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다1165
보험금 [대법원 1991. 12. 27., 선고, 91다1165, 판결] 【판시사항】 가. 보험계약체결시 그 중요한 사항에 관한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나. 매매잔대금의 지급이행보증보험계약이 보험계약자에 의한 사기로 취소된 경우에 있어 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피보험자인 매도인에 대하여 보험회사 직원의 매매계약 내용확인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에 따른 보험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나. 매매잔대금 11억 9천만 원의 지급이행보증보험청약을 받은 보험회사의 직원들이 매매계약의 진위여부나 그 내용에 관한 확인의무를 게을리 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보험계약이 사기에 해당하는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으로 취소되고 보험계약자의 도산 등으로 피보험자인 매도인이 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경우에 보험회사에게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가. 민법 제110조, 상법 제651조 나. 민법 제756조
【전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한보증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용희 외 1인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부흥개발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0.12.7. 선고 89나170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와 피고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원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소외 남양건설산업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만 한다)와의 사이에 원고 소유의 토지를 대금 18억 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금 1억 8천만 원, 중도금으로 금 4억 2천만 원 등 합계금 6억 원을 지급받는 한편 소외 회사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미리 넘겨 주고 잔대금 중 금 11억 9천만 원에 대하여는 소외 회사가 위 금액에 상응하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 원고에게 교부해 주기로 약정한 사실, 소외회사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1은 보증보험청약을 함에 있어 보다 용이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할 목적으로 총 매매대금을 금 25억 2500만 원으로 하고, 위 매매대금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 13억 3500만 원이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이미 지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잔금 11억 9천만 원도 현금지급이 아닌 매수토지상에 상가건물을 신축하여 그 일부를 원고에게 분양함으로써 그 지급에 갈음하기로 하는 내용의 새로운 매매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불실의 사실을 고지하였던 사실, 피고는 소외 회사의 위와 같은 보험청약에 대한 심사과정에서 주 계약의 총매매대금 중 절반 이상의 금원이 이미 지급되었고, 잔금도 매수토지에 건물을 신축하여 그 일부를 분양하도록 되어 있어 현금지급보다는 위험이 덜할 것으로 판단하고, 자연인 5명과 2개 법인의 연대보증하에 위 청약을 받아 들여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만약 소외 회사가 불실의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실제로 체결된 매매계약 내용을 그대로 피고에게 고지하였더라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체결을 거절하거나 또는 소외 회사로 하여금 위 보험금액에 상응하는 물적 담보를 제공하게 하는 등 보다 엄격한 조건하에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보험계약자인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가 보험청약을 함에 있어 보다 용이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함으로써 이에 속아 넘어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피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보증보험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소외 회사가 새로운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 잔대금이 총매매대금의 50퍼센트 미만이 되어야 보험인수가 가능한 피고의 영업지침에 부합되게끔 계약내용을 고친 점과 보험청약에 앞서 피고의 대리점을 경영하는 소외 2가 소외 회사와 보험청약에 관하여 상의한 사실이 엿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소외 회사는 피고 회사측으로부터 계약내용의 구체적인 사항까지는 아니더라도 잔대금의 비율조정에 관하여는 그 변경의 필요성을 통보받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한편 이 사건 보증보험의 목적은 잔대금지급의 이행보증으로서 그 잔대금의 액수나 지급방법은 보험계약상 핵심적인 사항에 관한 것으로써 건물분양으로 잔금지급에 갈음하는 방법은 보험사고의 위험이 현금지급의 경우보다 훨씬 적은 것이어서 피고가 보험을 인수함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주는 사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소외 회사가 잔대금 지급 방법에 관한 계약내용을 고친 것이 피고측의 지시나 요구에 의한 것이라거나 그와 같은 변경사실을 피고가 알았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이나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가사 소외 회사가 피고 회사로부터 잔대금의 비율이 피고의 영업지침에 맞도록 계약내용을 고칠 것을 요구받았다 하더라도 이에 더 나아가 보험계약의 중요부분인 잔대금의 지급방법을 위와 같이 고치고 이를 피고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한 사실에 관하여 보험자를 속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이유모순, 이유불비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소외 회사의 보험청약을 심사함에 있어서 당초 소외 회사의 신용도를 피고 회사의 영업 지침상 보증이 불가능한 평점 31점의 디(D)급으로 판정함으로써 위 청약에 대한 승낙이 부결되었으나 그 후 소외 회사가 채권자인 부산은행의 채무지급유예확인서 등의 신용자료를 추가제출하고 연대보증인을 보강하자 소외 회사의 신용도를 보증이 가능한 평점 46점 이상 60점 이하의 시(C)급으로 상향조정하여 위험을 인수하기로 하여 이 사건 보증보험증권 2매를 발행하게 된 사실, 그런데 피고의 영업지침상 국영기업체 아닌 자 사이의 매매잔대금에 대하여는 그 지급보증을 하지 아니함이 원칙이었고, 예외적으로 보증을 한 경우에도 그 금액이 비교적 소액인 경우의 2, 3건에 불과하였으며 이 사건 매매잔대금과 같은 거액의 경우는 그 당시까지 지급보증을 한 사례가 전혀 없었던 사실, 피고 회사의 부사장인 소외 3이 피고 회사 담당직원에게 위 보험청약신청에 관심을 표시하고 그 밖의 피고 회사의 관련직원들도 소외 회사의 직원들에게 보험청약신청에 첨부할 매매계약서의 양식을 알려 주는 등 수차에 걸쳐 매매계약서 등 관계서류를 변경 제출하도록 도와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심사과정에서도 피고 회사의 영업지침 제1610조 제2항에 따른 매매대금 및 미지급 잔대금의 액수에 대한 확인절차를 누락하였고, 그 