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헌가37
89헌가37 금융기관의연체대출금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의2의 위헌심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1989년 5월 24일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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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금융기관(金融機關)의연체대출금(延滯貸出金)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의 2의 위헌여부(違憲與否) 【결정요지】 금융기관(金融機關)의연체대출금(延滯貸出金)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의 2는 금융기관(金融機關)의 연체대출금(延滯貸出金)에 관한 경매절차(競賣節次)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없이 금융기관(金融機關)에게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특히, 자력(資力)이 없는 항고권자(抗告權者)에게 과다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함으로써 부당하게 재판청구권(裁判請求權)을 제한하는 내용이므로 헌법(憲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및 제37조 제2항에 위반(違反)된다.
재판관 한병채의 반대의견(反對意見) 금융기관(金融機關)은 일반 채권자(債權者)와는 구별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조항(條項)은 입법권(立法權)의 한계(限界)를 자의적(恣意的)으로 이탈(離脫)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다만 담보공탁금(擔保供託金)의 비율이 과중하다면 그 공탁금(供託金)의 비율을 조정하도록 조건부(條件附) 또는 입법촉구(立法促求)의 결정(決定)을 하여야 한다. 제청법원 수원지방법원(1989.2.9. 89카1342, 1989.5.8. 89카4830 위헌제청) 제청신청인 박○송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임동진 외 3인 【전문】 [주문] 금융기관의연체대출금에관한특별조치법(개정 1970.1.1. 법률 제2153호, 1973.3.3. 법률 제2570호) 제5조의2는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제청신청인들은 경매법에 의한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제기하면서 금융기관의연체대출금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단순히 특별조치법이라 한다) 제5조의2가 경매법에 의한 경매절차에 있어서 금융기관이 경매신청인이 된 사건에서만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공탁을 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를 들어 위 법률의 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고, 이에따라 수원지방법원은 89카1342사건에 관하여는 1989.2.9. 89카4830사건에 관하여는 1989.5.8. 각 헌법재판소에 위 법률의 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위헌법률 심판의 대상은 경매법의 규정에 의한 경매절차에 있어서 경매신청인이 금융기관인 경우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담보로서 공탁을 제공하도록 하고 공탁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항고장을 각하하도록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5조의2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다.
특별조치법 제5조의2는 제1항에 “연체대출금에 관한 경매절차에 있어서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는 담보로서 경락대금의 10분의 5에 해당하는 현금 또는 금융기관이 발행한 자기앞수표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가증권을 공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 “항고의 제기에 있어서 그 항고장에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담보의 공탁이 있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지 아니한 때에는 원심법원은 그 항고장을 접수한 날로부터 7일 내에 결정으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는 “제2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위헌심판 제청이유와 관계인의 의견
가. 위헌심판 제청이유
제청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이유의 요지는 일반 경매법에 의한 통상의 경매절차에 있어서와는 달리 유독 금융기관의 연체대출금에 관한 경매절차에 있어서만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공탁을 하도록 한 위 법률의 조항이 합리적 이유없이
금융기관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어서 헌법 제11조 제1항에 정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 규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나. 제청신청인의 의견
(1) 특별조치법의 위 법률의 조항은 이를 항고권 행사의 조건을 규정한 것이라고 보건, 항고권의 제한규정이라고 보건간에, 금융기관이 아닌 사람이 채권자인 통상의 경매사건에 비하여 금융기관이 경매신청인이 된 사건에서만 항고인에게 사실상 항고를 막아버리는 것과 같은 정도의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에 관한 규정에 위배된다.
(2) 유독 금융기관의 연체대출금에 관한 경매사건에 한하여 채무자ㆍ소유자 등 일체의 이해관계인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연체대출금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을 우월적으로 취급하여야 할 정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즉, 금융기관의 연체대출금에 관한 경매사건에서의 채무자ㆍ소유자 등 이해관계인 측에서 본다면 채권자가 단지 금융기관이라는 사정만으로 불이익을 강요받는 점에서 그 차별 목적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3) 뿐만 아니라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채무자 또는 소유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경락대금의 10분의 5에 해당하는 현금 또는 금융기관이 발행한 자기앞수표 혹은 유가증권을 공탁하도록 요구함은 실질적으로 항고권을 박탈하는 것으로서 이는 차별의 수단이 또한 부적정한 것이다.
