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헌마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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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법 제157조에 관한 헌법소원
판결기관: {{{지은이}}}
1992년 11월 12일 판결.


【판시사항】 1. 법령(法令)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서 직접(直接)·자기(自己)·현재관련성(現在關聯性)이 구비되어 있는 사례 2. 법령(法令)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 3. 교육법(敎育法) 제157조와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敎科用圖書)에관한규정(規程) 제5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基本權)을 침해하여 위헌(違憲)인지 여부 【결정요지】 1. 교육법(敎育法) 제157조, 교과용도서(敎科用圖書)에관한규정(規程) 제4조, 제5조에 의하면 중학교(中學校) 교과서(敎科書)의 편찬은 교육부가 직접(直接) 또는 위임(委任)하여 편찬하게 되어 있어 일반(一般) 사인(私人)은 물론 국어교사(國語敎師)라 할지라도 이를 저작(著作)·발행(發行)·공급(供給)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 있으므로 위 조항의 집행(執行)을 위한 매개행위(媒介行爲)가 따로 있을 여지가 없고, 청구인이 중학교(中學校) 국어교사(國語敎師) 겸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중학교(中學校) 국어교과서(國語敎科書)의 제작(製作)·발행(發行)에 착수하고자 하였다면 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직접관련성(直接關聯性), 자기관련성(自己關聯性), 현재관련성(現在關聯性)이 구비되어 있다. 2. 가. 법령(法令)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 때에는 그 법령의 시행(施行)과 동시에 침해가 시작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는 원칙적으로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하여야 할 것이지만, 법률이 시행된 후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事由)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되는 것이다. 나. 여기서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한 날”이라는 것은 당해 법령(法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具體的)으로 현실(現實) 침해(侵害)하였거나 그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등 실체적(實體的) 제요건(諸要件)이 성숙하여 헌법판단(憲法判斷)에 적합하게 된 때를 말한다. 3. 가. 국민(國民)의 수학권(修學權)(헌법 제31조 제1항의 교육(敎育)을 받을 권리(權利))과 교사(敎師)의 수업(授業)의 자유(自由)는 다같이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國民)의 수학권(修學權)이 더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나. 국정교과서제도(國定敎科書制度)는 교과서(敎科書)라는 형태의 도서(圖書)에 대하여 국가(國家)가 이를 독점(獨占)하는 것이지만, 국민(國民)의 수학권(修學權)의 보호(保護)라는 차원에서 학년(學年)과 학과(學科)에 따라 어떤 교과용(敎科用) 도서(圖書)에 대하여 이를 자유발행제(自由發行制)로 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국가(國家)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관여할 수 있는 헌법적(憲法的) 근거(根據)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인정의 범위내에서 국가(國家)가 이를 검(檢)·인정제(認定制)로 할 것인가 또는 국정제(國定制)로 할 것인가에 대하여 재량권(裁量權)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중학교(中學校)의 국어교과서(國語敎科書)에 관한 한, 교과용(用) 도서(圖書)의 국정제(國定制)는 학문(學問)의 자유(自由)나 언론(言論)·출판(出版)의 자유(自由)를 침해하는 제도가 아님은 물론 교육(敎育)의 자주성(自主性)·전문성(專門性)·정치적(政治的) 중립성(中立性)과도 무조건 양립되지 않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反對意見) 3. 가. 초(初)·중(中)·고등학교(高等學校)의 교과서(敎科書)에 관하여 교사(敎師)의 저작(著作) 및 선택권(選擇權)을 완전히 배제하고 중앙정부(中央政府)가 이를 독점(獨占)하도록 한 교육법 제157조의 규정은 정부(政府)로 하여금 정권(政權)의 지배(支配) 이데올로기를 독점적(獨占的)으로 교화하여 청소년(靑少年)을 편협하고 보수적으로 의식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이는 교육(敎育)의 자주성(自主性)·전문성(專門性)·정치적(政治的) 중립성(中立性)을 선언한 헌법 제31조 제4항에 반하고 교육자유권(敎育自由權)의 본질적(本質的) 내용(內容)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한다. 나. 교육법 제157조 등에는 교육제도(敎育制度)의 본질적(本質的) 사항(事項)에 속하는 교과서(敎科書)의 저작(著作)·출판(出版)·선택(選擇) 등에 대한 구체적(具體的) 기준(基準)과 방법 및 절차(節次)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동조 제2항에서 “교과용 도서의 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 및 가격결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행정권(行政權)에 의한 입법(立法)에 포괄적(包括的)으로 백지위임(白紙委任)하고 있으므로 교육법 제157조는 교육제도(敎育制度) 법정주의(法定主義) 원리(原理)에 위배된다. 청구인 : 남 ○ 정 대리인 변호사 이 석 태 외 2인 【전문】 [주 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서울 휘경여자중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국어과목을 담당하여 학 생들을 가르쳐 왔고, 한편으로 회원이 약 1,200명인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의 대표로서 활동하여 왔다. 청구인은 1989.3.27. 위 교사모임이 창립된 이후 청구인과 같은 위치에서 국어교육을 담당해 온 교사들과 함께 중학교 국어교육에 대한 토론과 연구를 진행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토론·연구한 일부의 내용을 모아 1989.2.20.에는 위 교사모임을 엮은이로 하여 “통일을 여는 국어교육”이라는 저작물을 출간하고, 1989.3.25.에는 위 교사모임을 지은이로 하여 “개편교과서 지침서 중학 국어 1-1”이라는 저작물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형태의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저작·출판하기로 하고 그에 관하여 연구·토론하며 저작·출판을 모색하여 왔다. 그런데 교육법 제157조와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이하 이를 “교과서규정”이라 한다) 제5조가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1종도서로 정하여 교육부가 저작, 발행,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청구인의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저작·출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알고 청구인은, 위 법률 및 교과서규정의 각 조항이 헌법 제31조 제4항,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거하여 1989.5.11.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교육법 제157조, 교과서규정 제5 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이다. 교육법 제157조 및 교과서규정 제5조의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교육법(1988.4.6. 법률 제4009호) 제157조 : ① 대학·교육대학·사범대학·전문대학을 제외한 각 학교의 교과용 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졌거나 검정 또는 인정한 것에 한한다. ② 교과용 도서의 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 및 가격사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나)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1988.8.22. 