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헌마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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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헌마221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 등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94년 4월 28일 판결.

【판시사항】 1.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憲法訴願)에 있어 청구인(請求人)들의 위헌제청신청(違憲提請申請)을 기각(棄却)한 제청법원(提請法院)의 법정내용(法定內容)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법률조문(法律條文)에 관한 심판청구(審判請求)가 적법(適法)한지 여부

2. 청구원인(請求原因)이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건(事件)들이지만 심판청구요건(審判請求要件) 및 대상이 달라 중복제소(重複提訴)라고 보지 않은 사례

3.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의 설치근거(設置根據)와 그 직무범위(職務範圍)를 규정(規定)한 정부조직법(政府組織法) 제14조 제1항 및 국가안전기획부법(國家安全企劃部法) 제4조, 제6조의 위헌(違憲) 여부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은 동법(同法) 제41조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위헌여부심판(違憲與否審判)의 제청신청(提請申請)을 법원(法院)이 각하(却下) 또는 기각(棄却)한 경우에만 당사자(當事者)가 직접 당재판소(當裁判所)에 헌법소원(憲法訴願)의 형태로 심판청구(審判請求)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원(法院)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違憲提請申請棄却決定)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규정(規定)들에 대한 심판청구(審判請求)는 법(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것으로서 부적법(不適法)하다.

2. 이 사건 심판대상(審判對象)의 “위헌(違憲)이라고 해석되는 이유”의 내용과 당재판소(當裁判所)에 이미 계속(係屬) 중인 89헌마86 사건(事件)의 청구원인(請求原因)이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더라도, 전자(前者)는 법(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이나 후자(後者)는 법(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憲法訴願)으로서 그 제소(提訴)의 요건이 상이(相異)하고, 양자의 청구인(請求人)도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심판대상(審判對象)도 반드시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審判請求)는 중복제소(重複提訴)로서 부적법(不適法)하다 할 수 없다.

3. 헌법(憲法) 제86조 제2항은 그 위치와 내용으로 보아 국무총리(國務總理)의 헌법(憲法)상 주된 지위가 대통령(大統領)의 보좌기관(補佐機關)이라는 것과 그 보좌기관(補佐機關)인 지위에서 행정(行政)에 관하여 대통령(大統領)의 명(命)을 받아 행정각부(行政各部)를 통할(統轄)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한 것일 뿐, 국가의 공권력(公權力)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조직(組織)은 헌법(憲法)상 예외적으로 열거되어 있거나 그 성질상 대통령(大統領)의 직속기관(直屬機關)으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무총리(國務總理)의 통할(統轄)을 받아야 하며, 그 통할(統轄)을 받지 않은 행정기관(行政機關)은 법률에 의하더라도 이를 설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憲法) 제94조, 제95조 등의 규정취지(規定趣旨)에 비추어 정부(政府)의 구성단위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하는 모든 중앙정부기관(中央政府機關)이 곧 헌법(憲法) 제86조 제2항 소정의 “행정각부(行政各部)”라고 볼 수도 없다. 국가(國家)가 정보기관(情報機關)을 대통령직속(大統領直屬)으로 하느냐 여부는 기본적으로 입법정책(立法政策)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해 국가(國家)의 헌법이념(憲法理念)에 위배(違背)되지 않는 한 위헌(違憲)이라 할 수 없는 것인데, 국가안전기획부법(國家安全企劃部法)은 그 목적(目的), 직무범위(職務範圍), 통제방법(統制方法) 등의 관점에서 헌법(憲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국무총리(國務總理)의 관할(管轄)을 받지 않는 대통령직속기관(大統領直屬機關)인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의 설치근거(設置根據)와 직무범위(職務範圍) 등을 정한 행정조직법(行政組織法) 제14조와 국가안전기획부법(國家安全企劃部法) 제4조 및 제6조의 규정(規定)은 헌법(憲法)에 위배(違背)된다 할 수 없다.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김양균의 별개의견(別個意見) 3. 정보기관(情報機關)으로부터 수사권(搜査權)을 분리시키는 것이 반드시 헌법적(憲法的) 지시(指示)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정보기관(情報機關)이 수사권(搜査權)까지 가지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므로 그 수사권(搜査權)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권한(權限)의 남용(濫用)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견제장치(牽制裝置)가 마련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審判對象規定)은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를 대통령(大統領) 소속하에 두어 국무위원(國務委員) 아닌 자를 그 장(長)에 보(補)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회(國會)의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에 대한 견제기능(牽制機能)을 현저히 약화시킨데다가 개정(改正) 전의 구(舊) 국가안전기획부법(國家安全企劃部法)은 국회(國會)의 관여를 여러 가지로 제한하는 특례규정을 두고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로 하여금 그 본래의 직무내용에 비추어 과도한 수사권(搜査權)을 부여하는 등 법상 실효성(實效性) 있는 견제장치(牽制裝置)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審判對象規定)은 구(舊) 국가안전기획부법(國家安全企劃部法)을 논리적(論理的) 전제(前提)로 하는 한 헌법체계부조화(憲法體系不調和) 상태(狀態)에 있었다.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反對意見) 3.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는 행정부(行政府)의 권한(權限)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執行)하는 중앙정부기관(中央政府機關)이므로 성질상 국무총리(國務總理)의 통할(統轄)하에 두어야 할 “행정각부(行政各部)”에 속하는 것이 명백하므로,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를 행정각부(行政各部)에 넣지 않고 대통령(大統領)의 직속(直屬)하에 두어 국무총리(國務總理)의 지휘(指揮), 감독(監督)을 받지 않도록 한 정부조직법(政府組織法) 제14조 제1항은 헌법(憲法) 제86조 제2한 및 제94조에 위반된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성 ○ 대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장 기 욱 외 1인

관련소송사건 서울지방형사법원 89고합651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주 문】


1.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중 국가안전기획부법(1987.12.4. 법률 제3993호, 1994.1.5. 법률 제4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및 제16조의 위헌 여부에 관한 부분을 각하한다.