(4) 위 법률의 조항은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의 제기에 관하여 제한(가사 이를 조건이라고 보더라도)을 둔 것이어서 합리적 이유없이 헌법상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위헌규정이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위 법률의 조항은 금융기관의 연체대출금을 조속히 회수하여 금융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연체대출금의 조속한 회수는 바로 금융자금의 장기고정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방지하여 다수 예금주의 권익보호 등 공공복리에 이바지한다.
(2) 악의적 대출채무자에 의한 금융 거래질서의 문란을 방지하고, 새로운 이해관계자인 경락인의 경제적ㆍ심리적 권익을 보호하며, 대출채무자가 담보물건을 계속하여 점유ㆍ사용ㆍ수익하기 위하여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남발하는 것을 방지한다.
(3) 금융기관의 대출사무는 일반인의 소비대차 등과 달리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계산ㆍ관리되어 경매절차의 원인이 되는 채권의 존재가 명확하여 항고에 의하여 다툴 소지가 적고, 이해관계인들이 고의로 경락허가결정을 지연시키고자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제기할 경우 그로 말미암아 생기게 되는 채권자의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일종의 보증담보로서의 역할을 한다.
(4) 위 법률의 조항은 항고권 행사의 조건만을 정하였을뿐, 금융기관 대출채무자의 항고권 자체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
(5) 현재 금융기관의 총여신액 중 3개월이상 연체대출금이 20.4%를, 6개월이상 연체대출금이 7.3%를 차지하는 연체대출금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률의 조항의 존치는 필요한 것이며, 특히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은 상대적 평등을 말하는 것이고, 사회적, 경제적 영역에서는 보다 상대적 평등이 중시되어야 한다.
라. 재무부장관의 의견 재무부장관의 의견은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같다.
3. 판단
가. 특별조치법의 제정과 개정
(1) 제정
특별조치법(법률 제1808호)은 1966.8.3. 은행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금융기관ㆍ한국산업은행ㆍ한국주택은행 및 성업공사와 국가의 보증에 의하여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전대하는 법인의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연체대출금을 조속히 회수하여 그 운영을 정상화하고 금융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 주요내용은 금융기관의 신청에 의하여 진행하는 경매법의 규정에 의한 경매절차에 있어서, 통지 또는 송달은 경매신청 당시 당해 부동산 등기부상에 기재되어 있는 주소에 발송함으로써 송달된 것으로 보며(제3조), 통지를 요하는 이해관계인은 경매법 제27조의 규정에 의한 등기시의 이해관계인에 한하도록(제5조) 제한하는 등 주로 금융기관의 연체대출금에 관한 경매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2) 개정
특별조치법은 1970.1.1. 법률 제2153호로서 제5조의2를 신설하여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담보로서 경락대금의 10분의 3에 해당하는 현금 등을 공탁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신 경매기일 또는 재경매기일은 공고일로부터 2주후 4주내로 정하여야 하며(제3조의2), 당사자는 경매기일의 변경을 신청할 수 없고(제3조의3), 항고법원과 재항고법원은 항고장이 접수된 날, 재항고이유서의 제출기한이 만료된 날로부터 6주내에 각 처리하도록(제5조의3) 하는 등의 규정을 신설하였다.
특별조치법은 다시 1973.3.3. 법률 제2570호로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제5조의2를 위 “1”의 “나”에 기재한 바와 같이 제1항에서 경락대금의 10분의 5에 해당하는 현금 등을 담보공탁하도록 개정하는 한편, 제2항과 제3항을 각 신설하여 경락허가 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항고권의 행사를 더욱 제한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였다.