대통령령 12508호) 제5조 : 1종 도서는 교육부가 편찬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1종 도서는 연구기관 또는 대학 등에 위탁하여 편찬할 수 있다. (2) 위 규정에 나오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 교과용 도서라 함은 교과서, 지도서 및 인정도서를 말한다(제2조 제1호). (나) 교과서라 함은 학교에서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주된 교재를 말하며,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도서(1종 도서)와 교육부장관의 검정을 받은 도서(2종 도서)로 구분된다(같은 조 제2호). (다) 지도서라 함은 학교에서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교사용의 주된 교재를 말하며,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도서(1종 도서)와 교육부장관의 검정을 받은 도서(2동 도서)로 구분한다(같은 조 제3호).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교육법 제157조와 교과서규정 제5조는 대학 등을 제외한 각 학교의 교과용 도서의 저작을 원칙적으로 교육부로 한정하여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청구인과 같은 교사들에 의한 자주적, 전문적인 교과용 도서의 저작의 자유를 봉쇄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1조 제4항에 위반된다. (2) 교육법 및 교과서규정의 위 각 조항은 청구인이 전문적인 직업교사로서 교과용도서를 저작·출판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어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청구인의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3) 청구인과 같은 교사는 교육에 관한 학문연구를 주요 활동으로 하고 학문연구의 결과는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어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들로 하여금(국정교과서에 의하여) 기계적이고 주입식인 형태의 교육만을 반복하게 할 뿐, 교육에 관한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청구인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 이해관계인의 의견 (1) 교육부장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은 실제로 국어교과서를 저작, 발행한 바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침해받은 바가 없고, 또한 이 사건 소원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을 도과하였으므로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나) 교육법 제157조의 규정은 교육법이 규정하는 교육목적과 교육지침을 실현하고 정치적, 종교적, 개인적 편견에 치우침이 없이 학생에게 보편적 가치·원리를 교육하기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학생 교육을 위임받은 국가가 교육내용의 기준을 설정하고 운영하는 규범을 밝힌 것으로서, 교과용도서의 검·인정제도는 헌법상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교과용도서의 검·인정제도는 교과용도서로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도서에 대해 교과서로 사용될 지위를 부여하는 행위일 뿐이고, 검·인정을 받지 않은 도서의 출판 자체를 금하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상의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교사 개인의 학문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의 교육에서 교사가 어떠한 내용이든지 마음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학생교육이 아닌 다른 기회를 통한 교사개인의 학문연구나 그 결과에 대한 발표의 자유는 보장되는 것이므로 교사 개인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2)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교육부장관의 의견요지와 대체로 같은 취지이다. 3. 판단 가. 본안전 판단 (1) 청구인이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직접관련성, 자기관련성, 현재관련성에 관하여 살펴보자. 이 사건 청구인은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저작·발행·공급할 것을 희망하는 자이고, 교육법 제157조 및 교과서규정 제4조, 제5조에 의하면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편찬은 교육부가 직접 또는 위탁하여 편찬하게 되어 있어 일반 사인은 물론 국어교사라 할지라도 이를 저작·발행·공급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법 및 교과서규정의 위 조항이 존속하는 한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청구인이 저작·발행·공급하는 행위는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달리 위 조항의 집행을 위한 매개행위가 따로 있어야 할 여지가 없다. 이 사건 청구인은 서울 휘경여자중학교의 국어교사로서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이하 “교사모임”이라 한다)의 대표를 맡고 있지만 이 사건 심판청구는 위 대표의 자격으로 한 것은 아니고 중학교 국어교사의 자격을 가진 청구인이 자기 개인의 명의로 한 것이 소원심판청구서의 기재내용상 분명하고,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당시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저작하고 있었다거나 저술완료하여 발행·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에 있었던 것은 아니나, 장래에 새로운 형태의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저작·발행하고자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시키고 있는 상태에 있었다. 즉 청구인은 1987.3.27. “교사모임”을 창립한 후 관련 교사들과 국어교육의 문제점, 개선방향 등에 관하여 토론·연구를 진행하여 왔고, 1989.2.20.에는 “교사모임”을 엮은이로 하여 “통일을 여는 국어교육”(총 381면)이라는 책을 저작·발행하고, 같은 해 3.25.에는 “교사모임”을 지은이로 하여 “개편교과서 지침서 중학 국어 1-1”(총 333면)이라는 책을 저작·발행하고 있는데, 이는 청구인이 국어교과서에 관한 새로운 구상을 점차 구체적으로 진척시켜 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정황증거인 것이다. 이러한 정황하에서 청구인은 중학교 국어교사겸 위 교사모임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중학 국어교과서의 저작·발행에 착수하고자 하였으나 위 심판대상 법조항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한 사실을 알게 되어 같은 해 5.1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위의 사정을 감안할 때 청구인에게는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에 있어 요구되는 직접관련성, 자기관련성, 현재관련성이 구비되어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날인 1989.5.11. 이후인 같은 해 9.4. 위 학교 국어교사의 직에서 해임된 듯하며 그것을 이유로 교육부측에서는 자기관련성이 상실된 것이라는 주장도 전개하고 있으나 교과용도서의 저작·출판의 자유와권리는 교사의 신분을 가지는 자에게만 한정되어 그 인정여부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교사의 신분을 상실하였다고 해서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에 소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청구기간의 준수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령에 대한 것인데, 법령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 때에는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침해가 시작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는 원칙적으로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하여야 할 것이지만, 법률이 시행된 후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사유가 발생한 날”이라는 것은 당해 법령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으로 현실 침해하였거나 그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등 실체적 제요건이 성숙하여 헌법판단에 적합하게 된 때를 말한다고 할것이다(헌법재판소 1990.10.8. 선고, 89헌마89 결정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인 법령은 청구인이 교사의 자격을 취득하기 훨씬 이전에 제정 또는 개정되어 공포·시행된 법령이지만 청구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자작·출판하기 위하여 “교사모임”을 구성하고 그 모임에서 국어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하여 논의·연구한 내용을 한데 모아서 1989.2.20.