2. 정부조직법(1986.12.20. 법률 제3854호, 최종 개정 1993.6.11. 법률 제4568호) 제14조 제1항과 위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및 제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1989.5.6.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사법경찰관리에 의하여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되고,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의 청구에 의한 서울형사지방법원의 영장발부로 구속 영장이 집행된 바 있고, 동 사건은 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651로 재판계속 중에 있다가 1993.1.28. 각기 유죄선고(피고인 성종대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같은 원성묵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를 받은 후 항소되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이다.

(2) 청구인들에 대한 기소내용의 요지는, 피고인 성종대는 비밀취급인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989.4. 중순 일자미상 11:00경 국회의원회관 4층 101호 사무실에서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비서인 상피고인 원성묵에게 부탁하여 군사2급 비밀문서인 “국방업무보고” 1부를 입수함으로써 군사상 기밀을 부당한 방법으로 수집하고, 같은 날 13:00경 이를 공소외 이상률에게 교부하여 군사상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것이고, 동 원성묵은 위 일시ㆍ장소에서 위 성종대가 비밀취급인가가 없고 위 군사2급 비밀문서는 군사상 기밀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위 문서를 동인에게 교부하여 군사상 기밀을 누설하였다는 것이다.

(3) 청구인들은 위 형사사건의 변호인 등을 통하여 서울형사지방법원(이하 제청법원이라 한다)에 정부조직법(1986.12.20. 법률 제3854호, 최종 개정 1993.6.11. 법률 제4568호. 이하 모두 같다) 제14조 제1항, 국가안전기획부법(1987.12.4. 법률 제3993호, 1994.1.5. 법률 제4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모두 같다) 제4조 및 제6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1989.9.11. 제청법원으로부터 기각결정을 받게 되자 같은 달 26. 이 재판소에 헌법재판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8조 제2항에 의거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의 취지는 위헌적인 정부기구인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직원의 범죄수사에 의하여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자료를 기초로 하여 청구인들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하였다는 것인바, 그 형사재판에서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직과 구성원을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과 이에 근거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및 제6조의 위헌 여부가 동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것이 명백하므로 동 규정들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위 규정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정부조직법 제14조(국가안전기획부) ①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ㆍ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국가안전기획부를 둔다.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직원) ① 안전기획부에 부장ㆍ차장 및 기획조정실장과 기타 필요한 직원들을 둔다. 다만,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차장 2인을 둘 수 있다. ② 직원의 정원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부장이 정한다.

국가안전기획부법 제6조(부장ㆍ차장ㆍ기획조정실장) ① 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차장 및 기획조정실장은 부장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② 부장은 안전기획부의 업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지휘ㆍ감독한다. ③ 차장은 부장을 보좌하며, 부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 ④ 기획조정실장은 부장과 차장을 보좌하며, 위임된 사무를 처리한다. ⑤ 부장ㆍ차장 및 기획조정실장 이외의 직원의 인사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여기에 첨가할 것은 청구인들은 사법경찰권과 무기휴대에 관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15조 및 제16조 규정에 대하여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구하고 있는 듯하나 이에 대하여는 뒤의 3, 가항에서 판단하는 바와 같이 이를 이 사건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하기로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우리 헌법은 제헌 이래(제2공화국 당시 제외) 대통령제정부기구를 채택하면서도 국무총리라는 특수한 제도를 갖고 있는바, 우리 헌법체제하에서의 국무총리제도는, 제헌 당시 의원내각제 헌법안과의 절충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연혁적으로 보거나,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되고(헌법 제86조 제1항), 국무위원 또는 행정각부의 장의 임명제청권을 가지며(헌법 제87조 제3항), 또한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는 헌법 제86조 제2항의 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위 1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아니하는 행정기구는 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이거나(감사원,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대통령의 “비서” 및 “경호”업무를 제외하고는 우리 헌법상 존재할 수 없다.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기관의 내부적인 사항, 정보의 수집과 분석 판단의 자문적인 사항만 취급한다면 대통령 소속 또는 그와 맥락을 같이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헌법 제91조) 산하기구로 할 수 있으나 국민에 대하여 공권력(범죄수사 등 집행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행정부 조직을 규정한 헌법 제4장 제2절 제3관 규정의 제한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에서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국가안전기획부”를 두도록 하고 있고, 이에 의거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와 제6조에서 국가안전기획부가 국무총리 통할권에서 벗어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률의 조항들은 위헌의 행정기구의 조직을 규정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86조 제2항과 제94조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자로서의 지위(헌법 제66조 제1항)뿐만 아니라 행정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지위(헌법 제66조 제4항)를 가지고 있고, 한편 헌법 제86조 제1항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같은 조 제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는바, 헌법상의 국무총리는 내각책임제하의 수상과는 달리 부통령제를 두는 대신에 설치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단순한 보좌기관으로서 행정에 관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기관이라는 점에 그 특색이 있다 할 것인바, 이와 같은 헌법상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는 “행정각부”에 모든 행정기관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헌법 제86조 제2항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고, 헌법 제94조에서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고 한편 헌법은 제4장 제2절 제3관에서 별도로 행정각부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제96조로서 “행정각부의 설치ㆍ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결국 입법권자는 헌법 제96조에 의하여 법률로써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을 설치함에 있어 그 기관이 관장하는 사무의 성질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통할하는 기관으로 설치할 수도 있고 또는 대통령이 직접 통할하는 기관으로 설치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 제86조 제2항과 제94조에서 말하는 행정각부는 입법권자가 헌법 제96조에 의하여 법률로써 행정기관 중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도록 설치한 행정각부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헌법 제90조 내지 제93조 및 제97조에서 대통령직속기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감사원을 필요적 기관으로, 국가원로자문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및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임의적 기관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그 기관이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특별히 헌법에 그 설치근거를 명시하여 헌법기관으로 격상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직속의 헌법기관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법률에 의하더라도 헌법에 열거된 헌법기관 이외에는 대통령직속의 행정기관을 설치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중심제의 정부조직원리에도 맞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는 대통령직속기관으로 국가안전기획부의 설치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이나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직에 관하여 규정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및 제6조 등이 헌법 제86조 제2항과 제94조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 국가안전기획부의 의견