나. 헌법의 관련조항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위 각 규정을 풀이하면, 헌법 제11조 제1항에 정한 법앞에서의 평등의 원칙은 결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사리에 맞는 합리적인 근거없이 법을 차별하여 적용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 그러한 내용의 입법을 하여서도 아니된다는 것이다.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된 법원에서 자격이 있고 신분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른 공정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본권이며,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미루어 이러한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나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첫째, 제한 또는 차별의 목적이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정당한 것이어야 하고, 둘째, 그 수단ㆍ방법이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 또한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고 하겠다.
다. 특별조치법 제5조의2의 위헌성
(1) 경매법에 의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는 국가기관인 법원이 저당권자 등 경매신청인의 신청에 따라 소유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목적 부동산을 환가하는 절차이다.
따라서 경매절차로 말미암아 권리에 영향을 받게 되는 많은 이해관계인, 즉 경매신청인, 채무자 및 소유자, 등기부에 등기한 부동산 위의 권리자 등에게 경매절차 전체에 관여할 자격을 주어 그 이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경매법에서 준용하는 민사소송법은 경락허가결정이 된 때에는 모든 이해관계인은 경락허가결정에 의하여 손해를 받을 경우, 또는 민사소송법에 규정한 경락허가에 대한 이의원인이 있음을 이유로 하거나 경락허가결정이 경락조서의 취지에 저촉된 것을 이유로 하는 때에는 경락허가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641조 제1항, 제642조 제2항), 예외적으로 경락인과 경매인도 항고를 할 수 있도록(민사소송법 제641조 제2항) 규정하여 경락허가결정에 잘못이 있을 때에는 이에 따른 권리구제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2) 경매절차는 경매법에 의한 경매절차이든 민사소송법에 의한 경매절차이든 신속히 권리의 실행을 바라는 경매신청인과 경매의 실행으로 부동산상의 권리를 잃게 되는 다른 이해관계인과의 사이에 언제나 이해의 대립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해관계인 등에 의한 항고권의 남용을 배제하여 신속히 권리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음은 유독 경매법에 의한 경매절차에 있어서 경매신청인이 금융기관인 경우에만 특별히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경매절차를 규정한 경매법이나 민사소송법에는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담보의 제공의무를 부담하게 한 규정은 없다.
다만,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5조 제1항이 “확정된 종국판결ㆍ소송상 화해조서ㆍ인낙조서ㆍ조정조서 및 확정된 종국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재판을 채무명의로 하는 부동산 경매절차에 있어서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는 담보로서 경락대금의 10분의 2에 해당하는 현금, 금융기관이 발행한 자기앞수표 또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유가증권을 공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확정된 종국판결등을 채무명의로 한 경우에 한하여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누구인가를 가리지 아니하고 다같이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경락대금의 10분의 2에 해당하는 현금 등을 담보로 공탁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3) 위에서 본 경매법ㆍ민사소송법 및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규정된 경매절차와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절차의 여러 관계규정을 종합하여 생각할 때에 특별조치법 제5조의2의 규정은 차별의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있어서나 그 수단의 적정성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특별조치법 적용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은행법 소정의 은행은 예금의 수입, 유가증권 또는 기타 채무보증서의 발행에 의하여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획득한 자금을 대출하는 업무를 규칙적ㆍ조직적으로 영위하는 법인(주식회사)이고, 연체대출금은 바로 기업의 경영과정에서 당연히 발생될 것이 예견되는 부정적인 부분인 것이므로 모름지기 금융기관은 과다한 연체대출금으로 말미암아 금융기관의 경영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하여 기업경영에 대한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 특히 금융기관의 본래의 업무인 대출의 적정 여부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여신관리의 업무를 철저하게 하여야 할 터인데, 이를 소홀히 한 것 역시 중요한 하나의 원인이 되어 발생하게 된 연체대출금에 관하여 비록 신속하게 회수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오로지 이해관계인 등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항고의 이유가 어떤 것인지도 가리지 아니한 채 한결같이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넘길 수는 없다할 것이며, 금융기관에게 특별조치법 제5조의2에 규정한 바와 같이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아니한다 하여 금융기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될 것으로 볼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한편 법무부장관 등 관계기관은 금융기관이 불특정 다수인의 예금으로 조성된 금융자금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배분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이바지하고, 