과 같은 해 3.25. 두차례에 걸쳐 저작물로 출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건대,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저작·출판할 것을 모색하기로 시작한 시점은 1989.3.25.에서 심판청구일 사이의 어느 한 날로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날이 청구기간상 “상황이 성숙한 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일인 1989.5.11.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해 볼 때 역수상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 본안 판단 (1) 교육에 대한 헌법의 이념 및 원리 (가) 교육제도 법률주의 ①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이하 “수학권”(修學權)이라 약칭한다)를 보장하고 있는데, 그 권리는 통상 국가에 의한 교육조건의 개선·정비와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되고 있다. 수학권의 보장은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헌법 제10조 전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헌법 제34조 제1항) 필수적인 조건이자 대전제이며, 헌법 제31조 제2항 내지 제6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 의무교육의 무상,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보장, 평생교육진흥, 교육제도 및 교육재정, 교원지위 법률주의 등은 국민의 수학권의 효율적인 보장을 위한 규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부모들이 각 자녀에 대한 친권자로서 사적 시설에서 양육 및 보호·감독의 일환으로 행하는 사(私)교육은 근대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급진적인 발달과 다원화에 따른 교육수요에 부응할 수 없게 되어 공공으 교육전문시설에서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조직적, 계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학교라는 것은 그러한 배경하에서 생겨난 공교육기관이라 할 것이다. ② 국가나 공공단체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수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한도내에서 적극적·능동적으로 주도하고 관여하는 교육체계를 공교육제도라고 할 때, 국가나 공공단체는 교원·학제·교제·교육시설환경 등 제반사항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는 의무와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 특성은 초·중·고교 등 보통교육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통치자와 피치자가 이념적으로 자동적(自同的)인 민주국가에서 수학권의 보장을 통한 국민의 능력과 자질의 향상은 바로 그 나라의 번영과 발전의 토대요 원동력이므로 현대의 모든 민주국가는 교육의 진흥과 창달을 행정의 주요한 지표로 수립하고 있으며 헌법도 제31조 제1항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③ 그런데 헌법은 국민의 수학권(헌법 제31조 제1항)의 차질없는 실현을 위하여 교육제도와 교육재정 및 교원제도 등 기본적인 사항이 법률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할 것을 규정(헌법 제31조 제6항)하는 한편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및 대학의 자율성)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할 것을 규정(헌법 제31조 제4항)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넓은 의미의 “교육제도 법률주의”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일시적인 특정정치 세력에 의하여 영향을 받거나 집권자의 통치상의 의도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것을 예방하고 장래를 전망한 일관성이 있는 교육체계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관점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가장 온당하다는 의회민주주의 내지 법치주의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헌법이 한편으로는 수학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실현하는 의무와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교육체계를 교육제도의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교과서제도 법률주의 ① 교과서라 함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과가 포함하는 지식체계를 쉽고 체계적으로 간결·명확하게 편집하여 학생들의 학습의 기본자료가 되도록 한 학생용 도서를 말한다. 따라서 전문지식을 추구하는 대학이상의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제도는 적합하지 아니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은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제도의 일환인 교과서제도에 대하여서도 법률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헌법 제31조 제6항을 근거로 하여 교육법 제157조가 교과서제도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대학·교육대학·사범대학·전문대학을 제외한 각 학교의 교과용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졌거나(국정) 검정 또는 인정한 것에 한하고 교과용도서의 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 및 가격사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정된 “교과서규정”에서는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대하여 국정제·검정제·인정제를 병용하고 있는데, 학교의 장은 1종 도서(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1종 도서가 없을 때에는 2종 도서나 인정 도서를 선정·사용하게 되어 있으며(교육법 제157조 제2항 및 교과서규정 제3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이 되어 있는 중학교 국어교과는(도덕, 국사와 함께) 1종 도서로 규정되어 있다(같은 규정 제4조 제2호). 그리고 교과서규정 제4조 제4호·제5호를 근거로 해서 사회, 생활기술, 가정, 농업, 공업, 상업, 수산업, 가사 등도 중학교의 1종 교과서로 규정되어 있다(같은 규정 별표 참조). ② 교육과정이나 교재의 선택에 있어서는 국가가 관여하는 형태와 방관하는 형태를 상정할 수 있는데, 관여하는 형태는 이를 두가지로 나눌 수 있으니, 하나는 교과서의 저작에 관여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교과서의 사용에 관여하는 방법이다. 저작에 관여하는 방법에는 국정교과서제도를 통한 직접적 방법과 검정교과서제도를 통한 간접적 방법이 있고, 사용에 관여하는 방법에는 인정제도가 있다. 국정제(國定制)는 국가가 직접 저작하거나 위탁하여 저작한 교과 서 이외의 교재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이고, 검정제는 국가가 사인(私人)이 저작한 도서에 대하여 교과서로서의 적부를 심사확인하여 교과서로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인정제는 사인이 발행한 도서의 내용을 심사하여 그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인데 세계 각국은 그 나라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이들 중 어떤 제도를 전용하거나 병용하고 있으며 교과서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 교재에 대하여서는 국정제·검정제·인정제를 병용하고 있으며 대학의 교재에 대하여서만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③ 초·중·고교교육에 있어서 교과용도서에 국가가 관여하는 이유는 초·중·고교의 교육이 가지는 특성과 그에 따르는 국가의 책무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중·고교교육 등 보통교육의 단계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이나 세계관, 사회관, 인생관 등에 대한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독자적인 생활영역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품성과 보편적인 