밖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시가조사는 물론 수차에 걸쳐 매도인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지 아니한 부동산매매계약서가 그 양식을 달리하여 제출되는 데도 그 진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 회사의 심사위원회가 이 사건 보험청약에 대하여 1차 부적격판정을 한 뒤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대보증인을 보강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위 판정을 번복하였으나 그 연대보증인 중 주식회사 부흥개발 외에는 피고의 영업지침에 위배되어 보증인 적격이 없었던 사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증권을 교부받음으로써 소외 회사로부터 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 나머지 소외 회사 발행의 액면금 12억 원의 약속어음을 반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서도 잔대금 확보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그 후 소외 회사가 거액의 부도를 내고 도산한 데 이어 위 토지까지 그 채권자에 의하여 처분되어 버린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 직원들이 보험계약 체결과정에 있어서 피고 회사 영업지침상의, 또는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직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원고에게 매매계약내용을 확인하거나 매매목적물의 시가를 조사하였더라면 이 사건 보험청약이 위조된 계약서에 기초한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를 게을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고회사의 임직원들은 그 심사과정에 관여하여 소외회사의 신용도를 상향조정하면서까지 부실회사인 소외 회사와의 보험계약을 무리하게 추진, 체결하고 이 사건 보증보험증권을 발행한 과실로 인하여 원고로 하여금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함은 물론 소외 회사에 대한 매매계약상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보전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잔대금지급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하는 손해를 입혔다 할 것이고, 그 손해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 매매잔대금 상당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에서 말한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위 직원들의 위와 같은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에게 입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부동산매매계약에 있어 이 사건과 같이 잔대금지급 이전에 먼저 등기이전을 해 줌으로써 매수인이 일방적인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위 계약은 피고 회사의 영업지침 제1610조에서 말하는 외상판매계약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의 담당직원들로서는 위 영업지침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잔대금의 액수와 지급방법 등에 관하여 매도인인 원고에게 확인해 보는 등으로 인수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은 당연하다. 더욱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 회사에 양식을 일부 달리하는 매매계약서가 수회에 걸쳐 제출되었다는 것이고,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책무를 게을리 하였다는 것이니 위와 같은 확인의무는 피고의 영업지침을 떠나서라도 보험계약체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다름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위 영업지침상의 외상판매계약에 해당하는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에게 주계약의 진위여부나 그 내용에 관하여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거래통념에 비추어 상당하다 할 것이며,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전례가 드물고 그 보증금액이 거액인 점에 있어 더욱 그러한 주의의무가 요청된다 할 것이다. 다만 피고가 소외 회사의 신용도를 디(D)급으로 판정하고서도 씨(C)급의 인수조건으로 완화하여 청약을 승낙한 것은 위 영업지침 제1014조 제1항 나목의 규정에 의한 것이고, 인수조건으로 씨(C)급으로 완화할 경우 위 영업지침 제1013조에 의하면 소외 회사의 약정서, 당좌수표와 연대보증인인 주식회사 부흥개발의 입보만으로도 그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므로 나머지 보증인들의 적격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심사등급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어서 피고가 소외 회사의 신용도를 부당하게 상향조정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또 연대보증인의 신용도는 재무제표상의 수치에 의하여 평가되는 것이므로 가사 심사과정에 피고 회사 임직원의 관여가 있었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신용도가 기준에 합당하다면 그 인수결정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 임직원들은 통상적인 업무처리상의 필요에 의하여 소외 회사에게 서류보완 등 절차에 관한 지시를 한 것일 뿐 계약서의 위조나 심사과정에 관여한 것이 아니었다고 일치되게 진술하고 있는 반면, 이에 반대되는 증거들은 소외 4의 추측진술에 근거를 두고 있음에 불과하고 이러한 증거관계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설시한 심사등급판정 경위나 피고 회사 임직원의 관여 정도만으로는 과실점으로 삼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원심의 설시는 잘못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은 위와 같은 과실점들만으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이 아닐 뿐더러 이 사건에서는 앞에서 본 피고 회사 직원들의 매매계약내용 확인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만으로도 넉넉히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므로 과실인정에 관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며, 그 밖의 원심 판단과정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 이유불비나 허무한 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원고소송대리인들과 피고소송대리인들의 그 밖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에게도 이 사건 보험증권을 교부받은 직후 증권의 내용 및 이에 첨부된 매매계약서를 확인하여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손해의 발생 및 확대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 하여 원고의 과실을 전체의 25퍼센트로 보고 과실상계를 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면 앞에서 본 과실판단에 관한 원심의 잘못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형평의 원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어느 것이나 이유 없다. 이상의 이유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