이로써 다수 예금주의 권익보호에도 기여한다는 뜻에서 금융기관이 공익성을 가진 법인이라는 금융기관의 특성에 있어서나 현재에도 연체대출금이 상당량 있다는 등의 실정에 미루어보아 특별조치법 제5조의2는 차별의 목적이 정당하고 그 수단 또한 적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별조치법 제5조의2의 위헌여부는 금융기관이 공익성이 있는 기관이냐의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매법에 의한 경매절차에서 경매신청인이 금융기관인 경우에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함으로써 항고권을 제한한 위 법률의 조항이 담보권 등의 실행절차인 부동산의 경매절차의 법체계와 모순없이 조화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경매절차에서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항고권자)의 범위와 항고사유를 위 “(1)”에서 이미 본 바와 같이 항고권자가 채무자에게만 국한하지 아니하고, 항고사유 역시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모든 이의사유가 바로 항고이유가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항고권 행사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한 경매법과 경매법에서 준용하는 민사소송법의 경매절차등에 관한 전체적 체계와, 유독 경매신청인이 금융기관이라는 사유만으로 경락허가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다액의 담보공탁을 하도록 항고권을 제한한 위 법률의 조항의 내용은 위 “(3)”에서 이미 판단한 바와 같이 차별적 대우에 합리적 근거가 없어 내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규정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으므로 관계기관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다 하겠다.
(5) 그러므로 금융기관의 연체대출금에 관한 경매절차에 있어서 경락허가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담보로서 경락대금의 10분의 5(법률 제2153호의 제5조의2는 10분의 3)에 해당하는 현금 등을 공탁하게 하고, 항고장에 담보의 공탁이 있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지 아니한 때에는 원심법원이 항고장을 접수한 날로부터 7일내에 각하결정하여야 하며, 위 각하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5조의2는 결국 합리적 근거없이 금융기관에게 차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여 경락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과다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함으로써 특히 자력이 없는 항고권자에게 부당하게 재판청구권인 항고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것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및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이라 하겠다.
4.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써 특별조치법 제5조의2는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및 제37조 제2항에 각 위반됨이 명백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5조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 중 재판관 한병채를 제외한 재판관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재판관 한병채의 반대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의 심판이 제청된 법률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하게 되면, 그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므로 위헌결정을 내릴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고, 위헌여부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않는 한 판정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위헌심판은 어느 특정한 분쟁사건을 해결하듯 실정법의 조항이나 문구해석만으로는 그 기능을 다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헌법은 사회공동체의 정치적, 사회적 가치관을 규범의 형태로 정립한 것이기 때문에 실정법상 위헌적으로 보이는 법률이라 할지라도 그 법률이 과연 헌법규범에 합치하느냐 아니하느냐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법률 조항의 형식적인 검토는 물론 헌법규범에 내포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의미도 함께 거시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본건에서 문제된 금융기관의연체대출금에관한특별조치법과 동법 제5조의2에 규정한 담보의 공탁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금융기관의연체대출금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본 특별조치법이라 함)은 채권자인 금융기관과 자유계약에 의하여 여신거래를 한 채무자에게 원칙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이다.
이 법은 일반 영세민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대체로 기업, 공장 및 부동산 등 금융기관에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는 담보물을 제공한 자에게 주로 적용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금융기관의 여신은 일반인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사람들에 의해 이용되어 왔고, 현재에도 그러한 면이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편타대출과 악성 부실채권은 건전한 경제 질서를 문란케하고, 국민의 불신과 위화감을 조장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한편, 금융기관은 일반국민의 예금을 수탁하고, 그 예금자를 보호하며,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현대 국가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또한 국민경제발전을 위한 통화조절 및 물가의 안정,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근간이 되는 신용제도의 건전화 내지 기능향상과 경제정책의 효율적 수행을 담당하는 중요한 경제주체이다.