자질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교육법 제93조, 제94조, 제100조, 제101조, 제104조, 제105조 참조) 보통교육의 과정에 있어서는 학교의 지역별·공사(公私)별·교육환경별 차이, 교원의 자질별·능력별 차이, 교과의 과목별·내용별 차이 등을 가능한 한 축소시켜 피교육자에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균등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교육의 과정에 있는 학생은 사물의 시비, 선악을 합리적으로 분별할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가치편향적이거나 왜곡된 학문적 논리에 대하여 스스로 이를 비판하여 선별 수용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공교육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어떤 형태로 이에 간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교과서제도에 대해서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정도와 한계의 문제는 초·중·고교 교육의 단계와 교과과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국가가 관여하는 경우에도 정부가 지방의 교육자치체제를 어느 정도로 허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2) 기본권의 침해여부 이상과 같은 교과서제도 내지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국정제도가 청구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본다. 청구인은 중학교 국어과목의 교과용도서의 국정제도로 인하여 침해된 기본권으로서 헌법 제22조 제1항의 학문의 자유·제21조 제1항의 출판의 자유 및 제31조 제4항과 관련된 교사의 자유와 권리 등을 내세우고 있다. (가) 학문의 자유 침해 여부 ① 헌법 제22조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서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청구인은 중학교 국어과목에 대한 연구의 자유를 당연히 가지며(이미 청구인이 해 온 바와 같이) 중학교 국어교과에 관하여 연구의 과제·대상·방법을 자유로이 선정할 수 있음은 물론, 연구한 결과를 책자로서 자유로이 발간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행의 중학교 국어교과서 국정제도는 청구인이 헌법상 가지는 이러한 학문의 자유를 향유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학문의 자유라 함은 진리를 탐구하는 자유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단순히 진리탐구의 자유에 그치지 않고 탐구한 결과에 대한 발표의 자유 내지 가르치는 자유(편의상 대학의 교수의 자유와 구분하여 수업(授業)의 자유로 한다) 등을 포함하는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진리탐구의 자유와 결과발표 내지 수업의 자유는 같은 차원에서 거론하기가 어려우며, 전자는 신앙의 자유·양심의 자유처럼 절대적인 자유라고 할 수 있으나, 후자는 표현의 자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경우에따라 헌법 제21조 제4항은 물론 제37조 제2항에 따른 제약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수업의 자유는 두텁게 보호되어야 합당하겠지만 그것은 대학에서의 교수의 자유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며 대학에서는 교수의 자유가 더욱 보장되어야하는 반면, 초·중·고교에서의 수업의 자유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② 학교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가르치는 권리를 수업권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연법적으로는 학부모에게 속하는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신탁받은 것이고, 실정법상으로는 공교육의 책임이 있은 국가의 위임에 의한 것이다. 그것은 교사의 지위에서 생기는 학생에 대한 일차적인 교육상의 직무권한(직권)이지만, 학생의 수학권의 실현을 위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양자는 상호협력관계에 있다고 하겠으나, 수학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다 존중되어야 하며, 그것이 왜곡되지 않고 올바로 행사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범위내에서는 수업권도 어느 정도의 범위내에서 제약을 받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초·중·고교의 학생은 대학생이나 사회의 일반성인과는 달리 다양한 가치와 지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취 사선택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이 부족하므로 지식과 사상·가치의 자유시장에서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스스로 책임지고 이를 선택하도록 만연히 방치해 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통교육의 단계에서 학교교재 내지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국가가 어떠한 형태로 간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득이 한 것이며 각급 학교·학년과 학과에 따라 국정 또는 검·인정제도의 제약을 가하거나 자유발행제를 허용하거나 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③ 교사 개개인이 저술한 도서가 내용의 여하에 관계없이 교과서가 될 수 있다거나 교사 개개인이 자신의 학문적 소신에 따라 교과서 내용과 전혀 판이한 내용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아무런 제약없이 행할 수 있다고 한다면, 보통교육의 과정에있는 학생들의 특성에 비추어 보건대 그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요구는 충족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업의 자유는 무제한보호되기는 어려우며 초·중·교등학교의 교사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에 대하여 스스로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학회에서 보고하거나 학술지에 기고하거나 스스로 저술하여 책자를 발행하는 것은 별론 수업의 자유를 내세워 함부로 학생들에게 여과(濾過)없이 전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헌법과 법률이 지향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수 없음은 물론 사회상규나 윤리도덕을 일탈할 수 없으며, 따라서 가치편향적이거나 반도덕적인 내용의 교육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④ 교사의 수업권은 전술과 같이 교사의 지위에서 생겨나는 직권 인데, 그것이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으며, 설사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학문의 자유 또는 교육을 받을 권리의 규정에서 교사의 수업권이 파생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기본권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하더라도 수업권을 내세워 수학권을 침해할 수는 없으며 국민의 수학권의 보장을 위하여 교사의 수업권은 일정범위 내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보통교육의 단계에서 개개인의 교사에 따라 어떠한 서적이든지 교과서로 선정될 수 있고 또 어떤 내용의 교육이라도 실시될 수 있다면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한 전국적인 일정수준의 교육의 유지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예컨대 국어교육에서 철자법 같은 것이 책자나 교사에 따라 전혀 다르게 가르쳐져 크나 큰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나) 언론·출판의 자유 침해 여부 ① 헌법 제21조의 규정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 언론·출판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표리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정신적인 자유를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자유가 언론·출판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정치활동은 사상,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과 교환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시행될 수 없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엄격한 의미에서 민주국가라 하기 어려운 것이다. 