대통령중심제 정부형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헌법 제86조 제2항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보좌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행정각부의 통할기능을 수행할 뿐 대통령의 권한을 배제할 수 있는 독자적인 행정권을 가진다고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헌법 제9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행정기관의 설치ㆍ조직은 법률로 정하되, 그 관장사무의 성질에 따라 국무총리통할하에 있는 “행정각부”의 일부로 설치할 수도 있으며,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아니하는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설치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안전기획부가 위헌기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라.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심판청구의 각하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 89헌마86로 심판계속 중인 신체의 자유의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사건과 청구인, 청구취지 및 그 내용들이 동일하여 중복제소에 해당되어 부적법한 소이므로 법 제40조가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민사소송법 제234조, 제205조에 의하여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2) 심판청구기각

국가안전기획부의 의견과 그 취지가 동일하다.


마.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국가안전기획부의 의견과 그 취지가 동일하다.


3. 판단

가. 청구인들의 국가안전기획부법 제15조 및 제16조에 대한 심판청구에 관한 판단

청구인들은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의 사법경찰권을 규정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15조와 같은 직원의 무기사용을 규정한 같은 법 제16조에 관하여서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므로 그 적법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법 제41조 제1항에 의하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군사법원을 포함한다)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68조 제2항 전단에 의하면 제41조 제1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바, 그렇다면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는 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적법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법원이 각하 또는 기각하였을 경우에만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의 형태로써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들의 위헌제청신청사건을 담당하여 이유 없다고 기각한 제청법원의 결정내용에 의하면 청구인들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15조 및 제16조에 관하여는 재판 대상으로 삼은 법률조항도 아니어서 이 규정들에 대하여는 제청법원이 위헌제청신청기각의 결정을 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같은 규정들에 대하여는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것으로서 이 부분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심판청구와 당재판소 89헌마86 사건과는 중복제소에 해당한다는 법무부장관의 주장을 살펴본다.

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주관적 권리구제의 헌법소원으로서, 개별적인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법 제75조 제2항 및 제5항에 의한 부수적 위헌심판청구도 할 수 있음에 대하여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구체적 규범통제의 헌법소원으로서 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법원에 의하여 기각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에 제청신청이 기각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법 제68조 제1항과 같은 조 제2항에 규정된 헌법소원심판청구들은 그 심판청구의 요건과 그 대상이 각기 다른 것임이 명백하다.

그런데 위 89헌마86 소원심판사건은 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침해된 권리를 신체의 자유(헌법 제12조)로 하고,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사법경찰관 수사관 김원이 1989.5.6. 23:00 청구인 성종대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부경찰서에 구금조치한 행위”로 하여 청구인 성종대가 청구한 것이고, 이 사건 소원심판청구는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위헌이라고 해석되는 법률의 조항을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 등”으로 하여 청구인 성종대, 동 원성묵이 공동으로 청구한 것으로서 설사 이미 계속 중인 89헌마86 사건의 “청구원인”과 이 사건의 “위헌이라고 해석되는 이유”의 내용이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제소의 요건이 상이하고, 청구인도 동일하지 않을 뿐 아니라, 89헌마86 사건에서는 정부조직법 제14조에 대하여서만 부수적 위헌심판을 구함에 대하여 이 사건에서는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및 제6조의 위헌 여부도 함께 심판을 구함에 비추어 두 사건의 심판청구 요건이나 그 대상이 반드시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중복제소로서 부적법하다는 법무부장관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심판의 대상에 대한 판단

(1) 문제의 소재

국가행정사무의 통일적이고 능률적인 수행을 위하여 국가행정기관의 설치ㆍ조직과 직무범위의 대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제14조는 그 제1항에서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ㆍ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국가안전기획부를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직ㆍ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규정에 근거하여 1980.12.31. 법률 제3313호로 국가안전기획부법이 제정ㆍ공포되고 1987.12.4. 법률 제3993호(1994.1.5. 법률 제4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로 개정되었는바 같은 법은 그 제1조에서 “이 법은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직 및 직무범위와 국가안전보장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2조 제1항에서 “안전기획부는 다음 각호에 정한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및 대정부전복)의 수집ㆍ작성ㆍ배포 2.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ㆍ자재ㆍ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3. 형법 중 내란의 죄ㆍ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ㆍ이적의 죄ㆍ군사기밀누설죄ㆍ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ㆍ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 4. 안전기획부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ㆍ조정”이라고 규정하고, 그 제15조에서 “안전기획부의 직원으로서 부장이 지명하는 자는 이 법 제2조 제1항 제3호 및 제4호에 규정된 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행할자와그직무범위에관한법률 및 군사법원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와 군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4조와 제6조에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직원의 조직 및 임명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서 국가안전기획부를 설치하고 그 조직과 직무범위를 규율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행정기관으로서 국무총리 통할에 속하는 행정각부에 속하지 아니하고 대통령의 소속하에 있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설치근거 법률규정인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과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및 제6조가 헌법 제86조 제2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와 헌법 제94조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에 위반되느냐의 여부가 문제로 된다.