그러므로 금융기관은 은행법을 준수하여야 하고,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 및 은행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
이 법에서 연체대출금이라 함은 금융기관에서 차용한 채무를 약정기일에 이행하지 아니한 원금, 이자 등 채무총액을 말한다.
일반시중의 사채보다 금리, 지불조건, 연체유예 등 조건이 유리한 금융기관의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은 경제적 능력과 수완이 있는 자이고, 나아가 차용금을 변제하지 아니할 경우 본 특별조치법의 제한이 있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기관은 일반채권자와는 구별되어야 하고, 연체채무자도 역시 일반사채 채무자와는 구별하여 다루어야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합당하다고 볼 것이다.
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경매절차에 있어서, 경락허가 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고자 하는 자에게 담보로서 일정액을 공탁하도록 한 것은 본건 특별조치법 제5조의 2 뿐만 아니라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5조에도 있다.
물론, 후자는 재판을 채무명의로 하는 까닭에 형식적인 논리로는 구별이 되지만, 실질적으로 파악하면, 첫째, 소송의 지연과 남소의 폐단을 방지하고 권리분쟁처리의 신속한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것. 둘째, 채권관계의 존부가 객관적으로 명확한 것. 셋째, 악의적 채무자에 의한 거래질서의 문란을 방지한다는 것등 본질적인 면에서는 다른 점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공익성을 가진 금융기관과의 여신거래는 우리 경제사회에서 민사소송법상의 채무명의 못지 않게 채권 채무의 존재가 확실하게 있는 것으로 못 볼바 아니다.
나아가 금융기관의 업무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매절차의 원인이 되는 채권의 존재가 명확하여 항고심에서 파기될 소지가 적고, 계약의 성립 과정에서도 다른 어떤 계약보다 자유의사의 원칙과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성립된 법률관계가 확정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경락허가 결정에 대한 항고제도가 경매절차의 잘못을 시정하는 권리구제 수단으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악의적 채무자에 의해 남용됨으로써 오히려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여 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 경우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피담보채권의 존부자체를 다투고자 할 때에는 경매법 제28조에 의하여 경매개시 결정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그 이의절차에서 민사소송법 제484조 제2항에 의하여 경매절차의 진행을 저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므로 경락허가 결정에 대한 이의절차만이 유일한 권리구제 수단인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와같은 경매개시 결정에 대한 이의 절차에서 경매절차의 진행을 저지하려고 할 경우에도 법원이 정한 일정액의 담보를 공탁하여야 한다.
이런 점들을 깊이 고려할 때, 본 특별조치법 제5조의2의 담보공탁제 자체가 헌법 제27조에 규정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는 위헌규정이라고 판단하여 본 특별조치법 개정(1973.3.3.) 법률 제2570호 뿐만 아니라 1970.1.1. 법률 제2153호의 개정 법률까지 모두 단순위헌을 선언한 것은 형식논리에 집착하여 깊이 고려해야 할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보았다고 아니할 수 없고, 현대사회에 있어서 경제정책과 금융질서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것임을 망각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 본 판결의 다수의견은 본건 특별조치법이 일반 법률인 경매법과 민사소송법의 경매절차 및 체계와 서로 모순된다고 하여 관계기관의 주장을 이유없다고 하고, 본 특별조치법 제5조의 2는 합리적인 근거없이 금융기관에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항고권자에게 과다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함으로써 자력이 없는 항고권자에게 부당하게 재판청구권인 항고권의 행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 내용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및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의 다수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담보공탁금의 비율이 너무 과중하여 항고권의 행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 내용이라면 그 공탁금의 비율을 조정하도록 조건부 또는 입법촉구의 위헌결정을 내리는 변형판결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본 판결의 다수의견은 부분의 모순을 가지고 전부를 부정함으로써 평등이론과 재판청구권 그리고 입법권의 한계를 적용함에 있어서 거시적으로 특별조치법의 특질과 헌법규범의 본질을 깊이 다루지 아니하고 형식적인 논리로 실정법의 문리해석에만 치중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조항을 단순히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현대사회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진단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헌법은 정치현실을 담은 정치규범이며, 사회공동체를 운영하는 최고 가치규범이기 때문에 일반 법률과는 달리 헌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정치적 관점과 다양한 가치관이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
평등의 개념은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구체적 사회정의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실질적인 평등으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평등의 원리는 자의금지를 기본으로 한다.