언론·출판의 자유에는 사상 내지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가 포함되고 전파의 자유에는 보급(普及)의 자유가 포함되는데, 국정교과서제도는 보급의 자유와의 관계에서 검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② 모든 국민(특히 이 사건에서는 교사)은 학문연구의 결과를 책자의 형태로 출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데, 교과용도서에 국가가 이를 독점하거나(국정제) 사전 심사 등의 방법에 의하여 이를 통제(검·인정)하면 그러한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저작물의 출판이나 보급이 사실상 곤란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출판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언하면 교과용도서로서의 적격여부를 검·인정제도의 방법으로 심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검열(檢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헌법은 명문(제21조 제2항)으로 검열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의 적격여부의 심사는 헌법의 검열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며, 교과서의 국정제는 검·인정제도 보다 일보 진하여 교과서를 아예 국가가 독점해버리는 제도이므로 같은 차원에서 그 위헌성을 다툴 수 있다는 논리이다. ③ 그러나 검열이라 함은 개인이 정보와 사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국가기관이 미리 그 내용을 심사·선별하여 일정한 범위내에서 발표를 저지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얼마든지 책자로서 발표할 수 있는 이 사건 교과서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에 관련된 국정 또는 검·인정제도의 법적성질은 인간의 자연적 자유의 제한에 대한 해제인 허가의 성질을 갖는다기 보다는 어떠한 책자에 대하여 교과서라는 특수한 지위를 부여하거나 인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가치창설적인 형성적 행위 로서 특허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그렇게 본다면 국가가 그에 대한 재량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교과용도서는 교육법이 정하는 교육목적 달성을 위하여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므로 어떠한 도서가 교과용도서로서 적합한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학생의 건전한 성장발달을 보장하고 사회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러한 필요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본다면 어떠한 교과과목에 대하여 이를 국정제로 하느냐 자유발행제로 하느냐 아니면 검·인정제로 하느냐의 기준설정은 공교육제도하에서 국가가 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과서제도는 국가가 직접 편찬하였거나 여러가지 도서 중에서 교육목적과 지침에 비추어 각급 학교의 교과서로서 적정하다고 검·인정한 것만을 교과용도서로 하려는 취지일 뿐, 그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도서의 출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내용에 어떠한 것이 수록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국민 개개인이 구구한 견해를 제시할 수 있겠으나 중학교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실현하고 공동선(共同善), 공통가치(共通價値)를 추구하기 위하여서는 모든 잡다한 이론이 검증되지 않은채 그대로 교과내용으로 반영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청구인이 중학교 국어교과의 내용으로 합당하다고 연구한것이 있다면 그 내용을 정리하여 일반 저작물로 출판할 수 있는것은 헌법 제21조 제1항의 출판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고 있고, 그 점은 현행 국어교과서 국정제도에 의해 아무런 영향을 받지아니한 다. 다만,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공급을 교육부가전담함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저작·출판하게 될 저작물에 대하여“국어교과서”라는 표제를 부착할 수 없어 그 때문에일반시중에서 판매·보급하는데 있어 사실상 애로가 있다는 점을문제삼아 이것을 다루고 있는 취지라면 그것은 청구인의 출판의자유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할 것이며, 출판의 자유에는 모든사람이 스스로 저술한 책자가 교과서가 될 수 있도록 주장할 수있는 권리까지 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④ 1종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 그 발행과정에 있어서는 교육부의 편수담당자가 저작하는것이 아니고 대학 등 전문연구기관에 위탁하여 제작하고 있는실정이라는 것이 교육부 당국의 주장인데, 직접 저작하거나 위탁저작하거나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으면 국어교과서 내용에대한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고(예컨대 한글맞춤법), 대학이나 전문연구기관의 질 높은 두뇌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도 있어 그 내용이 자유발행제에 비하여 반드시 부실할 것이라고 우려할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는 학생의 학습교재비의 부담 감소는 물론, 교육평준화 실현, 공동학력평가에의 기여, 국가적·국민적 합의의 수용반영과 국어 이외의 다른 과목, 예컨대 수요가 제한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사인이 집필을 기피하는 교과의 도서의 개발 등을 이룰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과의 관계 ①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보장된다.”고 규정 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31조 제6항)는 규정과 마찬가지로 넓은 의미의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규정한 것이지만, 각 보호하고자 하는 이념과 가치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이유는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의 기초인만큼 국가의 안정적인 성장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외부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받지 않도록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에 관한 제반정책의 수립 및 시행이 교육자에 의하여 전담되거나 적어도 그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교육방법이나 교육내용이 종교적 종파성과 당파적 편향성에 의하여 부당하게 침해 또는 간섭당하지 않고 가치중립적인 진리교육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의 자주성이 보장되기 위하여서는 교육행정기관에 의한 교육내용에 대한 부당한 권력적 개입이 배제되어야 할 이치인데, 그것은 대의정치(代議政治), 정당정치하에서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는 국정상의 의사결정방법은 당파적인 정치적 관념이나 이해관계라든가 특수한 사회적 요인에 의하여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적 가치증진에 관련되는 교육문화 관련분야에 있어서는 다수결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국가의 교육내용에 대한 권력적 개입은 가급적 억제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면, 국정 교과서제도는 교육부에 의하여 교과서 편찬이 주도될 뿐만 아니라 그 교과서만이 교재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행정관료에 의하여 교 과내용 내지 교육내용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있는 위 헌법의 규정과 모순될 수 있는 것이다. ② 교과서의 국정제도는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는 체제이나 만큼 검·인정제도 보다도 훨씬 교과서 발행방법이 폐쇄적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개방되고 있는 자유발행제도와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는 것이다. 