(2) 위헌 여부

(가)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그 최고의 가치로 하여, 이를 구현할 통치기구로서 입법권은 국회(헌법 제40조)에,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헌법 제66조 제4항)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헌법 제101조 제1항)에 각각 속하게 하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취하는 한편,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며(헌법 제66조 제1항), 그에게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하고(같은 조 제2항),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우고 있는(같은 조 제3항)등 이른바 대통령중심제의 통치기구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대통령중심제를 취하면서도 전형적인 부통령제를 두지 아니하고, 국무총리제를 두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헌법 제86조). 여기에서 국무총리의 법적 성격 내지 지위 특히 대통령과의 관계 등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헌법 제86조 제1항)하고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같은 조 제2항)하며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헌법 제87조 제1항)하고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헌법 제94조)하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관한 문서에의 부서권(헌법 제82조)이 있는바 국무총리에 관한 헌법상 위의 제 규정을 종합하면 국무총리의 지위가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위의 제 규정을 종합하면 국무총리의 지위가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다소의 견제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 있기는 하나, 우리 헌법이 대통령중심제의 정부형태를 취하면서도 국무총리제도를 두게 된 주된 이유가 부통령제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유고시에 그 권한대행자가 필요하고 또 대통령제의 기능과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대통령을 보좌하고 그 의견을 받들어 정부를 통할ㆍ조정하는 보좌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있었던 점과 대통령에게 법적 제한 없이 국무총리해임권이 있는 점(헌법 제78조, 제86조 제1항 참조)등을 고려하여 총체적으로 보면 내각책임제 밑에서의 행정권이 수상에게 귀속되는 것과는 달리 우리 나라의 행정권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귀속되고, 국무총리는 단지 대통령의 첫째 가는 보좌기관으로서 행정에 관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기관으로서의 지위만을 가지며, 행정권 행사에 대한 최후의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헌법상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위에 비추어 보면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는 행정각부에 모든 행정기관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나) 1) 헌법 제86조 제2항에서 “국무총리는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고, 헌법 제94조에서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을 뿐 그 “행정각부”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헌법상 아무런 직접적 규정이 있음을 볼 수 없고 한편 헌법은 제4장 제2절 제3관에서 별도로 행정각부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제96조에서 “행정각부의 설치ㆍ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이 “행정각부”의 의미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그 “설치”에 관한 사항까지도 법률에 위임한 이상 헌법 제86조 제2항의 “행정각부”가 어떤 행정기관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그 위임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해석, 판단할 수밖에 없다.

헌법 제4장 제2절 제3관(행정각부)의 “행정각부”의 의의(意義)에 관하여 학설상으로는 정부의 구성단위로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의 통할하에 법률이 정하는 소관사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이라든가, 또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집행부의 구성단위로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 정책과 그 밖의 집행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이라는 등으로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이 “행정각부”의 의의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지만, “행정각부의 장(長)”에 관하여는 “제3관 행정각부”의 관(款)에서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임명되며(헌법 제94조) 그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부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95조)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이 “행정각부”의 의의에 관하여 간접적으로 그 개념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성질상 정부의 구성단위인 중앙행정기관이라 할지라도, 법률상 그 기관의 장(長)이 국무위원이 아니라든가 또는 국무위원이라 하더라도 그 소관사무에 관하여 부령을 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는, 그 기관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실정법적(實定法的) 의미의 행정각부로는 볼 수 없다는 헌법상의 간접적인 개념제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구성단위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하는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곧 헌법 제86조 제2항 소정의 행정각부는 아니라 할 것이다. 또한 입법권자는 헌법 제96조에 의하여 법률로써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을 설치함에 있어 그 기관이 관장하는 사무의 성질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통할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설치할 수도 있고 또는 대통령이 직접 통할하는 기관으로 설치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 제86조 제2항 및 제94조에서 말하는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는 행정각부는 입법권자가 헌법 제96조의 위임을 받은 정부조직법 제29조에 의하여 설치하는 행정각부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직속기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헌법 제91조), 감사원(제97조)을 필요적 기관으로, 국가원로자문회의(제90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제92조) 및 국민경제자문회의(제93조)를 임의적 기관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그 기관이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특별히 헌법에 그 설치근거를 명시하여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특별히 헌법에 그 설치근거를 명시하여 헌법기관으로 격상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직속의 헌법기관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법률에 의하더라도 헌법에 열거된 헌법기관 이외에는 대통령직속의 행정기관을 설치할 수 없다든가 또는 모든 행정기관은 헌법상 예외적으로 열거된 경우 등 이외에는 반드시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아야 한다고는 말한 수 없다 할 것이고 이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중심제의 정부조직원리에도 들어맞는 것이라 할 것이다.

