 시행하였으나 이를 튼튼히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항해 중 그 고박·고정장치가 풀어져서 운송물이 동요되어 파손되었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의 책임조건인 선박사용인의 운송물 취급에 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 1항에서 적시한 바와 같은 손해발생의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피고는 이 사건 선박사용자로서 선원등 선박사용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다.

논지는 이 사건 운송물의 고박·고정장치가 풀리게 된 것은 태풍으로 인한 풍랑 때문이었으며 이는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하여 운송인이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이유로 그 불법행위 책임을 면하려면 그 풍랑이 선적당시 예견 불가능한 정도의 천재지변에 속하고 사전에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적법하게 배척한 1심 증인 김준철의 증언중 선체가 30도 좌우로 동요한다면 선내의 적하를 아무리 잘 고박하였다고 하더라도 동요될 수 밖에 없다는 취지의 극히 간략한 진술부분을 제외하고는 소론과 같은 정도의 풍랑에 의한 선체동요가 선적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고 또 예견하였더라도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니, 원심이 이 사건 화물의 파손이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에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위반하여 증거취사를 그릇치고 불가항력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3. 같은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복, 한만춘의 상고이유 3 내지 5점을 함께 본다.

(1)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소외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이하 포항제철이라 한다)와 사이에 동 회사가 구라파 지역으로부터 도입하는 공장건설기자재에 대한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업자들로서, 운송인인 피고가 위 화물을 해상운송중 그 피용자의 과실로 화물 일부가 훼손되어 원고들이 위 포항제철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음을 이유로 위 화물의 수하인이며 선하증권 소지인인 포항제철을 대위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운송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선택적으로 청구하고 있는 바(원고는 주위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운송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이것은 순위를 정한 선택적 청구의 취지로 볼 것이다),원심판결은 위 두 청구중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고, 피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면책약관에 의하면 운송인은 멸실 또는 훼손된 운송물의1포장 또는 1단위당 영국화 100파운드 상당가액 이상의 배상책임을 지지않기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 금액 이상의 배상의무가 없다고 항변한 데에 대하여, 설사 위 선하증권에 그러한 취지의 면책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당사자간에 별도로 명시적 이거나 묵시적인 합의가 없는 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데 피고의 전거증에 의하여도 위 특약조항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적용키로 합의하였다고 볼 아무런증거가 없으므로 위 항변은 이유없다고 배척하고 있다.

(2) 그러므로 우선 일반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의 관계에 관하여 보건대, 해상운송인이 운송도중 운송인이나 그 사용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운송물을 멸실 또는 훼손시킨 경우에 운송계약상의 운송물 인도청구권과 그 운송물의 소유권을 아울러 가지고 있는 선하증권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아울러 소유권 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며 이 두 청구권은 서로 경합하여 병존하고, '운송계약상의 면책특약이나 상법상의 면책조항은 오로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에만 적용될 뿐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합의가 없는 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당원의 판례이다( 당원 1962.6.21. 선고 62다102 판결; 1977.12.13. 선고 75다107 판결 및 1980.11.11. 선고 80다1812 판결 각 참조). 본래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은 각각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별개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하나의 행위가 계약상 채무불이행의 요건을 충족함과 동시에 불법행위의 요건도 충족하는 경우에는 두 개의 손해배상청구권이 경합하여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당연할 뿐 아니라, 두 개의 청구권의 병존을 인정하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중 어느 것이든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피해자인 권리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길이라는 실제적인 이유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원은 위와 같은 당원의 종전견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논지는 이른바 법조경합설(청구권 비경합설)의 견해에 따라 계약책임이 성립하는 이상 불법행위 책임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바, 그 이론적 근거는 주로 계약책임은 계약으로 맺어진 채권채무의 특별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배상관계인 반면 불법행위 책임은 일반적인 사회생활 관계에서 아무와의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배상관계이므로 특별관계의 계약책임이 성립하는 이상 일반관계의 불법행위책임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적인 근거는 계약책임에 관하여 면책이나 책임제한의 특칙 또는 특약이 있다고 하여도 청구권경합설의 견해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위와 같은 계약책임에 관한 특칙이나 특약은 무의미하게 되고 말 것이므로 오로지 계약책임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간추려 볼 수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책임이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아무와의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배상관계라고 할지라도 구체적인 배상관계는 특정한 당사자인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발생한 생활관계로서 마치 계약책임이 특정한 당사자인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발생한 생활관계인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단지 그 배상청구권의 발생근거가 계약상의 의무위반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된 위법행위라는 데에 계약책임 과의 차이가 있는 바, 계약상 의무위반의 법률관계가 위법행위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반드시 특별·일반의 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논지가 내세우는 실제적 근거인 계약책임에 관한 면책이나 책임제한의 특칙 또는 특약이 불법행위책임에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점은 바로 청구권경합설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권리자 보호의 측면을 뒤집어 공격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논지가 말하는 법조경합설의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운송인의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경합하여 병존하고 권리자는 그 중 어느 쪽의 손해배상청구권이라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에 관하여 법률상 면책의 특칙이 있거나 또는 운송계약에 그와 같은 면책특약을 하였다고 하여도 일반적으로 이러한 특칙이나 특약은 이를 불법행위 책임에도 적용키로 하는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당연히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그러나 해상운송인이 발행한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은 위에서 본 일반 운송계약상의 면책특약과는 달리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 뿐만 아니라 그 운송물의 소유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하기로 하는 당사자간의 숨은 합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별도로 당사자 사이에 위 면책약관을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키로 한 합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그 면책약관의 효력은 당연히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에까지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선하증권은 해상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것을 증명하고 지정된 양륙항에서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는 유가증권으로서, 운송인과 그 증권소지인 간에는 증권 기재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채권적 효력이 발생하고( 상법 제820조, 제131조), 운송물을 처분하는 당사자간에는 운송물에 관한 처분은 증권으로서 하여야 하며 운송물을 받을수 있는 자에게 증권을 교부한 때에는 운송물 위에 행사하는 권리의 취득에 관하여 운송물을 인도한 것과 동일한 물권적 효력이 발생한다( 상법 제820조, 제132조, 제133조).