첫째,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이 활성화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저해되거나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일신하는 첨단과학기술, 폭증하는 각종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당면한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신속·적절하게 해결함에 있어서는 각자의 창의력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고력을 길러주는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교과서의 내용이 그러한 방향으로 집필되어야 하겠지만 다양한 사고방식이 수용될 수 있도록 교과서 발행제도가 개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가 국가에 의하여 독점되면 그러한 교과서를 통해 양성되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정형화하기 쉽고 따라서 그것을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방식의 개발을 억제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상황변화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정이건 검정이건 교과서 발행에 국가가 직접 관여하게 되면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획일적·통일적으로 교육하는데 있어서는 편리하고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새로운 상황변화가 생기더라도 기존의 결정사항을 혁신하고 변경하는 것보다는 이를 그대로 답습해서 시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공직사회의 풍토 때문에 교과서 내 용의 자발적 수정이나 혁신은 용이하지 않으며 거기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교과서의 국정제가 계속되는 한, 현상의 변경보다는 현상의 유지를 바라는 관료적 타성에서 기인하는 교과서내용의 경직성은 쉽사리 시정되거나 극복되기 어려우며 특히 교과서에 대하여 행정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어 고위관료나 정치가들의 견해나 영향이 강하게 작용된 경우에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 모순되거나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각 개인으로 하여금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결정된 내용에 무조건 추종 또는 순응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자율과 참여에 의하여 그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줄 알도록 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교과서 문제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하여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조처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넷째,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그 결과 교과용도서의 개발이 지연되거나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출판사가 영세하고 학자들의 학문적 연구도 활발하지 못한 시대도 있었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교과서의독점이 합리화될 수 있었겠으나, 오늘날은 능력있는 출판사도 많아졌고 학문적 연구도 왕성하여 교과서 발행에 대한 문호를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우려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폭넓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다 양질의 교육문화를향수하고자 하는 국민적 욕구를 해결하 기 위하여서는 국가가 더 이상 교과서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섯째,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내지 암기식 교육이 행하여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원래 교과서에 수록되는 내용은 집필자의 사상, 철학, 가치관, 지식의 소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집필자의 성분이나 성향에 따라 똑같은 표제에 대한 집필의 결과가 판이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를 국가가 독점하게 되면 교과서의 내용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무조건 정당한 것이라는 것이 전제되고 또 강조되어야 할 것이고 그 결과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내지 암기식 교육이 행하여지기 쉽다는 것이다. 즉 교과서에 수록된 것 이외에는 전부 배척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가치관의 경직화가 초래되고, 인문·사회과학에는 정답이 복수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학생 스스로 연구하여 정답을 찾아내는 기풍은 진작될 여지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일교과일책주의(一敎科一冊主義)일 때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특히 국가가 교과서의 편찬에 있어서 공교육 담당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만을 앞세워 적정하고도 공정한 태도를 견지하지 못할 때 그 폐단은 훨씬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③ 그러나 공교육제도를 시행하는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교육정책의 입안 및 실현에 방관자적인 위치에 안주할 수는 없는 것이며, 교육의 내용 내지 교과서 문제에 대하여서도 어떤 형태로 간여하는 것은 부득이하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환언하면 교과서는 심신이 미숙한 학생으로 하여금 그 사용을 의 무화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내용에 있어서 일정수준의 유지와 아울러 학생의 지능이나 연령에 상응하는 교육적 배려가 불가피하며 학생들의 수학권의 내실있는 보장, 교육내용의 객관성·전문성·적정성의 유지, 공교육에 대한 기준설정과 운영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국가는 교과용도서의 발행에 어떠한 형태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관여의 방법의 하나로서 검·인정제도 외에 국정교과서제도를 채택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현행 교과서제도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정신에 입각해서 바람직한 제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국가는 문화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교육정책을 입안, 연구, 시행할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할때 그 범위는 단순히 교육의 외적 제조건의 정비·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권의 보호와 사회공공의 이익의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범위내에서 교육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며, 의회민주주의 제도하에서 그 기준은 국회가 법률의 형태로 제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고 그 헌법적 근거는 제31조 제2항·제4항·제6항 및 제3조 제2항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국가에서 교사의 창의를 최대한 존중하고 아울러 교육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 다양한 교육이 실시되도록 하는 것은 마땅히 추구하여야 할 중요한 가치이며,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헌법의 이념에도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국가가 교과서에 대한 편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국가의 국정교과서 발행권은 학년과 학과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며 그것이 위(②)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최 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국정교과서제도는 교육부가 교과용도서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편찬하는 것이지만 교육부가 편찬한다고하여 교육전문가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교육부장관의 자문에응하여 도서집필상의 유의점 등 편찬방법에 관한 사항, 도서의 내용심사, 기타 도서의 편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게 하기위하여 교육부에 1종 도서편찬심의회를 두도록 되어 있고(같은규정 제6조), 위 심의회는 9인 이상 21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은 교육부 소속 공무원에 한하지 않고 당해 교과목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자 중에서 교육부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같은 규정 제7조). 