2) 다만 대통령이 이러한 직속기관을 설치하는 경우에도 자유민주적 통치구조의 기본이념과 원리에 부합되어야 할 것인데 그 최소한의 기준으로서 ㄱ) 우선 그 설치ㆍ조직ㆍ직무범위 등에 관하여 법률의 형식에 의하여야 하고 ㄴ) 그 내용에 있어서도 목적ㆍ기능 등이 헌법에 적합하여야 하며 ㄷ) 모든 권한이 기본권적 가치실현을 위하여 행사되도록 제도화하는 한편 ㄹ) 권한의 남용 내지 악용이 최대 억제되도록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통제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 1) 헌법 제96조에서 “행정각부의 설치ㆍ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이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 규정에 의거한 정부조직법을 보면 이 법은 제1장 총칙(정부조직에 관한 총칙 규정, 제1조 내지 제9조), 제2장 대통령(대통령 및 그 소속기관과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 제10조 내지 제14조), 제3장 국무총리(국무총리 및 그 소속기관에 관한 규정, 제15조 내지 제28조), 제4장 행정각부(행정각부의 구분과 조직에 관한 규정, 제29조 내지 제41조) 및 부칙 규정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4장 행정각부”의 장(章)의 첫번째 조항인 제29조 제1항에 “대통령의 통할하에 다음의 행정각부를 둔다”하여 “외무부”를 비롯한 행정각부를 구체적, 열거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안전기획부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ㆍ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집행을 위하여 같은 법 제14조에 근거를 두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안전기획부법에 규정된 준칙에 따라서 설치된 기관으로서 그 법적 성격은 대통령직무를 보좌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위 같은 법 제11조)과 함께 “정부조직법 제2장 대통령”의 장 안에 규정되어 있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대통령직속의 특별보좌기관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는 행정각부에 속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2)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보장을 위하여 정보기관을 설치ㆍ운영하는 것 자체는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점에 관하여는 별다른 이론(異論)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국가가 어떤 정보기관을 설치ㆍ운영하는 경우에 그것을 대통령직속기관(소위 의원내각제국가에 있어서는 수상직속기관)으로 할 것인가 또는 다른 어떤 국가기관의 통제나 규제를 받는 기관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각국의 입법정책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로서, 그것이 그 나라의 헌법이념이나 헌법규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위헌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대통령중심제의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직무내용(국가안전기획부법 제2조 참조)으로 보아 이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법이 우리 헌법의 다른 규정이나 헌법이념에도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또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기획부의 설치근거를 헌법에 두지 아니하고 법률(정부조직법 제14조)에 두었다 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3)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제1, 2항에는 국가안전기획부 구성원인 부장ㆍ차장 및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직원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조에는 국가안전기획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차장 및 기획조정실장은 부장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규정(제1항)을 비롯하여 부장ㆍ차장 및 기획조정실장의 업무처리에 관한 사항(제2항 내지 제4항)과 기타 직원의 인사에 관하여 따로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제5항)을 함으로써, 내부적으로 부장은 대통령에게 직접적 책임을 지고, 대외적으로는 이를 임명한 대통령이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또 국가안전기획부의 활동에 관한 통제수단으로는 국회는 그 행정부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권(헌법 제65조), 당해 업무에 관한 국정감사 및 조사권(헌법 제61조), 예산안 심의의결권(헌법 제54조)의 행사를 통하여, 사법부는 동 기관의 명령ㆍ규칙ㆍ처분에 대한 최종적인 위헌ㆍ위법심사권(헌법 제107조 제2항)의 행사를 통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들 기관을 포함한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 등으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가 있을 때에는 헌법소원심판권의 행사를 통하여 각 그 통제가 가능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그 목적ㆍ직무범위ㆍ통제방법 등의 관점에서 헌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건은 갖추었다 할 것으로서,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아니하는 대통령직속기관인 국가안전기획부의 설치근거와 그 직무범위 등을 정한 정부조직법 제14조와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및 제6조의 규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국가안전기획부법 제15조 및 제16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국가안전기획부의 설치근거와 그 직무범위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과 이에 의거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4조 및 제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김양균의 아래 5 기재와 같은 별개의견, 재판관 변정수의 아래 6 기재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 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김양균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심판의 대상에 대한 판단”에 대한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심양균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청구인이 위헌주장의 이유로 들고 있는바 정부조직법 제14조가 헌법 제86조 제2항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만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청구인의 위헌주장 이유의 참뜻을 살펴 직권으로 위 정부조직법 규정이 정부조직에 관한 총체적 헌법체계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헌인지 여부까지를 고찰판단함이 헌법재판의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의견을 밝힌다.

우리 헌법은 국회에 대하여 대통령 이외에 국무총리ㆍ국무위원ㆍ행정각부의 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권(헌법 제65조)을 부여함과 아울러 국무총리ㆍ국무위원 등의 국회 출석ㆍ답변 요구권(헌법 제62조),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권(헌법 제63조),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 및 조사권(헌법 제61조) 등을 부여함으로써 권력분립상 순수한 대통령제보다 강한 정부견제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특수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헌법규정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국회에 의한 위와 같은 견제가 정부조직상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행정기관에 미치도록 함이 헌법체계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된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ㆍ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국가안전기획부를 두도록 되어 있고, 이를 받아 그 조직과 직무범위 등을 규정한 국가안전기획부법이 제정되었다. 국가안전기획부가 대통령의 헌법수호책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헌법 적대적ㆍ헌법 파괴적 행위의 봉쇄를 목적으로 위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기관으로서 비밀취급을 그 속성으로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정보수집 및 보안업무에 관한 한 안전기획부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설치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국회에 의한 정부견제기능에 예외를 두고 있다 하여 헌법체계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보기관은 그 업무의 밀행적(密行的) 속성으로 인하여 일반국민이 그 존재 자체를 국민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특히 사생활의 비밀을 비롯한 자유권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고, 이와 같은 정보기관이 수사권마저 함께 가질 때 국민이 느끼는 기본권침해에 대한 위구심(危懼心)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 일반인의 이러한 위구심이 반드시 기우가 아니었음은 역사상 정보기관에 관한 국내외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이기도 하다. 물론 정보기관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정보기관 스스로 수사업무를 담당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부득이한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도 일반사법경찰관리 이외에 특별한 사항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며(동법 제196조, 제197조), 정보기관으로부터 수사권을 분리시키는 것이 반드시 헌법적 지시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가지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바람직스러운 것이 아니므로 그 수사권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권한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견제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필요가 있다.