자의의 금지는 입법, 행정, 사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에도 모두 적용된다. 평등의 원리로 적용되는 영ㆍ미국에서의 적법절차의 조항이나, 서독을 비롯한 대륙법계에서의 자의금지의 원칙은 그 본질에 있어서 사회정의의 실현을 의미한다. 즉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는데, 평등하게 취급할 것을 불평등하게, 불평등하게 취급할 것을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자의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어떠한 조치가 자의금지에 반하는 것인가 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아 실질적 내용이 구체적 정의에 반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건전한 일반시민의 상식으로 보아 경우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객관적 상황을 본질적 기준이 아닌 잘못된 기준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취급하고 해석할 때에 그것은 자의에 해당된다. 예컨대 인격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자국인과 외국인이 평등하며 달리 차별을 둘 수 없지만, 국적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자국인과 외국인간에 불평등하게 취급할 수도 있으며, 이는 자의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와같은 차원에서 보면 금융기관은 다수 예금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아울러 신용질서와 공공복리에 이바지하는 점에서 일반 채권자와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연체대출금도 일반사채와 같이 채권자 1인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다수의 예금주의 권익과 관계되고 나아가 공공의 신용질서와 복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결국 위 두 주체의 보호법익을 같은 기준에 따라 비교형량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본 위헌결정은 금융기관의 공익성과 다수예금주인 제3자의 권리보호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금융기관의 채권관계를 일반채권 관계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여 본건 특별조치법 제5조의2가 헌법 제11조에 위반한다고 판시한 것은 그 판단의 전제가 되는 본질적인 기준부터 잘못된 것이고, 나아가서 사회정의와 형평의 원리를 도외시한 자의적인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4. 현대사회는 산업사회이며, 생산, 고용, 분배, 물가, 통화관리 및 경제기획 등 경제정책의 중요성이 강하게 요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입법(경제관계 특례법)이 대량으로 제정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리고 경제정책적 이유에서 제정되는 특례법은 일반법률에 우선될 뿐만 아니라 일반법률에서는 수용되지 않는 새로운 규범을 설정할 수 밖에 없다.
즉 그것은 입법권의 한계의 폭이 넓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어떠한 법률을 제정할 것인가 그리고 입법권의 한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권자의 재량에 속한다.
일반법과 내용이 다른 특례법을 제정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법부가 결정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경제관계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판함에 있어서는 그 시대적 요청과 새로운 경제질서를 감안하여 헌법규범을 해석 적용하여야 할 것인데, 본건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는 이러한 사정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 권한은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이 명백하게 헌법규범에 위배되느냐 또는 입법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하였느냐의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위헌심판이 제청된 법률이 최고 가치규범인 헌법의 이념과 정신에 반하고 입법권의 한계를 명백하게 자의적으로 이탈한 경우에 한하여 헌법재판소는 그 법률의 무효를 선언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본 판결의 다수의견은 입법권의 한계를 헌법 제37조의 문리적 해석으로만 판단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5. 결국 국회가 입법을 함에 있어서 입법권의 한계를 자의적으로 이탈한 것인지 또는 어떠한 적법절차와 자의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함이 없이 단순히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다수의견은 납득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본건 특별조치법 제5조의2(특히 개정 1970.1.1. 법률 제2153호)는 금융기관과 연체대출금 및 금융질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 자의적으로 제정한 헌법에 위반된 법률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성렬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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