중학교 국어과교육의 목표는 교육의 목적과 목표(교육법제100조, 제101조)에 부응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국어생활을 바르게 하고 국어와 민족의 언어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데 있는데, 그러한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국어문법, 맞춤법, 표준어 등에 관한 국가수준에서의 통일된 기준과 헌법이념에 부합한 가치관에 의해 국어교과서를 편찬하여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중학교의 국어교과에 관한 한, 교과용도서의 국정제도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이라는 헌법의 교육이념과 원리에 무조건 모순되거나 이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④ 교과용도서의 국정제도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규정에 비추어 위헌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제도가 교육이념과 교육현실에 비추어 볼 때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정제도가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것은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교육이념과 국내외의 제반교육여건, 특히 남북긴장관계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현실여건 등에 비추어 교과과목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과서의 국정제도하에서도 운용의 여하에 따라서는 오히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제고시킬 수도 있을 것이니 예컨대 특정과목 교과서의 저작·발행에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수요는 적어 어느 누구도 그러한 교과서를 집필·발행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라든지 사인에게 맡기는 경우 그에 관한 연구가 충실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예컨대, 현재 중학교 1종 교과서로 되어 있는 가정, 농업,공업, 상업, 수산업, 가사)가 그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며, 국가가 이러한 교과의 교과서 저작·발행에 책임을 져주는 것은 국민의 수학권을 실현시키는데 오히려 충실한 것이고 헌법 제10조가 국가에 부과하고 있는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이외에는 국정제도 보다는 검·인정제도를, 검·인정제도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과내용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지식습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교과서만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교과서의 내용에도 학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의 경우 어떤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 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국민의 수학권과 교사의 수업의 자유는 다 같이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의 수학권이 더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수학권의 보장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문화국가, 민주복지국가의 이념구현을 위한 기본적 토대이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헌법 제10조 전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헌법 제34조) 필수적인 조건이고 대전제이며, 국민의 수학권이 교육제도를 통하여 충분히 실현될 때 비로서 모든 국민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제도는 교과서라는 형태의 도서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독점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수학권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학년과 학과에 따라 어떤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이를 자유발행제로 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국가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관여할 수 있는헌법적 근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인정의 범위내에서 국가가 이를 검·인정제로 할 것인가 또는 국정제로 할 것인가에 대하여 재량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중학교의 국어교과서에 관한 한, 교과용도서의 국정제는 학문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가 아님은 물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과도 무조건 양립되지 않는 것이라 하기 어려우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관여재판관중 재판관 변정 수의 반대 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교육법 제157조는 “① 대학·교육대학·사범대학·기술대학·전문대학을 제외한 각 학교의 교과용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졌거나 검정 또는 인정한 것에 한한다. ② 교과용 도서의 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 및 가격사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의 저작과 출판을 교육부에 독점시키고 있다. 이처럼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의 제작을 교육부에 독점시킨 것이 교사의 교육권 내지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지의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 (1) 우리 헌법은 민주국가·문화국가·사회국가원리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그 기본이념으로 하면서 이의 실천적 방법으로서의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모든 국민의 교육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의 제도적 장치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균등한 교육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권은 교육의 기회균등을 그 내용으로 하지만 교육의 형식적·실질적 기회균등을 실현시키는 것은 기본권 주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교육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제31조 제2항·제3항·제5항에서 가정과국가의 교육책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동조 제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동조 제6항에서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교육형성을 막기 위해 교육제도의 법률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2)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민주국가”, “문화국가”,“사회국가”, “조국의평화적 통일”이라고 하는 헌법의기본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필요·불가결의 기본권으로서, 이러한 헌법상의 제목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기대할 수 있다. 