한편, 행정공권력행사의 중핵(中核)을 이루는 범죄수사는 연혁적으로 보아도 앞서 본 바와 같은 국회의 여러 가지 견제 아래 놓이게 되는 국무위원인 행정각부장관의 소관업무로서 국무총리의 통할하에 두었다. 그리고 범죄수사에 관한 원칙적인 권한을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에게 부여하고(검찰청법 제4조,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96조 등 참조), 그 총괄책임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는 법무부장관이 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검찰청법 제8조), 일반사법경찰업무와 여타 행정부 공무원에게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특별사법경찰업무(형사소송법 제197조,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행할자와그직무범위에관한법률 등 참조) 역시 그 각 공무원의 소관업무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행정각부 장관 등이 그 정치적ㆍ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함은 관할책임 원칙상 당연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 정부조직법 규정은 국가안전기획부를 대통령 소속하에 두어 국무위원이 아닌 자를 그 장에 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 장이 국회의 탄핵소추권, 국회출석ㆍ답변요구권, 해임건의권 등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게 하여 국회의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킨데다가, 1994.1.5. 법률 제4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국가안전기획부법은 그 예산회계, 국회에 대한 증언 등에 관하여 국회의 관여를 여러 가지로 제한하는 특례규정(동법 제10조 내지 11조)을 두었을 뿐 아니라, 국가안전기획부로 하여금 그 본래의 직무내용에 비하여 과도한 수사권(동법 제2조 제1항 제3호), 자체 하부기구 조직권(제3조), 그 예산 및 결산 등의 비공개권(제5조)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상 이렇다 할 실효성 있는 견제장치가 없는 수사기관이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구법에 따른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이와 같은 견제장치의 미비는 막바로 위 기관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졌다고 보지 않을 수 없었으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수사권 남용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위 정부조직법 규정이 적어도 그러한 점에서 헌법체계와 부조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헌법 구법 당시에도 규범상으로는 그 수사권이 검사의 지휘하에 놓여 있고 또한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최소한의 담보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체계부조화가 곧 이 법률의 위헌으로까지 직결된다고는 단정할 수 없고, 위에서 밝힌 체계부조화를 입법자가 곧 시정하여야 하며, 헌법재판에 있어서 개선입법촉구취지의 결정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법은 1994.1.5. 개정되어, 구법과는 달리 국가안전기획부의 예산회계, 국회에서의 증언 등에 있어서 국회에 의한 최소한의 견제기능이 보장되는 외에(제12조, 제13조), 그 수사권한이 본래의 직무범위에 맞추어 불가결한 것이라고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인식하는 범위 내로 축소되어 국민의 기본권침해 우려가 있었던 범죄를 그 관할에서 제외하고(제3조 제3호), 그 하부조직권이 대통령 승인사항으로 되었으며(제4조 제2항), 과거의 비공개대상이었던 예산 및 결산이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제6조), 부장 이하 직원들의 정치관여와 수사권행사에서의 직권남용이 구체적으로 금지되고(제9조, 제11조), 그와 같은 정치관여와 직권남용에 대하여는 무거운 형벌규정이 신설됨으로써(제18조, 제19조) 적법절차 준수에 대한 필요하고도 최소한의 견제정치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 정부조직법 규정이 구 국가안전기획부법을 그 논리적 전제로 하는 한 헌법체계부조화 상태로 있었으나, 위 법 개정으로 인하여 그러한 상태가 해소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6.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우리 헌법은 정부형태에 관하여 기본적으로는 대통령중심제를 채용하면서도 국무회의와 국무총리를 두고, 국무회의를 단순한 자문기관이 아닌 정책심의기관으로 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및 행정각부의 장 임명제청권과 국무위원해임건의권을 주었으며 국회에 대하여 국무총리임명동의권과 국무총리ㆍ국무위원의 출석요구권 및 국무총리ㆍ국무위원의 해임건의권 등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중심제에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서 헌법의 취지는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하여 국정을 신중하게 운영토록 하고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등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을 보완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국무회의 및 국무총리에 관한 헌법규정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고 대통령중심제하에서의 국무총리는 보좌기관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론을 내세워 이를 가볍게 생각하여서는 아니된다.

나. 헌법 제86조 제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고 규정하고 제94조는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두 조문에서 말하는 “행정각부”가 무엇을 뜻하느냐가 문제인데 “행정각부”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또는 단독으로 대통령이 결정한 정책과 그 밖의 집행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중앙행정기관은 행정각부의 하나로 하여 반드시 국무총리의 통할하에 두어야 하고, 그러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반드시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임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취지이다. 이 점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첫째, 헌법이 “행정각부”의 의의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행정각부의 장”에 관하여는 “제3관 행정각부”의 관에서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임명되며(헌법 제94조) 그 소