그러므로 운송물의 권리를 양수한 수하인 또는 그 이후의 자는 선하증권을 교부받음으로써 그 채권적 효력으로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취득함과 동시에 그물권적 효력으로 양도목적물의 점유를 인도받은 것이되어 그 운송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후 운송인에게 운송물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하여 운송계약상의 계약책임 뿐만 아니라 소유권 침해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운송물의 권리를 양수하여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그 소지인이 된 자는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 뿐만 아니라 운송물의 소유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도 아울러 추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한 면책약관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증권소지인이 주장하게 될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 뿐만 아니라 운송물 소유권침해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할 의도로 기재하였다고 풀이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이며, 이와 달리 위 면책약관은 오로지 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불법행위책임 의추궁은 이를 감수할 의도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면책약관이 기재된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소지인과 운송인간에는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 뿐만 아니라 운송물의 소유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대하여도 위 면책약관을 적용키로 한 숨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겠으므로, 그 면책약관을 불법행위책임에 적용키로 하는 별도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당연히 불법행위 책임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원은 1980.11.11. 선고 80다1812 판결중에서 위 견해와 달리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배상액제한 규정)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에만 적용되고 별도로 운송계약 당사자 사이에 불법행위 책임에도 적용키로 한 약정이 없는 한 당연히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으나 이 부분은 폐기하기로 한다.

(3) 다만 위와 같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이라고 할지라도 무제한적으로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사전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면제하거나 제한하는 합의는 대체로 반사회질서 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경우가 많음에 비추어 볼 때, 선하증권의 면책약관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로, 상법 제790조는 같은법 제787조 내지 789조의 규정에 반하여 선박소유자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하는 당사자의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규정에 저촉되는 면책약관은 불법행위 책임에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위 상법 제790조는 면책약관 중 전반적인 책임을 제외하거나 또는 특정손해에 대한 책임을 제외 하는 이른바 책임제외약관과 입증책임을 변경하거나 청구에 조건을 부치는 이른바 책임변경약관 등에 적용되고 이 사건과 같은 책임결과의 일부를 감경하는 배상액 제한 약관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조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풀이함이 타당하다. 원래 위 상법 제790조의 면책특약금지 규정은 해상운송기업이 면책약관을 남용하여 사실상 운송인의 책임을 유명무실하게 만듦으로써 화주측의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방지하고자 하는 국제해상운송의 추세에 따른 것이나, 만일 이를 엄격히 해석하여 배상액 제한규정도 위 상법 제790조의 책임경감금지에 저촉되어 무효라고 한다면, 운임수입을 기업이익으로 삼아 저렴한 운임으로 대량수송을 하는 해상운송기업이 때로는 운임을 훨씬 초과하는 운송물가액 상당의 무거운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는 위험을 안게 되어 운송기업은 필경 운임인상의 방법으로 그 위험을 화주측에 전가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오히려 화주측의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가 될 뿐이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구체적인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하겠으며 국제해상운송에 있어서도 상당한 범위내의 배상액 제한은 적법하게 용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4)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선하증권에 피고 주장과 같은 면책약관이 기재되어 있는지 기재되어 있다면 그 면책약관의 효력을 위에서 설명한바와 같이 볼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이 사건 불법행위책임에의 적용관계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름이 없이 선하증권의 면책약관을 일반운송계약상의 면책특약과 동일하게 해석하여 그 면책약관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에만 적용될 뿐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앞서와 같이 판단하였음은 선하증권의 면책약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으며 이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제2항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 논지는 결국 이유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기로하여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이일규 김중서 정태균 강우영 이성렬 전상석 이정우 윤일영 김덕주 신정철 이회창 오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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