즉, 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이러한 헌법의 기본목표의 실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국가의 특정 정책이나 이념 또는 특정정당의 정책목표 등 헌법상의 기본적 가치질서 이외의 어떠한 부당한 영향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 특히 국가로부터의 독립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여 교육의 국가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주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결국 교육은 헌법의 기본이념과 기본질서에만 기속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3) 이러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교육의 자유”의 보장을 통해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즉,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 등에 관한 교사의 자주적인 결정권을 그 전제로 하는 교육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의 자유는 교육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한 불가결의 수단이다. 교육의 자유가 보장되는 경우에만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고 국민의 교육기본 권이 보장될 수 있다. 따라서 교사 등의 교육의 자유권은 헌법 제31조 제1항 및 동 조 제4항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그리고 동 규정에 의해 보장되는 국민의 교육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라 아니 할 수없다. 모든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 등을 획일적으로 정함으로써 피교육자의 능력과 적성에 알맞는 교육을 불가능하게 하는 교육정책은 “교육의 자유”의 침해인 동시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의 교육은 절대로 정형화된 획일적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아니되고 피교육자의 능력과 소질을 계발함으로써 개성신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교육내용과 방법도 스스로 다양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결정권은 전문적인 교육자에게 맡겨져야 한다. 여기에 교육내용·방법 등에 대한 국가적 간섭이나 개입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세계관, 다양한 사상의 형성에 역행하는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 등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용납될 수 없다. (4)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관련하여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 교과서의 저작과 선택이다. 교육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면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관한 본질적 결정사항인 교과서의 저작과 선택의 권리는 원칙적으로 교육의 자유의 주체인 교사에게 맡겨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자유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 일반원칙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교육자유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과제이자 책임인 만큼 교과서의 내용 등이 편향된 이념을 강요하거나 헌법의 기본이념에 배치된다면 이는 국가의 감독과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이건 이러한 감독과 통제는 교과서의 내용과 선택에 관한 제반사항이 헌법의 기본이념에 배치되지 않는지의 여부 그리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에 배치되지 않는지의 여부 등에 대한 심사에 그쳐야 하므로 이러한 감독과 통제에 관한 법률은 위와 같은 제한범위를 벗어나서는 아니되고 만약 그 한도를 넘어선다면 교육자유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위헌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때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관하여 교사의 저작 및 선택권을 완전히 배제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독점하도록 한 교육법 제157조의 규정은 정부로 하여금 정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독점적으로 교화하여 청소년을 편협하고 보수적으로 의식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이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 제31조 제4항에 반하고 교육자유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한다. (5)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과서의 저작 및 선택권은 원칙적으로 교육의 자유의 주체인 교사에게 맡겨져야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대하여서까지도 그 저작 및 선택권을 교원 개개인에게 전적으로 일임해야 한다는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교과서의 저작 및 선택권을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것이 정부로 하여금 특정정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독점적으로 교화하여 청소년을 편협하고 보수적으로 의식화시킬 수 있 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과서의 저작 및 선택권을 교원 개개인에게 독점시키는 것 또한 감수성이 예민하고 주체적인 비판의식을 아직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원 개개인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편향되고 주관적인 가치관과 지식을 주입시킬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의 교육현실에 비추어 볼 때 초·중·고등학교의 교원 개개인에게 교과용도서의 저작·선택을 전적으로 일임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교육내용의 객관성과 보편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예컨대 교과용 도서의 저작·선택을 학교자치에 맡기거나 교사, 학부모, 대학교수 등 교육전문가로 구성된 교과용도서 자치기구를 구성하여 거기서 심의하여 채택 사용되도록 하는 등 방법으로 중앙집권적 통제를 배제하여야 하고 부교재나 참고도서는 교원 자유에 맡겨도 될 것이다. 다. 한편 헌법 제31조 제6항은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제정하는 법률로 정하게 함으로써 교육기본권 및 교육의 자유가 행정권의 부당한 간섭에 의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권과 교육자유권 및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하며, 따라서초·중·고등학교 학생의 교육기본권 및 교사 등의 교육자유권의 보장과 행사를 위한 기본적 사항인 교과서의 저작과 선택에 관한 중요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한다.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 규정한 교육제도 법정주의는 기본권의 제한과 형성에 관한 본질적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의 구체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제도의 법정주의에 따라 제정된 교육법 제157조 등에는 교육제도의 본질적 사항에 속하는 교과서의 저작·출판·선택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및 절차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동조 제2항에서 “교과용도서의 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 및 가격 결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행정권에 의한 입법에 포괄적으로 백지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법 제157조는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1조 제6항, 포괄적인 백지위임입법을 금지한 헌법 제75조 및 본질적 사항의 법률유보를 내용으로 하는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된다. 1992. 11. 12.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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