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부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95조)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헌법은 성질상 정부의 구성단위인 중앙행정기관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 “행정각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도 법률상 그 기관의 장이 국무위원이 아니라든가 또는 국무위원이라 하더라도 그 소관사무에 관하여 부령을 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는 그 기관은 헌법이 규정하는 실정법적 의미의 행정각부로 볼 수 없다고 하여 간접적으로 “행정각부”의 개념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정부의 구성단위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하는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곧 헌법 제86조 제2항, 제94조 소정의 “행정각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94조의 규정은 행정각부의 장은 반드시 국무위원이어야 한다는 것과 국무총리의 제청에 의하여서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하는 조문이고 헌법 제95조는 행정각부의 장의 부령발포권을 규정하는 조문일 따름이다. 위 두 규정이 헌법상 “행정각부”의 개념범위를 제한하는 것 즉 성질상 행정각부에 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이라 하여 다 행정각부로 아니하고 그 중에서 법률이 기관의 장을 국무위원으로 보하도록 하고 또한 부령발포권을 갖게 한 기관에 한정하겠다는 취지가 포함된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행정각부의 장을 국무위원 중에서 임명하도록 한 것은 행정각부의 장으로 하여금 국무회의의 정책심의에 참여케 하여 기획과 집행의 유기적 통일을 보장함과 동시에 국회에 출석하여 국정처리상황을 보고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고 질문에 응답할 수 있게 하고 또한 국회의 요구에 따라 출석ㆍ답변할 수 있게 하고 국회의 해임건의에 따라 해임될 수 있게 하는 등 소관업무에 관하여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정의한 기준에 따라 성질상 행정각부에 해당되는 중앙행정기관이라면 이를 반드시 행정각부로 하여 그 기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임명되도록 함으로써 행정의 효율과 책임정치를 구현하려는 것이 헌법 제94조의 취지이지 그 반대로 성질상 행정각부에 해당되는 중앙행정기관일지라도 법률에서 그 기관의 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게 되어 있지 아니하는 것은 행정각부로 보지 않겠다는 취지가 내포된 규정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헌법 제94조의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

둘째, 다수의견은 헌법 제96조에서 “행정각부의 설치ㆍ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입법권자는 헌법 제96조에 의하여 법률로써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을 설치함에 있어 그 기관이 관장하는 사무의 성질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통할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설치할 수도 있고 또는 대통령이 직접 통할하는 기관으로도 설치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 제86조 제2항 및 제94조에서 말하는 “행정각부”는 입법권자가 헌법 제96조의 위임을 받은 정부조직법 제29조에 의하여 설치하는 행정각부만을 의미하고 따라서 정부조직법 제29조에 행정각부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전기획부라 한다)는 행정각부가 아니므로 안전기획부를 국무총리의 통할하에 두지 않고 대통령직속기관으로 두도록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14조는 정당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첫째 주장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견해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 제86조 제2항이나 제94조에서 말하는 “행정각부”란 헌법에 특별규정을 둔 감사원,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 등을 제외하고(이들 기관은 그 대상업무의 특성상, 즉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단순한 자문기관이거나 또는 행정권으로부터 강한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므로 국무총리 통할하의 행정각부에 해당될 수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헌법이 이들 기관을 행정각부에서 제외시켜 그 설치 등에 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성질상 행정각부에 해당되는 모든 기관 즉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또는 단독으로 대통령이 결정한 정책과 그 밖의 집행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 다시 말하면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헌법과 법률의 집행을 통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등 기능상 행정권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하는 모든 중앙행정기관을 의미하고 헌법 제96조에 의하여 제정된 법률(정부조직법 제29조)에서 “행정각부”로 명칭 지워진 기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96조의 취지는 위와 같은 성질상 행정각부에 해당하는 기관은 이를 반드시 행정각부로 하여 그 설치ㆍ조직ㆍ직무범위를 권력통제의 헌법정신에 따라서 법률로 정하라는 취지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정기관을 행정각부로 하지 아니하고 국무총리의 통할밖에 두었다면 이는 헌법 제86조 제2항, 제94조 및 제96조에 위반되는 것이다. 헌법 제96조가 제86조 제2항 및 제94조 소정의 행정각부를 구체적으로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지만은 그렇다고 행정각부에 해당되는 것을 행정각부로 규정하지 아니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96조는 행정각부의 설치ㆍ조직ㆍ직무범위는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러한 사항은 명령이나 규칙으로 정할 수 없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로써만 정할 수 있다는 것, 즉 행정조직에 관한 법치주의를 천명한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헌법 제86조 제2항 및 제94조에 의하여 국무총리의 통할하에 둘 “행정각부”는 헌법 제96조에 의하여 제정된 법률(정부조직법)이 잘됐건 잘못됐건 간에 무조건 그 법률에 정해진 것에 한정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이 아닌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리고 만약 다수의견대로 성질상 행정각부에 속하는 기관도 법률로써 국무총리 통할하의 행정각부로 아니하고 대통령직속기관으로 해도 부당한 것이라고 한다면 행정각부를 한두 개만 두고 모조리 대통령직속기관으로 만들어 국무총리제도를 형해화(刑骸化)시켜 버려도 괜찮다는 말인데 이러한 일이 국무회의와 국무총리제도를 두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수의견은 헌법 제96조의 정신을 잘못 이해하고 헌법상의 “행정각부”가 무엇인가를 헌법정신에 의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하위법으로서 위헌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정부조직법 제29조를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어서 헌법재판의 판단기준상의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 그렇다면 안전기획부가 “행정각부”에 해당되는가를 보건대,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ㆍ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국가안전기획부를 둔다”라고 규정하여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수행에 필요한 정보수집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게 한 것으로 볼 때 안전기획부는 대통령비서실과는 달리 행정부(내무부 및 법무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집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이므로(안전기획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안전기획부법 제3조는 국외정보, 국내보안정보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 자재, 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뿐만 아니라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그리고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 및 안전기획부 직원의 직무에 관련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을 인정하는 등 광범위한 직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성질상 국무총리의 통할하에 두어야 할 헌법 제86조 제2항, 제94조 내지 제96조에서 규정한 “행정각부”에 속하는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안전기획부를 행정각부에 넣지 아니하고 대통령의 직속하에 두어 국무총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도록 한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은 헌법 제86조 제2항 및 제94조에 위반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안전기획부의 설치근거 법률인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이 위헌이라면 안전기획부의 조직 및 직무범위를 정하는 안전기획부법 전체가 위헌무효가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라. 정부조직법 제14조가 합헌이라는 점에 대하여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면서 다만 그 이유를 달리한다는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김양균의 별개의견에 대하여 본다.

별개의견의 요지는 안전기획부설치에 관한 근거법률인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의 위헌 여부는 그 법률조항만을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정된 안전기획부법의 내용과 합쳐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1994.1.5.자 개정법률에 의하여 개정되기 전의 구 안전기획부법은 안전기획부의 수사권 남용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의 체계부조화(법률의 위헌으로까지는 직결되지 않는 정도의)가 있었으나 안전기획부법이 1994.1.5. 개정되어 안전기획부의 예산회계 국회에서의 증언 등에 있어서 국회에 의한 최소한의 견제기능이 보장되고 수사권도 축소되어 국민의 기본권침해 우려가 있었던 범죄를 그 관할에서 제외하였으며 그 밖에도 적법절차 준수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마련됨으로써 헌법체제 부조화상태가 해소되었으니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은 위헌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이 헌법 제86조 제2항, 제94조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이고 그 위헌 여부의 해결은 안전기획부가 위 헌법규정 소정의 “행정각부”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 소정의 안전기획부가 “행정각부”에 해당된다면 그것을 국무총리 통할하에 두지 않고 대통령 소속하에 두도록 한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될 것이고 “행정각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헌법위반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개의견은 안전기획부가 “행정각부”에 해당되느냐의 여부는 제쳐놓고 안전기획부법의 내용에 있어 안전기획부가 합리적으로 권력통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느냐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여 문제의 핵심을 피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은 안전기획부의 설치근거 법률이고 안전기획부법은 정부조직법 제14조 제2항에 의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안전기획부의 조직ㆍ직무범위 등을 규정한 법률이다. 따라서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안전기획부법은 설치근거 법률을 상실하게 되어 그 내용을 아무리 손질하여 합리적으로 만들더라도 위헌무효의 법률이 될 수밖에 없다. 별개의견은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의 위헌여부판단을 상위법인 헌법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법인 안전기획부법을 가지고 하였으며 그러다 보니 문제의 쟁점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엉뚱한 이론을 펴면서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이 합헌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므로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더 이상 비판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마. 안전기획부는 여ㆍ야의 합의에 의한 1994.1.5.자 안전기획부법개정법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헌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헌법위반의 행정기관임을 면할 수 없다. 안전기획부는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명칭을 바꾸어 개편한 것이지만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는 다 같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인들에 의하여, 정당한 입법기관도 아닌 국가재건최고회의(중앙정보부의 경우) 또는 국가보위입법회의(안전기획부의 경우)에서 만든 법률로 설치되고 군사독재정권을 지키기 위한 정권안보기관으로서 국민을 감시하고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을 탄압하는 것을 주요업무로 하여 왔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안전기획부가 정보수집업무뿐만 아니라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및 범죄수사권 등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각부로 아니하고 대통령 직속하에 둔 것은 국무총리, 국무회의 및 국회의 통제 밖에 두어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이익과 인권옹호보다는 대통령 1인의 개인적인 신뢰와 이익을 보호하고 그에게 충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고 또한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그와 같이 활동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안전기획부는 이를 폐지하여 그의 업무를 내무부와 법무부로 하여금 맡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안전기획부를 존치시키려면 그의 담당업무를 오로지 정보수집에 한정하고 보안업무나 범죄수사권 등을 완전히 배제시켜 권력남용 및 인권침해의 요소를 없애든가 아니면 행정각부의 하나로 하여 국무총리의 통할하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안전기획부를 행정각부의 하나로 하면 안전기획부장도 국무위원 중에서 임명하게 되어 안전기획부장의 중요한 업무가 당연히 국무회의의 심의대상이 될 것이고 안전기획부장도 국회의 요구에 따라 출석, 답변할 의무를 지게 되고(안전기획부법 제13조는 안전기획부장에 대하여 중대한 국가기밀사항임을 이유로 하는 자료제출거부권 및 증언, 답변거부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안전기획부장을 국무위원으로 보하면 이러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안전기획부장도 국회의 해임건의에 따라 해임될 수 있을 것이며 국회의 탄핵소추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만 막강한 안전기획부장의 권력행사에 대한 헌법적 통제가 가능하여 권력남용과 대공업무를 빙자한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언필칭(言必稱) 문민정부의 개혁위상에도 맞게 될 것이다.

안전기획부가 합헌성을 결여한 위헌기관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은 견강부회로 헌법정신을 왜곡하여 이를 합헌화시키고 나서 국가가 어떤 정보기관을 설치운영하는 경우에 그것을 대통령직속기관으로 할 것인가 또는 다른 어떤 국가기관의 통제나 규제를 받는 기관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느니, 우리 나라와 같이 대통령중심제의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에는 안전기획부의 직무내용으로 보아 이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느니, 이러한 입법이 우리 헌법의 다른 규정이나 헌법이념에도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느니 하면서 안전기획부를 적극 옹호하고 있고, 별개의견은 일부러 문제의 핵심을 피하고 하위법인 안전기획부법을 가지고 상위법인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의 위헌여부를 판단하면서 이것이 합헌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의 권위주의정권에 시달린 국민이 그 시대에 만들어진 수많은 악법에 대하여 과감하게 위헌선언하여 왜곡된 민주적 헌법질서를 바로잡고 권력남용을 통제하여 줄 것을 갈망하여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국민의 염원에 부응은 커녕 헌법정신을 왜곡하면서까지 기존제도와 권력옹호에 급급하다면 이는 국민을 업신여기는 것이어서 국민들은 헌법이나 헌법재판소의 존재에 대하여 깊은 회의와 좌절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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